[리뷰] '어바웃 타임',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

작성 2013.12.04 17:02 수정 2013.12.04 17:02
어바웃

[SBS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누구나 한 번쯤 시계추를 거꾸로 돌리고 싶을 때가 있다. 이미 지나간 어떤 순간을 떠올리며 "그때 내가 ~했었더라면?"이라는 가정도 해보기 마련이다. 삶은 불완전하고, 행복은 영원하지 않으며, 사람의 마음은 시시각각 바뀐다.

만약 '이휘재의 인생극장'과 같은 옵션의 순간을 언제라도 영위할 수 있다면 우리의 인생은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 리차드 커티스 감독의 '어바웃 타임'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보여주는 영화다. 

모태 솔로인 팀(돔놀 글리슨)은 성인이 된 날, 아버지(빌 나이)로부터 놀랄만한 가문의 비밀을 듣게 된다. 바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 취업과 동시에 런던으로 간 팀은 우연히 만난 여인 메리(레이첼 맥아담스)에게 첫 눈에 반한다. 연애 초짜인 그는 가문의 특별한 능력을 메리에게 사용하기 시작한다. 어설픈 작업의 기술은 리플레이를 통해 능숙하게, 뜨거웠던 첫날밤은 더욱더 열정적으로 바꾸며 끝내 사랑을 쟁취한다.

어바웃 타임

영화는 중반까지 사랑을 이루어나가는 팀의 모습을 보여주며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로서의 매력을 발한다. 두 사람의 사랑이 절정에 달할 무렵 영화는 '가족 드라마'라는 또 다른 카드를 꺼내 든다. 어떻게 보면 남녀간의 사랑보다 가족간의 사랑을 그리는데 더 큰 비중을 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점이 이 영화의 개성과 매력을 더한다.

'어바웃 타임'은 무한할 것만 같았던 시간여행의 능력도 선택을 요구하는 순간이 찾아오게 됨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영화는 시간이 쌓여야만 얻는 것들의 소중함과 되돌리면 없어지는 것들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나아가 순간의 선택을 바꾼다고 해서 완벽한 인생이 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일깨운다.

결국 '어바웃 타임'은 "지금 사는 현재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뜻의 라틴어 '카르페 디엠'(carpe diem)을 상기시키는 영화다. 

어바웃

'노팅힐', '브리짓 존스의 일기' 각본. '러브 액츄얼리' 연출 등을 통해 영국의 중소 제작사 '워킹 타이틀'을 세계적으로 알린 리처드 커티스 감독은 '어바웃 타임'에서도 무르익은 연출력을 발휘했다. 소소한 유머와 잔잔한 감동으로 시종일관 관객을 웃기고 울린다.

'노트북', '시간 여행자의 아내', '서약' 등 다수의 멜로 영화에서 활약해온 레이첼 맥아담스는 이번 작품에서도 사랑스러운 매력을 한껏 발산한다. 국내 관객에게 다소 낯선 얼굴인 돔놀 글리슨은 어수룩한 그러나 순박한 매력으로 여성 관객의 마음을 흔들 것이다.

누구보다 영화에서 빛나는 활약을 펼친 배우는 '러브 액츄얼리'에서 한물간 록스타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바 있는 빌 나이다. 그는 이번 영화에서 팀의 아버지로 분해 가족을 사랑으로 보듬는 듬직한 가장, 아들에게 사려 깊은 조언을 전하는 멘토 역할을 톡톡히 한다. 

더불어 영국의 땅끝마을 콘웰의 아름다운 풍경과 '하우 롱 윌 아이 러브 유'(How Long Will I Love You)와 같은 감미로운 음악은 '어바웃 타임'이 선사하는 또 하나의 보너스다. 15세 관람가, 상영시간 125분, 12월 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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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 기자 ebada@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