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7일(수)

영화 스크린 현장

[시네마Y] '헌트' 제목 표기는 오타?…이정재 감독이 밝힌 비하인드

김지혜 기자 작성 2022.08.08 16:04 수정 2022.08.09 15:39 조회 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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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을 제거하라 헌트 이정재 정우성 전혜진 허성태 고윤정 2022.08.10

[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배우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 '헌트'는 '남산'이라는 가제를 가지고 있었다. 약 7년 전 한재림 감독에 의해 '남산'의 시나리오를 건네받은 이정재는 강한 끌림을 느꼈다.

그러나 상업 영화 형식으로 시나리오를 각색할 감독을 찾지 못하면서 영화화는 어려움을 겪었다. 작품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이정재는 시나리오를 직접 고치기로 결심했다. 독수리 타법으로 각본을 고친 지 꼬박 2년, 이야기의 얼개는 크게 바뀌었다.

종전 시나리오는 원톱 주연의 이야기였으나, 각색 과정에서 박평호(이정재)와 김정도(정우성)의 투톱 이야기로 변모했다. 그러면서 주제도 달라졌다. "그릇된 신념으로 분쟁하지 말자"라는 주제로 함축됐다.

다른 이야기엔 다른 대문이 달리는 것이 맞다. 이정재는 제목을 '남산'에서 '헌트'로 바꿨다. '남산'은 1980년대 서슬 퍼런 안기부를 상징하는 다소 딱딱한 제목이라면 '헌트'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흥미로운 제목이다. 이정재는 '사냥꾼'과 '사냥감'이라는 중의적 의미로 이 제목을 선택했다.

영화 헌트 스틸컷

"각색 과정에서 주제가 바뀌었다. 평호와 정도의 목적도 많이 수정됐기 때문에 '남산'이라는 제목은 내가 쓴 시나리오와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헌트'라는 제목을 정한 이유는 조직 내 스파이를 잡기 위한 사냥이 시작되고, '베드로 사냥'에 대한 언급을 하는 대사를 만들다 보니 '헌트'가 영화에 가장 어울리는 제목이 아닌가 싶더라. 그러나 내 고집대로만 할 수 없기에 내부 투표를 거쳤고, 모두들 이 제목을 좋아해 줘서 확정하게 됐다"

두 배우의 박진감 넘치는 액션 대결 후 뜨는 오프닝 타이틀도 어딘가 특별하다. 스크린에 뜨는 '헌트'(HUNT)의 영문 타이틀의 경우 H→U→T 순으로 타이핑이 된 후 N이 가장 마지막에 뜬다. 특히 N자는 뒤집어서 표기된다. 포스터도 마찬가지다. 스크린 상에 뜨는 N획은 양쪽의 I획이 대칭으로 뜬 후 중간을 연결하는 획을 하강이 아닌 상승하는 획으로 처리했다. 감독의 의도가 읽힌다.

이정재는 "영화 '테넷'에서도 N자를 거꾸로 표기한 바 있다. 칸영화제 초청 이후 해외용 포스터를 만드는 시점에 '헌트'의 프랑스 배급사에서 아이디어를 줬다. 우리 내부에서는 반대 의견이 좀 있었다. 그런데 저는 흥미롭겠다 싶더라"라고 말을 꺼냈다.

영화 '헌트' 스틸컷 이정재

이어 "타이틀이 본편에 뜰 때 N자 중에서 두 획이 수직선으로 먼저 하오는데 하나는 평호이고, 하나는 정도를 의미한다고 생각했다. 두 사람은 다른 듯 같은 면이 있다. 대칭하는 두 획 사이를 가로질러 올라가는 마지막 획은 이 영화의 텐션감이 수직적으로 올라갈 것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이 같은 의미를 설명했고 설득할 수 있었다. 의미를 설명하니 다들 좋다고 하더라"라고 덧붙였다.

'헌트'는 조직 내 숨어든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해 서로를 의심하는 안기부 요원들이 대한민국 1호 암살 작전이라는 거대한 사건과 직면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1980년대 대한민국을 관통하는 실화 사건을 바탕으로 흥미로운 픽션 드라마를 완성했다. 배우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으로 정우성, 전혜진, 허성태, 고윤정, 김종수, 정만식 등이 출연했다.

지난 5월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돼 호평받은 이 영화는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국내 관객과 만난다. 이정재의 남다른 연출력이 돋보이는 스파이 액션물로 평단의 호평을 받고 있다.

영화는 오는 10일 전국 극장에 개봉한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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