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금)

영화 스크린 현장

[지금 칸에선] 러시아 보이콧 하더니…경쟁 부문 초청한 이유

김지혜 기자 작성 2022.05.18 07:35 수정 2022.05.24 04:55 조회 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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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SBS 연예뉴스 | (칸=프랑스)김지혜 기자] 칸국제영화제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영화계를 보이콧한 가운데 경쟁 부문 리스트에 러시아 감독의 신작이 포함돼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 17일(현지시간) 개막한 제75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는 총 21편의 영화가 초청됐다. 리스트 중에는 칸영화제가 보이콧을 선언했던 러시아 영화가 포함돼있다.

칸이 선택한 영화는 키릴 세레브렌니코프의 '차이코프스키의 아내'다. 러시아의 위대한 작곡가 표트르 차이코프스키와 그의 아내 안토니나 밀리코우바의 관계를 그린 작품이다.

키릴 세레브렌니코프는 '유리의 날', '스튜던트', '레토'로 유명한 러시아 감독이다. 2018년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레토'는 한국계 러시아인 록가수 빅토르 최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로 한국 배우 유태오가 주연을 맡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칸영화제 측은 지난 3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문제로 인해 올해 영화제에 러시아 대표단을 초청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이 보이콧에 개인 자격으로 참가하는 영화감독까지 포함한다고는 명시하지 않았지만 경쟁 부문 리스트에서 러시아 영화가 들어있는 것은 다소 의외의 선택으로 여겨진다.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감독의 국적이 러시아이기는 하지만 그는 정치적 성향을 이유로 정부에서 줄곧 탄압을 받아왔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러시아 영화계의 대표적인 반푸틴 인사다. 2018년 국가 기금 사취 혐의로 가택 연금돼 '레토'로 칸영화제 초청 당시 참석하지 못하는 불운을 겪었다.

당시 '레토'의 배우와 제작진은 칸영화제 레드카펫에 참석해 키릴 세레브렌니코프를 석방하라는 피켓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세레브렌니코프 감독은 정부로부터 받은 3년간의 여행 금지령이 올해 풀린 가운데 다시 한번 칸영화제의 초청을 받는 기쁨을 누리게 됐다.

칸영화제는 반정부 인사로 분류돼 탄압을 받아온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감독의 상황을 고려해 그의 신작에 국적으로 인한 불이익을 가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그는 '레토' 때부터 해외 제작사와 손을 잡고 영화 제작을 이어오고 있다. '차이콥스키의 아내'도 프랑스 제작사와 손잡고 만든 사실상의 프랑스 영화라고 볼 수 있다.

'차이코프스키의 아내'는 영화제 이틀차인 18일(현지시간) 오후 공식 상영을 가진다.

ebada@sbs.co.kr

<사진 = '차이코프스키의 아내'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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