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7일(수)

영화 스크린 현장

[빅픽처] 대작이 온다…코로나19 불황 날릴 '여름 성수기' 서막

김지혜 기자 작성 2022.04.22 13:41 수정 2022.04.25 11:52 조회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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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작

[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로 '위드 코로나' 시대의 서막이 열린 가운데 긴 침체에 빠졌던 영화계와 극장가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연중 최대 성수기인 7~8월 여름 시장을 앞두고 국내외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출격을 예고했다.

국내 3대 투자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는 200~300억 대의 제작비가 투입된 텐트폴(성수기용 대작) 영화의 개봉 준비에 돌입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가 가장 먼저 '한산:용의 출현'의 7월 말 개봉을 고지했고, CJ와 쇼박스도 각각 '외계+인'과 '비상선언'의 개봉을 준비하는 분위기다.

여름 성수기에 앞서 해외 블록버스터 영화들도 일제히 국내에 개봉해 시장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5월 마블의 기대작 '닥터 스트레인지:대혼돈의 멀티버스'와 파라마운트의 '탑건:매버릭'이 포문을 연다. 이 시기에 대적할 한국 영화도 있다. 마동석의 대표작 '범죄도시2'다.

코로나19로 무려 3년 가까이 암흑기를 보낸 극장으로서는 기대하는 바가 크다. 거리두기 해제의 움직임에 따라 극장 좌석 띄어 앉기도 없어지고, 취식도 허용됐다. 특히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대작의 잇따른 개봉으로 극대화할 것으로 보인다.

닥터

◆ 닥터 스트레인지vs마동석vs탑건 3파전…5월, 누가 웃을까

4월 극장가는 여전히 '보릿고개'다. 지난해 겨울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700만 흥행은 관객들이 극장에 돌아왔다는 시그널처럼 여겨지기도 했지만, '스파이더맨'에 한정된 열기였다. 설 연휴에 내놓은 한국 영화들이 부진한 성적을 거두면서 극장가는 다시 장기 침체에 빠졌다.

2022년이 4개월이나 흘렀지만 극장 침체는 여전하다. 그도 그럴 것이 설 연휴 이후 한국 영화들은 다시 개봉을 머뭇거렸다. 시장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는 연휴 극장가에서 한국 영화들이 신통찮은 성적을 거뒀고, 코로나 19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도 기승을 부렸기 때문이다.

상황 전환은 '위드 코로나' 무드와 함께 형성되기 시작했다. 정부는 지난 18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의 모든 조치를 해제했다. 이에 따라 극장가도 좌석 띄어 앉기 해제, 취식 허용이 되기 시작했다.

오는 5월 4일 개봉하는 '닥터 스트레인지:대혼돈의 멀티버스2'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와 맞물려 가장 큰 흥행 폭발력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전편이 544만 명의 관객을 모은 데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어벤져스' 시리즈와 '스파이더맨' 시리즈에 출연하며 국내 팬들의 호감도를 높여왔다. 게다가 '닥터 스트레인지2'는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신화를 쓴 샘 레이미가 메가폰을 잡아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감이 높다. 속편에서는 '멀티버스'를 대대적으로 활용하며 압도적 스케일과 비주얼을 보여줄 예정이다.

범죄도시

5월 중순에는 한국 영화 기대작도 출격한다. 680만 신화를 쓴 '범죄도시'의 속편 '범죄도시2'다. 1편이 서울 가리봉동을 배경으로 펼쳐졌다면, 2편은 이야기의 배경을 베트남으로 확장했다. 마석도(마동석) 형사의 가공할만한 액션과 장첸을 잇는 악역 강해상(손석구)의 활약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파라마운트의 '탑건: 매버릭'은 복병이다. 할리우드 최고의 액션 스타 톰 크루즈를 스타덤에 올려놓았던 '탑건'의 속편이다. 코로나19 여파로 개봉을 여러 차례 연기했던 '탑건: 매버릭'은 칸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영화를 공개한 후 5월 25일 전세계 개봉한다. 시차로 인해 한국은 '전 세계 최초 개봉'이라는 프리미엄을 얻게 됐다.

'닥터 스크레인지2'와 '범죄도시2', '탑건:매버릭'이 잇따라 개봉하면서 극장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크다. 기대작의 개봉은 집순이였던 관객의 발길을 극장으로 움직이게 할 수 있다. 극장가가 활기를 띄면 극성수기인 여름 시장까지 그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 그래서 5월에 개봉하는 세 영화의 흥행 성적은 중요하다.

박찬욱

◆ 칸 경쟁작, 6월 잇따라 개봉…'칸 특수' 기대

6월에는 칸초청작들의 국내 개봉이 예정돼 있다. 올해 칸영화제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두 영화는 칸영화제 초청 소식과 함께 6월 국내 개봉을 고지했다. 6월 개봉을 확정한 것은 여름 시장에 내놓기에는 다소 경쟁력이 떨어지지만 여름으로 가는 초입인 6월 극장가를 공략하기는 좋다는 계산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5월 말까지 이어지는 칸영화제의 화제성을 국내 극장으로 고스란히 옮겨올 수도 있다.

박찬욱 감독은 2016년 칸 초청작인 '아가씨'를 그 해 6월 1일에 개봉시켜 전국 428만 명의 관객을 모은 바 있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의 영화를 6월에 개봉시켜 400만 이상의 관객을 모은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놀라울 수밖에 없는 성적이다. 칸느발 화제성과 스타 배우들의 활약, 거장의 연출력이라는 3박자가 어우러진 성공이었다.

'브로커' 강동원, 송강호와 12년 만에 다시 만났다…브로맨스에 거는 기대

'브로커'는 일본의 거장과 한국 대표 감독들이 만나 완성한 칸영화제 진출작이라는 점에서 국내 팬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2018년 '어느 가족'으로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고레에다 감독이 한국 대표 배우들과 함께한 영화로 칸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도 관심이 모아진다. 수상 여부와 상관없이 송강호, 강동원, 아이유가 주인공으로 활약하는 이 영화는 여름 블록버스터 못지않은 기대감을 자아낸다.

외화로는 '토이 스토리' 외전인 '버즈 라이트이어'와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이 6월에 출격한다. 이 작품 모두 국내에서 '흥행 불패' 신화를 거둔 시리즈들이다.

영화 토르

◆ 여름 성수기, 토종 텐트풀의 격전지…'토르4' 대항마

7~8월 여름 성수기는 전통적으로 토종 텐트풀의 격전지였다. 코로나19가 국내 영화계에 찬물을 끼얹었던 2021년과 2020년에도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2020)와 '모가디슈'(2021)가 각각 그해 여름의 승자가 됐다.

올해 여름에는 국내 3대 투자배급사의 텐트풀 영화들이 출격할 것으로 보인다. 토종 텐트폴 영화 중 가장 먼저 여름 개봉 선언을 한 작품은 김한민 감독의 신작 '한산:용의 출현'이다. 롯데엔터테인먼트가 투자배급하는 이 작품은 2014년 1,700만 흥행 신화를 쓴 '명량'의 속편이다. 이순신 장군의 3대 해전 중 가장 첫 번째 해전인 한산도 대첩을 그린 작품이다. 최민식에 이어 박해일이 이순신을 연기한다.

제작비 200억 대의 대작이다. '명량' 역시 당시로는 최고 수준인 15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이었지만 '한산'은 제작 규모가 훨씬 커졌다. '명량'이 해전을 다룬 CG에서 아쉬움을 노출했다면 '한산'은 발전된 기술력에 힘입어 업그레이드된 스펙터클을 만끽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동훈 감독의 신작 '외계+인'도 영등위 심의를 신청하며 개봉 준비에 돌입했다. '외계+인'은 고려 말 소문 속의 신검을 차지하려는 도사들과 외계인이 출몰하는 2021년 현재 사이에 시간의 문이 열리며 펼쳐지는 기상천외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류준열, 김우빈, 김태리, 소지섭, 염정아, 조우진, 김의성 등 초호화 캐스팅을 자랑한다.

이 작품은 '신과 함께' 시리즈처럼 1편과 2편을 동시 제작해 촬영을 모두 마쳤다. 1편의 흥행 성적이 2편의 개봉 일정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는 만큼 개봉 시기를 잡는데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비상

쇼박스의 '비상선언' 역시 여름 개봉이 예상된다. 한국 최초의 비행재난 영화인 '비상선언'은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등 국내 최고의 배우가 출연해 캐스팅에서는 어느 텐트풀 영화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은 경쟁력을 자랑한다. 지난해 칸영화제에 초청된 후 현지의 호평을 받았다.

'헌트'도 여름 시장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칸에 초청된 한국 영화 중 가장 규모가 큰 상업 영화인 데다 투자배급사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이 창립 이래 가장 많은 제작비인 200억 이상을 투입한 블록버스터 영화다. 국내 3사의 텐트폴 영화와 견주어도 화제성, 상업성에서 밀리지 않는 기대작이다.

할리우드산 대항마는 '토르:러브 앤 썬더'다. 마블 히어로 솔로 무비 중에는 유일하게 4편까지 나온 장수 시리즈다. 타이틀롤을 맡은 크리스 헴스워스가 여전한 스타성을 자랑하고 있으며 나탈리 포트만의 컴백, 크리스찬 베일의 합류도 팬들을 설레게 하는 요소다.

극장 스케치 코로나 이터널스

◆ 관객 돌아올까?…일말의 불안감은 여전

가장 먼저 '한산'의 여름 개봉을 고지한 롯데엔터테인먼트 측은 그 결정의 배경에 대해 "거리두기 해제로 극장 좌석 띄어앉기와 취식 제한이 풀렸다. 시장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 다른 대작들도 일제히 개봉을 준비하는 분위기다. 그리고 저희는 코로나19 시대였던 지난 2년 동안에도 '강철비2'와 '모가디슈'를 2020년, 2021년 여름 시장에 내놓았다. '명량'이 워낙 잘됐기에 '한산'에 대한 부담감이 있지만 좋은 영화라는 자신감이 있다"라고 전했다.

'외계+인'과 '비상선언'은 공식적으로 개봉 시기를 못박지 않았다. 내부적으로는 올 여름 개봉을 준비하고 있지만 거리두기 해제로 인한 변화를 지켜본 후 개봉일을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위드 코로나' 시대로 가는 것은 기정 사실이지만, 일말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무엇보다 오랜 기간을 극장을 떠났던 관객이 예전과 같은 수준으로 돌아올지는 알 수 없다.

한 영화관계자는 "약 3년간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관객들의 영화 관람 방식이 크게 바꼈다. TV로 영화를 보는 것이 편하고 익숙해져 버렸다. 굳이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려할까. 의문이 든다"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극장에서 영화를 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관객들은 '극장용 영화'에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것이다. 영화 관람이 데이트 코스이고, 레저 활동이었던 과거에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나 토종 텐트폴 영화 모두를 극장에서 소비했다. 그러나 최근 몇년간 외출 목적에 영화관 방문은 배제된 지 오래다. 마블 영화처럼 스크린 사이즈나 사운드가 중요한 영화를 제외하고는 굳이 극장에서 영화를 봐야할까라는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관객들이 많아졌다. 한국 대작의 경쟁력에 대한 관객 평가는 더욱 냉철해질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시장 회복의 바로미터는 5월 개봉하는 '닥터 스트레인지2'와 뒤이어 개봉할 영화들의 흥행 성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개봉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코로나19 시대 이후 처음으로 700만 흥행에 성공하며 극장가에 돌풍을 일으켰지만 이듬해 설 연휴에 개봉한 영화들이 그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했던 건 큰 아쉬움이었다. 이는 영화 자체의 상업성이나 경쟁력이 떨어졌던 탓도 적지 않았다.

다행히 5월부터 8월까지 개봉을 준비하는 영화들의 면면은 최근 3년간 가장 화려하다. 볼만한 영화들의 계속된 등장이 관객들의 관람 욕구 상승, 소비 방식의 변화까지 가져올지 지켜볼 일이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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