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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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스夜] '그알' 스토킹 피의자 '이석준→김병찬', 전조 증상 보였으나 살인 막지 못한 이유는?

김효정 에디터 작성 2022.01.02 03:30 수정 2022.01.02 15:58 조회 2,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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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알

[SBS연예뉴스 | 김효정 에디터] 스토킹 범죄로부터 피해자들을 보호할 방법은 무엇일까?

1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목숨 건 숨바꼭질 - 내 집 앞의 악마들'이라는 부제로 스토킹 범죄를 조명했다.

나리 씨는 인터넷에서 먹방을 하는 인터넷 방송인이다. 그는 종종 시청자들과 오프라인에서 만나고 간혹 함께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제작진들에게 도움을 요청해왔다. 나리 씨의 방송을 즐기는 박 씨가 오프라인 만남 후 사적으로 연락을 하거나 기이한 행동들을 해왔다는 것. 알려지지 않은 개인 휴대전화로 메시지를 보내오거나 나리 씨의 집 주변을 맴돌며 나리 씨를 불안하게 한 것.

이에 경찰에 신고를 한 나리 씨. 하지만 박 씨는 스토킹에 대해 추궁하자 벌금을 내면 되는 것 아니냐며 적반하장으로 굴었다. 경찰 신고 후에는 자신의 SNS 상태 메시지나 나리 씨의 지인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나리 씨를 압박했다.

결국 나리 씨는 목숨을 걸고 자신을 위협하는 박 씨에 대한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경찰은 "일어나지 않은 일은 처벌할 수 없다"라는 입장, 이에 가해자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피해자가 가해자의 위협 사실을 증명해야만 가능하기에 어쩔 수 없이 피해자인 나리 씨가 직접 나선 것이었다.

결국 결정적인 증거가 제출됐고, 이에 법원은 박 씨에 대해 2달간의 접근 금지 명령을 내렸다. 그런데 박 씨는 접근 금지 상태에서 나리 씨의 근처에 일부러 찾아왔고, 이에 박 씨에게는 스토킹 처벌법 잠정 조치 위반으로 10일간의 구금이 명해졌다.

그러나 그는 그런 상황에서도 자신의 SNS 상태 메시지에 "방에 카메라 있는 건 모르네"라며 피해자를 조롱하고 위협하는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이에 제작진은 수소문 끝에 박 씨의 집을 찾아냈고, 그와 직접 대화를 나눴다. 순순히 취재진을 따라나서는 박 씨는 자신의 집을 어떻게 찾았는지 먼저 물었다. 그럼에도 나리 씨 집을 찾아간 이유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특히 본인의 행동이 스토킹이 아니냐는 물음에 "벌금 내면 되지 않냐"라고 말했다.

제작진의 방문에 언짢아하는 박 씨. 그런데 나리 씨가 목격했던 그의 차량 번호판이 바뀐 것이 포착되어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박 씨는 제작진을 경찰에 주거 침입으로 신고하며 불쾌함을 드러냈다.

불행 중 다행인지 나리 씨의 경우에는 박 씨가 한번 더 접근할 경우 형사 처벌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피해자는 가해자가 처벌을 받으면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배우 곽진영은 4년 간 스토킹에 시달렸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팬으로 접근한 가해자는 어느 순간 그에게 집착을 드러냈고, 이런 행동에 곽진영이 전화와 문자를 차단하자 가해자는 1원씩 계좌 이체를 하며 협박과 비방 메시지를 보냈다.

또한 문을 열어주지 않자 곽진영이 사는 인근에 와서 고성방가를 하며 괴롭히는 일이 빈번했다. 스토킹 처벌법 시행 전 민사로 접근 금지 요청을 하자 가해자는 1인 시위를 하며 피해자에 대한 괴롭힘을 계속했다.

결국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했던 피해자 곽진영. 그는 심한 우울증으로 최근까지도 정신과 치료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가해자 김 씨는 정보통신망법 위반, 주거 침입, 명예 훼손 등의 혐의로 구속되어 재판에 넘겨진 상태였다.

그런데 가해자는 구치소에서까지 곽진영을 협박하는 16장 장문의 협박 편지를 보내 그를 위협했다.

보복이 두렵냐는 질문에 곽진영은 "당연하죠. 지금도 겁난다. 저 안에 있으면서 날 어떻게 망가뜨리고 날 해코지할까 무섭다"라고 괴로워했다.

정신과 전문가는 "스토킹 피해자들에게는 안정감을 침해받았다는 게 가장 큰 고통이다. 그들에게는 안전한 장소가 없다. 어디엔가 가해자가 나를 해할 뭔가를 해놓았을지 모른다는 불안에 시달리고 그 불안감이 심해지다 보면 PTSD가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서울, 35살 김병찬, 여자 친구를 스토킹 하다가 살해했다.

피해자인 여자 친구는 김병찬에 대해 4번의 신고를 했고 잠정조치 처분이 내려졌다. 그러나 가장 강력한 구속이나 구금이 이뤄지는 잠정조치 4호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얼마 후 김병찬은 여자 친구를 잔혹하게 살해한 것.

현재 법상으로는 긴급 응급조치를 가해자가 어기더라도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이에 가해자들은 처벌을 그다지 두려워하지 않았다.

해외의 경우는 국내와 달랐다. 영국의 경우 첫 번째 기회에 긴급 체포가 이뤄지고 약식 기소가 되면 1년형, 정식 재판 회부되면 5년형을 받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첫 번째 기회가 오기도 전에 비극이 닥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지난해 12월 신 씨의 아내는 괴한에 의해 살해당했다. 특히 당시 아내와 있던 초등학생 아들은 큰 부상까지 입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 범행을 저지른 괴한은 바로 신 씨의 딸과 과거 동거를 했던 26세 이석준.

이 사건에 신 씨는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라며 괴로워했다. 사건 발생 5일 전 신 씨의 딸은 이석준에게 이별을 통보했다. 이에 격분한 이석준은 신 씨의 딸을 폭행했고, 성폭력까지 저질렀다. 또한 외부와의 연락을 차단하기 위해 휴대폰까지 파손시켰다.

그리고 자신의 부모님에게 인사를 시켜 드리겠다며 신 씨의 딸을 대구로 데리고 갔고, 그 상황에서 신 씨의 딸은 컴퓨터 채팅방에 들어가서 친구에게 급히 연락을 했고, 이 소식을 접한 신 씨가 이석준을 경찰에 신고했다.

신 씨의 딸은 이석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주장하며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이석준은 합의하의 관계라고 주장했다. 결국 경찰은 이석준을 잡아 둘 명분이 없다며 그를 풀어줬고, 이에 신 씨는 딸의 신변보호 요청을 했다. 그러나 불과 4일 후 아내가 참변을 당한 것이다.

경찰은 "증거 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없었고 살인은 생각도 못했다"라며 당시 이석준을 훈방 조치한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경찰은 이석준의 주거 관할지로 이관된 사건이 넘겨받은 기록을 검토하느라 늦었다고 했다. 사건 발생 전까지 이석준은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었던 것이었다.

이석준은 사건 전 성폭행 전문 변호사를 만나 상담하고 친구들에게 요리를 해주겠다며 칼을 챙겨 집을 나섰다. 그리고 사건 이전까지 자신의 행적에 대해 지인들에게 거짓말을 했다.

특히 범행 이틀 전 친구를 만났다고 했으나 당시 그는 신 씨의 집 주변을 헤매고 있었다. 하지만 정확한 주소를 알지 못해 돌아온 그는 흥신소에 신 씨의 집 주소 알아달라고 의뢰하고 40분 만에 주소를 받았고 곧바로 범행을 저질렀다.

스토킹 범죄의 피해자가 바라는 것은 소박하게도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피해자들 중 누구도 이런 소박한 꿈을 쉽게 이룬 사람은 없었다.

신상 공개 제도 시행 11년 만에 지난해는 가장 많은 숫자인 10명의 피의자 신상이 공개됐다. 그런데 이 중 절반은 스토킹 살인, 교제 혹은 보복 살인 피의자였다. 그리고 공통적으로 사건 발생 이전에 명백한 전조 증상들을 보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범죄는 막지 못했다. 만약 사건 발생 전 이들에 대한 능동적인 감시와 엄중한 조치가 있었다면 결과는 다르지 않았을까?

미국 몇몇 주의 경우 가해자를 능동적으로 감시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이는 피해자 보호 차원에서 피해자 본인이나 수사 기관이 알 수 있는 취지에서 시행 중인 것이었다. 우리 또한 피해자의 억울한 죽음을 막기 위해 이런 방안을 고민해 볼 때인 것 같다.

2021년 10월 스토킹 처벌법 첫 시행 이후 스토킹 피해 신고 건수는 하루 평균 100건 이상으로 시행 전 4배 이상의 수치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많은 피해자들의 안전을 효과적으로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경찰은 최근 현장 대응력 강화 종합 대책으로 폭력에 수반된 스토킹 관련 사건을 즉시 수사에 착수하고 가해자와의 분리를 위해 긴급 응급조치와 잠정 조치도 적극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긴급 응급조치 위반에 따른 과태료 규정을 형사 처벌로 변경해야 한다며 조속한 법 개정을 촉구했다.

경찰의 이런 노력과 함께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피해자를 완벽하게 보호하기 위해서는 가해자를 더욱 두렵게 만드는 것. 방송은 스토킹 처벌법을 어렵게 시행한 것처럼 우리는 반드시 답을 찾아낼 것이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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