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영화 스크린 현장

봉준호 "화성연쇄살인사건 진범, '살인의 추억' 보고 재미없다 했다더라"

김지혜 기자 작성 2021.07.08 13:23 수정 2021.07.08 13:25 조회 1,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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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봉준호 감독이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살인의 추억'에 대해 언급하며 최근 잡힌 범인에 관한 생각을 밝혔다.

봉준호 감독은 7일(현지시간) 제74회 칸 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칸에서 랑데부 아베크(Rendez-vous Avec) 행사에 참석했다. 랑데부 아베크는 여섯 명의 감독, 배우들과 함께 그들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행사다.

이날 행사에서 봉준호 감독은 자신의 작품 세계와 연출관 신작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특히 '살인의 추억'에 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살인의 추억

'살인의 추억'은 2003년도에 개봉한 영화로 봉준호 감독의 2번째 연출작이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이 작품은 그 해 대부분의 영화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받으며 봉준호를 특급 감독 대열에 올려놓은 수작이다.

봉준호 감독은 실화를 소재로 한 '살인의 추억'에 대해 "실제 사건은 1980년대 말에 한국 군사독재가 끝나지 않았을 시점에 벌어진 연쇄살인사건이다"라며 "미제 사건으로 남았고, 2002년에도 범인을 모르는 상태에서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전했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은 1986~1991년까지 경기도 화성시에서 10명의 부녀자가 강간·살해당한 사건으로 '살인의 추억'의 모티브가 됐다.

봉준호 감독은 "1986년에 첫 사건이 나왔고 2003년에 영화가 개봉해서 17년 정도의 텀(기간)이 있었다. 영화를 2002년에 찍고 2003년에 개봉하고 2019년에 범인이 잡혔는데 또 한 16년 정도의 텀이 있었다. 기묘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용의자가 특정됐다는) 그 기사가 나온 날 저도 마음이 심적으로 복잡했다"고 회상했다.

봉준호 감독은 "시나리오를 쓸 때 그 사람의 실제 얼굴을 보고 싶었다. 이런 끔찍한, 이런 일을 저지르는 사람은 도대체 어떤 눈과 어떤 눈빛을 가진 사람일까 궁금했다"면서 "영화에도 그 범인의 얼굴에 관한 얘기가 계속 나온다. 그 얼굴을 마침내 2019년에 '기생충'이 칸 국제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해, 그 해에 보게 된 것"이라고 털어놨다.

살인의 추억

봉준호 감독은 시나리오를 쓸 당시를 떠올리며 "(진범을) 계속 생각했다, 꿈에도 나오고 그랬다"며 "만일 그 사람을 만나게 되면 묻고 싶은 질문 리스트를 가지고 다니기도 했다, 그때는 워낙 심하게 사로잡혀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 자가 지금 한국 감옥에 있는데 만나보고 싶은 생각도 잠깐 했는데, 만나보고 싶진 않더라"고 덧붙였다.

이춘재가 '살인의 추억'을 봤는가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봉준호는 "여러 가지 루머들이 있었다. '감옥에서 영화를 세 번 봤다'는 이야기도 있고. 최근에 경찰에서 말한 걸 보면 영화를 봤는데 별 관심 없고 재미없었다고 했다더라"고 전했다.

형사 박두만(송강호 분)이 카메라를 응시하며 끝나는 영화의 엔딩에 대해서는 "일부러 그렇게 찍었다"면서 "혹시 범인이 극장에 와서 영화를 본다면 (사건을 해결하지 못해)한 맺힌 형사와 범인의 눈이 마주치게끔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2019년 칸영화제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은 올해 영화제 개막식에 깜짝 등장해 개막 선언을 했다. 뿐만 아니라 이튿날 열린 랑데부 아베크 행사에도 참여해 관객과 만나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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