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금)

영화 스크린 현장

"시네마는 멈춘 적 없다"…봉준호 감독이 일깨운 영화·영화제의 의미

김지혜 기자 작성 2021.07.07 10:43 수정 2021.07.07 11:08 조회 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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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봉준호 감독이 제74회 칸영화제 막을 열었다.

봉준호 감독은 6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의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제74회 칸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해 미국 배우 조디 포스터, 스페인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 미국 스파이크 리 감독 등과 한 무대에 섰다.

이들은 각자 자국어로 칸영화제 개막을 선포했다. 봉준호 감독은 "메르시, 땡큐, 감사합니다"며 3개 국어로 인사한 뒤 한국어로 "(개막을) 선언합니다"라고 외쳤다.

칸

깜짝 참석에 대해 봉준호 감독은 "집에서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데 갑자기 티에리 프레모가 연락을 줘서 오게 됐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이번 페스티벌 오프닝을 선언해 달라고 하기에 '왜 제가'라고 질문을 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봉준호 "작년에 안타깝게도 코로나로 인해서 영화제가 열리지 못해 모이지 못했기 때문에 영화제가 끊어졌는데 연결을 해달라고 말씀을 해 주셨다. '기생충'이 그 마지막 영화였기 때문에 제가 그 임무를 맡게 된 것 같다"고 겸손하게 설명했다.

이어 객석을 가득 메운 세계의 영화인들을 향해 "오늘 와서 여러분이 모여있는 모습을 보니까 영화제가 끊어졌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며 "영화제는 멈춘 적이 있을지라도 영화는, 시네마는 멈춘 적이 없다는 느낌이 듭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봉준호

봉준호 감독은 "뤼미에르 형제의 영화에서 열차가 달린 이후로 지구 상에서 영화는 한 번도 멈춘 적이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이신 위대한 필름메이커, 아티스트들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영어로 이야기해야 해 죄송하다"면서 "어쨌든 여러분들과 함께해 굉장히 행복하다"는 영어 인사로 개막 선언을 마무리했다. 객석에 자리한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로 봉준호 감독의 의미 있는 말에 응답했다.

칸영화제가 봉준호 감독에게 개막식 참석을 요청한 것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창궐하기 전 열린 영화제의 황금종려상 수상자이기 때문이다. 2019년 '기생충'은 제72회 칸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최초로 그랑프리를 받았다. 이를 시작으로 2020년 3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포함해 4개 부문을 휩쓸며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켰다.

봉준호

이후 누구도 생각지 못한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덮쳤다. 칸영화제도 직격타를 맞았다. 해마다 5월 열렸던 영화제가 지난해에는 개최되지 못한 것. 몇 차례 일정을 연기하며 개최를 모색해봤지만 코로나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결국 초청작을 발표하는 것으로 지난해 행사를 건너뛰어야 했다.

2년 만에 열린 행사인 만큼 영화의 소중함과 영화제의 의미를 일깨우는 의미 있는 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끝에 봉준호 감독을 초청한 것으로 보인다. 봉준호 감독은 시나리오 작업 중에 맡은 칸영화제 측 연락에 주저함 없이 비행기에 몸을 실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개막식에는 봉준호 감독의 페르소나이자 '기생충'의 또 다른 주역 송강호도 심사위원 자격으로 참석했다.

칸

칸영화제는 17일까지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에서 열린다. 개막작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거장 레오 카락스 감독의 '아네트'다. 올해는 24편의 영화가 황금종려상을 두고 경쟁한다. 심사위원장은 미국 영화감독 스파이크 리가 맡았으며, 송강호는 심사위원으로 활약한다.

한국영화는 경쟁 부문 초청을 받지 못했지만 세 편의 영화가 공식 초청을 받았다. 홍상수 감독 '당신 얼굴 앞에서'가 칸 프리미어 부문에, 한재림 감독 '비상선언'이 비경쟁 부문에, 윤대원 감독 '매미'가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 각각 초청돼 상영될 예정이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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