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금)

영화 스크린 현장

[빅픽처] 김혜수의 밥정

김지혜 기자 작성 2020.11.09 10:27 수정 2020.11.09 10:58 조회 3,0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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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수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연예인들의 연예인'으로 불리는 김혜수도 인간관계는 어렵다. 후배들이 동경하는 선배로 꼽히지만 섣불리 다가가기 힘든 아우라를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반대로 김혜수의 입장에서는 좋아하는 후배에게 다가가는 게 쉽지 않은 일이었다.

최근 김혜수의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후배들과 교류하는 부쩍 늘었다는 점이다. 연기 활동 외 사적인 영역이 거의 알려지지 않은 배우기에 동료들과 함께 보내는 여가 시간이 특별해 보이기까지 한다.

영화 '내가 죽던 날' 개봉을 앞두고 만난 김혜수는 이와 관련한 진솔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배우들은 작품에서 만나야 인연이 시작되잖아요. 그런데 한 작품에서 만나기가 쉽지 않아요. 사적으로 다가가기엔 서로 어렵고 조심스러운 데가 있고요. 마냥 내가 좋다고 해서 되는 건 아니거든요. 그래서인지 동료들에 대한 애정이 있음에도 사적인 관계는 없어요. 제가 동료들에게 다시 인식하게 된 계기가 있어요. 20대 후반에 진행했던 토크쇼였어요."

김혜수는 지난 1998년부터 2000년까지 2년간 SBS '김혜수 플러스 유'라는 토크쇼를 진행한 바 있다.

김혜수

"배우를 포함한 여러 분야의 스타들을 만났어요. 그때 굉장히 많은 걸 배우고 느꼈죠. 프로그램을 위해 만난 자리지만 얘기를 하다 보면 굉장히 많은 말을 하게 되거든요. 그 많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최종적으로는 나를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선입견 없이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어릴 때부터 했지만 '내가 왜 이렇게 많은 선입견을 갖게 됐지?'라는 생각이요. 그때 업계 동료들에 대한 진짜 애정을 품게 됐던 것 같아요. 같이 일하니까 동료 말고 진짜 동료로요. 그때 만난 배우들과 '우리 나중에 밥이나 먹어요"하다가 정말 밥을 먹으면서 친해졌어요."

실제로 김혜수는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 배우로 알려져 있다. 그야말로 동료들과 밥 먹으면서 쌓은 '밥정'이라고 볼 수 있다.

가교 역할을 했던 방송도 있었다. SBS '잘 먹고 잘 사는 법, 식사하셨어요'라는 프로그램이었다. 연말에 출연자들이 모여 김장을 담그는 자리에서 구체적인 모임 일정을 잡기 시작했던 것. 그렇게 동료들과 친목을 다지면서 서로에게 다가가고 다가오는 것에 대한 마음을 열게 됐다.

김혜수

"나이에 상관없이 친구가 됐어요. 나와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을 마음으로 얻은 게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게 되니 그 이후부터 마음을 표현하는 게 쉬워지더라고요. 그게 나를 바꾼 일상적이고 소중한 사건 중 하나예요. 자주 만나지는 못해도 1년에 몇 번씩은 만나요. 아니면 연락이라도 꾸준히 하고요. 다 같은 마음일 거예요."

같은 일을 하고 같은 지향을 가진 동료들과의 교감을 나누는 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개인에게도 큰 힘이 된다. 김혜수는 이를 자신의 삶을 바꾼 소중한 사건이라고 표현했다.

"어떤 사람들은 '여배우들끼리 모이면 서로 의식하고 좀 그렇지 않아?'라고 묻기도 하는데 아녜요. 이 사람도 나 같고, 저 사람도 나같이 서로를 생각해요. 소소하고 일상적인 대화들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몰라요. 별거 아니지만 서로 응원해주거든요. 그게 하루하루를 버티는 힘이 돼요. 뒤늦게 수다 떠는 재미를 알게 돼서 얼마나 떠는지 몰라요. 다들 너무 고맙고, 예뻐요. 참 보면 각자 배우로서 색깔이 있고 저력이 있는데 하나같이 순수하고 소박하거든요. 자신들의 약한 면도 공유하고, 서로의 상처 이야기도 하고. 무엇보다 같은 일을 하는 사람만이 아는 연대감 같은 게 느껴져서 좋아요."

김혜수

김혜수는 연기 잘하는 후배들의 리스트를 만들어 놓고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는 고백을 한 바 있다. 단순히 기특하고 예뻐서가 아니라 같은 일을 하는 배우로서 동기를 부여받고 배울 점을 찾는 과정의 일환일 것이다.

경력에 비해 발전이 늦었다고 말하는 이 겸손한 배우는 동료들과의 교감 속에서 지금도 배울 점을 찾으며 내면의 성숙을 이뤄내고 있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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