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금)

방송 프로그램 리뷰

[스브스夜] 'SBS스페셜' 어디에나 있지만 아무도 관심없는 이름 없는 '길고양이'…'파란만장 묘생' 조명

김효정 에디터 작성 2020.11.09 00:57 수정 2020.11.09 09:04 조회 812
기사 인쇄하기
스페셜

[SBS연예뉴스 | 김효정 에디터] 길고양이에 대해 아시나요?

8일에 방송된 SBS 스페셜에서는 '길고양이K'라는 부제로 각자도생 파란만장 길고양이들의 묘생을 조명했다.

길고양이 100만 시대, 그러나 길고양이들의 현실은 참혹하기만 했다. 최근 3년간 로드킬로 사망한 고양이만 11만 마리에 달했고, 생존에 취약한 새끼들은 50%가 생후 한 달을 채 못 넘기고 사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골목 깊숙한 담벼락에서 밤이 깊어지기만 기다리는 길고양이들. 이들에게 사람은 최고의 경계 대상이다. 숨죽이고 없는 척해야만 한다. 사람들이 모두 사라지고 드디어 길고양이의 시간이 찾아온다.

세운상가 입구에 살고 있는 새끼 고양이 4형제. 사람도 차도 많은 이 곳은 길고양이들이 살기에는 너무도 위험한 곳. 이에 막내는 꼼짝 않고 숨어있다. 그러나 이러한 두려움을 이기는 것은 배고픔이었다.

고양이들은 냄새로 먹이를 찾아냈다.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 속을 뒤져서 먹어야만 살 수 있는 고양이들. 2일 이상의 공복 상태는 치명적이라 쓰레기를 뒤져서라도 먹을 것을 찾아 먹어야 했던 것.

사방이 위험에 직면해 있지만 영역 경쟁에서 밀린 새끼들에게는 갈 곳이 더 이상 없었다. 어미들의 보살핌이 반드시 필요한 새끼 고양이들. 하지만 며칠 전부터 어미 고양이는 모습을 감췄다.

인간과 고양이를 함께 품어주고 함께 숨 쉬는 특별한 공간도 있었다. 바로 '창경궁'의 궁냥이 들. 창경궁 대온실에는 태어난 지 1달도 안 된 새끼 고양이 두 마리가 살고 있었다. 그리고 이들의 곁에는 어미 고양이가 함께 했다.

그런데 새끼 고양이 중 한 녀석은 아직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있었다. 울음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그리고 그런 새끼가 안쓰러운 어미는 핥고 또 핥아주며 부디 무사히 살아남길 빌었다.

길고양이의 세계에도 영역은 존재했고 질서가 존재했다. 힘이 약한 고양이는 먹이 순서를 기다려야 했고 길 위의 질서는 모두 먹이에서 비롯되었다. 아픈 고양이는 가장 마지막이었다. 오늘 먹지 못하면 내일은 기약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길고양이 평균 수명은 3년으로 집 고양이의 평균 수명 15년에 비해 유독 짧았다. 이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질병의 위험에 더 노출되기 때문이었다.

세운 상가의 일인자 고양이는 덩치부터 남달랐다. 먹이가 부족하기 때문에 영역 싸움이 더욱 중요한 길고양이들에게 일인자 녀석은 무서운 존재로 일인자의 영역을 침범했다가는 호된 대가를 치러야 했다. 그런데 이를 모르고 새끼 고양이들이 일인자의 영역에서 누군가가 준 먹이를 먹고 있었다. 그리고 이때 일인자 고양이가 등장했다.

모두가 긴장한 순간 일인자 고양이는 자신의 영역만 다시 표시하고는 사라졌다. 그리고 새끼 고양이들은 일인자 고양이를 따라나서며 묘한 동행이 이어졌다. 그러다 낯선 곳에서 길을 잃은 새끼 고양이들.

이에 이 구역의 고양이들이 몰려왔다. 이때 눈치 빠른 녀석은 도망을 갔지만 막내는 빠져나오지 못하고 궁지로 몰렸다. 이 구역 고양이들은 막내에게 공격을 퍼부었지만 막내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 막내를 지켜보던 녀석이 사라지고. 다른 고양이들도 모두 사라지자 막내는 무사히 탈출했다. 하지만 막내는 이렇게 길 위의 가혹한 삶을 실감했을 것.

창경궁의 오후, 어미 고양이는 먹이 찾아 나섰다. 길양이들은 평균 3-4마리의 새끼를 낳지만 성묘로 생존 가능성 20% 정도에 불과했다. 이에 대온실 어미도 아픈 새끼가 마음이 쓰여 누군가가 떨어뜨린 햄을 가지고 왔다. 하지만 아픈 아이는 통 먹지 못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창경궁에도 영역 다툼은 치열했다. 서열 1위 수컷 고양이는 기세 등등했다. 이 수컷은 매일같이 영역을 돌고 다른 수컷을 만나면 몸집을 부풀려 상대를 제압했다. 그리고 일인자의 자리를 넘보는 젊은 수컷이 등장했다.

일인자와 젊은 수컷의 영역 다툼. 이는 마치 인간들의 권력 다툼을 보는 듯했다. 그리고 이 싸움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결국 서로 물러나며 마무리된 오늘의 싸움.

인간의 시간 동안 세운 상가 길고양이들은 사람의 눈을 피해 아슬아슬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이들이 쉬고 있는 곳은 바로 건물의 지붕이었다. 지붕 위에서도 길고양이들은 영역과 질서를 지키며 살아갔다.

인간이 두려워 지붕 위의 삶을 선택했지만 길고양이들은 인간을 떠나서는 살 수 없었다. 사냥 능력을 잃은 지는 오래되었고 도시에서의 생존은 사람 없이는 불가능했다. 이것이 바로 인간 곁에 길고양이들이 머무는 이유였다.

형체도 없이 사라져 간 건물의 잔해 속에도 길고양이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집은 부서지고 사람들은 모두 떠났지만 영역 동물인 길고양이들은 자신들의 영역을 떠날 수 없는 것.

전남 고흥 애도에는 고양이만 약 40마리 살고 있었다. 그리고 곳곳에 화석처럼 남은 고양이 발자국도 빈번하게 볼 수 있었다. 마을 제사 때 동물이 짖으면 부정을 탄다고 해서 어떤 가축도 키우지 않았다는데 유일하게 허락된 동물이 길고양이였다.

길고양이와 주민들의 동거는 섬의 일상이었다. 아침밥 냄새를 맡은 고양이들이 한 곳으로 모였다. 먹을 것이 풍족하니 싸울 필요도 없고 배가 고프면 밥을 달라고 조르기도 했다. 삼시세끼 길고양이들도 밥을 먹었다.

이 섬의 까칠한 골목대장 암컷 가인이는 이 섬의 고양이들 중 유일하게 이름이 있었다. 트로트 가수 송가인의 이름을 따서 붙은 이름이다. 가인이가 이 섬에 나타난 것은 장미꽃이 필 무렵이었다. 이 섬에서만 나고 자란 고양이들은 대부분이 근친 교배라 꼬리가 짧았다. 그런데 이들 사이로 긴 꼬리의 이방인 가인이가 나타난 것.

가인이는 외모부터 성격까지 모든 것이 다른 섬 고양이들과 달랐다. 유독 할머니 곁에 머물기를 좋아하는 가인이는 사람과 친해지지 못하는 길고양이들과 달랐다. 이러한 모습은 가인이가 사람들의 손에서 길러지다가 이 곳까지 온 것은 아닐까? 그리고 다른 고양이들을 내쫓는 것은 영역도 공유해야 하는 길 위의 삶을 살아 본 적이 없어서일지도 모른다.

창경궁 대온실 새끼 고양이들은 엄마 껌딱지였다. 그중 한 녀석은 나무 타기 연습에 푹 빠졌다. 그러나 여전히 아픈 녀석은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눈도 뜨지 못했다.

세운 상가 새끼 고양이들은 여전히 쓰레기 더미를 뒤지고 있었다. 그리고 다행히 누군가가 두고 간 사료가 있으면 그것으로 배를 채웠다. 그런데 항상 함께 했던 녀석 들 중 한 녀석이 보이지 않았다. 누군가가 고양이 별에 돌아갔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줬다. 이름도 없이 사라져 간 또 한 마리의 길고양이였던 것.

창경궁 직원들이 분주하게 대온실로 향했다. 새끼 고양이가 결국 버텨내지 못하고 짧았던 묘생을 마무리했다. 사람들이 떠나자 어미는 아픈 새끼가 있던 자리를 들여다봤다.

그러나 살아남은 새끼 고양이는 하루가 다르게 또 커가고 있었다. 그리고 어미도 이 녀석과 함께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하나뿐인 새끼 고양이에게 길 위에서 살아남는 법을 가르칠 것이다. 지금 어미에게는 죽은 새끼에 대한 슬픔보다는 남은 새끼의 내일이 더 간절하기 때문이다.

어디에나 있지만 아무도 관심 없는 이름 없는 생명들, 여전히 길 위에는 길고양이 K들이 존재한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광고 영역
광고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