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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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수다] '만추', 헤이즈의 진솔한 위로

작성 2019.10.18 15:14 수정 2019.10.18 17:47 조회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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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즈

[SBS연예뉴스 | 강수지 기자] "낙엽이 다 떨어지면 나무가 앙상해지고 추운 겨울이 오지만 그걸 지나야 따뜻해지고 꽃도 피고 나무도 풍성해지는 봄이 온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 여러 힘든 일들이 다 더 나은 것을 위한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떨어지는 낙엽도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어요."

옷깃을 여미게 되는 늦가을, 쌀쌀해진 공기와 쓸쓸해진 마음을 헤이즈(본명 장다혜·28)의 음악이 위로한다.

헤이즈는 지난 13일 다섯 번째 미니앨범 '만추'를 발매했다. 더블 타이틀곡 '떨어지는 낙엽까지도'와 '만추'를 비롯해 가을 분위기를 흠뻑 느낄 수 있는 6곡이 앨범에 수록됐다.

앨범 발매 이틀 전 서울 마포구 연남동 한 카페에서 헤이즈를 만났다. 매 앨범 개성 있는 스타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헤이즈다. 이날은 갈색 긴 생머리에 검은색 재킷을 착용하는 등 부드러운 분위기로 취재진을 맞았다. 소탈하고, 애교 있는 성격의 그가 자연스러운 느낌의 스타일링을 만나니 편안한 분위기는 배가 됐다.

헤이즈는 이번 앨범을 준비하며 "콘셉트가 없는 게 콘셉트였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고 한다. 빈티지 의상을 입고 뮤직비디오를 촬영했고, 메이크업도 자연스럽게 했으며, 헤어 색상도 톤다운을 했다.

날씨 중에는 비 오는 날씨를, 계절 중에는 가을을 가장 좋아하는 헤이즈는 가을에 대한 주제로 꼭 앨범을 만들겠다고 다짐해왔다. 자연으로부터 곡의 영감을 많이 받는다는 헤이즈다. 그는 떨어지는 낙엽을 보면서 첫 번째 타이틀곡 '떨어지는 낙엽들까지도'에 대한 영감을 받았고, 차츰 이번 앨범을 완성했다. 두 번째 타이틀곡 '만추'는 만들어진지 한 달도 안 된 가장 따끈따끈한 곡으로, 뒤늦게 타이틀곡으로 선정됐다. 주로 경험담을 소재로 곡을 쓰는 헤이즈는 '만추'에 아픈 이별 경험을 고스란히 녹여냈다.

헤이즈

'금방이라도 울 것만 같은/저 하늘도 훌훌 털어내고/아프도록 시린 겨울날도/실은 봄을 향해 달려가죠/…떨어지는 낙엽까지도/멀어져 가는 저 새들도/스쳐 지나가는 흩어져 가는/뒷모습까지도' - '떨어지는 낙엽까지도' 中

"사람들에게 보통 가을은 쓸쓸하고 외로운 느낌인 것 같아요. 낙엽이 떨어지는 것도 슬픈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고요. 저 또한 가을의 풍경을 보고 긍정적인 기운이 크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왔는데 어느 날 낙엽을 보면서 이 과정을 지나야 봄이 오는 것처럼 모든 일이 더 나은 것을 위한 과정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 생각으로 첫 번째 타이틀곡 '떨어지는 낙엽까지도'를 만들었습니다."

'이제 일어나서 각자의 길을 가자/너를 기다릴 그 사람에게 어서 가 봐/맘도 여린 네가 참 많이 힘들었겠다/야윈 얼굴 좀 봐 거짓말 같아/…미안한 마음 같은 건 잊고 살아/내 차가웠던 마지막 모습만 기억해/…너무 추워지기 전에 잘 됐어/내가 널 미워하려 안간힘을 써 봐도/절대 안 되는 것처럼/나를 다시 사랑할 수 없겠지' - '만추' 中

"두 번째 타이틀곡 '만추'는 제 경험담을 담은 곡이에요. 너무 착했고, 저를 너무 사랑해줬던 오랜 연인에게서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게 됐어요. 분명히 다른 사람이 생겼다든지 저에게서 마음이 떠난 상황이었죠. 정말 착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도리어 저는 '얼마나 힘들까. 살도 빠진 것 같고, 마음고생을 많이 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 친구가 이렇게 된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고, 제가 잘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제가 정말 바빠서 한 두 달 소홀하게 대했던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구나. 그가 저를 떠나갈 때 미안하지 않게 제가 차갑게 돌아서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결국 제가 생각했던 게 사실이었더라고요."

"곡을 쓰면서, '너무 추워지기 전이라서 다행이다. 아프도록 시린 겨울이었으면 더 힘들었을 것 같은데 차라리 마음 추스를 시간이 있어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했죠. 지금도 생각하면 너무 슬퍼요. 곡을 쓸 때도 많이 울었고요, 녹음할 때도 녹음실에서 너무 슬퍼서 녹음을 중단하기도 했어요. 1절은 눈물을 흘리면서 불렀고, 후렴구는 진짜 울면서 불렀어요. 다시 녹음하니 그 감정이 안 살아나서 가이드 보컬 녹음본을 그대로 쓰게 됐어요. 코러스 보컬까지 다요. 슬프지만 정말 사랑하는 곡이 될 것 같아요. 이번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이에요."

헤이즈

헤이즈는 '가을'이라는 키워드에 맞게 1번~6번 트랙을 의도적으로 배열했다. 각 곡의 가사도 '낙엽', '추워지기 전에 잘 됐어', '얼고 있어' 등 계절에 흐름에 맞게 이어진다. 네 번째 트랙 'DAUM'에 피처링으로 참여한 콜드의 이름도 겨울을 연상시켜 이 또한 의도한 것이냐고 묻자 헤이즈는 몹시 놀라워했다. 그는 기자의 손을 잡고 "생각하지 못했다. 콜드 씨 이름이 차갑지만 따뜻한 음색을 가져서 가을과 겨울 사이에 어울린다고 생각해 함께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트랙에 수록된 연주곡 'missed call'은 '만추'의 가사 속 인물에게 전달하는 '영원히 끝났다'라는 메시지가 담겼다.

과거 '그러니까'에서 함께한 또 한 번 호흡을 맞춘 콜드 외에도, 쟁쟁한 뮤지션들이 이번 앨범에 참여해 앨범을 풍성하게 했다. 헤이즈와 함께 '음원 강자'로 꼽히는 감각적인 싱어송라이터 크러쉬가 '만추'에 피처링으로 나섰다. '얼고 있어'는 전작 '위 돈 톡 투게더(We don't talk together)'를 피처링한 기리보이가 프로듀싱에 참여했다.

"'만추' 곡을 쓰고 나서 가사 속 남자 주인공의 이미지와 적합한 보컬이 필요했죠. 음색도 이미지도 크러쉬 씨가 어울릴 것 같더라고요. 개인적인 친분은 없었어요(웃음). 협업 요청을 드렸는데 곡을 듣고 바로 승낙을 해주셨고, 회사 간의 피드백도 빨랐죠. 곡도 이틀 만에 바로 만들어서 보내주셨어요. 덕분에 여유 있게 앨범 작업 마무리를 했죠. 콜드 씨도 빠르게 피드백해주셨고요. 피처링해주신 분들이 다들 '나이스'했던 것 같아요."

"'얼고 있어'는 기리보이 씨가 저에게 선물로 주신 곡이에요. 여러 곡을 선물해 주셨는데 그중 하나죠. 후렴만 제가 짰고, 이번 앨범과 너무 잘 어울려서 수록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후렴을 쓰면서 기리보이 씨의 목소리가 코러스로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코러스도 부탁드렸네요. 다음 앨범에서 차차 기리보이 씨에게 선물 받은 곡들을 들려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헤이즈

헤이즈는 지난 4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월간 리메이크 프로젝트 '다혜의 리메이크'를 론칭했다. 미니홈피 '싸이월드' BGM을 콘셉트로 하고 있으며,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의 곡들을 헤이즈의 감성으로 새롭게 재탄생시켜 나간다. 세 번째 트랙 '일기'는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캔디맨의 곡을 리메이크한 곡이다.

"과거 미니홈피 '싸이월드'를 즐겨했어요. 요즘은 BGM이 나오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가 없는데, 예전에는 이런 게 있었다고 알리고 싶었어요(웃음). 당시 BGM을 자주 바꾸고 신경 써서 선정했는데, '일기'는 BGM으로 가장 오래 설정해 놓은 곡이고, 참 좋아했던 곡이죠."

"만약 요즘 '싸이월드'를 즐겨한다면, 에픽하이 선배님들의 '헤픈엔딩', 크러쉬 씨가 피처링한 에픽하이 선배님들의 곡 '술이 달다'를 BGM으로 해놓을 것 같아요. 아마 인기 BGM으로 난리가 났을 거예요(웃음)."

헤이즈는 그간 쓴 사랑, 이별을 주제로 한 곡들의 뒷 이야기를 소재로 한 앨범을 구상 중이다. 한 곡은 이미 곡 작업을 마쳤고, 이야기를 이을 수 있는 곡들이 탄생된다면 앨범으로 완성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늘 솔직하고 꾸밈없는 가사로 청자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헤이즈는 앞으로도 많은 이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주고 싶다는 진심 어린 포부를 전달했다. 매 발표 곡이 큰 사랑을 받고,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번 앨범, 자연스럽게 제 모든 것을 쏟아부으면서 만든 곡들이 가득 찬 앨범이에요. 스스로 떳떳하고 후회가 없을 것 같은, 사랑하는 앨범이 될 것 같아요. 정말 행복해요. 제 곡을 들으시면서 '힘든 일을 겪고 있지만, 분명 더 나은 단계를 위한 준비 과정이라는 것'을 한 번 씩 생각해주셨으면 좋겠고, 가을에 이별하신 분들은 '만추'를 들으면서 위로를 받으셨으면 좋겠어요. 앞으로도 많은 분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줄 수 있는 노래를 솔직한 이야기로, 열심히, 행복하게 만들고 부르겠습니다."

[사진=스튜디오블루]

bijou_822@naver.com, joy822@partner.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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