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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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마술사 최현우 “마술을 사랑하지만 그 과정은 정말 고통스럽다”

강경윤 기자 작성 2014.10.27 10:05 조회 4,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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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우


[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마술사 최현우는 '한국의 데이비드 카퍼필드'로 불린다. 올해 18년이라는 경력만이 그의 위치를 대변하지 않는다. 연예인 못지않은 유쾌한 입담과 끊임없는 연습과 노력이 최현우를 이 자리에 데려다 놓았다. 하지만 최현우는 “18년 전 마술을 시작할 때 스승조차 제가 가장 먼저 그만둘 제자라고 얘기했었다.”며 활짝 웃었다.

'노력'과 또 '노력'. 마술사가 되기 위한 조건을 묻는 질문에 최현우는 이렇게 답했다.

“카퍼필드 형님을 미국에서 만났을 때 물어봤었어요. 다시 태어나면 마술사를 하겠냐고요. 세계 최고의 마술사 형님은 '절대 아니'라고 하셨어요. 영화배우 하고 싶대요. 적어도 영화배우는 쉴 시간은 있지 않냐고. 저도 지금 그 말에 동감해요. 마술사는 단순히 마술을 보여주는 사람이 아니에요. 끊임없이 새로운 마술을 계발하고 연습하고 공연을 연출하고 감독해야 해요.”

18년 동안 휴식다운 휴식을 취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연애'라는 흥미로운 질문이 나왔을 때 최현우는 고개를 가로지으며 “연애할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그의 말이 엄살이 아닌 게 최현우는 그동안 해왔던 마술과 전혀 다른 차원의 마술을 가지고 세상에 나왔다. '멘탈 매직'이다.

최현우

▶ '더 브레인'이라는 주제로 마술을 새로 시작하더라. 어떤 내용인가?

“많은 분들이 이제 마술을 '마법'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분명 저 통 안에 뭔가 있을 거야', '미녀를 숨겨놨을 거야' 이렇게 생각하신다. 기존에 있던 마술쇼를 탈피한 뭔가 새로운 게 필요했다. 그래서 생각한 게 멘탈 매직이다. 특정한 도구가 필요없이 사람들의 마음이 도구가 되는 것이다.”

▶ 마음이 도구가 된다는 게 어떤 뜻인가.

“현대인들은 스스로를 잘 못 믿는다. 자기가 확신하는 건 '내 마음 속의 무언가'다. 사람들은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그걸 트릭(trick)으로 한다. 이 마술은 처음부터 마술의 비밀을 알려주고 시작한다.”

▶ 고정관념을 이용한 마술이라면 심리학이 필수적일텐데.

“그렇다 지난 2년 간 '당신도 멘탈리스트가 될 수 있다'란 심리학 책을 썼다. 연애와 만남 속에 어떤 심리학이 작용하는지를 적어낸 거다. 책을 쓴다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2년 동안 정말로 '죽을 뻔 했다'(웃음).”

최현우

▶ 고정관념이 통하지 않는 예외적인 2%는 어떻게 속일 것인가.

“그렇다. 행동 심리학과 통계학을 적용했을 때 그게 통하는 게 98%다. 하지만 나머지 2%까지 포함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놓는다. 올해로 18년 째 무대에 서는데, 처음부터 끝가지 전원이 참여하는 매직쇼는 처음이다.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나도 궁금하다.”

▶ 최현우 씨는 우리나라에서 스타 마술사로 손 꼽힌다.

“그렇다. 키 큰 애와 키 작은 애로 나뉜다. (이)은결이와는 고등학교 때부터 마술을 같이 했다. 부담스러운 게 선배님들은 거의 안 계시고 후배들만 1000명 정도 있는 점이다. 많은 분들이 한국 마술사들은 한국에서만 활동한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그렇지 않다. 세계 마술선수권 대회가 있는데 그곳에선 한국 마술사들이 수상을 휩쓴다. 눈에 띄게 훌륭한 한국 마술사 후배들도 많다.”

▶ 우리나라 마술 관객들의 성향은 어떤 것 같나.

“정말 까다롭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륙의 특성이 있어서 크고 화려한 무대를 원하면서도 아기자기한 디테일과 완성도를 좋아한다. 마치 종합선물세트를 원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 관객들처럼 까다로운 관객들이 없다.”

최현우

▶ 18년 동안 마술이란 한 우물을 팠는데 슬럼프는 없었나.

“정말 없었다. 할수록 어렵고 할수록 정말 재밌다.”

▶ 이번에 내놓는 새로운 마술이 더 의미가 깊겠다.

“그렇다. 마술에도 저작권이 있는데 하나 자랑하자면 이번 공연은 처음부터 끝까지 저작권이 나에게 있다. 세상에 없는 쇼를 만들었다는 데 자부심이 있다. 예전에는 2500만원을 주고 데이비드 카퍼필드 형님 걸 가져온 적도 있고, 5억 8000만원짜리 하늘을 나는 마술을 보여준 적도 있다. 하지만 그건 다 보여줬던 그림이다. 이번에는 완전히 새로운 무대다.”

▶ 고집스러울 만큼 연말 매직쇼에 투자하는 이유는 뭔가.

“매년 공연은 학예회라고 생각한다. 공연을 통해서 한국 관객들에게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고 싶다. 1년 내내 돈을 벌어서 여기에 투자하는 거다.”

▶ 결혼 적령기인데 결혼 소식은 없나.

“마술사가 직업이 되면 하루 3~4시간 동안 매일 연습을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녹슨다. 주말에도 일을 해야 한다. 한번은 카퍼필드 형님에게 물어본 적 있다. '다시 태어나면 마술사를 하고 싶냐'고. 형님 대답은 아니오였다. 그리고 영화배우로 태어나고 싶다고 했다. 왜냐면 쉬고 싶으니까. 마술사는 방송도 해야 하고 공연으로 능력도 증명해야 하고 프로듀서가 돼야 하고 연출도 해야 한다. 이제는 카퍼필드 형님의 얘기에 공감한다.”

▶ 그럼 최현우 씨는 다시 태어나면 어떤 직업을 갖고 싶나.

“다시 태어나면 정우성 형님으로 태어나고 싶다. 그냥 그 외모로 한번 살아보고 싶다.(웃음)”

▶ 최현우 씨는 재능을 타고났나, 아니면 노력하는 마술사인가.

“이현세 만화가 에세이를 보니까 그런 얘기가 있더라. 그렇게 훌륭한 만화가이신데도 실제로는 색맹이라고. 재능에는 총량이 있어서 발현되는 시기가 다를 뿐이라고 하더라. 나는 노력형 마술가다. 10년 뒤에도 버틴다는 생각으로 노력할 것이다.”

최현우

▶ 지난날을 돌아보는 소감은?

“후회된다. 매년 후회된다. 올해 공연이 나의 최고의 작품이라는 마음으로 만들고 있다. 최선을 다해서 만들면 또 만족스럽지 않을 게 뻔하다. 나이 예순쯤 됐을 때 '최선을 다했다'는 내용으로 에세이 한번 쓰는 게 목표다.”

최현우가 공을 들인 새로운 매직콘서트 '더 브레인'은 다음달 8일부터 내년 1월 4일까지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에서 펼쳐진다.

사진제공=클립서비스

kykang@s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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