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라이프 문화사회

[인터뷰] 연극무대로 돌아온 심은진에 대한 오해와 편견

강경윤 기자 작성 2014.05.27 10:01 조회 18,365
기사 인쇄하기
심은진


[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베이비복스에서부터 남달랐다. 모두가 '요정'이미지를 지향할 때 심은진은 짧은 헤어스타일과 보이시한 룩, 격렬한 안무와 저음의 랩을 선보였다. 우스갯소리로 심은진의 팬은 군인과 여중생들이 전부였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심은진의 파격적인 이미지는 신선했고 또 강렬했다.

그녀가 가수에서 연기자로 변신한 지 9년이 흘렀다. 드라마, 영화, 공연 등 심은진은 장르나 영역을 구분하지 않고 자신의 연기를 펼쳐왔다. 최근 대학로 연극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동명의 영화에서 임수정이 맡았던 복잡다난한 유부녀 정인 역을 맡는다고 했을 때 심은진이 자신의 어떤 색깔로 어떻게 정인의 모습을 그려낼지 궁금했다.

베이비복스 시절 심은진의 모습을 상상했다면 연극 무대에 선 그녀가 조금 생경할 지도 모른다. 짧았던 머리는 긴 생머리 헤어스타일로 변했고 강인한 안무를 소화하던 보이시함은 보다는 안아주고 싶을 만큼 여성스러운 매력이 가득했다. 무엇보다 반항적이라고 할 만큼 무표정했던 얼굴은, 눈물과 웃음, 짜증과 행복 등 다양한 표정들로 관객들 대화했다. 우리도 모르는 새 18살 나이로 데뷔했던 심은진은 30대 여배우로 성숙해 있었던 것이다.

심은진

“여전히 제가 무대에 오르면 객석에서는 '어, 심은진이다'라는 술렁거리는 소리가 들려요. 그동안 많은 작품을 한 것 같은데 여전히 관객들은 저에 대한 편견이 있는 것 같아요. 이제는 익숙한 반응이지만 속으로 생각해요. '이 무대가 끝나기 전 내 편으로 만들고 말겠다'고요.(웃음)”

연극의 내용과 전반적인 캐릭터는 동명의 영화와 다르지 않다. 특히 정인의 쏘아붙이는 듯 토해내는 속사포 대사는 그대로라고 할 수 있다. 임수정은 이 영화로 2012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연극과 영화, 장르는 다르지만 같은 캐릭터를 연기해야 하는 심은진에게는 쉽지 않은 도전과제였다.

심은진

“임수정 씨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배우 중 한명이에요.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도 정말 재밌게 봤고요. 큰 산을 넘어야 한다는 생각에 연극 연습기간 동안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 특히 속사포 같은 독백을 실 수 없이 해내야 한다는 부담이 정말 크더라고요. 임수정 씨도 메이킹 영상에서 속사포 대사 때문에 힘들었다고 하셨는데, 그 말 정말 공감했어요.”

'내 여자의 모든 것'에서 정인은 권태기에 빠진 남편 두현에게 끝없이 사랑을 갈구하는 여성이다. 두현은 그런 아내가 부담스러워서 카사노바 성기에게'아내를 유혹해달라'모종의 제안을 하고, 이 과정에서 성기는 정인에게 진짜 사랑에 빠져버린다. 두현 역시 아내가 아닌, 여자로서의 정인의 모습을 재확인하고 다시 사랑을 느낀다.

심은진

“결혼은 안했지만 여자라면 대부분 정인에게 공감할 거라고 생각해요. 연극 중에 두현이 다시 정인에게 돌아와서 '시험관 시술을 다시 해보자'는 말을 해요. 그 때 정인은 여자로서 자존심이 상해서 '선심 써'라고 소리를 치거든요. 여성 관객들이 이 부분에 많이 공감하시고 눈물도 흘리시거든요. 정인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아, 나도 여자였구나'자각이니까요.”

결혼, 정확히 말해서 결혼 이후 남녀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말하는 심은진에게 단도직입적으로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지” 물었다. 심은진의 대답은 노(No)였다. 현재 교제중인 이성도 없을뿐더러 결혼보다는 평생을 알아가는 메이트(Mate)를 찾고 싶은 생각이 더 크다는 게 심은진의 생각이었다.

“이제 결혼을 생각할 나이긴 하지만 예전부터 '결혼을 꼭 하고 싶다'란 생각은 별로 하지 않았어요. 제가 원하는 사랑이란, 결혼 이후에도 여전히 남자와 여자로 남을 수 있는 관계예요. 주위에 11년 된 지인 커플이 있는데, 그들의 한결 같은 모습을 보면 나도 얼른 저런 메이트를 찾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심은진

심은진은 올해 데뷔 17년을 맞았다. '베이비복스 심은진'이란 이름으로 살았던 게 8년, 연기자로 살았던 게 9년이었기 때문이다. 연기자로 지내온 시간이 어땠는지 묻자 심은진은 “어떤 분야든 10년 하면 전문가라는 얘기를 듣는데, 연기를 9년 했으니 1년을 더 해봐야 연기에 대해 알 것 같다.”고 말했다.

“베이비복스를 탈퇴하고 연기자가 됐을 때 당연히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저뿐만 아니라 저희 멤버들 모두가 그랬을 거예요. 당시 어린 나이에 한국과 중국에서 활동하고 또 많은 풍파를 겪으면서 '업앤드다운'(Up&Down)은 워낙 익숙했거든요. 얼떨결에 연기를 하게 됐지만 연기라는 것에서 칼을 뽑은 이상,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해야 '아, 고생 좀 했구나' 하지 않을까요.”

심은진에게 베이비복스 시절은 추억이자 현재진행형이다. '그룹 god처럼 재결합할 계획이 없나'라는 질문을 많이 듣고 있다는 심은진은 “베이비복스로 활동할 때 8년 만에 15일 휴가를 처음 받아봤을 정도로 멤버들끼리 많은 고생을 했기에 정말 애틋하다.”면서 “여전히 중국과 한국에서 건재한 팬클럽을 위해서 특별 싱글 앨범을 만들고 싶다는 계획은 계속했다. 멤버들의 개인 스케줄을 조정하는 게 관건”이라며 재결합 가능성을 열어뒀다.

심은진은 연극 '연애시대'에 이어 '내 아내의 모든 것'에 출연하면서 연기자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 '연애시대'가 심은진의 먹먹한 감성의 밑그림이었다면, '내 아내의 모든 것'은 다채로운 색감의 표현이다.  심은진에게 꿈이 뭐냐고 묻자 그녀는 '행복 추구자'라는 간단한 답변을 내놨다.

“일이 재미없다면 설령 그게 주인공이라도 저는 노(NO)를 할 거예요. 배역과 작품이 크든 작든, 행복한 일을 하고 싶어요. 연극 무대에 오르는 이유도 그렇고요. 그림을 그려서 전시회를 여는 이유도 마찬가지예요. 작가 타이틀을 얻고 싶어서가 아니라 제가 한 어떤 행위로서 누군가와 소통하고 싶거든요. 모든 대중과 다 교감하고 싶지도 않고 할 수도 없다는 걸 알아요. 그저 저를 알아주고 교감할 수 있는 몇 명이라도 괜찮아요. 그 과정 자체가 행복하거든요.”

심은진은 “득도를 한 것 아니냐.”는 우스갯질문에 “쉰살 쯤 되면 그럴 것도 같다.”며 밝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이어 “편견보다는 심은진이 뭘 하는지 구경 한번 해보자는 마음만 있어도 좋다.”고 말했다. '행복추구자' 심은진의 소망은 화려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초라한 건 더더욱 아니었다. 찬란한 조명을 받던 베이비복스 시절보다, 소극장 무대에서 핀 조명을 받고 있는 '정인'의 눈물이 더욱 아름다워 보였기 때문이다.

사진=김현철 기자 khc21@sbs.co.kr
kykang@sbs.co.kr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광고 영역
광고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