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 에디터] 당신은 딸에게 단 한번이라도 엄마인 적 있었나요?
6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에서는 천사 가수의 친딸 살인 사건을 추적했다.
지난 9월 오후 경남 남해의 한 병원 응급실로 40대 여성이 스무살의 자신의 딸을 데리고 도착했다. 딸을 살려 달라는 다급한 외침에도 딸은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파일럿을 꿈꾸던 대학교 1학년생 故 이서연의 사망에 엄마 김 씨는 응급실에 오기 직전까지도 딸과 대화했다며 딸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런데 얼마 후 김 씨는 긴급체포되었다.
경찰은 딸의 온 몸에 난 멍과 심각한 화상 흔적으로 보호자인 엄마가 보호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며 유기치사 혐의로 그를 체포한 것.
그리고 수사 결과 김 씨는 이 씨가 사망하기 하루 전 소방 훈련의 음향 장비 설치를 위해 경남 남해의 문화원을 방문했는데, 딸 서연 씨도 함께 있었던 것이 확인됐다. 특히 이 씨는 중상을 입은 채 차 안에 25시간 방치되어 있어 충격을 안겼다.
김 씨는 딸의 몸에 남은 상처가 자신과 무관하다며 사실혼 관계에 있던 남성 안 씨가 딸을 폭행하고 성추행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의 유명 대학 의대를 졸업하고, 각종 미인대회에서 우승했다는 김 씨. 그는 다양한 분야에서 직책을 맡아 활동했고 지역사회에서 각종 봉사활동과 선행으로 천사 가수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이에 그를 아는 지인들은 김 씨가 억울한 상황에 처했다며 변호를 자처하기도 했다.
그러나 또 다른 이야기도 있었다. 김 씨의 지인은 김 씨의 폭력성은 과거부터 두드러졌다며 딸은 물론 안 씨도 그의
피해자라고 했다.
그리고 성인이 되기 전까지 서연을 대신 키운 외삼촌 부부는 서연에 대해 엄마 품을 늘 그리워 하고 엄마를 정말 좋아했다고 기억했다. 이에 반해 김 씨는 딸 사망에도 딸은 안중에 없었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또한 김 씨는 딸에게 집착이 컸고 딸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던 것이 드러났다.
그리고 서연은 사망 전 친구에게 엄마에게 폭행을 당해 눈이 다쳤고 이로 인해 시력도 점점 떨어졌으나 김 씨의 만류로 병원 치료 조차 받지 못했음을 고백했다.
김 씨는 자신과 안 씨의 결별이 서연 때문이라며 폭행을 하며 "너 때문에 내 인생이 망쳤다"라고 모든 책임을 딸에게 전가했다. 그리고 안 씨가 하던 일을 딸에게 맡기며 온갖 이유로 폭언과 폭행을 했다. 특히 사망 하루 전 자신이 원하는 현수막을 주문하지 못했다며 딸의 몸을 각목으로 수회 가격하고 화상도 이때 생긴 것으로 추정되었다.
엄마 보다 큰 체격의 서연, 하지만 왜 엄마에게 대응하지 못했을까.
법의학자는 서연의 몸에 남은 화상은 누군가 뜨거운 물을 머리에서부터 부은 것을 시사한다고 했다.
2도 화상임에도 병원이 아닌 남해 문화원으로 딸을 데려가고 하루 넘게 차에 방치했던 김 씨. 딸은 고통속에 괴로워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서연은 사망 전 총 9차례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고통을 호소했으나 김 씨는 "밖에 들리니 소리 내지 마라, 정신 못 차리면 자라"라고 무시했다.
그리고 병원 도착 1시간 반 전 "아프다. 숨이 안 쉬어진다, 엄마 미안해"라는 말을 끝으로 남긴 것으로 드러났다.
딸 서연은 끝끝내 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처하지 못했을까?
이에 전문가는 "리더십 있고 그런 아이가 이렇게 굴종적인 관계를 버텼던 이유는 김 씨가 강도 높은 가스라이팅 전략을 썼을 가능성이 있다. 길들이기 전략 중 가장 확실하고 가장 빠른 전략이 폭행이다. 때리면 한 순간에 제압된다. 거기에 엄마라서 참았을 가능성이 있다. 김 씨는 서연의 엄마였던 적이 없지만 서연에게 김 씨는 항상 엄마였던 것이다"라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평범하고 착실한 삶을 살았던 김 씨. 그런데 10여년 전 한 미인 대회 진으로 선발된 뒤로 미묘하게 변화했다.
전문가는 "그 스펙으로 이전과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면서 집요하게 허구의 이미지를 쌓아올렸다"라고 분석했다.
대외적으로는 천사 이미지, 하지만 실체는 그와 정반대 되는 모습이었던 것. 그리고 그런 그의 이중적인 모습을 본 사람도 한 둘이 아니었다.
전문가는 김 씨에 대해 "자기애성 인격 장애다. 내가 잘난 맛에 사는 사람은 나르시시스트, 자기애성 인격장애는 내가 잘났다는 걸 사람들이 알아봐줘야 그때 비로소 존재감이 생긴다. 내가 잘났다는 걸 사람들이 몰라주면 너무 불안해진다. 거대한 자기상을 만들어 놓고 그 거대한 상에 부합하는 정도로 대접을 받아야 된다고 생각하는 게 치명적인 병이다. 자기가 원하는 이미지를 침해하거나 모욕적이다 생각하는 경우 분노 조절이 잘 안되는 특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자기애성 인격장애는 사이코패스와 비슷한 정도로 타인의 고통이나 이런 것들에 공감하는 능력이 매우 부족하다. 그래서 알려진 것에 비해 살인 사건을 많이 자행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살인 혐의 부인하며 지인들에게 억울하다고 편지를 보낸 김 씨. 그는 자신과 연이 닿은 인물들이 자신을 도와준다고 했으나 이 모두 거짓이었다.
김 씨 사무실 압수수색 당시 발견한 서연의 일기장에는 "부모는 선택을 못한다지만 이렇게 숨막히는 부모를 누가 견딜 수 있을까, 차라리 죽든가 혼자 살고 싶다"라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이를 본 김 씨는 지인에게 "나는 없이 살아도 딸은 아끼며 키웠는데 엄마가 되려면 돈이 많아야 되는구나, 서럽다"라며 하소연했따. 이는 무엇이 문제인지 여전히 모르고 있는 것.
차 밖으로 나가지 못한 서연에 대해 전문가는 가해자가 엄마 김 씨 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방송은 김 씨를 향해 "당신에게 서연은 단 한번이라도 딸이었던 적이 있나"라고 물어 큰 울림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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