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20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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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스夜] '그알' 장미 비디오 살인 사건···1급 모범수 이민형, 27년 만에 "나는 살인하지 않았다" 입장 바꾼 이유는?

김효정 에디터 작성 2025.07.20 08:12 조회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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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알

[김효정 에디터] 이민형, 그는 장미 비디오 살인 사건의 진범이 아닐까?

19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에서는 '장미 비디오 살인 사건 - 3명의 목격자는 누구를 보았나?'라는 부제로 27년 전 대구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의 무기수 이민형을 추적했다.

1998년 1월 3일 토요일 오후 3시 10분, 대구광역시 남구 대명11동의 장미 비디오 가게에서 30대 여주인이 살해당했다. 13차례나 흉기에 찔린 주인은 3시간 만에 사망했고 동네는 발칵 뒤집혔다.

당시 인근 중구에서 일어난 연쇄 살인 사건과 동일범으로 의심됐던 사건. 하지만 현장에는 범인의 지문이나 DNA 등이 발견되지 않았고 수사는 난항을 겪었다.

그런데 3일 뒤 경찰은 범인을 검거했다며 신상을 공개했다. 앳된 얼굴의 만 20세 이민형. 그는 군에서 휴가를 나온 뒤 52일째 복귀하지 않은 탈영병이었다.

사건 발생 이틀 뒤 현장 인근에서 불심 검문에 걸린 그는 우연히 자신의 범행을 자백했다고. 그리고 당시 범인의 인상착의를 기억하는 이웃과 현장 인근에서 이민형을 목격한 것 같다는 다방 여종업원, 또한 피해자의 아들이 범인으로 이민형을 지목하며 1심 군사법원은 그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이후 2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7년 7개월 동안 무기수로 복역 중인 이민형은 과거 자신의 자백을 뒤집고 자신은 살인을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해왔다. 그리고 1급 모범수로 지내 가석방이 유력했음에도 가석방 심사에 불리할 수 있는 재심을 신청하고 싶다는 것.

당시 수사관들은 이민형을 검거하고 자백을 이끌어내기까지의 12시간을 기적과 운명이라 기억했다. 자칫 미궁에 빠질 뻔한 사건이 우연찮은 검거와 자백으로 해결했다는 것.

제작진에게 연락을 해 온 이민형은 "그때는 내가 겁쟁이였다. 잘못한 게 있으면 미안하다고 이야기하고 고쳐나가야 되는데 겁이 나서 못했다. 차라리 죽어버리자 생각했었다"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리고 진범이 무조건 잡힐 줄 알았다는 것.

1심 당시 모든 혐의를 인정했던 이민형은 왜 그랬던 걸까?

이민형은 당시 형사들의 가혹행위가 있었다고 했다. 성추행도 서슴지 않으면 다양한 고문을 했다는 것. 하지만 당시 형사들은 그의 나체 사진을 기록으로 남기며 가혹 행위는 없다는 증거로 내세웠다.

이에 재심 전문 변호사 박준영 변호사는 "여러 가혹행위 중에 옷을 벗게끔 해서 사진 촬영을 했다는 것은 재심 사유인 경찰의 직무상 범죄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고 보고 있다"라고 했다.

그리고 취재 과정에서 한 수사관은 당시 이민형이 진술한 내용의 가혹행위가 일반적으로 있었음을 고백했다.

이민형은 과거 본인 모습이 세상에 공개되는 것에 절망해 허위 진술을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수십 시간 잠을 자지 못해 판단력이 흐려졌고, 범인이라면 알 수 없는 범행에 대해 진술할 수 있었던 것은 수사관들의 도움이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는 왜 당시 적극적으로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지 않았던 걸까? 이에 재심 변호사는 "현장 목격자가 맞다고 지목했다는 점을 극복하지 못했다"라며 부인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부인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당시 항소심에서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며 알리바이를 주장했음을 고백했다. 당시 그는 범행 현장에서 대중교통 40분 걸리는 거리의 만화방과 여인숙에 있었다는 것. 그리고 이 알리바이는 사실임이 밝혀졌으나 당시 재판에서는 힘을 얻지 못했다.

이에 당시 재판관은 흉기에 대한 이민형의 묘사가 범행 도구와 일치했다며 그것이 더 중요했다고 말했다. 이민형이 묘사한 흉기가 피해자 아들이 진술한 것과 일치한다는 것.

그런데 이것에 대해 이민형은 형사들이 나눈 대화 내용을 기억해 영화 속에서 본 칼을 그림으로 그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칼은 그가 앞서 벌인 절도 사건에서 훔친 것으로 둔갑했던 것.

이에 해당 사건의 피해자인 한 의사는 자신은 그런 칼을 가지지도 않았고 잃어버린 적도 없다고 증언했지만 사건 기록에는 의사가 잃어버린 칼에 대한 내용이 남아 있어 의아함을 자아냈다.

또한 법의학자는 피해자의 상처를 근거로 이민형이 지목한 접이식 칼은 흉기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전문가는 완벽하게 안전한 공간에서 티브이를 시청하듯 누군가를 본 것으로 진술했던 피해자 아들의 진술이 이례적이라며 "어른들의 재촉이 아이의 진술을 왜곡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또 당시 이민형의 손톱에서 나오지 않았던 혈흔 반응. 이에 제작진은 직접 이민형의 자백을 그대로 재연해 실제로 그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여러 번 씻어내면 혈흔 반응이 나오지 않는 것인지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실험 결과 참가자 모두에게서 혈흔 반응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자백으로 인해 진범을 잡을 기회를 놓쳤다는 것에 대해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사과를 전해온 이민형. 그는 현재 박준영 변호사와 함께 재심 신청을 앞두고 있다.

이에 방송은 고된 길을 가야만 찾을 수 있는 답이 있다며 진범을 끝까지 추적하는 여정의 시작은 재심이 될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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