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 에디터] 그는 왜 아이가 보는 앞에서 아내를 무참히 살해했나
3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에서는 광주 공무원 살인 사건을 추적했다.
지난 9월 1일, 경기도 광주의 다세대주택에서 5살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기 위해 집을 나서던 여성이 참혹한 죽음을 당했다. 어린 딸아이 앞에서 여성을 무차별하게 공격한 것은 바로 그의 남편인 염 씨.
헬멧을 쓰고 계단에 미리 숨어있던 그는 피해자 34살 박은아 씨를 무려 스물여덟 곳 흉기로 찔렀고, 이후 자신이 타고 왔던 오토바이를 타고 도주했다.
결혼 5년 차 남편인 공무원 염 씨는 도주한 지 4시간 만에 검거됐는데 그의 지인들은 염 씨에 대해 "폭력적인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었다. 잘 모르는 뭔가가 얘를 돌게 만들지 않았을까"라며 갑작스러운 이혼 소송으로 인한 우발적 범행이라 추측했다.
이에 염 씨도 범행에 대해 이혼 소송에 따른 스트레스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은아 씨의 가족들도 염 씨의 살인까지는 예상하지 못한 바. 그가 대체 왜 이런 잔혹한 일을 벌였는지 알아내기 위해 앞서 은아 씨가 이혼을 위해 모아두었던 증거가 담긴 USB를 찾았다. 어렵게 은아 씨의 집에서 USB를 찾아낸 은아 씨의 동생.
USB에는 홈캠 파일 4천 여개가 저장되어 있었다. 또한 그의 휴대폰에도 600여 개의 음성파일이 남아있었다. 은아 씨의 동생은 제작진들과 함께 홈캠 영상을 확인한 뒤 "이상하게 화는 안 나요. 그런데 그냥 누나가 불쌍하네요"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홈캠 영상들 속 염 씨는 그의 지인들이 말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금전적인 문제로 걸핏하면 피해자에게 불만을 표출했다. 특히 그는 단돈 몇 천 원, 몇 백 원에 집착하며 피해자에게 욕설을 하며 위협했다.
이에 피해자는 염 씨 몰래 경찰에 신고를 했고, 경찰의 도움으로 겨우 아이와 함께 염 씨와 분리 조치가 될 수 있었다. 또한 피해자는 염 씨가 경찰들에게 연행된 이후 집으로 돌아와 염 씨의 휴대폰에 남아 있는 자신의 거처를 추적할만한 단서들 모두 지우고 탈출했다.
하지만 이후 염 씨에게 발송된 이혼 소장에 피해자의 주거지 주소가 노출되었고, 이에 염 씨가 피해자를 직접 찾아가 무차별하게 살해했던 것이다.
소모임에서 만나 교제를 하다가 2세가 생겨서 가정을 꾸리게 된 두 사람. 염 씨는 피해자가 육아 휴직을 하면서부터 자신의 불만을 참지 않았다. 그리고 이는 돈 문제로 번졌고, 염 씨는 결혼과 출산을 남 일처럼 이야기하며 결혼부터가 잘못이라며 모든 것을 피해자 탓으로 돌렸다.
퇴근 후 음주는 습관이었던 염 씨는 문제도 아닌 것으로 시비를 걸고 욕설을 하며 어떤 날을 흉기를 들고 피해자를 위협했다. 이에 피해자는 경찰서를 찾아가 상담을 받았다. 당시 경찰은 사건 접수를 권했지만 상담만 받았던 피해자. 이는 공무원 신분에 집착이 컸던 염 씨를 배려한 태도로 추측되었다.
전문가는 이들의 다툼에 대해 "작고 구체적인 일로 시작해서 피해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어떤 식으로 대답을 해도 화를 낸다. 답이 정해진 질문이고 피해자에게 화를 푸는 것. 피해자는 그걸 듣기만 하고 가해자의 일방적인 분풀이다"라고 분석했다.
또한 "손익 계산을 항상 하는데 희생 포인트로 언급하는 것 중 돈의 비중이 제일 높다. 가해자는 결혼을 사랑으로 본다기보다 계약으로 본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염 씨는 자신은 결혼으로 얻은 게 없다며 모든 것을 피해자 탓을 하기도 했던 것.
전문가는 "둘의 대화는 일방적이다. 가해자 혼자 폭주하고 폭언하고 상대방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빌미를 파헤친다. 그리고 피해자는 이를 인내심 있게 참는데 그건 아이 때문인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아이에게만은 좋은 아빠였다는 염 씨. 하지만 어느 날 그는 피해자와의 다툼 속에 아이가 울자 아이를 신경질적으로 바닥에 내던지고 문까지 닫아버렸다. 이에 아이가 격하게 울자, 염 씨는 아이를 다시 바닥에 내동댕이치는 행동을 했고 아이에게 위해를 가하는 염 씨의 모습을 본 피해자는 결국 더 이상 인내하지 않고 큰 용기를 내서 신고를 했던 것. 그리고 이는 이혼 결정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전문가는 가해자 염 씨에 대해 "대인관계를 이해타산적인 관계로 인식하는 특성이 있다. 얕은 정서성을 갖고 있는데 조건 없는 애정을 베풀고 받고 하는 무조건적인 사랑에 결핍이 있지 않을까"라며 "부모 하고 거의 손절했다고 하는데 어릴 때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피해를 주면 부모도 원망하고 비난할 수 있다는 생각이 엿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직접 염 씨의 부모를 만나러 간 제작진. 그의 어머니는 아들과 연락이 끊어진 지 꽤 되었다며 해당 사건에 대해 자세한 사정은 모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결혼하기 전에는 진짜 착한 아들이고 열심히 살았다"라고 아들을 두둔했다.
염 씨의 아버지는 생활고로 자신이 아이를 제대로 신경 쓰지 못했다며 사건 후 염 씨가 연락을 해왔다고 밝혔다. 그리고 아버지는 피해자가 염 씨에게 딸을 보여주지 않자 범행을 한 것이라며 "술 먹으면 미친놈이 돼버린 거다. 그래서 죽이려고 작정하고 갔다. 잘못된 거에 대해 처벌받고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했다.
한 달에 75만 원씩 염 씨가 주는 돈으로 아이까지 돌보며 가정을 꾸린 피해자. 염 씨는 피해자가 쓰는 돈의 100원 단위까지 통제했다. 하지만 본인은 술과 담배를 끊지 않고 헬스장도 꼬박꼬박 나갔다.
남녀가 평등하지 않고 자신의 장래는 ATM이며 남자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해 온 가해자. 그는 자신을 희생자 피해자라 주장하며 이혼의 모든 책임은 아내에게 있다고 탓했다. 특히 그는 결혼으로 자신은 희생만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전문가는 "염 씨는 돈으로 아내를 산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쌓여있던 자기 연민, 울분을 결혼 후 밤마다 술 먹고 스트레스를 해소했다"라고 했다.
또한 염 씨에 대해 전문가는 "가해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공무원 직위이다"라고 지적했다. 밖에서는 희생하는 가장인 듯 행세하고 집에서는 왕으로 군림했던 염 씨. 그의 이중적인 모습을 주변에서는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와 분리 조치 이후 우체국 징계부터 걱정했던 염 씨는 동료와 함께 피해자 험담을 하며 흥신소에 피해자의 위치를 알아볼 생각도 했다고 했다.
또한 그는 "내가 혼자 죽으면 2억이 와이프 한데 다 가니까 억울하다"라며 그동안 피해자에게 쓴 돈이 아깝다고 했다. 그러면서 절대 혼자 안 죽을 거라는 말을 의미심장하게 했다.
통상적인 내용의 이혼 소장을 받은 후 폭주한 염 씨. 이에 전문가는 "충격이었을 것. 설마 그렇게까지 하겠나 하면서 피해자가 자기를 정말 버릴 거란 생각을 하지 못한 것 같다. 그리고 만약 이혼을 하게 되면 내가 절대 손해를 보지 않겠다는 생각이 깔려 있었다"라며 "이혼을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돈, 재산 분할, 위자료, 양육비 등이 걱정된 것 같다. 이혼 재판까지 벌어지면 직장에 알려지고 징계위원회가 열리고 공무원 직위를 잃을 거 같다고 생각한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그리고 이혼 소장으로 피해자의 주거지 주소를 알고 2주간 범행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완벽한 계획 살인을 위해 동선, 생활의 습관, 동거인의 여부와 경찰의 보호 여부를 확인한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살인 전 동료에게 피해자의 거주지에 피해자의 동생이 거주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는 말을 하기도 했던 염 씨.
피해자가 사망하기 전 마지막 염 씨와 대화 녹음 파일 속에서 염 씨는 경찰을 대동하고 짐을 가지러 오겠다는 피해자의 말에 감정의 동요를 일으킨 것으로 추측되었다.
전문가는 "나는 당신을 보고 싶지 않아라고 피해자가 말하는데 가해자가 헛웃음을 내뱉는다. 그때 감정이 확 바뀌는데 이거 안 되네 하고 감정이 바뀐 거 같다"라고 분석했다.
또한 "별거 기간 동안 가해자는 혼자 매일 술을 마시고 여러 생각에 강박적으로 집중했다. 그리고 공격적인 충동이 점점 피해자에 대한 원망과 비난으로 인해 고조되는 과정을 경험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전문가는 피해자의 딸아이를 걱정했다. 전문가는 "가해자의 폭주가 시작되자 아이는 불안한 마음에 부동 반응을 보인다. 그냥 평온한 상태로 다른 세상에 잠깐 있다가 오는 것이다"라며 "분리 조치 전 가해자가 아이를 끌어안고 있을 때도 부동상태에 있다가 풀려나니까 마치 깨어난 것처럼 장난감을 챙기는 여유 있는 행동까지 할 수 있는 게 아니었을까. 그 정도로 아이에게 이런 폭력이 만연된 환경이었던 것 같다. 면밀한 치료가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피해자는 네 번이나 신고를 했지만 국가가 도와주지 않았다. 이에 전문가는 "가정폭력 신고가 이루어지면 일단 의무적으로 가해자를 체포해야 한다. 피해자에게 물어보면 안 된다. 피해자는 그런 선택할 수 없다"라며 "우정공무원이라는 직위는 절대로 흔들리면 안 된다는 것이 답으로 정해져 있는 상태였다"라고 했다.
피해자의 신고 후 매뉴얼대로 피해자에 대한 보호 조치를 했던 경찰. 하지만 이는 실제로 실효성이 없었다.
전문가는 "예전부터 우리나라에서 가정폭력 사건은 가정 보호를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관행들이 있었다. 피해자가 처벌을 불원하면 처벌하지 않고 지켜보는 관행이 있었는데 경찰의 직권으로 체포하고 사건 화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가정 폭력 특이성을 반영한 제도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리 가림 신청을 해야만 개인 정보 보호가 가능한 이혼 소장. 이에 전문가는 "변호사와 함께 진행한 이혼 소장이다. 그런데도 주소가 노출되었다"라며 "전문가도 놓칠 수도 있는 제도라면 제도 세팅부터 잘못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염 씨의 아버지도 현행 제도의 치명적인 허점이 있다며 "이걸 막을 수 있었다. 왜 피해자 주소가 나가냐 말이다. 모르면 죽이고 싶어도 못 죽이지 않냐"라고 안타까워했다.
현재 법원 직권으로 피해자의 정보를 가릴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도 발의되었지만 계류 중인 상황.
마지막으로 방송은 해당 사건의 피해자와 비슷한 피해를 입은 이들에게 "도망쳐도 소용없다는 무력감으로 남지 않길 바란다"라며 머지않은 시일 내에 사회가 안전 이별을 지켜낼 방법을 분명히 마련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