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2026년 상반기 대한민국 연예계에서 가장 뜨거운 배우를 꼽으라면 단연 박지훈이다. 스크린에서는 영화 '왕과 사는 남자'로 당당히 '천만 배우' 타이틀을 거머쥐었고, 안방극장에서는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취사병 전설이 되다'(이하 '취사병')의 타이틀 롤을 맡아 흥행 연타석 홈런을 날렸다.
가요, 영화, 방송 전 분야에서 신인상을 휩쓴 독보적인 커리어에도 정작 마주 앉은 박지훈은 놀라울 정도로 덤덤하고 단단했다. 화려한 찬사에 취하기보다 스스로를 낮추는 겸손함, 선배들의 사랑을 받는 묵묵한 태도가 돋보였다. 그리고 내년 해병대 수색대 자원입대라는 파격적인 행보까지 예고한, '청년' 박지훈이 털어놓은 속 깊은 이야기들을 들여다봤다.
▲ "요리 실력? 오히려 더 멀어져"
동명의 웹소설과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취사병'은 이등병 강성재(박지훈 분)가 게임을 하듯 요리 능력을 키우며 '전설의 취사병'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 밀리터리 쿡방 판타지 드라마다. tvN에 동시 방영하며 첫 방송부터 5%를 넘는 높은 시청률로 시작한 '취사병'은 방영 내내 7~8%대 시청률을 유지하고 티빙 유료 가입 기여자 수 1위를 차지하며 시청자의 뜨거운 지지를 받았다.
드라마 '취사병'의 성공은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었다. 작년 여름, 가만히 있어도 옷이 젖을 정도로 무더운 날씨에 첫 촬영을 시작해 한겨울 추위가 절정에 달한 올해 1월이 돼서야 촬영이 끝났다. 고생을 많이 한 작품이기에 대중이 많이 봐주길 바랐다는 박지훈은 최근 콘서트장을 찾은 지인들의 뜨거운 반응을 접하고 나서야 비로소 "좋은 작품 하나를 남겼구나" 하는 안도와 뿌듯함이 들었다며 스태프와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박지훈은 요리를 전혀 못 하는 상태에서 취사병 역할을 맡아 고생했던 유쾌한 소회를 전했다.
"사실 제가 요리를 엄청 못해요. 그래서 처음엔 '이 작품을 하면서 요리에 관심이 생길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이 먼저 들었죠. 워낙 코미디 연기를 좋아해서 대본을 보면서 현장에서 재미있게 만들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었어요. 감독님도 하고 싶은 걸 다 해보라고 믿고 풀어주셨고요. 촬영 전에 요리 학원도 다녔는데, 칼질은 많이 늘었지만 요리와는 오히려 더 멀어진 것 같아요.(웃음) '아, 요리는 정말 내가 하면 안 되겠구나' 싶었죠."
강성재가 마치 게임을 하듯 허공에 뜬 '상태창'을 보면서 요리를 배운다는 독특한 설정은 현장에서 박지훈이 가이드 판넬 하나에 의지해 연기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앞에 가이드라인 판넬 하나만 두고 연기했어요. 감독님께서 성재가 상태창을 볼 때 나오는 귀여운 표정이 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시선 처리나 표정 변화에 신경을 많이 썼죠. 남들이 볼 때는 허공에 막 손짓하니까 이상해 보였을 수도 있어요.(웃음) 그래도 완성된 장면을 보니까 어색하지 않고 재밌게 나온 것 같아 다행입니다."
▲ "미역옷에 현타, 출연료 때문 아냐"
'취사병'은 강성재의 요리를 맛본 사람들의 코믹 분장과 과한 리액션이 이른바 '병맛'으로 불리면서 시청자의 웃음보를 자극했다. 박지훈은 그 가운데 '미역국 의상'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거침없이 털어놓았다.
"미역을 온몸에 휘감고 와이어를 타고 내려와서 정웅인 선배님과 손을 맞대는 신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당일에 의상을 받았는데 너무 파여 있어서 까딱하면 노출 사고가 날 뻔했거든요. 현장에서 급하게 묶어서 수습하긴 했는데, 미역국 의상은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대본을 보면서 많은 걸 보여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미역 옷까지 입을 줄은 몰랐죠.(웃음)"
'미역국 의상'에 이어 등갈비 피리를 불며 공을 막는 신, 할머니 분장 등 상상도 못 한 설정들을 능청스럽게 소화한 박지훈을 보며 일각에서는 '도대체 출연료를 얼마나 많이 받았기에 저렇게까지 망가지냐'는 유쾌한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박지훈은 "절대 출연료 때문이 아니다. 이건 출연료와는 별개의 영역"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취사병'은 매력 있는 신인 배우들을 발견할 수 있는 장이기도 했다. 특히 강성재의 선임으로 등장한 다양한 캐릭터들이 주목받았는데, 그 가운데 압권은 '미각보이즈'였다. '취사병' 속 사병들이 강성재의 요리를 먹고 상상 속에서 '미각보이즈'라는 아이돌 그룹을 결성해 실제 아이돌처럼 노래 부르고 춤추는 장면이 등장했는데, 이는 실제 음악 방송 출연으로까지 이어지며 큰 화제를 모았다. 아이돌 현역이기도 한 박지훈은 이들을 '리스펙'하는 마음을 전했다.
"'미각보이즈' 신도 기억에 남아요. 저는 요리하는 입장이라 맛을 느끼는 리액션 중심인 그 신에는 빠졌는데, 나중에 편집본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진짜 뮤직비디오 세트처럼 찍었더라고요. 아이돌 활동을 안 해본 형들이라 힘들었을 텐데, 완벽하게 소화한 걸 보고 진심으로 리스펙 했습니다."
▲ 선배들과의 남다른 케미스트리
전작 '왕과 사는 남자'의 유해진에 이어 이번에는 윤경호, 정웅인, 이상이 등 선배들과의 호흡이 유독 돋보였다. 대선배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비결에 대해 박지훈은 되레 수줍게 반문했다.
"사실 비결이랄 게 전혀 없어요. 저는 그냥 제가 할 것을 묵묵히 할 뿐이거든요. 선배님들한테 잘 보이기 위해 아부를 떨거나 살갑게 굴 수 있는 성격이 못 돼요. 그런데 오히려 그런 모습을 좋게 봐주시는 게 아닐까 싶어요. 선배님들께 '제가 왜 좋으시냐'고 대놓고 여쭤보기도 이상하잖아요.(웃음) 그냥 제 모습대로 행동하는 것을 예쁘게 봐주시는 것 같아 감사할 따름입니다."
특히 박지훈은 행정보급관 상사 박재영 역의 윤경호와 함께했던 기억을 떠올릴 때 눈빛이 더욱 반짝였다.
"초반 촬영 때 성재가 관심병사가 되고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경호 선배님과 상담하는 신이 있었어요. 그때 선배님이 갑자기 제게 '너 순발력이 정말 빠르다, 어떻게 내가 하는 족족 다 받아쳐 주냐'면서 칭찬을 해 주셨는데 그게 정말 기억에 남아요. 그때부터 급속도로 친해졌죠. 경호 선배님께 햄버거를 계속 가져다 드리는 신도 대본에는 한두 번이었는데, 선배님이 현장에서 '흑백요리사 안대까지 씌우는 게 어떻겠냐'고 아이디어를 내셨어요. 저도 거기에 맞춰 광기에 서린 눈빛으로 '이 햄버거가 마지막입니다'라고 받아쳤죠. 돌이켜보면, 스태프들이 빵빵 터질 정도로 재밌는 순간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이 작품에 대한 기대감, 자신감이 있었어요."
▲ 들뜨지 않으려 끊임없이 자신을 낮추다
'천만 배우'라는 거대한 타이틀을 얻은 직후의 차기작이었지만, 흥행에 대한 부담감이나 징크스에 대한 두려움은 그의 단단한 내면을 흔들지 못했다.
"전작의 흥행은 이번 작품과 완전히 별개라고 생각했어요. 촬영하면서 전작의 성적을 염두에 둔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오직 이 작품 하나만 보고, 내가 이전까지 보여드리지 못했던 코믹한 모습들을 어떻게 하면 더 잘 보여드릴 수 있을지만 끊임없이 고민했어요."
연이은 대성공에도 그는 전혀 들뜨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했다. 그 이유를 묻자, 박지훈은 덤덤하게 말했다.
"제 안에 어떤 변화나 이런 건 없어요. 전 제가 할 일들, 주어진 일들을 할 뿐이에요. 물론 작품이 잘 되면 감사하고 기쁜데, 막 심경의 변화는 없는 거 같아요. 성격상 남에게 피해 끼치는 걸 정말 싫어하거든요. 제가 들떠 있는 모습이 누군가에게는 으스대거나 거만해 보일 수 있잖아요. 스스로 그런 모습이 되기 싫어서 더 조심하고, 마음속으로 끊임없이 자신을 낮추려고 노력해요."
그럼 박지훈을 유일하게 들뜨게 만드는 일상의 소박한 도파민은 무엇일까.
"'휴가'입니다.(웃음) 쉬는 날이 다가오거나 갑자기 스케줄이 비면 순간적으로 도파민이 돌면서 들떠요. '어? 나 그날 뭐 하지?' 하면서 엄청 기대하게 되죠. 정작 쉬는 날이 되면 귀찮아서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도 않으면서, 그 기다리는 순간 자체가 저를 가장 들뜨게 만들어요."
▲ "내년엔 무조건 해병대 수색대 자원입대"
드라마를 통해 실제 군 생활을 간접 체험하기도 한 박지훈은 '내년 해병대 수색대 자원입대'라는 파격적이고 굳건한 목표를 공개했다. 군백기에 대한 두려움도 그에겐 전혀 없었다.
"군백기에 대한 두려움은 전혀 없어요. 요즘은 작품을 미리 찍어두고 입대하기 때문에 팬분들이 체감하는 공백기가 그리 길지 않더라고요. 저는 가지 말라고 말려도 내년에는 무조건 군대에 갈 겁니다. 미루지 않고 가고 싶어요. 어차피 국방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면, 한 번 갈 때 제대로 힘들고 유니크한 곳에 도전해 보고 싶어요. 해병대 수색대에 자원입대하는 것이 지금 제 목표고, 떨어지더라도 해병대는 무조건 가고 싶어요.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강하 훈련이나 헬기 레펠 같은 훈련을 꼭 경험해 보고 싶었어요."
박지훈은 최근 7년 만에 다시 워너원(Wanna One) 활동을 펼쳤다. 시간이 흐른 만큼 멤버들이 서로 계산적인 사람이 되어 있진 않을까 내심 걱정했다는 그는 "만나자마자 활동 초반처럼 아무 격식 없이 깔깔거리며 장난치는 모습을 보며 괜한 걱정을 했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변함없는 멤버들의 존재에 깊은 위로를 받았다는 박지훈은 "10년 뒤에 또 기회가 온다면, 다시 뭉치고 싶다"라며 팀을 향한 변함없는 애정을 과시했다.
올해로 아역배우 데뷔 20주년을 맞이한 박지훈에게 팬이란 단순한 사랑 그 이상의 '전부'이자 움직이는 원동력이다.
"팬은 '사랑'이라는 단어, 그 상위의 표현이에요. 한 단어로 감히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복합적이고, 그냥 제 전부입니다. 제가 지치지 않고 계속 움직일 수 있게 원동력을 주시는 분들이죠. 얼마 전 생일 즈음에 콘서트를 열었는데, 수많은 팬분들이 응원봉을 들고 저를 바라봐 주시던 그 광경은 아직도 잊히지 않아요. 근래 제가 제일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무대 위에서 팬들과 눈을 맞추는 순간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해요."
'왕과 사는 남자'에 '취사병'까지 연이어 성공시키며 배우로서 최고의 시간을 보낸 박지훈은 다시 아이돌 활동에 주력한다. 배우 활동으로 길었던 가수 공백기를 채우기 위해, 해외 콘서트와 팬미팅 등을 열어 팬들과 가까이 소통하는 데 시간을 가질 계획이다.
"들어오는 작품이 많지만, 지금은 가수로서 팬들과 가까이서 만나는 시간에 전념하려고 해요. 해외 콘서트와 팬미팅을 통해 전 세계 팬분들을 직접 찾아뵙고 눈을 맞추며, 저의 또 다른 행복을 채워가는 그런 시간을 가지고 싶습니다."
[사진=YY엔터테인먼트, 티빙 제공]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