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역사 속 '그날'의 이야기를, '장트리오' 장현성-장성규-장도연이 들려주는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 본방송을 놓친 분들을 위해, 혹은 방송을 봤지만 다시 그 내용을 곱씹고 싶은 분들을 위해 SBS연예뉴스가 한 방에 정리해 드립니다.
이번에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그날'의 이야기는, 지난 2일 방송된 '세계 최고의 킬러(?)-살인자와 조종자' 편입니다. 이야기 친구로는 셰프 윤남노, 그룹 프로미스나인 송하영, 배우 박효주가 출연했습니다.(리뷰는 '꼬꼬무'의 특성에 맞게, 반말 모드로 진행됩니다.)
▲ 괴이한 사건 현장
때는 2019년 1월 2일, 충남 서천 소방서야. 119 구급대원 김선일 씨는 지금 막 출근했다가 신고를 받고 긴급출동했어. 도착한 곳은 시골 마을의 한 단독주택이야. 집 앞에는 신고자 60대 남성 임 씨가 기다리고 있어.
"이 집 양반이 혼자 사는데 엿새째 연락이 안 돼요. 저기 봐요. 뭔가 싸하잖아요."
집 마당을 보니까 오래된 개똥이 한가득이야. 선일 씨는 어쩐지 기분이 묘하더래.
"그 신고자분이 '안에 사람이 있는 것 같은데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라고 해서 저희가 진입을 하기 위해서 현관문을 포함해서 모든 창문을 한 번씩 열어봤었는데, 모든 문이 다 굳게 잠겨 있더라고요."
-김선일, 당시 서천소방서 구급대원
선일 씨는 거실 창문을 깨고 집 안으로 들어갔어. 그런데 집 상태가 좀 이상해. 누군가 뒤진 흔적이 남아있어.
그날 당직이던 서천경찰서 형사 2팀이 곧장 현장에 출동했어. 서둘러 구급대원들과 집안을 살펴보기 시작하는데, 갑자기 안쪽에서 비명 소리가 들려. 집주인 66세 남성 손 씨가 사망한 채 발견된 거야.
시신이 반듯하게 누워있고, 발 밑에는 붉은 피가 잔뜩 흘러있어. 그런데 이상한 건, 시신의 자세야.
양팔이 만세하듯 올라가 있고, 두 손은 옷가지로 겹겹이 싸여있어. 거기가 얼굴엔 베갯잇까지 덮여있어. 이건 누가 봐도 살인사건일 가능성이 커.
▲ 크라임 씬
형사들은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어. 우선 시신의 상태부터 확인해 볼게. 양팔을 감싼 옷을 풀어보니, 청테이프로 묶여 있어. 그리고 얼굴에 덮여 있던 베갯잇을 치우니까, 얼굴에 정체 모를 하얀 가루들이 말라 붙어있어. 정체는, 고추냉이였어. 누군가 피해자의 팔을 묶어놓고 고추냉이 가루를 물에 타서 얼굴에 들이부었어. 왜 그랬을까? 형사들이 생각은 이랬어.
"얼굴에 수건인지 베갯잇인지 가려져 있었는데, 그걸 들춰냈을 때, 얼굴에 약간 가루 같은 게 묻어 있었던 걸로 기억하거든요. 그런 걸로 봐선 아무래도 고문의 흔적도 보였던 것 같고…"
-이견수 형사, 당시 서천경찰서 형사 2팀
팔을 묶어놓고 고문을 한 거 같다는 거야. 피해자의 사인은 뭐였을까? 시신 뒤편에 보이던 핏자국. 허벅지 뒤쪽으로 깊게 찔린 상처가 아홉 군데나 있었어. 부검 결과는 이랬어.
"머리에 한 군데 자창, 뒤 허벅지에 아홉 개 자창, 왼쪽 갈비뼈 7번부터 9번까지 골절이 발견됨. 사인은 질식사로 추정되지만, 저혈량성 쇼크에 의한 사망도 배제할 수 없음."
그런데 사건 현장에서 이해할 수 없는 기묘한 상황이 포착돼. 현장에 있던 차옥주 형사는 묘한 이질감을 느꼈대.
"시신 부분에 있어서 혈흔 형태가 왠지 이렇게 나올 수 있는 부분들이 아닌 것 같고, 냄새 같은 것도 그렇게 나지 않았어요."
-차옥주 형사, 당시 서천경찰서 형사 2팀
핏자국이 전형적이지 않았던 거야. 비릿한 피 냄새도 안 느껴지고. 아무래도 이상해서 가까이 가서 확인해 보려는데, 기분 나쁜 시큰하고 쿰쿰한 냄새가 나. 알고보니 피해자 밑에 있던 붉은 핏자국은, 피가 아니었어.
피의 정체는 케첩과 마요네즈였어. 범인이 현장의 핏자국을 지우고, 그 자리에 케찹과 마요네즈를 뿌려놓은 거야. 이건 베테랑 형사도 본 적 없는 특이한 사건 현장이야. 대체 누가, 어떤 의도로 이런 짓을 한 걸까.
▲ 단서를 찾아라
형사2팀은 본격적으로 증거를 모으기 시작했어. 우선 집 구조를 보여줄게.
시신이 발견된 장소는 안방이야. 화장실 세탁기 안에는, 여러 벌의 옷과 청테이프가 있었어. 피해자의 팔을 묶은 게 청테이프잖아. 혹시 옷에 핏자국이 있는지 확인해보려 했는데, 세탁기 안의 옷은 이미 빨래가 끝난 상태였어.
바깥으로 연결된 보일러실에서는 피묻은 이불, 톱, 전지가위가 발견됐어. 혹시 이게 살인도구일까 싶었지만, 핏자국은 물론 사용한 흔적도 없는 새 거야. 형사들이 마지막으로 살펴본 곳은 작은방이야. 다른 방들과 달리 누군가 급하기 뒤진 흔적이 있어. 서랍, 책장이 다 쏟아져 있었거든. 작은방에선 통장, 집문서, 보험문서 같은 중요한 서류들과 공과금 영수증, 가족사진, 편지 같은 게 발견됐어. 그리고 이것도 있었어.
이 안에는 아주 충격적인 내용의 문서가 담겨 있는데, 그 내용이 뭔지는 오늘의 이야기 마지막에 보여줄게.
선배 형사들인 집 안을 조사하는 동안, 막내 이견수 형사는 집 주변을 살폈어. CCTV를 찾아봤지만, 인적이 드문 시골이라 CCTV가 거의 없었어. 이 형사는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온마을을 뒤졌어. 그러다 마을 어귀에서 이걸 발견했어.
어둠 속에서 등장한 한 사람. 영상이 찍힌 시각은 12월 28일 오후 10시 44분. 신고자 임 씨가 피해자 손 씨와 마지막으로 통화한 날이야. 그날 밤, 이곳을 걸어간 사람은 누구일까.
그런데 밤 10시가 넘은 늦은 밤은 시골에서는 왕래가 뜸한 시간이야. 이 영상만 보고 누군지 알 수는 없어. 너무 흐릿하고 어두워서. 성별도, 나이도, 알기가 어려워.
▲ 용의자들
그 시각, 차 형사는 사건 현장을 찬찬히 되짚어보며 고민에 빠졌어. 아까 구급대원이 문이 잠겨 있어서 창문을 깨고 들어갔다고 했잖아? 강제로 침입한 흔적도 없었고. 그럼 이건, '밀실 살인'이야. 범인은 피해자와 아는 사람, 면식범일 가능성이 높아. 피해자가 문을 직접 열어줬거나, 범인이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으니까. 그리고 시신의 상태를 보면, 고문의 흔적이 있어. 원한관계일 가능성이 있어. 주변 사람들한테 들어보니, 피해자 손 씨는 부동산으로 성공한 30억 원대의 자산가래. 그럼 금전을 노린 살인일 수도 있어.
차 형사는 손 씨의 가족관계부터 조회했어. 그리고 사건 현장에서 30분 거리인 군산에 이혼한 전 부인이 살고 있다는 걸 알게 돼. 전 부인 강 씨는 손 씨가 사망했다는 소식에 곧바로 현장으로 왔어. 그런데 전 부인의 반응이 좀 이상해. 전 남편이 죽었는데, 너무 무덤덤한 거야. 알고보니 이혼한 지 20년이 넘은데다 재혼까지 한 상태라, 별 감정이 남아있지 않았던 거야. 아들 일로 가끔씩 연락을 주고받았을 뿐, 그 외에 별다른 교류는 없었대. 전 부인에게 아들은 어디 있냐고 물었어.
"기창이요? 어릴 땐 남편하고 살았는데, 서울 올라간 지 한참 되었어요. 제가 좀 전에 전화했어요. 지금 여기로 오고 있을 거예요."
-전 부인 강 씨
그때, 피해자의 휴대전화 전원이 켜졌어. 시신 옆에서 발견됐는데, 충전해 뒀던 게 켜진 거야. 차 형사는 곧장 통화내역을 살펴봤어. 그리고 가장 최근에 연락한 번호로 전화를 걸었어. 전화를 받는 건 중년의 여성이었어.
형사: "28일 19시경 손 씨와 통화하셨죠? 무슨 이야기를 나누셨습니까?"
중년여성: "그런 적 없는데요? 전화 잘못 거셨어요."
형사: "지금 손 씨가 사망해서 조사 중에 있습니다."
중년여성: "저 그런 사람 모른다니까요?"
일단 형사들은 이 여성을 강하게 의심했어. 손 씨의 통화내역엔 거의 매일 이 전화번호가 남아있었거든. 그런데도 모른다고 시치미를 떼는 게 이상하잖아. 잠시 후, 한 50대 여성이 울면서 현장을 찾아왔어. 아까 통화한 그 여자야. 알고보니 손 씨와 애인 사이야. 그런데 왜 처음엔 모른다고 잡아뗐을까?
"사실 전 유부녀예요. 아까는 남편과 같이 있어서 모른다고 한 거예요."
그러면서 하는 말이, 안그래도 며칠 째 연락이 안돼 걱정하고 있었다는 거야. 이 여자의 말, 진실일까? 근데, 이 여자가 그 뒤에 한 말 때문에 형사들이 깜짝 놀랐어.
"그 아주머니가 처음에 손 씨가 사망한 소식을 알고 저희랑 만나서 했던 이야기가, '혹시 아들이 그런 건 아니죠?' 마지막 통화를 했을 때, 본인이 같이 만나고 있다가 헤어지게 된 이유가, 아들이 오기로 해서, 아들이 오기 전에 집으로 간다고 해서 가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던 거죠."
-차옥주 형사, 당시 서천경찰서 형사 2팀
이 중년 여성의 말이 사실이라면, 손 씨가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은 아들이야. 그때, 전 부인 강 씨가 말했어.
"형사님, 아들 전화기가 꺼져있는데요?"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아들이 전화기를 꺼 놓는다? 이상하지. 이제 수사에 중요한 실마리가 될 물건이 나올 차례야. 작은방에서 발견된, 아들의 편지야.
"아버지, 앞으로는 정신 차리고 똑바로 살게요. 마지막으로 한 번만 믿어주세요."
"여기서 나가면 필라테스 강사 자격증을 따서 학원 차리고 열심히 살게요."
"천만 원만 빌려주시면 안 될까요? 그 돈 없으면 저는 정말 어떻게 될 지도 몰라요."
-아들의 편지 中
아들의 이름은 손기창(가명). 당시 나이 32세. 손기창은 평소 아버지한테 끊임없이 돈을 요구했대. 돈 문제로 갈등이 잦았다고 해. "여기서 나가면"이라는 아들의 말. 아들은 어디 있었던 걸까? 그걸 알려면, 손기창의 과거 행적을 알아봐야 해.
피해자 손 씨와 전 부인 강 씨가 이혼했을 때, 손기창은 중학교 1학년이었어. 부모가 이혼한 후, 언젠가부터 이상행동을 보였대. 고등학생 시절에 급식을 먹다가 친구와 시비가 붙자, 급식판을 던지고, 심지어 말리던 선생님까지 때렸대. 그뿐만이 아니야. 아버지 손 씨한테도 폭력성을 보였는데, 욕설은 물론이고, 아버지 노트북에 물을 부을 정도였대. 24세가 되던 2011년에는 재판도 받았어. 죄명은 '현주건조물방화죄'. 아버지한테 화가 난다는 이유로 불을 질렀다는 거야. 이 사건으로 손기창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어. 그런데 불과 1년 뒤에 손기창은 다시 재판정에 서게 돼.
"2014년 3월 25일 22시경, 군산시에 있는 미용실에서 위 미용실 원장인 피해자가 같은 날 오전 경 피고인의 머리를 깎을 때 불친절했다는 이유로 화가 나 그곳에 있던 위험한 물건인 벽돌을 집어 들고 유리로 된 미용실 출입문에 집어던졌으나 깨지지 않아 미수에 그쳤다."
불친절했다는 이유로 벽돌을 던졌다는 손기창. 심지어 품 안에는 흉기도 소지하고 있었대. 집행유예 기간에 또 범죄를 저질렀어. 손기창은 이 일로 3년 6개월의 징역 및 치료감호형을 선고받았어. 아까 그 편지는, 수감 중이던 교도소에서 보낸 거야.
"과거 전과라든지 이런 걸 봤더니, 거기에 대한 폭력성이나 이런 부분도 나왔었고. 출소하기 전에 아버지에게 금전적인 부분을 요구했던 정황들, 이런 것들을 보고 아들이 용의선상으로 계속 부각이 된 거였죠."
-차옥주 형사, 당시 서천경찰서 형사 2팀
▲ 아들을 찾아라
아무래도 아들이 의심스러워. 손기창을 찾아야 해. 그런데 전화기가 꺼져 있잖아? 피해자 손 씨가 마지막으로 통화한 건 12월 28일, 시신이 발견된 건 1월 2일이야. 그 사이에 아들이 통화한 기록은 거의 없어. 그런데 딱 한 번, 12월 29일에 누군가 전화를 받은 기록이 있는데, 발신자를 추적해보니 서울 역삼동에 있는 PC방 사장이래. 알고보니 그 PC방에서 손기창이 아르바이트를 했던 거야. 형사2팀은 곧장 서울로 달려갔어.
"서울로 가서 사장님을 만나서 대화를 하고 물어보니까 28일까지만 이 친구가 일을 하고, 더 일을 하지 못할 것 같다는 말을 한 것 같습니다."
-이견수 형사, 당시 서천경찰서 형사 2팀
PC방에서도 12월 28일 이후로 종적을 감췄어. 손 씨가 사망한 걸로 추정된 바로 그날이야. 다음날부터 말도 없이 출근을 안 해서 전화해봤더니, 할머니가 아파서 앞으로 못 나오겠다고 했대. 손기창의 할머니는 이미 오래전에 돌아가셨어. 형사2팀이 서울에서 알아낸 건, 바로 이거야.
PC방 CCTV에 찍힌 손기창의 인상착의야. 목에 문신인지 상처인지, 뭔가가 있지?
그때 서천에 있던 차 형사는 '만약 아들이 범인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해봤어. 아버지와 아들이 돈 때문에 갈등을 빚었다고 했잖아. 손기창이 진짜 범인이라면, 집에서 돈이 될만한 것들을 가져갔겠지? 차 형사는 곧장 아버지 손 씨의 금융기록을 조회했어.
그런데 12월 29일, 손 씨의 신용카드가 익산터미널 근처 편의점에서 결제된 내역이 발견됐어. 12월 28일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피해자 손 씨의 카드를 누군가 사용한 거야. 차 형사는 카드 사용내역을 계속 살펴봤어. 그런데 천안, 일산, 서울 등 전국을 돌아다니며 금을 사고 있었어. 전국 금은방에서 사흘간 300만원 어치의 금을 사 모은 거야. 형사2팀은 그 금은방을 전부 조사했어. 그리고 이걸 발견했어.
PC방과 금은방 CCTV에 모두 포착된 인물. 목에 있는 문신으로 단번에 알 수 있었어. 피해자 카드 사용자의 정체는 바로, 아들 손기창이었어. 이제 카드 결제내역만 따라가면 꼬리가 잡히겠지? 그런데 손기창은 12월 31일 이후로 더 이상 아버지의 카드를 사용하지 않았어. 휴대전화 역시 계속 꺼져있고. 더 이상의 추적은 불가능했어.
시신이 발견된 지 나흘째가 되던 1월 5일. 형사2팀 사무실은 무거운 공기로 가득해. 그런데 갑자기, 손기창의 휴대전화가 켜지며 실시간 위치가 잡혔어. 형사들은 곧장 출동 준비를 했어. 손기창의 휴대전화 신호는 지금 인천에 있다고 나와. 그런데 이게 움직이더니, 광명에 멈췄어. 더 의아한 건, 속도야. 광명에서 시작해 안산, 화성을 거쳐 천안까지 가는데 걸린 시간은 단 23분. 너무 빠르지? 그 비밀은 바로 기차야. 손기창은 지금 KTX를 타고 이동하고 있는 거야.
형사2팀은 충남광역수사대에 지원 요청을 하고 합동 수사팀을 꾸렸어. 광수대는 KTX 노선을 따라 손기창의 뒤를 쫓기로 하고, 형사2팀은 재빨리 익산역으로 달려갔어. 왜 익산일까? 손기창의 어머니 강 씨가 사건 현장에 왔던 날 형사들에게 소름 돋는 이야기를 했었거든.
"아들이 저에게도 전화가 왔었는데,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조만간 어머니가 계신 군산으로 갈게요. 꼭 혼자 계셔야 해요.'"
알고보니 손기창은 어머니하고도 돈 때문에 종종 싸웠대. 어쩌면 이건, 또 다른 살인 예고일 수도 있어. 어머니 강 씨가 살고 있는 군산과 가장 가까운 KTX 역이 익산역이거든. 그래서 형사들이 급하게 익산역으로 향한 거야.
그 사이, KTX는 오송역에 도착했어. 그런데 또 한 번 예상 밖의 일이 일어나. 오송에서 익산 쪽으로 가려면, 호남선을 타야해. 그런데 손기창이 탄 기차가 경부선을 따라서 이동해. 모두가 당황했지만, 지체할 시간이 없어. 작전을 빨리 변경해야 해. 형사2팀은 즉시 광명역으로 들려갔어. KTX를 쫓는 광수대 형사들에게 이걸 보내주려고.
광명역에서 찍힌 손기창의 인상착의야. 광수대 형사들은 손기창의 인상착의를 모르니까. 그 사이 손기창은 부산역에 내렸어. 사진을 받은 광수대 형사들이 뒤를 쫓기 시작했어. 손기창의 휴대전화가 마지막으로 확인된 곳은 부산역 앞 모텔촌. 광수대는 손기창을 찾을 수 있을까?
광명역 CCTV에서 포착된 것과, 부산의 한 모텔 CCTV에 찍힌 거야. 옷, 가방, 비닐봉지까지 똑같지? 두 CCTV가 완벽하게 일치하는 사람을 찾았어. 4시간동안 모텔촌을 뒤진 끝에, 한 모텔 CCTV에서 찾아낸 거야. 모텔 앞에서 밤새 잠복한 광수대 형사들. 시간은 어느덧 하루를 넘겼고, 시간은 다음날 오후 4시야. 근데 손기창이 방에서 통 나올 생각을 안해. 형사들은 초초해지기 시작했어. 그런데 그때, 복도 CCTV에 방에서 나오는 손기창이 보여.
형사들이 신속하게 움직여 모텔 입구, 로비, 엘리베이터 등 정해진 위치에서 숨을 죽이고 손기창을 기다려. 그런데 엘리베이터 앞에 서있던 손기창이 갑자기 움직여 계단쪽으로 향해. 형사들은 그것도 대비하고 있었어. 계단실에 잠복하고 있던 형사가 조심스럽게 뒤를 따라가. 계단으로 걸어 내려온 손기창이 드디어 로비에 나타났어. 모든 예상 도주로를 차단하고 형사들이 포위망을 좁혀 갔어. 그리고 순식간에 손기창을 에워싸고 체포에 성공했어. 체포 당시 찍힌 손기창의 모습이야.
▲ 존속살인범의 충격적 진술
손기창은 체포 당시 어떤 말을 했을까?
"그 모텔에서 자백했어요. 아버지가 나를 되게 싫어하고, 내가 귀찮은 존재라는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친아버지가 아닌 걸로 생각을 했었고, 저 사람이 죽어야지 그 집에 있는 재산이, 아버지가 가지고 있는 재산이 다 나한테 오지 않을까… 그런데 체포를 하고 뒤져보니까, 점퍼 안쪽에서 망치인지 이런 것도 나오고. 가방에서 청테이프, 회칼, 장갑 이런 것들이 나오더라고요."
-김형찬 계장, 당시 충남경찰청 광역수사대
손기창은 모텔에서 이렇게 자백했어. 아버지가 날 귀찮아하고 싫어해서 친아버지가 아니라 생각했다, 그래서 아버지를 죽이고 재산을 차지하려 했다고. 그런데 왜 가방에 이런 걸 가지고 다니냐고 물으니 손기창은 이렇게 답했어. "사람을 또 죽이러 가고 있었습니다"라고.
"그날도 사실은 여성이 혼자 운영하는 업소 같은 데에 가서 강도를 하고 죽여서 금품을 뺏는다, 아니면 여자 혼자 사는 집, 힘없는 노인들 사는 집을 물색해서 그 집에 들어가서 범행을 하겠다…"
-김형찬 계장, 당시 충남경찰청 광역수사대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야. 손기창의 소지품에서 이런 게 나왔어.
여러 개의 신용카드들. 이건 아버지 명의가 아닌, 또 다른 사람의 신용카드였어. 누구 카드냐 물으니 손기창은 이렇게 답했어.
"뺏은 겁니다. 인천에서… 제가 죽인 사람들한테서요."
인천에서 또 살인을 했다는 거야. 형사들은 믿지 못했어. 바로 관할 경찰서에 연락해 확인했어.
"30대 남성이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그런데 경찰 조사에서 이 남성이 일면식도 없는 노부부를 살해한 혐의까지 추가로 드러났습니다."
"피의자는 이곳 자택에서 아버지를 흉기로 살해한 뒤 도주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살인을 저질렀습니다."
-당시 뉴스 보도 中
광명역에서 KTX를 타기 전, 인천의 한 주택가에서 또 다른 살인을 저지른 거야. 손기창은 귀가하는 80대 남성을 발견하고 뒤따라 집 안으로 들어갔어. 그리고 이 남성을 칼로 위협하며 카드 비밀번호를 요구했어. 하지만 입을 열지 않자 그 자리에서 허벅지와 가슴을 수차례 찔러서 무참히 살해했어. 그 소리에 치매를 앓던 아내가 방에서 나오자 아내까지 살해했어. 그 곳엔 노부부의 반려견도 있었어. 방 안에서 짖는 반려견까지 죽였어. 그리고 노부부의 신용카드 7장, 현금 7만 5천 원을 훔쳐서 달아났어.
▲ 세상에서 가장 멋있는 킬러가 되겠다?
손기창은 체포되자 마자 부산에서 서천서로 이송됐어. 차 안에선 어땠을까?
"상당히 특이한 것은, '세상에서 가장 멋있는 킬러가 되고 싶다', 이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목표는 몇 명이었는데?' 물으니, 우리나라에서 다 하고 난 다음에 다른 나라로 가서 또 하고, 뭐 이런 이야기를 하길래. '얘가 어떻게 정신이 된 앤가?' 이런 의심도 하기도 하고…"
-김형찬 계장, 당시 충남경찰청 광역수사대
사람을 더 죽이지 못해 분하다고 했대. 취조실에서 손기창과 마주 앉은 차 형사는 가슴이 꽉 막혀 답답해.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거든. 손기창이 부산에서 잡혔을 때, 피해자 손 씨가 친아버지가 아닌 거 같아 죽였다고 했잖아? 차 형사는 이것도 이해가 안되는데, 더 이해가 안되는 게 있었대. 아무 죄도 없는 사람을 왜 죽이려 했는지 묻자, 손기창은 이런 말을 해.
"저는… 시키는 대로 했을 뿐입니다."
마치 살인을 뒤에서 지시한 배후가 있다는 말이잖아? 이게 무슨 말일까?
"이 사람에 대해서는, 세계 어느 경찰, FBI가 와도 잡을 수 없는 정도의 그런 사람이다. 서울이라는 도시, 강남에서 성공한 사람, 암흑세계에 엄청난 조직을 가지고 있고 엄청난 돈과 재력을 가지고 있는, 어느 누구도, 경찰도 잡을 수 없는 추적할 수 없는, 그런 신 같은 존재로 생각하고 있었더라고요."
-방지현 형사, 당시 서천경찰서 형사 2팀
세계적인 살인마, 암흑세계의 신과 같은 존재. 이런 사람이 정말 있을까? 손기창의 망상일까?
아까 서천마을에서 발견한 CCTV 기억나? 한밤중에 누군가 피해자 손 씨의 집 방향으로 걸어가는 괴한의 모습이 찍혔잖아. 사실, 그 영상 뒷부분엔 한 사람이 더 있었어.
10시 44분 한 사람이 CCTV에 포착되고 8분이 지난 10시 52분,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는 또 한사람이 찍혔어. 두 사람 사이에 시간 간격은 8분이고, 가는 방향도 같아. 아직까진 저 두 사람이 손기창인지, 뒤 따르는 사람이 누군지 밝혀지진 않았어. 우연히 같은 방향으로 길을 가는 동네 주민일 수도 있잖아. 그런데, 예상치 못한 곳에서 실마리가 풀려.
몇시간 뒤인 새벽 4시, 손 씨 집 근처야. CCTV에 찍힌 두 사람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본 목격자가 있는 거야. 바로 택시기사야. 이런 시골에서 택시앱으로 콜을 불러 손님을 태운 게 처음이라, 똑똑히 기억한대. 형사들은 바로 손기창의 사진을 보여줬어. 택시기사는 손기창이 맞다고 했어. 그럼 같이 택시를 탄 사람의 얼굴을 기억하냐고 묻자, 택시기사는 다른 한 명은 얼굴을 가려서 못 봤다고 했어.
그날 택시기사가 내려준 곳은 익산터미널. 피해자 손 씨의 신용카드가 처음 사용된 곳이 익산터미널 근처 편의점이였잖아. 날짜는 12월 29일. 두 사람이 택시를 타고 간 바로 그 날이야.
28일부터 29일까지 이틀간, 두 사람이 함께 있는 모습이 익산터미널 근처 모텔 등 곳곳에서 포착됐어. 손기창이 범행 현장에 누군가와 함께 갔다는 건 확실해졌어. 그런데, 이 사람이 누구인지는 아직 전혀 아는 게 없어. 손기창에게 직접 알아내는 수 밖에 없어.
▲ 살인 '조종자'의 정체
다시, 서청경찰서 취조실로 돌아가 볼게. 하룻밤을 유치장에서 지낸 손기창이 어쩐지 어제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보여. 마음이 바뀌었다며, 모든 진실을 털어놓겠다고 해.
"제가 그 사람 유혹에 넘어가서 끔찍한 살인마가 된 것 같습니다. 아버지를 죽인 것도 다 그 남자 때문이라고요."
그 남자는 손기창에게 계속 "그 사람은 네 아버지가 아니야. 네 친아버지를 살해한 원수야!", "죽음으로 복수하고 재산을 빼앗자" 라고 얘기했대. 게다가 이런 메시지도 수시로 보냈대.
"전지가위, 회칼, 톱 이런 거를 내가 온라인 링크로 보내줄 테니까 넌 그걸 사기만 하면 된다, 범행도구는 이것 이것 준비해. 겨잣가루, 테이프… 살인까지는 어떤 방식도 있고 이렇게 다 이야기해서 예행연습을 하고 거기에 대한 점검도 하고."
-차옥주 형사, 당시 서천경찰서 형사 2팀
범행도구 준비부터 살해 방식, 사후 대처까지 살인에 대한 모든 걸 알려줬대. 자기는 전문교육을 받은 세계적인 킬러라면서. 근데 혹시라도 설령 이 말이 정말 맞다면, 빨리 잡아야지. 그래서 그 남자가 어딨냐고 묻자 손기창은 이렇게 답했어. "근데 제가 그 남자에 대해 아는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라고.
"휴대전화 번호도 모르고, 이름도 몰라, 나이도 몰라, 아무것도 모른다고 얘길 하니까. 못 믿었죠. 믿을 수가 없었죠."
-차옥주 형사, 당시 서천경찰서 형사 2팀
'그 남자'에 대해 유일하게 아는 건, 나이가 30대 중반이라는 거야. 지금까지 손기창은 살인에 대한 모든 걸 그 남자로부터 지시 받았다고 했잖아. 그럼 그 남자와 어떻게 연락했냐고 물으니, 채팅 앱으로만 대화했다는 거야. 손기창은 교도소에서 출소한 후 불법 마사지 업소에 취업했대. 거기 업주가 바로 그 남자였다는 거야. 그런데 불법이다보니 업장은 따로 없었고, 채팅앱으로만 업무를 주고 받았대. 그래서 그 남자에 대해 아는 게 없다는 거야.
형사들이 그럼 메시지를 보여달라고 했더니, 그 메시지는 이미 지웠대. 이 말이 전부 사실이라면, 손기창은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꾐에 빠져서, 자기 아버지를 죽이고 또 다른 살인까지 저지른 거야. 답답해 미칠 지경이지. 그런데 그때, 손기창이 "예전에 어떤 계좌로 돈을 보낸 기억이 난다"며 뭔가를 떠올렸어.
"50대 여자 이름으로 된 계좌로 송금을 해 준 내역이 한 번 있었다, 그 계좌 명의자를 확인해보니까 50대 여자분이었는데, 아들이 (손기창과) 비슷한 연령대였고 그 아들을 전과 조회를 해봤더니 어렸을 때 청테이프로 결박을 하고 성범죄를 저지른 부분이 있었는데, 결박하는 부분의 소재라든지 수법이 비슷하고. 그래서 얘가 맞겠다, 얘일 가능성이 높겠다…"
-차옥주 형사, 당시 서천경찰서 형사 2팀
차 형사는 곧바로 이 50대 여성의 아들 신원을 확인했어. 이름 신영균(가명), 당시 나이 35세. 손기창한테 신영균의 사진을 보여주니, 그 남자가 맞대. 어떻게 찾았냐면서 오히려 신기해 했대. 이제 신영균을 잡을 일만 남았어.
▲ 살인 '조종자'를 잡아라
2019년 1월 8일, 야심한 새벽. 서울 강남의 한 빌라 주변에 사내들 네댓명이 숨어있어. 신영균의 거주지를 확인한 형사들이 추위에 벌벌 떨며 밤새 잠복 중이야. 분명 집 안에 있는 게 확인됐는데, 통 나오지를 않아. 이날 최저 기온은 영하 10도였어. 그렇게 밤이 지나고, 날이 밝았어. 너무 추워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어. 그런데 그때, 형사2팀 앞에 운명처럼 이게 딱 나타났어. 바로 택배차였어. 형사들은 얼른 가서 협조를 구하고, 신영균 앞으로 온 택배가 있는지 확인했어.
"택배 기사님께는 설명을 드렸죠. 문을 열고 그 사람에게 직접 줘야 되는 상황이면, 멀찍이 떨어져 주고, 그 사람이 '여기 놓고 가세요' 하면 바로 문 앞에 놓지 말고, 문 열고 나올 수 있게끔 멀리 떨어뜨려 놓아만 달라고."
-방지현 형사, 당시 서천경찰서 형사 2팀
드디어 작전 개시야. 형사들 모두 각자 자리에서 숨을 죽인 채 때를 기다리고 있어. 택배 기사가 집 앞에 도착하고 벨을 눌렀어. 집 안에선 "문 앞에 놓고 가세요"라는 소리가 들려. 택배 기사는 상자를 문에서 멀찍이 내려놓고 자리를 떠나. 근데 아무리 기다려도 신영균이 나오지 않아. 잠시 후, '부릉' 하며 택배기사 차가 시동을 걸고 나서야, 집 안에서 인기척이 들리기 시작해. 그런데, 형사들의 테이저건이 말썽을 부려.
"테이저건의 전극을 올리면 전기 부분들이 표시가 되어 있거든요. 잔여량이. 근데, 없는 거예요."
-차옥주 형사, 당시 서천경찰서 형사 2팀
어젯밤 영하 10도의 맹추위에 오래 잠복한 탓에 테이저건 배터리가 방전된 거야. 그런데 하필 이 순간, 삐걱 하며 문 열리는 소리가 나. 일촉즉발의 상황. 차 형사는, 이렇게 했어.
"엎드려! 엎드리라고 제가 소리를 질렀어요. 목소리를 엄청 크게 했고, 목소리 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차옥주 형사, 당시 서천경찰서 형사 2팀
있는 힘껏 엎드리라고 소리치며 동시에 테이저건을 집어던졌어. 그 결과, 검거는 성공했어. 오로지 기세로 제압한 거야. 신영균의 집에 들어간 형사들은 깜짝 놀랐어. 집에 회칼, 청테이프, 고추냉이 가루가 있는 거야. 서천 범행 현장에서 본 거랑 똑같아. 손기창이 신영균을 '암흑세계의 신', '세계적인 살인마'라고 불렀잖아? 형사들이 본 신영균은 이랬대.
"막상 공범을 검거하고 나니까 아들이 진술했던 킬러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어서 '이건 도대체 뭔가'라는 생각도 했던 것 같습니다."
-이견수 형사, 당시 서천경찰서 형사 2팀
신영균은 범행에 대해 이렇게 말했어.
"걔가 설마 진짜 아버지를 죽일 줄은 몰랐어요. 그냥 겁만 주고 돈이나 뺏을까 했던 거라고요. 진짜로 죽여서 저도 무서웠다니까요."
지금부터 그날의 진실을 알려줄게. 수사를 통해 밝혀진 내용이야.
▲ 사건의 전말
12월 28일 오후 4시 서울 강남. PC방 아르바이트를 마친 손기창은 신영균을 만났어. 집에서 범행도구를 챙기고 예행 연습을 마친 두 사람은 오후 7시 10분, 서울 고속터미널에서 버스를 타. 그리고 오후 10시경 군산 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해. 곧장 택시를 타고 아버지 손 씨의 집으로 향해. 집 앞에 도착한 손기창이 현관문을 여는데, 그냥 열려. 아들이 온다는 소식에 아버지가 문을 열어둔 거야.
집 안으로 들어가자 안방에서 자고 있는 아버지가 보여. 손기창은 가방에서 회칼과 망치를 꺼내들어. 그리고 무방비 상태인 아버지를 향해 무자비하게 휘둘렀어. 이후 양팔을 머리 위로 들어올려 청테이프로 결박해. 그리고 밖에 있는 신영균한테 메시지를 보내.
"계획대로 됐습니다. 이제 들어오셔도 됩니다."
집에 들어온 신영균은 주방에서 주전자를 가져와 손기창에게 건네. 손기창은 고추냉이 가루를 탄 물을 아버지 코에 들이부어 고문을 했어. 그때까지 아버지는 살아계셨어. 고문을 한 이유는? 카드와 통장 비밀번호를 말하라고. 끔찍한 폭행과 고문 끝에 아버지가 정신을 잃자 손기창은 아버지를 수차례 걷어차고는 미리 준비한 밧줄로 목을 졸라 끝내 살해하고 말아.
범행 이후 두 사람은 이불로 바닥에 튄 피를 닦았어. 하지만 피 냄새가 계속 나자, 케찹과 마요네즈를 뿌린 거야. 이들은 시체를 토박 내서 처리할 생각으로 전지가위와 톱까지 챙겨왔어. 손기창이 이걸 어떡할지 묻자 신영균은 "시간이 많이 늦어졌으니까 그냥 가자"라고 했어. 두 사람은 피해자의 지갑에서 현금 7만원, 신용카드 한 장을 빼서 유유히 집을 나섰어. 이게 이번 살인사건의 전말이야.
▲ 최악의 조합
신영균은 이후 경찰 조사에서 "손기창이 아버지를 진짜 살해하는 모습을 보고 너무 겁이 나 시키는 대로 할 수 밖에 없었다"라고 진술했어. 신영균은 정말 손기창이 아버지를 살해할 걸 예상 못했을까? 진실은 범행 이후 두 사람이 나눈 대화에서 엿볼 수 있어.
<2018년 12월 30일>
손기창: "지금 지하철 타고 천안 가는 중요. 벌레카드는 사재기용으로만 쓸까요? 사재기할 때 금은방 한 곳에서 한 개씩만?"
신영균: "한 개씩만 사. 그래야 의심 안 받아. 천안에 있는 금은방 다 돌고, 다 돌고 나면 경기도."
아버지 카드를 훔친 뒤 금은방을 돌 때 나눈 대화야. 여기서 '벌레카드'라고 하지? 아버지를 '벌레'라고 지칭한 거야. 다음 대화는 더 충격적이야.
<2019년 1월 1일>
손기창: "내일은 뭐 할까요?"
신영균: "킬해. 돌아다니면서."
손기창: "형님하고 말고 저 혼자서요? 근데 저는 움직이고 형님은 뭐 하는데요?"
신영균: "형은 너가 그렇게 하면, 뒤처리법 알려주는 거지."
너무나도 확고한 공모의 흔적이야. 게다가 신영균은 손기창에게 이런 말도 했대.
"200킬은 할 수 있을 듯."
"더 많이 죽여야 알아줘. 지금 10명은 기본이더라."
"근데 네 실력을 보면 300킬 해도 안 걸릴 듯."
또 한 번은 이런 대화를 나누기도 했어.
<2019년 1월 3일>
손기창: "만약 잘못되더라도 혼자 독박할 테니 걱정 마요. 하필 형님 같은 거물을 만난 게 엄청난 행운이지."
신영균: "걸리든 말든 지금 이 상황에 킬이라도 올려서 빠져나가야 돼."
손기창: "자수보단 이판사판으로 나가는 게 심신미약이 인정되는군. 그리고 사형이나 쌍무기 떠서 매스컴 타면 아주 끝내주지. 잡혀도 멋지잖아."
신영균은 손기창이 무서워서 시키는대로 따랐다고 했잖아? 이 대화를 보면,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지? 이들은 심신미약을 악용하려 했고, 실제로 손기창은 재판에서 심신미약을 주장했어. 그럼, 법원의 판단은 어땠을까?
법원은 범행의 계획성, 명확성, 사후 처리 과정을 봤을 때 사물을 변별할 능력과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정상 범주 안에 있었다, 즉, '심신미약이 아니다'라고 판단했어. 그리고 범행의 잔혹성, 생명 경시 태도, 반성의 기미가 없으므로 손기창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어.
신영균은 손기창이 진짜로 살인을 저지를지 몰랐고, 두렵고 무서워 요구하는대로 도와줬을 뿐, 자신은 단순 방조범이라 주장했어. 그럼 법원의 판단은 어땠을까?
"신영균의 행위가 없었더라면 손기창이 강도살인이 불가능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신영균은 공동정범으로서의 죄책을 진다."
공동정범이 맞다고 인정한 거야. 신영균의 형량은 징역 30년이 나왔어. 그런데 손기창과 신영균은 형량이 무겁다며 항소했어. 그리고 항소심 결과, 손기창은 그대로 무기징역, 신영균은 징역 40년이 나왔어.
제작진이 이번 사건을 취재하며 옛날엔 치료감호소라 불렸던 국립법무병원에서 근무한 정신과 전문의를 만났는데,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이렇게 말했어. "결코 만나면 안됐을 최악의 조합이다"라고. 전문가는 우선 공범 신영균에 대해 이렇게 말했어.
"자기애성 성격장애거든요. 그런 사람들은 굉장히 말도 안되는 자신을 부풀리는 행동, 말도 안 되잖아요. 자기가 어떻게 킬러도 아니고, 킬러를 양성할 수도 없는데. 이게 일반적인 사람에게는 먹히지 않겠죠. 그런데 이렇게 먹힐 사람에게는 기가 막히게 알고 이런 식으로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하고 나의 이득을 위해서 다 이용하고 이런 거거든요."
-차승민, 정신의학과 전문의, 전 국립법무병원 근무
자기애성 성격장애. 자신에 대한 과장된 평가, 인정받고 싶은 욕구, 다른 사람에 대한 공감의 결여를 특징으로 하는 인격장애야. 자기 이득을 위해서 타인이 괴로워하든 말든 전혀 상관하지 않는 거야. 최악의 경우, 이렇게 살인까지 종용할 정도로. 그럼, 손기창은 왜 자기 아버지를 살해하는 끔찍한 패륜 범죄를 저지른 걸까?
"아버지에 대한 피해망상이 있어서 아버지를 살인을 했다면, 아버지만 타깃이 되어야 하거든요. 그런데 너무 불특정 다수잖아요. 이거는 벌써 본인이 이득이 있는 거죠. '이 사람을 죽이고 뭘 뺏자' 몸은 어른이 되었지만 정신 상태는 그렇지 못하고, 나쁜 사람이 이 사람의 취약한 점을 잡아내고 이용을 해야겠다고 한 거죠. 옆에서 계속 세뇌를 했던 거죠. 혼자 있었으면 존속살해까지는 안 했을 것 같은데 나쁜 사람을 만남으로 해서 취약함이 확 증폭을 해버려서 이렇게까지 최악의 결과가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차승민, 정신의학과 전문의, 전 국립법무병원 근무
방지현 형사는 27년간의 경찰 생활 중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사건으로 이 사건을 꼽아. 끔찍한 사건이긴 하지만, 남다른 이유가 또 있어.
"돌아가신 분도 저 헬스장에서 운동할 때 같이 뵙고 했던 분이에요. 인사 나누고 했던 분이라서, 저도 그 현장에 갔을 때 많이 안타까웠고. 눈 뜨고 돌아가신 걸로 봐서는 뭔가 억울함이 있겠다. 눈 감겨드릴 때도 좀 눈시울도 붉어지고. 진짜 많이 좀 안타까웠습니다."
-방지현 형사, 당시 서천경찰서 형사 2팀
피해자 손 씨와 원래 아는 사이였던 거야. 차마 눈을 감지도 못하고 돌아가신 피해자 손 씨의 눈을 직접 감겨드렸대. 아들 손기창은 그후 조금이라도 후회 했을까? 구속되기 전에 손기창은 형사들에게 이렇게 물어봤대.
"혹시 그 사람 제 친아버지가 맞는지 유전자 검사를 해주실 수 있을까요?"
서천경찰서 형사들은 실제로 유전자 검사를 했어. 하지만 본인에게 지금까지도 그 결과를 알려주지 않았다고 해. 그 답은, 오늘 이야기 마지막에 보여준다고 했던, 봉투 안에 담겨 있어.
<유언장> - 수신 손기창.
본인 손OO은 사망 시, 부동산을 포함한 본인의 재산을 아들 손기창에게 물려주기로 한다.
'그날' 이야기를 들은 '오늘' 당신의 생각은?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