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 에디터] 범인은 시신을 왜 1,277일간 은닉했나.
28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에서는 '원룸 속 미라, 1277일의 미스터리 - 인천 3년 6개월 시신 은닉 사건'라는 부제로 인천 미라 시신의 미스터리를 추적했다.
지난 2024년 7월 10일, 인천의 한 빌라에서 미라 상태가 된 시신이 발견됐다.
6년째 장기 투숙 중이던 세입자가 월세를 미납하고 열흘 넘게 연락이 되지 않자 건물 관리인이 원룸에 방문했고, 이에 강제로 문을 개방했던 것. 그리고 그 안에서 충격적인 장면이 목격되었다.
13㎡ 남짓한 단칸방에는 허리 높이까지 쓰레기봉투와 짐들이 쌓여 있어 발 디딜 틈도 없었고 TV와 선풍기는 켜진 채였다. 또한 다량의 표백제와 살충제가 널브러진 가운데 한쪽 구석에 정돈되어 있는 이부자리가 눈에 띄었다.
그리고 그 이불을 걷어내자 대자로 누워있는 변사체가 발견되었다. 특히 이 사체는 납작하게 말라붙은 채 피부가 그대로 보존된 미라 상태라 충격을 안겼다.
가슴 부위에 꽃문양이 선명하게 남은 신원 미상의 여성은 부검 결과 경부압박질식으로 사망한 걸로 추정됐다.
이에 경찰은 세입자 김 씨를 추적했다. 사기 혐의로 수감 중이던 김 씨는 시신이 자신의 동거녀 지영 씨라고 밝혔다.
2021년 1월, 경제적 문제와 우울증으로 지영 씨가 동반 자살을 제안했고 이에 먼저 죽여달라던 지영 씨를 살해했다는 김 씨. 이후 그도 자살을 시도했으나 실패해 살아남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 후 무려 1,277일간 자신의 원룸에 시신을 은닉한 것.
그런데 김 씨의 휴대전화에서는 시신이 있는 원룸에서 TV를 보거나 밥을 먹고 셀카를 찍는 등 엽기적인 행각을 한 기록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김 씨의 일방적인 진술과 미라가 된 시신 외에 촉탁살인에 대한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증거는 턱없이 부족했다.
전문가는 한 달에 한 번씩 살균 표백제로 청소를 방향제를 뿌려가며 시신을 관리하고 선풍기와 에어컨을 틀어 습도를 낮게 만든 것이 범인도 모르는 사이 시신이 미라가 되도록 만든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행동에 의아함을 품은 제작진은 김 씨를 접견했다. 그는 담담한 표정으로 접견에 임해 촉탁살인을 주장했다.
또한 그는 "겁이 나서 경찰에 신고하지도 못하고 시신을 유기하지도 못했다"라며 "외국 사례에 죽은 사람이 1% 살아나는 경우도 있다고 그래서 기다리면서 밥도 먹고 그랬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심지어 그는 지영 씨의 넋을 기리기 위해 향을 피우기도 했다고 밝혔다.
부모님을 따라 일본으로 건너가 일찌감치 미용을 배우며 일을 시작했던 지영 씨. 그는 이른 나이에 엄마가 된 이후로 요코하마 한인 타운에서 일을 하며 생계를 꾸렸다. 남편과 사별하고 가족들마저 개인 사정으로 한국으로 돌아가게 된 지영 씨는 아들의 학업 문제로 일본에 남았다.
그런 그가 왜 한국으로 돌아와 미라가 된 것일까?
제작진은 일본 현지 취재를 통해 지영 씨가 2016년, 지인의 가게에서 일하던 김 씨를 처음 만나 인연을 맺은 것을 확인했다. 당시 지영 씨에게 폭력적인 성향을 보였던 김 씨. 김 씨는 지영 씨에게 지나치게 집착했는데 지영 씨가 전화라도 받지 않으면 주변인들에게도 끈질기게 전화를 걸 정도로 지영 씨에게 집착했다고.
불법 체류로 강제추방당한 김 씨. 그러나 그 후 지영 씨는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김 씨를 계속 만났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던 2018년 어머니의 병문안을 위해 오랜만에 가족들을 찾아간 지영 씨. 그런데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김 씨가 여권을 가지고 주지 않아 일본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말을 하기도 했던 지영 씨. 실제로 지영 씨의 일본행 비행기 티켓이 캔슬되는 일도 있었다.
범행 날짜를 정확하게 기억하는 김 씨. 그런데 공교롭게도 김 씨가 지영 씨를 살해한 날은 김 씨가 가해자로 연루된 대출 사기 사건의 1심 선고일 하루 전날이었다.
당시 선고에 대해 두려워하는 내용이 휴대전화에서 발견되기도 했는데 이에 전문가는 "구속을 앞둔 심리적 압박감이 지영 씨를 살해한 트리거가 된 것 같다. 김 씨는 지배 통제형 살인범으로 보이는데 가해자는 피해자에 대한 집착이 비정상적일 정도로 강한 것 같다. 자신의 구속으로 지영이 자신의 통제를 벗어나는 것을 견디기 어려웠던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살인과 시신 은닉으로 1심에서 27년형을 선고받은 김 씨. 그는 줄곧 동반자살을 주장했지만 1심 선고 직전 돌연 촉탁살인이 아닌 우발적 살인을 인정했다. 그리고 1심에 항소한 김 씨.
김 씨 변호인은 항소 이유에 대해 "사체 훼손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유가족들에게 진정한 사과와 금전적 피해 보상을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김 씨가 지영 씨를 살해하고 다음 해 다른 여성과 결혼해 출산까지 한 것을 지적하며 그의 사과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했다.
실제로 지영 씨의 사망 3개월 후부터 지출이 잦았던 김 씨. 그는 지영 씨가 사망한 후에도 여러 경로로 여성들을 만났고 그중 한 여성 사이에서 출산까지 했고 지영 씨의 시신이 있는 원룸에서 5km 떨어진 곳에서 생활하며 시신을 계속 관리했다.
새로 만난 여성도 폭행했던 김 씨. 전문가는 김 씨에 대해 "사람을 죽이는 것에 대해서 특별한 죄책감이 안 느껴진다. 통제가 어긋나거나 피해자가 그것을 벗어나고자 했을 때는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 만성화된 상태로 통제 상실에 대한 분노 때문에 또 다른 범죄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또한 "재범이 살인이 아닐 수는 있으나 폭행이나 욕구를 충족시킬 다른 행동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라고 재범 가능성도 높게 평가했다.
항소심 첫 공판에서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하며 감형을 요구한 김 씨.
법률 전문가는 "양형에서 다퉈볼 만한 요소는 사체 손괴 부분이 유일한 쟁점일 것 같지만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을 것 같다"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방송에서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엄마 때문에 혼자가 되어버린 지영 씨의 아들 유타를 만났다. 할머니의 병문안을 간다고 하고 사라진 엄마와 추억이라고 할 건 별로 없다는 유타는 범인의 얼굴을 보여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그가 두 번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