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최근에 김의성 선배님의 환갑잔치에 갔는데, 배우 인생 일대기를 보여주더라고요. 그걸 보며 새삼 '아, 이렇게 대단한 선배님인데 내가 그걸 잊고 너무 까불면서 지냈구나' 반성했어요.(웃음)"
자그마치 5년이다. SBS 드라마 '모범택시'가 2021년 시즌1으로 시작해, 지난 10일 시즌3 방송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5년 동안 세 개의 시즌을 선보인 '모범택시'는 베일에 가려진 택시회사 '무지개 운수' 사람들과 택시기사 '김도기'(이제훈 분)가 억울한 피해자를 대신해 복수를 완성하는 사적 복수 대행극으로, 배우 표예진은 무지개 운수의 유일한 여성 멤버 안고은 캐릭터로 맹활약했다.
5년간 한 작품에서 호흡을 맞춘 '무지개 운수'의 배우들. 제일 큰어른 장성철 대표 역의 김의성, 김도기 역의 이제훈, 최주임 역 장혁진, 박주임 역 배유람, 그리고 막내 표예진까지, 함께 보낸 세월만큼 이들은 두터운 친분을 자랑한다. 표예진은 그 친분이 촬영 현장에선 팀워크로 빛을 발했다고 말했다.
"'모범택시' 시즌3까지 하면서 시간의 힘도 컸지만, 서로 아끼는 마음이 정말 깊어졌고 개인적으로도 친분이 많이 생겼죠. 무지개 운수가 다 같이 모여 찍을 땐, 정말 편했어요. 대사의 합도 좋았고, 다양하게 애드리브를 하면서 신을 풍성하게 하는 장면도 많았어요. 항상 컷하기 전에는, 끝까지 애드리브를 했어요. 그게 편집되지 않고 방송에 나가는 것 자체가, 화면 밖으로 저희의 팀워크가 잘 보인 거라 생각해요. 모이면 항상 현장이 시끄러웠어요."
표예진은 지난해 연말 '2025 SBS연기대상' 시상식에서 '우수 연기상'을 수상하고는 무지개 운수 식구들을 언급하며 "앞으로 까불지 않겠다"라고 소감을 밝혀 웃음을 선사했다. 이런 재치 있는 수상소감을 남긴 배경에 대해 표예진은 "너무 많이 친해지면서 제가 장난도 치고 많이 까불었는데, 오빠들이 애정으로 그걸 다 받아줬다"라며 "이제 작품도 끝났으니 조금 자중해야 하지 않나 싶어서 한 말"이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표예진은 "무지개 운수 단톡방에서 여전히 까불고 있다"고 고백하며, 멋쩍게 웃었다. 그만큼 무지개 운수의 막내이자 홍일점으로서, 표예진은 네 선배들의 애정을 듬뿍 받고 있다.
만나기만 하면 서로 장난치고 까부는 사이지만, 표예진은 배우로서 선배들을 진심으로 존경했다. 환갑잔치에서 새삼 존경심을 되새긴 김의성은 물론, 이제훈, 장혁진, 배유람에 대해 고마운 마음이 컸다.
"늘 현장에서 제훈 오빠의 체력, 노력, 열정을 보면서 '저런 리더가 되어야 하는구나' 느꼈어요. 오빠가 그 정도가 되니까, '모범택시'의 김도기가 될 수 있었던 거죠. 늘 존경하고, 배울 점이 정말 많아요. 최주임 박주임 두 주임님들은, 저의 웃음벨이었어요. 대본보다 더 맛깔나게 장면을 살리는 게 쉽지 않은데, 주임님들의 모든 신들은 하나도 버릴 게 없어요. 엄청 노력하고, 현장에 고민을 많이 해서 오세요. 거기에 저도 끼어서 같이 재밌는 신을 만들 수 있었던 거 같아 감사한 마음이 들어요. 무지개 운수 식구들은 모두 너무 좋은 분들이에요. 이 작품을 통해 이런 소중한 인연들을 얻었다는 것에 감사해요."
드라마가 시즌3까지 간다는 건, 그만큼 이전 시즌들이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다는 방증이다. 그렇다고 후속 시즌을 제작한다는 게 마냥 기쁘기만 한 일은 아니다. 이전과 얼마나 달라야 할지, 어떻게 좀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줘야 할지, 고민해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표예진도 마찬가지였다.
"저도 시즌3까지 하는 건 처음이라,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 고민이었어요. 시간의 흐름이 존재하기 때문에 고은이의 성장이 분명히 있을 거라 봤고, 시즌3에선 고은이가 훨씬 성숙한 모습으로 사건을 진중하게 바라볼 거라 생각했어요. 옛날엔 김도기 기사님이 지시하면 수동적으로 알아보던 고은이였다면, 이젠 말하지 않아도 먼저 찾아서 얘기해 주고 김도기 기사님과 동등한 동료로서 함께 한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수동적인 모습보단 훨씬 적극적으로 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어요. 부캐 플레이도 좀 더 다양하게, 또 자신 있게 했고요."
확실히 시즌3에선 안고은 캐릭터의 활동성이 커졌다. 예전에는 해커로서 내부에 앉아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리며 김도기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정적인 활동을 주로 보여줬다면, 이번 시즌3에선 안고은이 직접 오토바이를 타고 현장에 가거나 빌런과 몸싸움을 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제가 제일 보여주고 싶었던 건, 고은이의 프로페셔널한 모습이었어요. 작전 콜밴 안에서의 활약은 물론, 무지개 운수 식구들과 있을 때도 든든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죠. 시즌3에선 고은이의 액션 장면도 있어 그게 새롭게 다가가지 않았을까 싶어요. 과거 경찰도 했던 고은이라, 스스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액션은 가능하다고 봤어요. 김도기 기사님이 구출해주지 않아도 필요할 때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또 김도기 기사님이 힘이 부칠 때 나타나 도울 수도 있는 그런 모습들로 고은이의 성장을 보여드리고자 했어요."
다양한 부캐릭터(부캐)로 변신해 적지에 침투하기도 했다. 모바일 도박 게임에 중독된 여고생, 대학교 퀸카의 화려함으로 위장한 무당, 사람들의 정신을 쏙 빼놓는 동영상 인플루언서, 막무가내 MZ 보이스피싱범, 할 말은 하는 카리스마 여군까지, 표예진은 다양한 부캐로 활약하며 에피소드마다 색다른 매력을 드러냈다.
"부캐로서 짧은 신들일 수 있지만, 저희 무지개 운수가 현장에 투입될 때는 그 부캐가 진짜여야 빌런들이 믿고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조금 나오는 거라도, 절대 허투루 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모든 설정마다 진짜 고민이 많았죠. 1, 2부 에피소드에선 밤새 핸드폰 게임을 할 거 같은 애로 보여야 하니까, 고은이의 차림새에서 약간 오타쿠스러운 느낌이 나야 한다고 생각해 이상한 액세서리도 착용하고, 캐릭터 인형도 달고 그랬어요. 마지막 회에는 군인으로 잠깐 투입됐는데, 제가 군대에 대해 잘 모르니까 여러 가지 인터뷰도 찾아보고 군에 다녀온 분들한테 물어보기도 하며 준비했어요. 하나하나 다 작은 고민들이 들어가서 신이 풍성하게 만들어진 거 같아요."
억울한 범죄 피해자를 돕는 사이다 히어로물인 '모범택시' 시리즈지만, 시즌3까지 이어진 말랑말랑한 부분이 있다. 바로 김도기와 안고은의 관계성이다. 예쁜 투샷부터 서로를 누구보다 아끼고 챙기는 애틋한 마음까지, 단순히 남녀 간의 '러브라인'이라 보기엔 동료애와 가족애까지 느껴지는 두 사람의 관계가 애매하면서도 따뜻했다. 표예진은 이들의 관계를 이렇게 설명했다.
"도기와 고은이의 관계는 말로 설명하기가 힘들어요. 실제 제 삶에는 없는 관계라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고은이한테 도기는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사람이에요. 그걸 이성적인 감정으로 연기하진 않았어요. 다른 형태의 사랑이라 해야 할 거 같아요. 고은이에게 제일 지키고 싶고, 내 인생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 도기예요. 이걸 단순하게 이성으로서 애정이 있다고 하기엔 부족해요."
'모범택시3'는 에피소드별로 배우 윤시윤, 장나라, 음문석, 김성규, 김종수 등 유명 배우들이 빌런 역할로 등장해 친근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표예진은 이들 모두의 연기력에 감탄했다며 박수를 보냈다. 특히 과거 드라마 'VIP'에서 연기 호흡을 맞춘 후 지금껏 친하게 지내고 있는 '언니' 장나라에게는 남다른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장나라는 '모범택시3'로 처음 악역에 도전했다.
"나라 언니가 어려운 역할인데 하겠다고 결심하고 와줘 너무 고마웠어요. 너무 잘하는 언니니까 잘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죠. 언니가 보여준 뒤틀린 인간의 모습, 소름 끼치는 표정들이 너무 무서웠어요. 언니가 걱정을 많이 하더라고요. '모범택시'의 팬인데 혹여 자기가 작품에 누가 되면 어쩌냐고 이상한 걱정을 했어요. 언니 출연분이 방송될 때 언니 집에 가서 같이 떡볶이를 먹으며 봤어요. 언니가 덜덜 떨면서 방송을 보더라고요. 제가 너무 잘했다고 해줬죠. 배우가 같은 작품으로 다시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 언니가 저희 작품에 와줘서 너무 고마웠어요."
'모범택시' 시리즈는 배우 표예진의 필모그래피에 꾹꾹 눌러써야 하는 자타공인 '인생 작품'이다. 표예진은 시즌1부터 3까지, 지난 5년의 세월을 돌아봤다.
"제가 '모범택시'란 작품을 한 게 신기해요. 처음 시즌1 땐 '나한테 이렇게 좋은 작품, 멋있는 역할이 오다니.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좋다'는 마음뿐이었어요. 시즌2를 할 땐, 많은 사랑을 받아 다음 시즌을 갈 수 있다는 게 너무 재밌었고요. 근데 시즌3까지 오니까, 좀 더 깊이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모범택시'가 이렇게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가 뭔지, 이 작품이 주는 메시지가 뭐길래 사람들이 이렇게 열광하는지, 그런 부분을 생각하게 됐어요. 그래서 작품을 할 때 어떤 고민을 해야 하는지, 작품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중요하게 봐야 한다는 걸 배웠죠. 저를 안고은으로 많이들 기억해 주시는데, 배우로서 큰 캐릭터를 하나 가질 수 있다는 것도 축복이고요. '모범택시'는 소중하고 행복한 작품이에요. 제게 다시 이런 작품은 오지 않을 거 같아요."
'모범택시3'는 방영 내내 시청률 1위 자리를 지키며 시청자의 변함없이 든든한 사랑을 입증했다. 시즌3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 한 상황. 시즌4 제작도 가능하지 않을까, 기대감이 생긴다. 이에 대해 표예진은 확답하지 않았다.
"저희 배우들은 시즌4에 대해 들은 바 없어요. 다만, 이 무지개 운수 멤버들과 함께 하는 현장이 너무 좋아서, 다시 한번 만나면 좋겠다는 생각은 해요. 과연, 그런 날이 올까요?"
5년간 세 시즌에 걸쳐 '모범택시'의 안고은으로 활약한 만큼, 시청자의 뇌리에 표예진은 안고은 캐릭터로 깊이 각인됐다. 인기 작품 속 캐릭터로 큰 사랑을 받았지만, 이는 이미지 고착이라는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다. 표예진은 이런 현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더 많은 노력을 다짐했다.
"제가 대중 분들한테 오랜 시간 동안 고은이였기 때문에, 앞으로도 '고은이 같다'라고 생각하실 수 있겠죠. 그것도 저의 모습이긴 한데, 전 최대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려 노력할 거예요. 많이 노력해야죠. 그래서 더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표예진은 아직 확정된 차기작은 없지만, '도전'에 큰 의미를 뒀다. 해보고 싶은 것도 많았다.
"해보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계속 새롭게 도전해 배우로서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람냄새 나는 일상을 사는 사람들의 휴먼드라마도 하고 싶고, 제 나이에 할 수 있는 멜로도 제대로 해보고 싶어요. 굉장히 서사가 깊고 감정의 폭도 큰 작품도 좋고요. 어떤 걸 하게 될지 모르지만, 새로운 도전이면 다 좋아요."
어느 작품에 들어가 어떤 도전을 하든, 지난 5년간 '모범택시' 시리즈를 하며 배운 것들은 분명 배우 표예진에게 도움이 될 자양분이다. 표예진은 5년 전의 자신과 지금을 이렇게 비교했다.
"5년 전에는 조급함 같은 게 있었는데, 지금은 많이 여유로워진거 같아요. 요즘처럼 작품이 많이 줄고 제작 환경이 어려워졌을 때, '모범택시'라는 굉장히 좋은 작품을 한 건 큰 복이라 생각해요. 제가 지난 5년간 '모범택시'만 한 건 아니에요. 그 사이사이 '낮에 뜨는 달', '나는 대놓고 신데렐라를 꿈꾼다' 같은 작품으로 도전을 해왔죠. 짧지만 '조각도시'처럼 좋은 작품에 도전한 것도 재밌었고요. 그렇게 알차게 시간을 잘 보내면서 한 발 한 발 조금씩 걸어온 거 같아요. 앞으로도 지금처럼 꾸준히 나아가지 않을까 싶어요."
마지막으로 표예진은 시즌3까지 변함없는 사랑을 보내준 '모범택시' 시청자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시즌3까지 온 건 너무 신기한 일이에요. 시청자 분들의 굉장한 응원이 없었다면, 아예 시작도 못 했을 거예요. 그래서 저희가 존재할 수 있었어요. 그런 응원에 보답하겠다고 열심히 연기했는데, 제가 더 행복했던 거 같아 감사해요. 많은 분들한테 만족스러운 작품으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큰 사랑을 받은 만큼, 전 또 다른 모습, 더 좋은 연기로 보답하도록 할게요."
'모범택시3'는 끝났지만, 무지개 운수 배우들이 모인 모바일 단톡방은 여전히 많은 대화가 오간다. 표예진이 오빠들한테 '까분다'는 그곳. 이 방에선 피해자 사적 복수를 위한 작전 회의가 아니라, 야구팬들의 야구 수다가 끊이지 않는다.
"저희가 다섯 명인데, 2(장혁진, 표예진)대 3(김의성, 이제훈, 배유람)으로 LG트윈스랑 KIA타이거즈 팬들이에요. 야구 얘기를 정말 많이 해요. 야구 시즌이 시작하면 두 팀이 경기할 때 모두 다 같이 가서 시구, 시타를 해보자고 해요. '모범택시'는 끝났지만, 저희들의 가족 관계는 계속될 거예요."
[사진제공= 시크릿이엔티, '모범택시3' 스틸컷]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