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 에디터] 밀실 살인의 진범은 누구?
27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에서는 '수면제와 유서 - 부산 밀실 살인 미스터리'라는 부제로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벌어진 의문의 밀실 살인을 추적했다.
지난 8월 29일, 누나 부부의 아파트에서 40대 정 씨가 사망했다. 선약에 있어 외출을 한 누나가 집을 나설 때만 해도 TV를 보고 있었다는 동생 정 씨.
그런데 외출에서 돌아온 누나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동생이 사망해 있었다는 것. 사인은 경부압박에 따른 질식사로 타살이었다.
집에는 남편 박 씨와 동생만 있었던 상황에서 남편 박 씨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었다. 술을 마시고 잠이 들어 아무것도 몰랐다는 박 씨는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다.
그런데 사건 발생 13일 뒤 박 씨가 자신의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박 씨. 그리고 3개월 후 정 씨의 누나가 살해 혐의로 입건되었다.
피해자 정 씨의 몸에서 누나 정 씨가 평소 복용하던 수면제 성분이 검출되었다는 것.
이에 누나 정 씨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누구보다 의지했던 동생을 살해할 이유가 없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누나 정 씨가 시신을 발견했음에도 40분 이후에나 신고를 했고, 112에 신고하는 것보다 알고 지내던 보험 설계사에게 먼저 연락한 점 등이 석연찮다며 보험금을 노린 살인이라 판단했다.
이에 피의자 정 씨의 사위는 "진범(박 씨)의 자살을 막지 못한 경찰이 초동 수사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장모를 범인으로 몰아가고 있다"라며 "장인 뺀 나머지 가족이 모두 탈북민이라는 이유로 불합리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피의자 정 씨는 악착같이 모은 돈으로 데리고 온 동생을 살해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또한 박 씨와 재혼을 한 정 씨가 그와 결혼 직후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고 최근에는 이혼을 준비하고 있었다며 이에 불만을 품은 박 씨가 자신의 편을 드는 동생 정 씨를 살해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수면 장애, 우울병, 공황 장애 등으로 수면제 처방을 받은 약을 동생이 블랙커피에 타서 마신 것이 평소 블랙커피를 즐기는 남편의 범행일 것이라고 했다.
이어 피의자 정 씨는 "탈북민이라는 편견을 갖지 말고 공정하게 수사를 해달라"라고 간절하게 호소했다.
그러나 박 씨의 가족들과 지인들의 입장은 달랐다. 그의 죽음이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최후의 수단이라는 것. 또한 처남과 사이도 좋고 딸도 각별했던 박 씨가 오랜 시간 가족들에게 헌신했다고 주장했다.
사건 발생 후 절친과 나눈 통화에서도 답답함과 억울함을 호소하며 아내를 걱정했던 박 씨. 그런 그가 처남의 부고장이 뜬 후 자신에게 연락이 없는 가족들이 자신을 의심한다는 것을 확신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라 말했다.
그리고 박 씨의 지인들은 박 씨가 아내 정 씨의 권유로 북한에 땅을 샀고 관리비를 1년마다 보내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제작진은 취재를 통해 그가 남긴 유서 내용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내용이었던 것을 확인했다.
피해자 정 씨에 대해 지인들은 그가 누나 외에는 왕래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며 "누나와 두 사람의 관계가 특별했다. 누나 가족에게 돈을 아끼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가 누나 가족들에게 금전적 지원을 한 것에 대해 누나 정 씨는 남편 박 씨의 베트남 토지 투자로 무리한 대출을 받았고 이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씨가 지인들에게 말했다는 북한 토지 투자는 거짓이며 본인이 투자를 권하지도 않았다는 것.
그런데 취재 중 누나 정 씨가 주장한 보험금 보다 더 많은 보험금이 있었던 것이 밝혀졌다. 회사에서 단체로 가입한 보험 등 최대 2억 원의 보험금을 상속인인 누나 정 씨가 받을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정 씨는 탈북민이기에 법적 상속인 증명이 어려워 보험금을 노리고 그런 범죄를 저지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는 "피해자의 몸에서 검출된 수면제가 누나의 수면제와 동일하다는 게 증거가 될 수는 있지만 충분한 증거는 아니다. 하지만 누나도 용의 선상에서 배제할 수 없다"라고 분석했다.
또한 박 씨에 대한 프로파일링에 대해 "그가 범인이라면 치밀하고 냉혹한 범죄를 저질렀다. 그런데 이후 확증도 없는 상태에서 주변의 의심만으로 목숨을 끊는다는 것이 부자연스럽다"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누나 역시 정교하고 완벽한 거짓말을 해야만 하는데 실제로는 그것과는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문가는 "교살이 명확한데 증거 수집이 사건 발생 18일 만에 이루어졌다. 밀실 살인에 타살이기 때문에 둘 중에 한 명이 범인인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둘 중에 남은 사람이 범인이다 이런 법정 구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라며 "이 경우 유무죄 판단이 매우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라고 걱정스러워했다.
마지막으로 방송은 수사 결과가 누구에게도 억울함을 남기지 않기를 바라며 끝까지 해당 사건을 주시할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