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 에디터] 아내는 왜 방치당했나
13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에서는 '사랑, 구더기 그리고 변명 - 파주 부사관 아내 사망의 진실'이라는 부제로 지난 11월 많은 이들을 충격에 빠뜨렸던 사건을 추적했다.
지난 11월 17일 오전, 정 씨는 아내의 의식이 없다며 119에 신고 접수를 했다. 그리고 그의 아내 선아 씨는 병원 이송 중 심정지 판정을 받았다.
연명 치료 여부를 결정하기에 앞서 담당의는 가족들에게 선아 씨 상태를 설명하기 위해 사진을 꺼내 들었고 이를 본 가족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당시 신고 전화를 받고 현장에 도착했던 119 구급대원은 "시신이 부패됐다든지 개인위생이 결핍된 상태로 침대나 거실에서 대변을 본 환자 집에서 나는 비슷한 냄새가 현관문을 열자마자 났다. 환자가 있다는 안방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아 환자가 어디에 있는지 물었다. 그러자 침대 옆 1인용 소파에서 목까지 이불을 덮고 머리맡에 휴대전화 거치대로 얼굴이 거의 가려진 환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구급대원은 "두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전신이 대변으로 오염되어 있고 수만마리 구더기가 전신에 퍼져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도착한 상태에서도 대변을 보고 있었다"라며 엉덩이와 배, 허벅지, 종아리 등 신체 전반에 괴사가 진행되고 있었고 부패된 곳마다 구더기가 들끓고 있었던 당시를 떠올렸다.
결국 선아 씨는 병원에 이송된 다음 날 패혈증으로 사망했다. 그리고 병원 측의 신고로 남편 정 씨가 긴급 체포되었다.
그런데 정 씨는 담당의가 선아 씨의 상태를 설명하는 것을 처음 듣는 것 같은 반응을 보이고 전혀 선아 씨의 상태를 알지 못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검게 된 다리를 봤지만 그저 씻지 않아 그런 줄 알았다는 것.
이에 당시 선아 씨를 구조한 구급대원은 "당시에 남편한테 수차례 물은 결과, 3개월전부터 괴사가 되면서 구더기가 나왔다고 말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종일관 정 씨는 아내의 상태를 몰랐다는 주장을 이어가며 구급대원에게 그런 말을 한 사실도 없다고 했다.
전문가는 선아 씨가 최소 3개월 이상 괴사가 진행되어 구더기가 살을 파고 들어서 제대로 거동할 수 없는 고통에 시달렸을 것이라 판단했다. 이에 현재 중유기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정 씨.
그는 아내의 이불을 바꿔주고 아내의 방 화장실을 청소했음에도 아내의 상태를 몰랐다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는 "변이 나왔다는 건 계속 먹었다는 것. 누군가가 음식물은 꾸준히 공급해줬을 것이다. 그리고 이불을 목까지 뒤집어 쓰고 있다는 건 다른 사람이 그렇게 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라며 "살이 썩어 들어가는 남새가 온 집안에 진동했을 거다. 같은 공간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피해자의 상태를 인지 못하기 쉽지 않다"라고 분석했다.
방송은 취재를 통해 남편 정 씨는 아내가 사망하기 직전까지도 평범한 생활을 했던 것을 확인했다. 그에 반해 아내 선아 씨 경우에는 4개월 전 마지막 목격담이 나온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이 시기는 선아 씨의 피부가 괴사하기 시작된 시점과 겹쳤다.
정 씨는 아내의 방에서 나는 냄새를 못 맡았던 이유에 대해 섬유탈취제랑 인센스 스틱을 사용해서 몰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선아 씨의 지인들은 그가 반려견을 키우기 때문에 향이 강한 것들을 사용하지 않았다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한 방송은 괴사가 일어나기 시작했던 시점에 두 사람이 살고 있던 집의 전기 요금과 수도 사용량이 지난해와 비교해 이상할 정도로 늘어난 것을 확인했다. 이에 전문가는 "에어컨을 24시간 틀어놨을 가능성이 있다. 수돗물은 네 명이 써도 한 달에 18톤에서 20톤 정도를 사용하는데 두 명이 사는 집에서 한 달에 40톤 이상을 썼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하루 종일 물을 틀어놨다든지 그랬을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그런데 하필 이 시기부터 정 씨는 친구들에게 부쩍 연락을 자주하고 반려견을 데리고 병원에 가는 등의 행동으로 눈길을 끌었다. 또한 그는 선아 씨가 사망하기 십여일 전, 선아 씨 어머니가 보낸 홍어에 극찬을 쏟아내기도 했다.
전문가는 열흘 전에만 병원에 와서 치료를 받았다면 선아 씨가 생존했을 수도 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올해 5월부터 달라진 두 사람. 선아 씨는 가족들에게 갑자기 공황장애가 왔다며 연락이 뜸해졌다. 대신 정 씨의 연락은 더욱 잦아졌다.
선아 씨의 공황장애에 대해 정 씨는 그가 직장을 그만두는 과정에서 동료와 트러블이 있었고 그러면서 우울증에 걸렸다고 했다. 하지만 2년 전 퇴사를 하던 선아 씨가 지인과 나눈 대화를 통해서는 우울증을 예상하기 힘들었다. 그리고 선아 씨의 가까운 지인은 자신이 우울증으로 힘들어할 때 자신을 응원하던 선아 씨가 우울증이 있었다면 분명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했을 것이라며 그가 우울증이었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정 씨는 왜 선아 씨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던 걸까. 이에 정 씨는 일부러 병원에 데려가지 못한 게 아니라 아내의 고집 때문에 못 갔다는 주장을 했다. 그리고 아내가 우울증 진단을 받은 적도 없고 치료를 받은 적도 없다며 본인 스스로가 우울증이라고 생각해서 우울증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전문가는 "자료를 보면 선아 씨가 우울했을 가능성도 있고 공황 발작이 있었을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공황장애가 있다고 해서 거동이 불가한 것은 아니다. 그가 움직이지 못했던 것은 자유 의지에 의해서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라고 분석했다.
그리고 의료 전문가는 "어깨나 배는 욕창이 아닌 다른 원인에 의한 피부 괴사가 일어났다. 아무리 짧아도 3개월, 3개월 이상 진행된 일이다"라며 "어깨 괴사는 가장 최근에 일어났는데 자상에 의한 괴사로 추정된다. 흉부 CT에서 오른쪽 1번에서 6번까지 다발성 갈비뼈 골절 소견이 있는데 이는 심폐소생술에 의한 것은 아니다. 외력, 폭행의 가능성도 의심해 볼 수 있다"라고 소견을 밝혔다.
지인들에게는 사이 좋은 부부로 보여졌던 두 사람. 그런데 두 사람의 관계가 늘 좋지는 않았다. 특히 남편의 음주는 부부싸움의 이유가 되었고 정 씨는 평소에는 얌전하지만 때론 통제가 안 될 정도로 폭음을 하고 폭력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진급 이후 외부 모임이 많아졌고 이에 선아 씨 혼자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제작진은 선아 씨가 정 씨에게 쓴 편지를 통해 정 씨가 선아 씨에게 이별을 언급한 것으로 보이는 내용을 포착했다. 또한 정 씨에게 병원에 데려가달라고 부탁하는 내용도 발견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전문가는 "수평, 평등적인 관계에 있다가 역전이 되는 관계로 갔을 거다. 그렇게 된 배경에는 경제적 문제와 아내에게 있던 심리적 문제가 있었을 것. 관계 역전 이후 남편이 전과 다른 태도를 보였을 수도 있고 이것이 어떤 물리적, 폭력적인 형태로 나아갔을 수도 있다. 폭력에 버금가는 언어적, 정서적인 학대가 일어날 경우 상대방은 무척 심한 스트레스를 느꼈을 거다"라고 분석했다.
또한 "가해자인 남편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심리적 가스라이팅 상태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 물리적이든 심리적이든 어떤 압박, 압력이 있었을 것"이라며 선아 씨가 정 씨에게만 의존할 수 밖에 없던 이유를 지적했다.
아내의 상태는 몰랐지만 아내가 병원에 데려가 달라고 한 것은 사실이라 밝힌 정 씨. 이에 전문가는 정 씨가 아내를 병원에 데려가지 못한 이유가 그의 가해 행위 때문일 것이라 추측했다.
극심한 고통 속에 있었던 선아 씨, 하지만 정 씨는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아내의 가족들과 태연하게 대화를 나눴다. 이에 전문가는 "아내의 고통에 대해서 무관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아내를 케어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며 굉장히 이상적이고 아내를 생각하는 모습을 꾸준히 보여주기 위해서 행동했을 거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정 씨가 아내의 상태가 심각해져가는 시점부터 이러면 안 된다는 알았음에도 구조 요청을 할 용기를 갖지 못했다며 "책임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군인, 이 책임이 나한테 왔을 때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가장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세상에 문제가 드러나면 자신에게 올 벌을 걱정했던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정 씨의 부모 만난 제작진은 그들로 부터 정 씨의 입장에 대해 듣고자 했다. 그러나 정 씨의 부모는 경계심을 보이며 대화를 거절했다.
법률 전문가는 "자신의 죄책을 면하기 위해서는 몰랐다고 하는 게 제일 유리하다. 법의학적으로 괴사가 발생했던 시기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을 거다. 거기에 보태서 응급대원의 피의자가 사실 3개월 전에 구더기를 봤다는 진술까지 합쳐지면 상당히 강력한 증거로 작용할 것이다. 유기치사죄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감경될 만한 부분이 없어보이고 5년에서 7년, 길게는 10년까지 징역형이 가능할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방송은 "유가족들과 피해자의 고통을 생각했을 때 정 씨가 유가족들에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이자 피해자게에 속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사실 그대로의 고백일 것"이라며 정 씨가 하루 빨리 진실을 밝히길 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