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 에디터] 수백억의 자산가는 왜 하루 아침에 의식 불명이 되었나.
25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에서는 강남의 수백억 자산가의 사망 사건의 진실을 추적했다.
이화여대 약학과 출신의 약사 윤명순 씨는 고위공직자였던 남편과 수백억의 자산을 일구며 슬하에는 삼 형제를 두고 있었다. 그리고 앞서 사망한 남편은 아들들에게 각각 백억 대의 재산을 상속했으며 아내에게는 빌라 다섯 채와 다가구 주택 한 채를 상속했다.
그런데 지난 4월 8일, 윤 씨가 위급한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다. 그리고 병원에 입원한 지 만 하루를 넘기지 못하고 사망했다.
윤 씨가 병원으로 이송되던 당일 셋째 아들 부부는 오전 윤 씨의 예방 접종을 위해 윤 씨의 집을 찾았다. 그런데 이들이 방문한 당시 윤 씨는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었고 이마와 양팔에 검붉은 멍이 시선을 끌었다.
또한 이들이 방문했을 때 그런 어머니 곁에는 큰 형과 작은 형이 있었던 것. 집은 엉망이고 어머니는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었지만 어머니를 병원에 이송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던 두 형제. 결국 뒤늦은 신고 후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어머니는 사망하고 말았다.
윤 씨의 사인은 외상성 뇌경막하출혈. 머리에 충격을 받아 생긴 출혈과 손상에 셋째 아들은 두 형제를 의심했다. 두 형제는 윤 씨가 사망하기 전 재산 분배와 관련해 불만을 품었고 수차례 윤 씨를 압박했던 것. 이에 셋째 아들은 두 형제가 어머니를 폭행한 것이라 의심했다.
그것도 그럴 것이 두 형제는 윤 씨가 사망하기 전 날 저녁 윤 씨의 집을 찾아왔고 다음 날 새벽 집을 떠났다가 이른 아침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부자연스러운 행적이 추적된 것이다.
두 형제는 아버지에게 이미 재산을 증여받았음에도 어머니 윤 씨가 자신의 소유 재산을 셋째 가족에게 사전 증여한 것에 불만을 품었고 이를 취소하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이를 윤 씨가 거부했고 이로 인한 마찰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셋째 아들은 윤 씨가 2017년 유언 공증서를 작성해 다섯 채의 빌라 중 네 가구에 대해 2채씩 두 형제에게 나눠주고 나머지 한 가구와 다가구 주택을 자신에게 상속하기로 했고, 사전 증여한 것은 원래 상속하기로 했던 것을 미리 받은 것이라 설명했다. 또한 형제들이 유언 공증 작성을 미리 알았다면 그것을 안 날부터 윤 씨를 압박하고 괴롭히는 일이 시작됐을 것이라 주장했다.
삼 형제에게 배분될 몫이 차이가 났던 상황에 셋째는 자신에게 부모가 재산을 더 증여하고자 했던 이유에 대해 "집안에 기여도가 있었던 나에게 재산을 더 주고자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윤 씨를 옆에서 보살핀 요양보호사도 "집안일을 셋째가 거의 도맡아 했다. 병원부터 먹는 음식, 안부 전화까지 모든 걸 다 했다. 아버지에게도 마찬가지였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셋째와 달리 어머니를 자주 찾지 않고 돌보지 않았던 첫째와 둘째. 이들은 셋째에 대한 사전 증여 사실을 알고 난 후 부쩍 윤 씨를 찾아왔고 사전 증여한 것을 취소하라고 윤 씨를 압박했다. 그리고 이를 윤 씨가 완강히 거부하자 건물을 자신들에게 증여해 달라고 요구했고 이 또한 받아들이지 않자 윤 씨를 힘으로 제압하기도 했다. 이 사실은 윤 씨가 사망하기 전 셋째 아들과 나눈 통화 내용에 담겨 있었다.
이에 제작진은 첫째와 둘째 아들의 입장을 듣고자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이들은 인터뷰 요청을 거부했다. 그리고 이들의 변호인 측에서 대신 연락이 왔다.
두 형제의 변호인은 "셋째가 재산 욕심이 있어 방송을 이용하는 것이다"라며 셋째 아들의 의도를 의심했다. 그러면서 셋째의 일방적인 주장으로 억울한 입장이라고 호소했다.
또한 치매에 걸린 어머니가 대화를 하던 중 자해를 시도했고 이를 말리려고 접촉을 했을 뿐 상해를 가한 것은 아니라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변호인 측은 윤 씨가 사망하기 전 날 밤 재산 문제로 논쟁이 있었고 이 과정에서 윤 씨가 분을 참지 못해 자해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윤 씨의 몸에 남은 멍은 형제들이 윤 씨의 자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멍에 대해 윤 씨가 와파린이라는 뇌경색 방지를 위해 혈전 용해제를 복용했는데 이에 따른 부작용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전문의는 망자가 와파린을 복용하고 나서 일정 시간이 지났고 안전 복용 범위가 유지되었기 때문에 이에 따른 부작용을 의심하긴 힘들다는 소견을 밝혔다.
하지만 의식을 잃은 과정에서 흡인성 폐렴 감염 가능성이 있고 이 과정에서 멍이 생길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자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이 정도의 멍은 생기기 어렵다며 "물리적 신체적 충돌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했다.
또 다른 전문가도 윤 씨의 외상이 자해만으로 생기기 어려운 것이라며 타인에 의한 외력이 가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부검 결과 이마 외에도 머리 전반에 피하 출혈이 발견됐는데 이는 외력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 또한 가슴 쪽에 양쪽 갈비뼈, 복장뼈에 골절이 확인되었는데 부검의는 "뼈가 부러질 정도의 외력에 의해 뼈가 부러지면서 그 주변의 근육에 출혈도 같이 생겼다고 보면 될 것 같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제작진은 전문가와 사건 현장을 방문해 사건을 더 면밀히 살폈다. 그리고 전문가는 윤 씨의 손등과 팔의 멍이 방어흔으로 보인다고 했고, 팔에 남은 동그란 멍 자국은 누군가가 세게 잡아서 생긴 것으로 추측된다고 설명했다.
또 누군가 뺨을 당겼을 것으로 추정되는 멍 자국도 발견되어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전문가는 "뒤통수에도 상흔이 있는데 뒤통수에 뭔가에 의한 폭행이 가해졌고 그 폭행으로 앞으로 쓰러지면서 이마와 갈비뼈에 충격이 가해져 상흔이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사건을 분석했다.
신경외과 전문의는 이마와 뒤통수에 피하출혈에 대해 머리채를 심하게 잡혀서 식탁에 이마를 부딪혔을 가능성이 크다고 견해를 밝혔다.
법의학자도 한 시점에서 뒤통수, 위쪽, 앞쪽, 그리고 얼굴 이런 부분에 골고루 충격이 가해진 것 같다며 "타인에 의해 가해진 폭력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여러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라 윤 씨의 뇌경색 시작된 시점은 최소한 오전 6시경으로 추정되었고 의식을 잃은 시점은 0시 30분부터 오전 6시 사이로 추정되는 상황. 그런데 이 시간 사이에 두 형제의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두 형제는 새벽 3시 35분경 윤 씨의 집을 나서 오전 9시 30분경 약봉투를 들고 다시 돌아왔던 것. 이에 두 형제는 윤 씨가 잠인 든 것을 보고 집을 떠났고 손목의 멍이 눈에 띄어서 다시 돌아와 파스를 붙여드렸다며 자신들이 보았을 땐 윤 씨의 상태가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범죄심리분석가 표창원은 "경제적인 이익 목적의 고문 폭행 범행일 경우 치명적 손상은 가장 나중에 일어난다. 상대방의 의식이 살아 있어야 이익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며 "상대가 응해주지 않거나 목적 달성에 실패하면 그때 마지막에 분노 감정이 형성되어 그것이 치명적인 결과를 야기하고 이는 본인들의 목적과 다른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외적으로 보이는 상처에 대한 미봉책의 조치만 취하고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리라 괜찮아졌으면 좋겠다 하고 위급한 상황 자체를 남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심리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두 형제는 어머니와 첫째가 치매에 걸려 서로 소통이 어려워 일어난 사고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는 윤 씨가 사망하기 전 치매 위험도를 평가하기 위한 자가 질문 검사에서 정밀 검사를 요하는 점수를 받고
보험 공단에 제출하기 위한 소견서에서도 기억력에 경미한 장애가 있다는 소견을 받은 것에 대해 "전문적인 검진 추천을 권고할 수 있는 정도이지 이것으로 치매라고 판단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라고 치매라고 보기 힘들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또 다른 전문가 역시 "인지 기능장애가 있으면 와파린을 처방할 수 없다. 와파린은 고위험 약물이다. 치매라면 굳이 그 약을 줄 이유도 없고 차트에도 남긴다"라며 윤 씨의 치매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그렇다면 첫째가 치매에 걸렸다는 주장은 사실일까? 취재 결과 첫째 아들은 윤 씨 사망 5일 전 문제없이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고 윤 씨가 사망한 이후에는 공인중개사와 건물 관리에 대한 통화를 나누기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윤 씨 사망 후 재산 업무 담당 회계사 만나러 가서 상속세 신고 업무를 맡기고 싶다는 이야기도 했던 것.
치매로 사건 당시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는 첫째 아들, 그리고 어머니의 자해를 막았을 뿐인데 누명을 썼다며 억울하다는 둘째 아들은 윤 씨가 치매에 걸려 실수로 사전 증여를 했다고 정정하도록 요구했다.
이에 전문가는 "그럴 경우 등기 말소 소송에서 승소할 수 있다. 그러면 어머니 앞으로 재산이 다시 돌아오고 이는 자신들의 상속 재산 더 확보하기 위한 행동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연명 치료 포기 합의 후, 죽기 살기로 싸워 보자고 했던 형제들. 전문가는 이에 "상속 재산 분할 청구를 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잔여 재산을 어떻게 나눌지 정하는 것인데 기준을 정할 때는 사전 증여 재산도 포함된다. 그런데 유언이 있다면 상속 재산 분할을 할 수 없다. 만약 유언장이 있는 걸 알았다면 유언장을 없애라고 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어머니 사망 후에도 유언장의 존재를 모르는 것 같았던 두 형제. 이들은 회계사로부터 유언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크게 놀란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현재 두 형제는 유언 공증 조작을 의심했다. 하지만 전문가는 "어느 공증인이 300만 원 벌자고 형사 범죄를 감수하고 조작을 하겠느냐"라며 조작의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존속 상해 치사와 노인 복지법 위반으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는 형제들은 그 혐의가 입증되면 상속권이 박탈된다. 하지만 다음 대인 자녀들에게는 상속이 되게 되고 무죄 판결을 받으면 이들의 행동은 결격 사유가 되지 않아 상속이 그대로 진행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현재 우리나라의 상속제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부양한 사람의 기여도를 인정받기 어려운 이유는 유류분 청구에서도 기여분 판단을 할 조항이 없다는 것. 전문가는 "기여분도 유류분에서 인정을 하고 법원이 그것을 많이 인정해 주면 문화 자체가 효도를 하는 문화, 직접 자식들이 모시는 문화가 생길 수도 있다"라고 빠른 법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현재 국회에서는 우리나라 상속제에서 유류분은 패륜아, 학대 부모에도 다 인정이 되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이들의 유류분을 박탈해야 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인 법이 논의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부모를 봉양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사람이 기여분을 받았더라도 거기에서 또 유류분이 떼어져 나가는 그런 불합리한 모순이 있어 이 두 가지를 바로잡는 내용이 주로 들어간 개정법안이 법사위에 발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막으로 방송은 부모와 같은 피상속인에게 오랜 시간 패륜 행위를 일삼은 자에게는 유류분의 청구권을 박탈하고 피상속인을 진심으로 보살폈던 이들에게도 기여분이 제대로 인정되기를, 단순한 재산 분배를 넘어 가족 간의 책임과 공헌까지 분담할 수 있는 상속 제도가 하루빨리 마련되기를 촉구했다.
또한 어머니가 떠난 고통에 아파한다면 지금이라도 두 형제가 법정에서 진실을 밝힐 것을 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