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스브수다

[스브수다] 대체에서 대박으로…'폭군의 셰프' 이채민, 날아오르다

작성 2025.10.14 14:52

오프라인 대표 이미지 - SBS연예뉴스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이 정도의 관심은 처음이라 신기하고 어안이 벙벙해요. 이런 인터뷰 자리도 감사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폭군의 셰프'는 제게 값진 선물을 준 거 같아요. 전 어떤 일을 하더라도, 함께 소통하는 사람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 있어서 개인적으로 작품 때마다 인복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작품에선 유독 제게 도움을 주시고, 선물처럼 다가오신 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이 작품에 더 애정이 가요."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폭군의 셰프'(극본 fGRD/연출 장태유)는 최종회가 닐슨코리아 기준 전국 유료 가구 시청률 17.1%를 기록하며 올해 방영된 전 채널 미니시리즈 중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또 tvN 드라마 최초로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비영어 TV쇼 부문 2주 연속 1위, 한국갤럽이 발표한 2025년 9월 '한국인이 좋아하는 방송 영상프로그램' 1위, TV-OTT 드라마 화제성 5주 연속 1위에 오르는 등 압도적인 흥행 성적을 거뒀다. 그야말로 '대박'이 난 드라마다.

이 드라마에서 남자주인공으로 활약한 배우 이채민. 그의 인생에 '폭군의 셰프'가 들어올 거라는 건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이채민이 연기한 연희군 이헌 역은 원래 임자가 따로 있었다. 그런데 생각지 못한 변수가 생겼다. 당초 이 캐릭터에 캐스팅 됐던 배우 박성훈이 '오징어게임' 관련 음란물을 SNS에 실수로 올려 논란을 빚으며 결국 이 작품에서 하차했다. 이후 신예 이채민이 이헌 역에 급하게 투입됐다. 불과 첫 촬영을 열흘 남짓 남겨둔 시점이었다.

"드라마 '바니와 오빠들' 촬영과 병행해야 했어요. 시간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부담감이 컸죠. 그래도 좋은 기회가 제게 찾아온 거니까, 최선을 다해 '폭군의 셰프' 미팅을 했어요. 제가 될 거라는 생각조차 안 하고 마음을 내려놓고 있었는데, 감사하게도 감독님이 함께 하자고 말씀해 주셨죠."

이채민은 원래 장태유 감독의 '찐팬'이다. '뿌리깊은 나무', '별에서 온 그대', '홍천기' 등의 작품을 인상 깊게 보며 장 감독의 섬세한 연출을 좋아했다. 그래서 장 감독과의 미팅 자리에 나가는 것만으로 기뻤다고 한다.

"감독님을 미팅 자리에서 뵙자마자 팬이라고 말했어요. 제가 '폭군의 셰프'를 같이 못하더라도, 감독님과 미팅 자리에서 대화를 나눈 것만으로 전 '성공한 덕후'라고 진심으로 생각했어요. 그만큼 감독님을 너무 좋아했고, 한 번쯤 같이 작품을 하고 싶다는 바람이 컸죠."

오프라인 대표 이미지 - SBS연예뉴스

성공한 덕후의 꿈은 현실로 이어졌다. '폭군의 셰프'의 대본조차 제대로 읽지 못하고 급하게 미팅 자리에 나온 이채민이었는데, 장태유 감독은 그를 주인공 이헌 역에 낙점했다. '바람의 화원', '뿌리깊은 나무', '홍천기', '밤에 피는 꽃' 등 수많은 인기 사극을 만든 장본인답게, 장 감독은 보는 눈이 남달랐다. 덜컥 이헌 역을 맡게 된 이채민은 큰 부담감에 떠밀렸지만, 표류하지 않고 특유의 긍정 에너지로 치환했다.

"사실 대본을 다 보기도 전에 미팅부터 해서, 이 작품에 대해 짧게만 알고 있었어요. 캐스팅이 되고 나서 대본을 봤는데, 너무 재밌는 거예요. '지금까지 보지 못한 드라마가 나올 수도 있겠다' 싶었고, '그걸 내가 해내야 된다'는 부담감도 있었죠. 제가 해야 하는 신들을 세세하게 보고 나서, '나 진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너무 큰 작품에 저만 신인이라, 제가 선배님들께 누가 되지 않을까란 생각도 많이 했어요. 그래도 그런 부담감이 제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게, '남은 시간을 어떻게든 잘 보내서 최대한 좋은 모습으로, 이헌으로 나타나보자'라는 마음을 다잡게 됐어요. 큰 부담감이 오히려 열정을 더 키워준 거 같아요."

'폭군의 셰프'는 최고의 순간 과거로 타임슬립한 셰프 연지영(임윤아 분)이 최악의 폭군이자 절대 미각 소유자인 왕 이헌(이채민 분)을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뒤늦게 작품에 합류해 준비 시간이 부족한 이채민을 위해, 모두가 힘을 보탰다. 감독은 촬영 초반에 그룹리딩을 진행하며 이채민이 작품에 빨리 적응하도록 했고, 섬세한 디렉팅으로 그가 캐릭터를 잡는데 길라잡이가 돼줬다. 여자주인공 연지영 역의 임윤아를 비롯해 여러 동료 배우들 또한 곁에서 물신앙면으로 이채민을 도왔다. 촬영 현장에서 스태프들은 이채민이 몰입할 수 있도록 충분히 기다려줬다. 이런 도움 하나하나가 모이며 이채민은 두려움보단 '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었다.

물론, 이채민 또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정말 많은 사극을 보며 제가 생각하기에 가져오면 좋을 만한 인물의 특징이나 눈빛, 말투를 참고하려 했어요. 또 짧은 기간이었지만 승마, 처용무, 부채춤, 서예 등을 연습하러 다녔죠. 그중에 승마는 단기간에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이제 막 속보를 시작하는 단계였는데 달리는 장면을 찍어야 했어요. 그것도 활을 쏘면서요. 그게 제 첫 촬영이었어요. 날씨도 추웠는데 혹시나 말에서 떨어질까 봐, 다리가 부들거릴 정도로 힘을 주며 겨우 촬영을 진행했어요. 그렇게 계속 촬영을 하며 실전에서 실력이 많이 늘었고, 촬영 중반부터는 혼자 달릴 수 있게 됐죠. 초반부터 그랬다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아요."

오프라인 대표 이미지 - SBS연예뉴스

이채민이 승마, 서예 등을 새로 배워야 했던 건, 그가 사극 장르에 처음 도전하기 때문이다. 이런 기술적인 습득에는 다소 시간이 소요됐지만, 이채민은 사극 특유의 대사나 눈빛 처리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왕으로서 위용을 떨칠 때도, 폭군의 섬뜩함을 표현할 때도, 로맨스 사극의 섬세한 감정을 드러낼 때도, 균형 잡힌 연기로 설득력을 높였다.

"'도전'이라는 단어 자체에 설렘과 두려움, 두 가지 감정이 공존하는 거 같아요. 처음에는 두려움이 더 컸죠. 제게는 처음 도전하는 장르니까요. 사실 사극연기가 따로 존재한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의복이나 말투가 달라 좀 다르게 보일 뿐인지, 똑같이 사람 사는 세상이잖아요. 연기적인 노력은, 제가 항상 고심해야 하는 부분이라 생각해요. 연기에는 정답이 없죠. 저마다 좋아하는 기준도, 설레는 기준도, 울컥하는 기준도 다르죠. 그 정답에 최대한 가까워지려 노력하는 게 배우로서 숙명이라 생각해요. 저도 배우라는 직업을 가졌기에 그런 노력을 끊임없이 해오고 있어요. 이 작품에 이를 갈며 임하긴 했지만, 저라는 사람에게 있어 다른 작품과 변함은 없었어요. 다른 작품들도 애정을 갖고 매신 최선을 다했어요. 그건 늘 마찬가지예요. 전 똑같이 했는데, 이 작품을 통해 절 바라보는 시선이라든지 이런 변화를 얻은 게 왜인지, 잘 모르겠어요. 저도 아직 고민이 더 필요한 거 같아요."

극 중 연희군 이헌은 연기하기 까다로운 캐릭터였다. 연산군을 모티브로 하는 만큼 괴팍한 폭군 이미지를 가져가면서도, 맛있는 음식을 대할 때는 미식가의 섬세함을 그려내야 했고, 연지영과의 로맨스 앞에서는 순수한 설렘도 표현해야 했다. 준비 시간이 짧아 캐릭터 분석에 한계가 있었을 텐데, 이채민은 그럴수록 조급해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제가 맡았던 캐릭터 중에선 가장 도전적이고, 해내기에 두려움이 컸던 역할인 건 사실이에요. 근데 '복잡할수록 단순하게 생각하라'는 말이 있잖아요. 감독님도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라는 조언을 해주셨어요. 초반에는 제목 자체가 '폭군의 셰프'고 연산군을 모티브로 해서, 어떻게 해야 폭군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많이 빠져 있었어요. 제가 평소에 화가 없는 평화주의자거든요. 그래서 집에서 소리도 질러보고 일부러 에너지를 더 발산해 보며, 이헌이랑 가까워지려 했어요. 그런데 대본을 읽으며, 생각이 달라졌어요. 이헌의 폭군 이미지는 그의 내면이 아니라 그 시대의 정치적 반대 세력과 외부적 영향 때문에 생성된 거고, 이헌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인물이란 걸 알게 됐죠. 그래서 폭군에만 한정 지으면 매력 없는 단편적인 캐릭터가 나올 거 같아, 감정을 솔직하게 잘 표출할 줄 아는 입체적인 인물로 그리고자 했어요."

오프라인 대표 이미지 - SBS연예뉴스

'폭군의 셰프'가 로맨스에 기반을 둔 작품이라, 무엇보다도 남녀 주인공의 케미가 중요했다. 실제 이채민과 임윤아는 열 살 차이나 나는 누나-동생 관계인데, 다행히 나이차를 극복하고 극 중 연희군 이헌과 연지영의 커플 케미는 시청자의 큰 사랑을 받는 데 성공했다.

"가장 뿌듯했던 말 중 하나가 '이헌-지영 케미 좋다'는 거였어요. 캐릭터 간의 케미라는 건 연기만으로 승부할 수도 있겠지만, 연기 이전에 사람과 사람 간의 평소 케미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편안한 분위기에서 케미를 위해 더 노력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 면에서 윤아 선배님이 절 많이 이끌어 주셨어요. 감사하게도 먼저 친해지려 다가와 주셨죠. 선배님이 그런 노력을 해주시니 저도 다가가기 편했고, 촬영장에서 신에 대해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어요. 그런 부분이 케미로 잘 맞아떨어지지 않았나 싶어요. 케미에 대한 공은, 윤아 선배님께 크다고 생각해요."

'폭군의 셰프'의 또 다른 주인공은 대령숙수 연지영이 만드는 다양한 음식들이었다. 그리고 연지영의 요리를 맛본 사람들의 과한 리액션은 색다른 재미였다. 행복감에 춤을 추거나 뒤로 봉황이 날아다니는 장면들을 화려한 CG로 입혀, 마치 '요리왕 비룡'을 보는 것 같은 코믹함이 웃음을 자아냈다. 연지영의 음식을 가장 많이 맛본 인물은 바로 왕 이헌. 그래서 이채민은 다채로운 감탄 리액션을 연기해야 했다.

"완성된 영상을 저희도 본방송 때 처음 봤어요. 매화 어떻게 CG가 들어갈지, 기대감을 갖고 지켜봤죠. 실제 촬영 때는 아무것도 없이, 감독님의 '여기 봉황이 날아올 거다' 같은 설명만 듣고 상상하면서 표현했어요. 너무 과하지 않을까 고민하면서, 더하기도 덜하기도 하면서 다양한 버전을 연기했죠. 그럼 거기에 어울리게 CG를 만들어 넣어주신 거 같아요. 명나라 사신 역 김형묵 선배님의 리액션 연기가 제게 자극이 됐어요. 전 매화 반응해야 해서 당시 아이디어가 고갈될 때라 어떤 표현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찰나였거든요. 옆에 자극이 되는 선배님이 있으니 도움이 되더라고요. 선배님이 정말 아이디어가 많으세요. 사람이 이렇게까지 웃길 수 있구나, 존경심이 막 생기더라고요."

오프라인 대표 이미지 - SBS연예뉴스

촬영에 사용된 음식은 실제로 다 맛있었다고 한다. 돈까스가 소울푸드라는 이채민은 그래서 비프 슈니첼이 가장 좋았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헌처럼 미식가는 아니지만, "먹으려고 돈을 번다. 먹기 위해 열심히 일한다"라고 말할 정도로 음식에 진심이다. 이채민은 이헌과의 싱크로율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이헌과는 공통점도 다른 점도 존재하죠. 감독님께서 제게 '가만히 무표정으로 있을 땐 사나워 보이기도 하는데, 해맑게 웃으면 소년 같은 모습도 있다'며 그런 이미지가 이헌과 부합하는 거 같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저도 최대한 그런 얼굴의 특징들을 활용해보려 했어요. 이헌의 순수함은, 최대한 저에게 있는 그런 모습을 끄집어내려 노력했고요. 제게 순수함이 있는지 모르겠지만요.(웃음)"

스스로의 순수함에 대해 말하며 멋쩍어했지만, 이채민은 적어도 배우로서의 순수함은 잘 간직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그를 이렇게 좋게 바라보는 시선은, '폭군의 셰프' 촬영장에서 만난 여러 선배들 또한 비슷했던 것으로 여겨진다. 그가 들었다는 조언들 속에선 그를 아끼는 그들의 마음이 느껴졌다.

"'폭군의 셰프'에서 제가 막내라 많은 조언을 들었어요. 그땐 이 작품이 잘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는데, '혹여 잘 안되더라도 항상 겸손하고 지금의 널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 이채민은 좋은 사람이니까, 이걸 유지해라', '힘든 과정이겠지만 너 스스로를 잘 지켰으면 좋겠다' 등의 조언들을 들었어요. 그 말씀들에 저도 공감하고, 그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인생을 살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사건들이 많이 일어나고 그 순간 변화해서 대처하는게 맞지만, 나라는 존재는 변하지 않아야 한다 생각해요. 본인을 잃지 않는 게 어려운 일이죠. 그러기 위해 책도 읽으려 하고, 주변에 절 아껴주시는 분들의 말도 귀 기울여 들으려 해요."

오프라인 대표 이미지 - SBS연예뉴스

'일타스캔들', '하이라키', '바니와 오빠들' 등 주로 교복을 입는 청춘물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이채민은 '폭군의 셰프'의 성공을 통해 기존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이제 좀 더 다양한 장르에 도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그동안 교복을 많이 입으며 어리고 어리숙한 이미지가 형성된 거 같아요. 그걸 깨는 게 제게 숙제였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게 된 거 같아 의미가 커요. 전 '이런 이미지를 보여줘야지' 하는 건 없어요. 장르나 역할을 불문하고, 제가 느끼기에 매력이 있는 캐릭터이고 재밌는 대본이라면 어떤 것이든 해보고 싶어요. 차기작은 아직 정해진 게 없고, 제안 주시는 작품들을 읽어보는 단계예요."

'폭군의 셰프'를 통해 대세 배우로 떠오른 이채민에게 수많은 작품의 러브콜이 쏟아졌고, 제안이 들어간 대본만 30개가 넘는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에 대해 이채민은 정확한 개수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이제 그는 작품을 찾아다니는 게 아니라 제안을 받는 위치라는 것이다.

"그만큼 저도 책임감도 생겨요. 다음 작품에선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 하나 부담이 생기기도 하고요. 그런 부담도 긍정적으로 생각해, 좋은 에너지로 만들어야죠. 배우라는 직업이 보이는 직업이기에,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슬퍼서 울든 행복해서 웃든, 그게 저희가 드려야 할 서비스라 생각해요. 그런 감정의 변화가 결국엔 긍정적인 영향을 끼쳐야 하고요. 식상하게 들리 수 있지만, 전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래서 좋은 사람이 뭘까, 그거에 대해 늘 고민해요."

오프라인 대표 이미지 - SBS연예뉴스

[사진제공=바로엔터테인먼트, tvN]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네이버 공유하기
  • 네이버밴드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광고영역
광고영역
광고영역
&plink=SBSNEWSAMP&cooper=GOOGLE&RAND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