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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스夜] '꼬꼬무' 성폭행 납치 살인범 김길태, "암흑대왕이 시킨 것"···심신 미약 주장한 결과는?

작성 2025.10.03 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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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연예뉴스 | 김효정 에디터] 심신 미약으로 인한 범죄, 감형 사유 인정해야 할까?

2일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에서는 '김길태와 암흑대왕'이라는 부제로 국민들의 공분을 샀던 김길태 사건을 조명했다.

지난 2010년 3월 10일, 부산 경찰서 앞을 인파들이 가득 메웠다. 살인 사건의 피의자로 검거된 김길태. 그런데 그는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앞서 부산 사상구의 재개발 구역에 위치한 박 씨네 집의 물탱크에서 시신이 발견됐다. 누군가가 물탱크에 시신을 유기하고 시멘트를 부은 후 벽돌과 타일까지 덮어놓았던 것.

이후 시신의 신상이 밝혀졌다. 시신은 열흘 전 실종된 13세 여아 민아. 범인은 민아의 집에 침입해 민아를 납치하고 이후 살해해 박 씨네 집에 시신을 유기했던 것이다.

그리고 곧 유력한 용의자가 등장했다. 사건 현장에서 김길태라는 인물의 족적이 발견된 것. 그는 앞서 2001년 여성을 감금 성폭행한 혐의로 8년형을 받고 수감 생활을 했고, 출소 한 달 만에 또다시 20대 여성을 성폭행해 수배 중인 인물이었다. 그런데 도피 중 납치 살인 혐의까지 추가된 것.

전과 8범 김길태는 이웃 여성들을 상대로 끔찍한 범죄를 저질러 온 해당 마을의 주민이었다. 이에 마을 사람들이라면 그가 누구인지 잘 알고 있었던 것.

갓난아이 때 버려져 세 살이 되던 해 양부모들에게 입양이 된 김길태. 조용하고 내성적이던 김길태는 17살부터 소년원과 교도소를 오갔다. 그리고 그의 양부모는 자신들이 그를 이렇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에 괴로워했다.

방송을 통해 김길태의 자수를 호소했던 양부모. 그리고 경찰서로 김길태의 전화가 걸려왔다. 하지만 그는 자수가 아닌 자신이 왜 살인 용의자냐며 경찰에 따졌다. 그리고 그는 피해자가 누군지도 모르고 본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20대 여성에 대한 성폭행 혐의는 인정하지만 살인 혐의 강력히 부인한 것.

하지만 경찰은 김길태가 범인이 아닐 확률은 거의 없다고 확신했다. 피해자의 몸에서 김길태의 DNA가 검출되었고 이는 직접적인 증거가 될 수 있었다. 김길태는 겨우 13살인 피해자를 성폭하고 살해했던 것.

김길태를 찾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형사총동원령이 내려졌다. 이에 4만 명 부산 경찰 총력이 동원되었다. 하지만 좀처럼 김길태는 잡히지 않았고 눈앞에서 김길태를 놓치기도 했다. 이에 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당시 담당 경찰이었던 강희정 경사는 "잡아서 때려죽이고 싶은 마음이었다"라며 모든 경찰들의 마음을 대변했다.

필사의 노력 끝에 사건 발생 보름 만에 체포된 김길태. 이에 강희정 경사는 "피해 학생이나 유가족들을 생각하면 크게 기쁘고 그러지 않았다. 사회적 약자를 지켜내지 못했던 우리 경찰관의 책임이 느껴졌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로서 정말 안타까운 심정이었기에 재발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모든 경찰들이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라며 당시를 떠올렸다.

그런데 검거된 김길태의 태도는 예상과 달랐다. 그는 술을 많이 먹어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모르쇠로 일관하며 조사를 거부하기도 했던 것.

처음에는 얼굴도 본 적 없다던 주장이 이제는 술을 많이 먹어서 기억이 안 난다고 바뀐 것. 이에 경찰은 DNA 검사지를 내밀며 김길태를 압박했다. 하지만 그는 DNA가 정확히 뭘 말하는지 얼마나 확실한 증거인지 이해하지 못해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에 경찰은 권일용 프로파일러를 투입시켰다. 그리고 그는 김길태가 늘 범행 후 통화를 하는 친구와 만남을 가진 후 김길태를 움직일 수 있는 결정적인 열쇠를 획득했다.

김길태와 라포를 형성한 권일용 프로파일러는 경찰에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권했다. 법적 효력이 없는 거짓말 탐지기이지만 자신이 하는 거짓말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는다는 것을 본인이 보게 하기 위해서 거짓말 탐지기를 쓰기로 한 것이다.

조사원은 사건 현장을 아는지 김길태에게 물었다. 그러자 그는 모른다고 답했고 이에 거짓말 탐지기의 그래프가 격렬하게 반응했다. 결국 그렇게 김길태가 입을 열었다.

방송에서 최초 공개된 김길태의 진술 녹음 음성 파일. 그는 "술 먹고 깨어보니 기억나는 건 애가 옆에 있었다. 애인지도 모르겠고 얼굴도 모르고 사람이다 사람. 막대기 같은 거 막 이러고 손으로 막 이러고 그 외에는 기억이 안 난다"라고 횡설수설했다.

김길태는 사건 당일, 동네 뒷산에서 술을 마시고 눈을 떠보니 폐가였고 옆에 시신이 있었다며 그 시신을 가방에 시신을 넣고 내려가 이웃집 물탱크에 유기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막대기로 시멘트를 젓고 있었다는 것. 또한 그는 시체를 보니 불쌍한 마음이 들어서 벽돌이랑 타일로 덮어줬다는 황당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심신 미약을 주장한 김길태. 하지만 1심 재판은 김길태에 사형을 선고했다. 이에 김길태는 항소했다. 그리고 그는 앞선 주장과 다른 주장을 펼쳤다.

김길태는 "다른 차원에서 온 존재가 있는데 그 존재 때문에 일이 일어났다. 암흑대왕이 있다. 난 정신이 있는데 내 정신을 지배하려는 거다. 나한테 저 녀석 때려야 한다 저 사람 죽여야 한다고 계속 시키는 거다. 그러다가 나중엔 기억이 안 나버린다"라며 중학교 시절부터 환청과 환각에 시달렸고 교도소에서 암흑대왕의 존재 알게 됐고 그 후부터 그의 지배를 받아왔고 그간 저지른 범행 모두 암흑대왕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며 민아를 살해한 날에도 암흑대왕에게 잠식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2심 재판부는 법무부 치료감호소에 정신감정을 의뢰했다. 그리고 검사 결과, 측두엽 뇌전증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뇌전증은 뇌신경세포가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되며 발작이 반복되는 신경질환으로 환청과 환각 같은 발작 증세가 일어나고 발작 중 했던 행동을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이 소식이 전국에 보도되자 법원으로 김길태의 사형 판결을 청원하는 탄원서가 쏟아졌다. 당시 조두순이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이 인정되어 징역 12년이 확정되며 국민적 분노가 극에 치달았던 것.

이에 법원은 서울대 병원에 추가 감정을 의뢰했고 면밀한 검사가 진행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 뇌전증을 확진할 만한 이상 반응 나타나지 않았고 망상장애로 진단하기도 어려웠다. 단 피해망상 증상이 있는 반사회적 성격 장애가 주 진단이 되며 기억 상실 주장도 거짓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리고 이후 진행된 2심 재판에서 재판부는 "계획적으로 살해하려고 한 것이라기보다는 우발적으로 살해한 것으로 보이는 점, 정상인과 같은 온전한 정신상태였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으로 보아 원심이 피고인에게 사형을 선고한 것은 그 형의 양정이 너무 부당하다고 할 것이다"라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에 이날 이야기 친구로 등장한 조우진은 "누구를 향한 판결문인가,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향했는가 아니면 등을 돌렸는가"라며 분노했다.

2심 판결에도 김길태는 재항소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하고 최종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심신 미약, 심신 장애의 경우 형 감경, 면제 규정이 있는 우리나라. 특히 우리나라는 이런 경우 교도소 대신 치료감호로 처분되기도 했다.

하지만 영국의 경우 치료와 형벌 동시 명령으로 병원에 구금해서 치료를 한 뒤 감옥으로 보내서 형 집행을 시작했다. 심신 장애가 인정되더라도 형량은 그대로 유지되는 것.

이에 국내도 심신 미약을 악용하는 정신질환 범죄자들의 재범을 막기 위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해 보였다.

마지막으로 이야기 친구 조우진은 "사회적, 물리적 약자를 향한 중범죄에서 심신 미약이 처벌하는데 영향을 끼칠만한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되어도 되는지 더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라며 "절대 피해자에게 등 돌리는 법적 판단은 없기를 바란다. 이런 범죄가 반복되지 않도록 사람을 살리는 법을 다시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사회를 향해 과제를 던져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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