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연예뉴스 | 김효정 에디터] 완전 범죄를 꿈꾸는 범죄꾼의 결말은?
6일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에서는 경주 현금수송 차량 절도 사건의 그날을 추적했다.
지난 2001년 12월 18일, 경주의 한 은행으로 현금을 수송하는 차량이 털렸다. 경찰서 코앞에서 단 10초 만에 벌어진 사건.
당시는 무슨 일인지 전국 각지에서 은행 강도 사건이 유행처럼 일어나던 시기였다. 경주 사건이 벌어지기 전 대구, 경주 사건 후 대전에서 잇따라 은행 강도 사건이 일어났다. 11일 만에 3건의 은행 강도 사건 연달아 벌어진 것.
이에 경찰은 범인을 잡기 위해 촌각을 곤두세웠다. 하지만 경주에서 일어난 사건은 다른 두 곳에서 일어난 사건과는 범행 방법이 달랐다.
경주 경찰서의 강력반 전체가 수사에 집중하던 그때 이들은 1년 전 부산에서 비슷한 사건이 일어났던 것을 포착했다. 이는 경주에서 일어난 사건과 완전히 똑같은 트렁크 따기 범죄였다. 이에 경찰은 부산 사건과 경주 사건이 동일범 소행이 분명하다고 생각했고 이에 부산으로 향했다.
23개월간의 수사 기록을 확인한 형사들은 자료 속에서 결정적인 단서를 발견했다. 이는 용의자 윤 씨의 이름이었던 것. 윤 씨의 이름을 본 형사는 "아 이 놈이다"라고 생각했다고.
윤 씨는 35살의 전과 12범. 19살 특수 절도로 처벌받은 후 수시로 교도소를 드나들며 악명 높은 청송 교도소를 거친 인물.
윤 씨가 용의자 선상에 오른 것은 한 형사의 첩보 때문이었다. 이는 서울경찰청 기동수사대 장영권 형사였다.
강력범죄 수사의 귀재로 영화 '범죄도시' 속 마동석 배우의 실제 모델이 된 형사였다. 그는 사실 홀로 윤 씨를 쫓고 있었다.
청송 교도소 출신의 많은 정보원을 보유한 그는 정보원들에게 윤 씨에 대한 제보를 받았던 것이다. 윤 씨가 부산 은행 강도 사건 3년 전에 발생한 1997년도에 옥천 현금 수송차량 강도 사건을 벌인 인물이라는 것.
당시 윤 씨의 공범이라 주장하는 이의 제보로 체포된 윤 씨. 하지만 그는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고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나 무죄 판결을 받았다.
증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제보자의 증언이 결정적 증거였는데 증인이 재판 전 사고로 사망한 것이다. 이에 윤 씨는 무죄 판결 후 진정을 넣었고 담당 형사가 징계까지 받았다.
그런 윤 씨가 지인들에게 자랑스럽게 옥천 사건이 자신의 소행임을 밝혔다는 것. 이에 대한 제보를 받은 장 형사는 윤 씨를 주시했고 그에 대한 제보를 모았다.
그런데 부산 사건의 경우 윤 씨를 용의 선상에서 얼마 안 가 배제했다. 사건 당시 그가 부산이 아닌 울산에 있던 것이 확인된 것이다.
하지만 윤 씨에 대한 의심을 거둘 수 없었던 장 형사는 윤 씨에게 덫을 놓았다. 제보자를 통해 수표를 바꿔주겠다고 제안하고 카메라를 숨겨둔 채 이 상황을 촬영한 것.
윤 씨는 500만 원 수표 1장을 현금으로 바꾸며 과거 범행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했고, 환전한 수표를 조회한 결과 도난 수표가 맞았던 것. 그러나 이 수표는 은행이 아닌 다른 곳에서 도난당한 수표였다. 그리고 단 1장만 환전한 것은 윤 씨의 테스트라는 것을 확신했다.
그즈음 경주에서 또다시 사건이 발생했고 경주 경찰서, 경북 경찰청, 서울 경찰청의 대규모 합동수사가 시작됐다.
총 39명의 베테랑 형사 들고 구성된 어벤저스 합동 수사단은 윤 씨의 행적과 함께 그의 주변인들을 조사했다. 이에 윤 씨와 동갑내기 청송 교도소 출신인 전과 10범 최 씨, 전과 8범의 김 씨가 함께 포착되었다.
카센터를 운영하며 너무나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던 용의자들. 특히 이들의 알리바이도 완벽했다. 그런데 어딘가 이상한 용의자들에 대한 의심은 계속되었고 이에 잠복근무가 시작되었다.
그 결과 이들 중 일부가 알리바이를 조작한 정황을 발견했다. 이에 경찰은 윤 씨가 범행을 설계하고 최 씨와 김 씨가 실행했을 것이라 판단하며 사건에 대한 증거를 정리해 이들에 대한 체포 영장을 신청했다.
이들의 위장 사업체였던 카센터에서 세 사람을 체포하고 현장에서 범행에 사용된 승합차와 오토바이를 발견했다.
하지만 직접적인 증거가 없어서 마음이 무거웠던 형사들은 범인들의 마음을 자극하기로 마음먹고 이들의 자백을 유도했다.
둘째 날 마음을 열고 범행 사실을 자백한 최 씨. 직접적인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경찰들은 그에게 돈 가방을 어디에 숨겼는지 물었고 최 씨의 집 창고에서 콘크리트 속에 갇힌 증거를 발견했다.
그리고 방어진 바다에서 해녀들의 도움으로 경주 은행 강도 사건의 돈 가방을 찾아냈다.
자신이 용의자로 지목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윤 씨는 범행을 설계하고 최 씨와 김 씨에게 범행을 실행하도록 했다. 그리고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일부러 범행 시각 울산의 은행에 방문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빈틈이 없는 범죄를 설계한 윤 씨. 하지만 그는 결국 부산과 경주 사건에 대한 혐의를 인정했다.
이에 윤 씨 5년형, 최 씨와 김 씨도 각각 5년, 4년형의 실형이 확정되었다.
그리고 이들 일당의 검거 후 형사들은 이들이 무죄 판결을 받기 위한 방법들을 연구했던 것을 확인했다. 체포가 되더라도 어떻게 하면 무죄로 풀려날 수 있을지 다방면으로 연구했던 것.
하지만 신념을 가진 형사들이 집념으로 사건을 계속 주시하는 한 완전 범죄는 절대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나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