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연예뉴스 | 이정아 기자]목선이 훤히 드러나는 짧은 단발머리가 그렇게 상큼할 수가 없다. 무대에서 온 몸으로 노래하는 그녀가 발레리나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적도 있다. 그렇다. 박정현 그녀는 목소리로, 눈으로 그리고 온몸으로 듣는 이들에게 말한다.
박정현은 지난 달 18일 발표 예정이었던 새 앨범 '싱크로퓨전'(SYNCROFUSION)의 발매를 세월호 참사에 대한 애도의 뜻으로 무기한 연기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특히나 이번 앨범은 윤종신이 이끄는 프로듀싱팀 팀89와의 협업으로 그 동안 강렬한 변신이 담긴 티저 사진과 뮤직비디오 예고편 등을 통해 그녀의 새로운 매력을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이번 앨범을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잠시 미루게 됐다. 그 대신 이번 앨범의 수록곡 '그 다음해'를 공개했다. '그 다음해'는 이 프로젝트가 갖고 있는 '함께 하고 싶은 뮤지션들과의 싱크'(SYNC)와 '장르의 퓨전'(FUSION)이라는 두 가지 의미 중 '만남'의 의미가 강한 곡이다.
미리 들어본 새 앨범 중 개인적으로는 오랜 연인의 감정을 표현한 '그 다음해'가 가장 마음에 남았다.
“'그 다음해'의 가사는 참 묘하다. 윤종신 오빠의 가사다. 이 노래를 만들고 종신 오빠한테 가사를 부탁했다. 우리가 이렇게 공동 작업을 하면 정말 완벽한 콜라보레이션이 될 것 같았다. 고칠 건 함께 고치면서 작업을 했다. 처음에 멜로디만 지었을 때 애절한 내용을 상상했다. 가사는 오랫동안 버틴 커플의 이야기였다. 사실 오랫동안 커플이었던 경험이 없어서 종신 오빠한테 '오빠 이거 너무 간질간질한데'라고 투정도 부리고 그랬다. 내가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도 있다. 노래를 하면 할수록 이 노래의 깊이를 느끼게 된다. 오랫동안 커플로 버틸 수 있는 게 정말 대단한 감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연애를 해본 적이 없다니, 이번 노래를 통해 더욱 많은 생각을 했을 것 같다.
“희망을 갖고 부르게 됐다. 함께 해를 지나오면서 연인들이 느끼는 감정들이 담겨있는 노래지만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커플이라면 완벽하게 공감할 수 있는 노래고 싱글들도 '이런 날이 올까'하는 설렘을 가지면서 공감할 수 있는 노래다.”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학업과 음반 활동도 병행해왔다. 콘서트도 기말 고사 끝나고 하고 그랬던 것 같은데 이제 졸업을 했다. 그런 만큼 학업에 덜 쫓기게 됐다.
“2012년에는 굉장히 바빴다. MBC '위대한 탄생' 심사위원으로 참여했고 전국투어도 했다. 연말에는 김범수와 합동 공연을 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2011, 2012년에 비해서는 조금 쉬긴 쉬었다. 그냥 쉬어야 할 것 같았다. 앞으로 더 많이 음악을 하고 오랫동안 하고 싶은데 2년 동안 쉼 없이 달리다 보니 회복하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았다. 그래도 중간 중간 공연은 할 수 있는 만큼을 했고 YB랑 싱글을 발표하기도 했다.”
MBC '일밤, 나는 가수다', KBS 2TV '불후의 명곡' 등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상당히 강심장인가 보다.
“사실 '나가수' 이후로 보여줄 것은 다 보여줬다는 생각에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참여하지 않는 게 맞는다고 생각했다. '영원히 안할거다' 이런 거는 아니지만 부담을 조금 느꼈다. 하지만 '불후의 명곡' 같은 경우 제작진 쪽의 오랜 구애와 이선희 선배 특집을 한다기에 한번 나가겠다고 생각했다.(웃음)”
이선희, 이승환, 이소라, 임창정, 조성모 등이 컴백을 한 이 봄은 음악 팬들이 꿈꿨던 시기이기도 하다.
“다 같이 컴백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니까 마음이 든든해진다. 반가운 얼굴들을 활동하면서 볼 수 있겠다는 설렘도 있다.”
데뷔 16년차다. 당신처럼 성공적으로 가수 인생을 걸어온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새로운 목표도 생기지 않았을까 싶다.
“이렇게 오래 노래를 해 올 수 있었다는 게 놀랍다. 어떨 때는 믿어지지가 않는다. 어느새 16년이 지났더라...나는 옛날부터 많이 축복받고 있다는 생각으로 음악을 했다. 축복 받은 만큼 노력하게 된 것 같다. 그것이 무엇보다 동기가 됐다. 나는 실패할 때도 실패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떤 일을 시도 했을 때 실패하면 뭔가 배웠다 생각을 한다. 지금 내가 가장 소망하는 것은 부모님과 가족이 건강했으면 하는 거다. 시간이 갈수록 가장 걱정되는 게 부모님의 건강이다. 내가 더 도와줄 수 있는 환경이 됐으면 좋겠다. 가족 챙기는 것이 갈수록 더 중요해진다.”
자신의 가족을 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을 것 같다.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도 들겠다.
“그런 생각을 안한 것은 아니고 언젠가는 이뤄질 것이라 생각한다. 어떻게 이뤄질지는 모르겠지만...(웃음) 주변 친구들도 다 가족이 있으니까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억지로 이뤄질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그렇게 되면 되는 거고 아니면 안 되는 거고 그렇게 생각한다.”
후배들로부터 '롤 모델이다'라는 말을 들을 때 너무나 기분이 좋고 그 말이 근래에 힘들었던 일들을 다 잊게 할 만큼 좋은 말이라며 생긋 미소를 짓는 박정현은 9일부터 18일까지 서울공연 및 예정된 지방공연 일정을 소화한다.
“단독 공연은 늘 해오듯이 꾸밈없이 한다. 2년 만에 하는 단독 공연이기도 하니까 일부러 조금 더 소극장 분위기로 하기로 했다. 작은 장소에서 정말 꾸밈없이 이야기도 나누고 음악을 들으면서 함께하는 시간을 만들고 싶다. 그렇게 아늑한 공연을 희망하고 있다.”
지금 이렇게 자신이 사랑하는 음악을 할 수 있는 자리에 서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줄 아는 그녀는 보면 볼수록 상대를 기분 좋게 하는 매력을 갖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앞으로 또 어떤 도전으로 즐거운 들을 거리를 만들어 줄지 더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