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SBS연예뉴스 ㅣ 강선애 기자] 개그맨이 아닌데도 멀쩡하게 생겨서 웃긴 연예인들이 있다. 정가은이 바로 그런 경우다. 한때 '8등신 송혜교'라고 불렸을 만큼 예쁜 외모와 늘씬한 몸매의 소유자인데, 정가은이 TV에 나오는 걸 보면 재미있다. 그녀가 출연했던 '롤러코스터'와 '무한걸스'의 색깔이 워낙 짙고 주로 예능프로그램에 얼굴을 비추다 보니, 정가은에겐 '예능하는 방송인'이란 이미지가 강하다.
그런 정가은이 얼마 전 드라마에 출연했다. SBS '주군의 태양'(극본 홍정은 홍미란, 연출 진혁)에서 쇼핑몰 킹덤의 사장 주중원(소지섭 분)과 부사장 도석철(이종원 분)의 밑에서 일하는 직원 안진주 역을 맡아 연기했다. 비중이 크지는 않았지만, 드라마의 높은 인기와 함께 정가은도 시청자에게 자신을 '연기자'로 각인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정가은은 '주군의 태양' 속 안진주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다. 강한 예능 이미지 때문에 자칫 튀어 보일 수도 있을 것이란 걱정은 우려였다. 정가은은 쇼핑몰 킹덤에서 일하고, 때론 태공실-태공리 자매(공효진-박희본 분)를 질투하는 안진주로 잘 녹아들었다. 대중에게 정가은이 아닌 작품 속 캐릭터로 보여지는 것, 정가은은 그렇게 천천히 '연기자'로 성장하고 있다.
“안진주 역이 원래 예정됐던 분량보다 줄어들어 저도 좀 속상했고 감독님도 저한테 미안해 하셨어요. 그래도 전 괜찮아요. 사람들이 '정가은이 드라마에 나오네?' 그 정도로만 봐주면 되요. 처음엔 분량 욕심이 있었는데, 뒤로 갈수록 마음이 비워지더라고요. 이 작품이 제 연기인생의 끝이 아니잖아요. 이제 시작인걸요 뭐.”
사실 정가은이 연기에 처음 도전한 것은 오래 전 일이다. 이미 8년 전부터 드라마에 단역으로 출연하며 연기 경력을 쌓았다. 고등학교 땐 연극부 활동도 했다.
“어릴 때부터 연기자의 꿈이 있었어요. 대학 때 연극영화학과를 가고 싶었는데 부모님의 반대로 못 갔죠.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다 할 수 있는 건 아니니, 현실적으로 생각해 그 때 꿈을 포기했어요. 그러다 홈쇼핑 모델 일을 하게 됐고, 중간 중간 '백만장자와 결혼하기'(SBS), '열아홉 순정'(KBS) 같은 드라마에 짧게 출연했어요. 생각보다 많이 어렵더라고요. '내가 연기에 소질이 없나'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래서 다시 모델 일을 하다가 우연찮게 SBS '공통점을 찾아라'에 출연하게 됐는데, 이후 '스타킹'에 '8등신 송혜교'로 출연한 것을 계기로 방송 일이 계속 들어왔어요. 그리고 여기까지 오게 됐네요.”
한 때 접었던 연기에 대한 꿈을 정가은은 지금 다시 꾸고 있다. 오히려 어릴 때 가졌던 두려움은 사라졌고 열의가 높아졌다. 작은 기회라도 잡아서 조금씩 앞으로 나가다보면, 연기를 평생 직업으로 할 수 있을 거란 꿈. 서른 여섯살의 정가은은 그 생각만 하면 여전히 소녀같은 마음이다.
“어릴 땐 새로운 걸 도전하는 게 두려웠고, 그래서 이 쪽 일도 늦게 시작하게 됐죠. 지금은 뭐든 기회가 되면 더 늦기 전에 해보고 싶어요. 주인공 욕심은 없어요. 단역이든 조연이든, 아줌마가 되면 아줌마 역할을, 할머니가 되면 할머니 역할을 하며 그렇게 평생 연기를 하고 싶어요. 현재를 유지하면서 거기서 조금씩 더 나아질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가다보면, 최종 목표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요?”
정가은은 드라마 촬영장에 있다는 게 즐겁다. 스태프들과 가족처럼 친하게 지낼 수 있어 즐겁고, 선배 배우들로부터 연기노하우를 배울 수 있어 즐겁다. 그 안에서 연기를 할 수 있는 건 가장 큰 기쁨이다.
“'주군의 태양' 촬영장은 정말 재미있었어요. 저랑 동갑이거나 어린 스태프들이 많아 다들 친했는데, 농담으로라도 '우리 가은누나 예쁘게 찍어줘야지' 라면서 오히려 제가 주인공 대접 받으면서 촬영했어요. 세달 정도 작품 하면서 기념으로 모두와 한 장씩 사진을 찍었는데, 소지섭 씨한테는 떨려서 '사진 찍자'는 말을 못하겠더라고요. 그러다 마지막 촬영 때 겨우 찍었어요. 소지섭, 공효진 씨는 정말 집중력이 뛰어나더라고요. 후반부엔 대본이 급하게 나와서 외울 시간도 없었는데, 대본 보고 한 두 번 맞춰보더니 바로 연기를 해내더라고요. 연기에 대한 순간의 집중력이 정말 천재적인 것 같아요. 그런 건 저도 배워야 할 점이죠.”
예능인이란 이미지 때문에 다소 가벼울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정가은. 실제로 만나본 정가은은 진중했고, 꿈이 있었고, 소탈했다. 예능프로그램에 나오는 코믹한 모습도 정가은의 모습이겠지만, 그 것은 일부일 뿐이었다. 그래서 물었다. “사람들이 예능 이미지와 실제를 똑같이 여기는 게 속상하지 않느냐”고.
“전혀 속상하지 않아요. 오히려 사람들이 절 편하게 생각하는 게 좋아요. 배우 황인영 씨와 친해서 같이 다닐 때가 많은데, 사람들이 인영 씨한테는 다가가지 못하고 저한테는 와서 말도 걸고 그래요. 그만큼 제가 편하다는 이야기죠. 전 그런 게 좋아요. 혹시라도 제가 여러분 앞에 지나간다면, 뒤에서 수군거리지 말고 언제든 다가와서 말을 걸어주세요.(웃음)”
정가은은 지난 4일 자원봉사를 위해 과테말라로 떠났다. 그녀는 그 곳에서 열흘간의 일정으로 머물며 '절친' 황인영을 비롯한 봉사단과 함께 자원봉사를 할 예정이다. '해외 자원봉사를 해보고 싶고, 친한 친구와 서로 의지하면서 한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는 바람을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정가은은 이렇게 꿈만 꿔오던 일을 천천히 하나씩 이뤄나가고 있다.
“연극도 하고 싶고, 뮤지컬도 하고 싶어요. 가리지 않고 다 해보고 싶어요. 뭐든 열심히 할 테니, 여러분은 정가은이란 사람이 있다는 것만 잊지 말아주세요.”
[사진=김현철 기자 khc21@sbs.co.kr]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