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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PS파트너

'나의 PS파트너' 변성현 감독 "원래는 치정극, 수위도 더 셌다"

김지혜 기자 작성 2012.12.2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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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영화만큼이나 감독도 개성이 넘치고 톡톡 튀었다. 반삭한 머리에 히피풍 의상 등 튀는 스타일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자유롭고 거침없어 보이는 외향과 달리 어투는 쭈뻣쭈뻣 어색해하는 느낌이 강했다.

이것이 2011년 영화 '청춘그루브'로 데뷔한 뒤 1년만에 상업영화 '나의 PS 파트너'로 평단과 관객의 주목을 받고 있는 변성현 감독의 첫인상이다.  

'나의 PS 파트너'는 잘못 걸려온 한 통의 은밀한 전화로 시작된 현승(지성 분)과 윤정(김아중 분)의 로맨스를 그린 영화다. 우연히 만난 남녀가 좌충우돌 트러블 끝에 사랑을 키우는 것은 일반적인 로맨틱 코미디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상업영화로는 보기 드물게 '폰섹스'라는 19금 소재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 영화는 CJ엔터테인먼트가 신인감독 발굴 차원에서 기획한 '프로젝스 S' 공모전에서 채택된 끝에 제작됐다. 변성현 감독은 "공모전에 제출하기 위해 급하게 이야기를 구상하고,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농담으로 주고받은 대화들을 시나리오에 반영했다"고 말했지만, 즉흥적으로 나온 작품치고는 소재도 흥미롭고 이야기도 재기발랄하다.

당돌한 로맨틱 코미디의 등장에 관객들의 반응도 뜨겁다. 상영 등급(청소년 관람불가)의 불리함을 딛고 개봉 2주 만에 160만 관객을 돌파하며 변성현 감독에게 달콤한 흥행의 맛을 안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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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신데렐라급 상업영화 데뷔다. CJ엔터테인먼트의 신인 감독 발굴 프로젝트의 첫번째 주인공이 됐다.

A. '프로젝트 S'라는 시나리오 공모전이 있다고 해서 부랴부랴 시나리오를 써서 냈다. 시나리오를 잘 쓰는 편은 아닌데 빨리는 쓴다. 생각하면서 쓰는 게 아니라 쓰면서 조합하는 스타일이라 그런 것 같다.

Q. 급하게 쓴 시나리오 치고는 소재도 신선하고, 이야기도 재기 발랄하다. 어떻게 '폰섹스'라는 소재를 생각하게 됐다. 한국영화사에 유례없이 '센' 소재가 아닌가?

A. 우연히 생각하게 됐다. 과거 폰섹스를 해본 경험도 있어서 언젠가 한번 영화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막연하게 생각했었다. 공모전에 내야하니 우선 완성하고 보자는 마음으로 썼는데 생각보다 술술 써지더라. 남자들끼리  술자리에서 하는 음담패설 등을 반영했다.

Q. 상업 영화 제작을 염두에 둔 공모전이라고는 하지만, 실제로 제작되면서 많은 부분이 바뀌었을 것 같다. 초고에서 바뀐 부분이 있다면?

A. 영화 초반 1시간은 같은데, 후반 1시간 가량의 이야기는 조금 달라졌다. 처음부터 상업 영화 제작을 염두에 두고 쓴 시나리오는 아니었기에 좀 무거웠달까. CJ 측에서 '로맨틱 코미디로 만들어보면 어떨까'라고 제안했고, 조감독과 함께 시나리오를 고쳐 썼다. 초고는 치정극의 느낌이 강했는데, 완고는 로맨틱 코미디의 색깔이 짙어졌다. 남자친구가 있는 윤정(김아중 분)이 현승(지성 분)과 하룻밤을 보내는 부분에서 베드신이 너무 셌으면 아마 치정극이 됐을 거다. 노출에 대한 표현은 좀 완화를 했다. 현승의 캐릭터도 지금보다는 욕망에 더 충실한 캐릭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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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 영화를 만드는데 있어 가장 신경썼던 부분은 무엇인가. 이를테면 감독이 절대 타협할 수 없는 원칙이나 소신같은 거랄까.

A. 어떻게 보면 뻔한 이야기지만, 후지게 찍고 싶지는 않았다. 로맨틱 코미디 특유의 컨벤션(익숙한 요소들을 관습적으로 사용하는 영화방식)은 있되 좀 비틀어보자 아니면 컨벤션을 따를거면 완성도 있게라도 찍자는 주의였다

Q. 폰섹스 장면에서 대사의 디테일이 상당히 뛰어나다고 느꼈다. 또 그 외에 영화 속 대사들이 하나같이 현실적으로 들렸다.

A. 내 영화 스타일은 나오자마자 등장인물이 떠들어야 한다. 주인공이 친구들이랑 앉아 수다 떠는 장면들이 유독 많았을 것이다. 폰섹스 상황에서의 대화 경우는 일단은 경험이 있다 보니 무의식 속에서도 대사들이 툭툭 튀어나왔던 것 같다.

Q. 반면, 결혼식 신을 비롯해 후반부의 몇몇 장면들은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클리셰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A. 결혼식 장면의 경우, 많은 관객들의 탄식이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나도 쓰면서 좀 싫었을 정도니. 사실 다른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 신부 손잡고 도망치는 장면을 보고 나도 절망한 적이 많다.  

장소나 콘티에 대한 고민이 많았지만, 같은 상황에서도 디테일을 다르게 살리면 될 거라 생각했다. 바람을 피고 또 그 상대를 자신의 결혼식에서 초대하는 승준(강경준 분)의 모습은 실제로도 본적 있었기에 그런 상황적인 현실성을 높이려 했다.

Q. 김아중이 처음엔 이 영화를 꺼려했다고 들었다. 어떻게 설득했나?

A. 처음 시나리오를 보냈을때 연락이 안왔다. 그 와중에 다른 톱 여배우가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난 김아중씨가 '윤정' 역할에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중씨랑 꼭 하고 싶다'는 문자를 개인적으로 보냈다.

여배우로서 왜 부담이 없었겠냐. 설득하는 과정에서 얘기를 많이 했다. 좋았던 건 김아중이라는 배우는 생각이 많은 반면, 한번 마음을 먹으면 바로 가는 스타일이더라. 실제 현장에서는 감독이 'OK'사인을 내려도 본인이 한번 더 하겠다고 할 정도로 의욕적이었다. 욕조안에서의 폰섹스 장면의 경우도 본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서 “더 세게 해보겠다”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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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여배우로서 쉽지 않은 연기를 그렇게 능수능란하게 했던 건 감독의 디렉팅이 좋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A. (김)아중 씨가 잘한 거다. 초반 리딩때만 창피해했고, 그 이후부턴 본인이 편안하게 연기를 하더라. 캐릭터를 이해시키기 위해서 내 연애경험이나 성적 판타지에 대해 많이 얘기를 해줬다. 그런 부분이 현승이와 윤정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을려나. 

Q. 여자로서의 궁금증인데, 실제로 많은 남성들이 일상생활에서 폰섹스를 시도하나?

A. 생각보다 많지는 않다. 내 친구들만 봐도 폰섹스 경험이 없는 친구들이 대부분이다. 극히 소수지만, 있기는 있을 것이다. 남자는 시도할 수는 있는데 여자는 시도하진 못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윤정의 캐릭터는 상상에 의존해서 썼다. 

Q. 데뷔작인 '청춘그루브'는 저예산 영화였고, '나의 PS 파트너'는 대기업의 지원 아래 찍었다. 상업영화 환경을 경험해보니 어떤 차이가 있던가?

A. 현장 분위기는 크게 차이가 없었다. 다만, 머릿속에서 '이렇게 찍을 수 있으면 좋겠다'하는 것들이 이번 영화에서는 실제로 이뤄지더라. 이를테면 '무빙샷' 같은 건 콘티에만 있었는데, 실제로 하게 됐다. 커다란 장비트럭을 보는데 그렇게 신기할 수 없더라. 투자사에서 연출에 많이 관여했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난 자유롭게 영화를 만들었다.

Q. 서울예대 영화과를 졸업했는데, 연출 전공이 아닌 연기 전공이라고 들었다. 어떻게 감독의 꿈을 꾸게 된 것인가?

A. 대학을 가긴 가야하는데 수능 성적이 필요 없는 과를 가려다보니 서울예전을 선택하게 됐다. 연기에 대한 관심은 전혀 없었다. 그러다보니 입학해서도 학교생활에 전혀 흥미가 없었다. 군 제대 후 복학을 했고, 우연히 연출 수업을 듣게 됐는데 강한섭 교수님이 나를 많이 예뻐해주셨다. 그분이 나를 연출자의 길로 이끌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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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영화학도 시절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감독은? 혹은 존경하는 감독을 꼽자면?

A. 할리우드 감독으로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을 좋아한다. 국내에선 단연 봉준호 감독님. 완난 '봉준호 빠돌이' 수준으로 그분을 존경한다. '살인의 추억'을 보고도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마더'를 보고는 완전히 반했다. 차기작인 '설국열차'가 무슨 내용인지는 잘 모르지만, 봉준호라는 이름 하나만으로 무조건 볼 이유가 생긴거다. 모든 분야에서 완벽한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영화감독이 되기로 마음 먹었을 때 '봉준호처럼 되겠다'이런 건 아예 포기 했다.

Q. 이번 영화로 충무로에 성공적으로 안착을 했다. 다음 작품에 대한 계획이 있다면?

A. 데뷔작인 '청춘 그루브'를 조금 더 많은 사람이 봐주셨으면 했는데, 결과적으로 흥행이 잘되진 않았다. 개봉 첫주부터 2개관에서 교차상영을 했다. 나는 불법 다운로드라도 관객들이 이 영화를 봐주셨으면 한다. 그만큼 애정이 있는 영화다.

차기작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청춘 그루브'같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 시나리오만 좋다면 내가 굳이 써야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다음 작품도 많이 기대해달라.

ebada@sbs.co.kr

<사진 = 김현철 기자khc21@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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