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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재, '개드립' 아나운서의 스포츠뉴스 앵커 도전기(인터뷰)

강선애 기자 작성 2012.11.14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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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SBS연예뉴스 ㅣ 강선애 기자] 아나운서한테 '개드립'이란 표현이 어울릴 수 있을까. '개소리+애드립'을 합친 인터넷 신조어 '개드립'은 본래 적절치 못한 애드립을 비꼬는 의미였으나, 순간적인 재치로 재미를 선사하는 말들을 귀엽게 칭하는 표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SBS 배성재 아나운서는 현존하는 국내 아나운서 중 유일하게 '개드립'이란 표현이 어울리는 사람이다. 그의 연관검색어에는 '배성재 개드립'이란 단어가 있을 정도. 바른말만 사용하고 지적이며 정적인 이미지의 아나운서에게 '개드립'이 자연스럽다니, 뭔가 이상해도 단단히 이상한 현상이다.

배아나운서에게 '개드립'이 붙은 이유는 그가 하는 축구 중계 때문이다. 배아나운서는 SBS를 대표하는 축구 중계 캐스터로 차범근 해설위원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추며 많은 축구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가 축구와 관련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축구팬들이 그를 지지하는 큰 이유 중 하나가 '개드립'이다. 배아나운서의 재치 넘치는 입담은 맛깔스런 양념이 돼 축구 경기를 보다 더 재미있게 만든다. 그가 지난 2012 런던올림픽에서 기성용을 가리켜 “진정한 파이터는 눈빛으로 제압할 수 있다”라고 말했던 것은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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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로운 아나운서의 스포츠 뉴스 앵커 도전

배아나운서는 SBS 메인 뉴스인 '8뉴스'의 스포츠뉴스 앵커로 발탁돼 지난 5일부터 뉴스를 진행했다. 그는 통통 튀었던 중계 스타일 그대로 스포츠뉴스를 소개하며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신선한 앵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야구 뉴스를 전할 땐 손에 든 종이를 말아 홈런을 치는 듯한 행동을 하고, 농구 뉴스를 전할 땐 실제 농구공을 손에 들고 돌리기도 한다.

“처음을 어떻게 시작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범위가 넓어질 수도 좁아질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여러 가지를 시도해보려 해요. 좀 더 현실감 있고 생동감 있는 스포츠뉴스를 시청자에 전달하고 싶어요. 그걸 10초 남짓한 앵커 멘트로 전달하기엔 어렵겠지만, 여러 가지 느낌들을 담아 재미있는 뉴스를 만들고자 해요. 영국 BBC 방송을 보니, 거긴 캐스터가 드리블을 하면서 등장하기도 하더라고요. 그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위트있는 스포츠뉴스를 시청자에 선보이고 싶어요.”

배아나운서의 첫 앵커 신고식이 특별했던 또 다른 이유는 차범근 해설위원 때문이다. 차위원은 절친한 배아나운서가 스포츠뉴스 앵커로 새롭게 출발하자 영상메시지를 보내 축하인사를 전했고, 영상 속 차위원은 '강남스타일' 말춤을 선보여 네티즌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이끌어냈다.

“차위원님께 연락 드렸더니 축하 메시지를 보내주겠다고 하셨어요. 그냥 메시지만 받을 수 없어 제가 직접 차위원님을 만나러 갔죠. 근데 몸살이 심하게 걸려 눈이 풀리고 몸을 오들오들 떨고 계시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장으로 갈아입으시더니 아무렇지 않은 듯 축하메시지를 해주셨어요. 게다가 파격적인게 필요하지 않겠냐는 말에 즉석에서 말춤을 배워 보여주셨어요. 절 위해 뭐든 해주시려 하니 감사할 따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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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츠 캐스터의 전문성을 십분발휘한 뉴스

배아나운서의 큰 장점은 스포츠에 관해 전문가라는 점이다. 그의 주특기인 축구 외에 야구, 농구, 배구, 골프 등 다양한 종목에 전문가급의 지식을 갖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워낙 스포츠를 좋아했던 터라 자연스럽게 스포츠 관련 지식을 쌓을 수 있었다.

“어릴 때부터 스포츠에 관심이 많았어요. 스포츠 쪽으로 일을 할 지는 몰랐지만요. 아버지가 굉장한 스포츠광이셨고 온가족이 스포츠를 좋아했어요. 86년도 멕시코 월드컵에서 차범근 위원님이 뛰었던 세경기를 다 본 기억이 나요. 아르헨티나, 불가리아, 이탈리아전었는데, 특히 세 번째 경기였던 이탈리아전은 새벽 3시 경기라 일찍 일어났어요. 그 때가 초등학교 2학년 때인가 그런데, 새벽부터 월드컵 봐야한다고 부모님 깨우고 그랬죠.”

스포츠 지식이 방대한 배아나운서의 또 다른 장점은 캐스터 출신이란 점. 경기 상황을 실감나게 묘사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으니 생동감 있는 뉴스 전달이 가능하다. 해외스포츠 소식을 하나 전하더라도, 단순히 텍스트를 읽는 기자와 실감나게 상황을 묘사하는 캐스터는 확연히 다를 수 밖에 없다.

“이전에는 기자가 하던 스포츠 상황 묘사를 스포츠 취재팀에서 '네가 캐스터니까 직접 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챔피언스리그 어느 팀과 어느 팀과의 경기에서 누가 골을 어떻게 넣었다, 그런 말들을 제가 묘사해서 설명하고 있어요. 이밖에도 주요 이슈가 되는 인물을 인터뷰한다던지, 현장 취재를 제가 직접 나간다던지, 지금까지의 스포츠뉴스와는 다른 다양한 시도를 해보려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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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츠 여신들' 사이에 유일한 청일점

언제부턴가 스포츠뉴스는 여성 아나운서들이 진행하는 게 트랜드가 됐다. 케이블 스포츠 전문 채널의 아나운서들은 물론, KBS 엄지인, MBC 김초롱, 이진 아나운서 등 메인 뉴스의 스포츠분야를 담당하는 아나운서들 대부분이 여자다. 이에 청일점인 배성재 아나운서가 더 눈에 띌 수 밖에 없다.

“최근 스포츠뉴스를 다 여신(여자)들이 하고 있어서 저 혼자 청일점이 됐죠. 제 얼굴은 볼 게 없으니 대신 액티브한 진행으로 차별화를 두려고요. 제가 원래 현장 체질이라 직접 전쟁터 같은 스포츠 현장에 가서 중계하고, 돌아와서 확 풀어지는 패턴이었어요. 지금은 데일리 방송을 하니 매일 조금씩 절 꺼내 보여드리는 것에 적응해 나가고 있어요. 밖에 안 나가고 아나운서실에 앉아있는 절 보는 동료들도 굉장히 생소해해요. 이제 시작이라 몸에 완전히 맞지는 않지만, 적응하면 편해지겠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밤 스포츠뉴스를 전하는 배아나운서는 '풋볼매거진 골!'이란 프로그램 진행과, 토요일에서 일요일로 넘어가는 새벽엔 해외축구 중계도 맡고 있다. 일주일 내내 일한다고 해도 무방한 스케줄인데도 배아나운서는 “특별히 따로 할 것도 없다”며 껄껄 웃어넘겼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즐기며 일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를 그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전 어렸을 때부터 '스포츠빠'였어요. 스포츠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진정성 있게 전하는 뉴스, 어떤 스포츠 진행자도 시도해보지 못한 걸 시도하면서 차별화 되는 뉴스를 하고 싶어요. 계속 고민하고 고민해서 시청자 가슴에 와닿는 뉴스로 부응하도록 할 게요.”

[사진=김현철 기자 khc21@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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