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도둑들

김윤석 “최동훈 감독과의 작업? 의리 아니다”[인터뷰]

작성 2012.07.20 16:45

이름만으로도 신뢰를 주는 배우가 있다. 2006년 '타짜'의 아귀 역으로 충무로 대표 신스틸러 대열에 합류한 이후, 2008년 '추격자', 2009년 '전우치', '거북이 달린다', 2010년 '황해', 2011년 '완득이'까지 한 작품 흥행하기도 힘든 영화계에서 잇달은 히트를 기록한 저력있는 배우. 김윤석은 반짝 하고 마는 '한 방'이 아닌 기복없이 꾸준한 흥행파워를 보여주며 관객들이 '믿고 보는 배우'에 등극했다.

작품을 보는 혜안이 탁월한 이 배우가 벌써 네 작품을 함께해온 감독이 있으니 바로 최동훈이다. '범죄의 재구성', '타짜', '전우치'에 이어 최동훈 감독의 전 작품에 걸친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김윤석은 최 감독의 신작 '도둑들'(25일 개봉)에서 극의 중심을 이끌어가는 마카오박으로 분했다. 마카오박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포커페이스를 유지, 좀처럼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으며 상대를 압도하는 카리스마와 여유까지 지닌 전설의 도둑. '도둑들'은 집단 주인공들이 돋보이는 작품이지만 그 중에서도 김윤석의 존재감은 단연 압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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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동훈 감독이 '도둑들'을 구상하면서 제일 먼저 김윤석을 염두해 뒀다더라. 언제부터 얘기가 됐고 언제 출연을 결정했나?

▲ 처음 얘기가 나온 거는 '황해' VIP 시사가 끝난 후였다. 뒤풀이가 끝난 뒤 최동훈 감독과 따로 술을 마시는데, '황해' 때 내가 중국말 몇 마디를 한 걸 보고 이 영리한 감독이 차기작에 중국어를 쓰는 역할이 있다고 하더라. 홍콩영화제 참석차 홍콩을 갔다가 오래된 아파트를 보는 순간 범죄의 느낌이 났다고 했다. 그래서 난 '시나리오 나오면 주세요' 했지. 우리는 막역한 사이니까 대충 무슨 말 인지 알았다.

- 최동훈의 페르소나로 불리는 소감은?
▲ 최동훈 감독 모든 작품에 출연했으니 틀린 말이 아니다. 살아가면서 같은 직업계에서 오랜 동료를 가진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되도록 오랫동안 영화라는 매개체를 통해 함께 가고 싶다. 내가 다음 작품 출연을 거부한다고 해서 금이 가고 그럴 사이가 아니다. 워낙에 최동훈 감독의 작품세계를 좋아한다. 서로 흠모하는 사이다.(웃음)

- 2006년 '타짜'로 시작된 인연이다. 의리로 가는 건가?
▲ 아니다. 무조건 시나리오를 보고 결정한다. 나홍진 감독과도 그렇다. 시나리오를 보기 전에는 절대 오케이를 안 한다. 작품이 마음에 안 드는 데도 출연하는 것은 관계를 망치는 지름길이다. 기본은 지켜져야 한다.

-최동훈 감독이 꾸준히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지?
▲ 우리 두 사람은 좋아하는 영화나 작품들에 대해 공감대가 많이 형성돼있다. 술자리에서 가장 많이 영화 이야기를 하는 동료가 최동훈이다. 최동훈 감독은 내가 연극을 할 때부터 내 공연을 보고 날 기억해 준 사람이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나에게서 뽑아먹을 것이 있다고 생각해주니 고맙다.

- 영화에서 강도 높은 액션신을 소화했는데?
▲ '중국어 공부 좀 많이 하셔야겠다'고 말은 들었지만 그렇게 사람 잡는 와이어가 있는 줄은 몰랐다.(웃음) 마지막 부산챕터의 와이어 액션은 워낙 중요했다. 마카오 박은 다이아를 훔치기 전에는 모노톤으로 조용히 지시를 내리며 속내를 안 드러내다가 훔친 후 바뀌기 때문에 후반부에 와이어 액션이 굉장히 중요했다. 액션의 강도가 시나리오에는 안 써 있지 않나. 지문에는 '줄을 탄다' 정도지. 반 페이지 안 되는 분량을 한 달 동안 찍었다. 안 해 본 사람들은 모른다.(웃음) 고생을 했지만 완성된 와이어 액션 장면을 보니 만족스럽다.

- 와이어와 액션신과 중국어 중 뭐가 더 힘들던가
▲ 둘다 힘들었는데 중국어 같은 경우는 중국 분들이 우리나라 영화를 안 좋은 경로를 통해서라도 다 보니까 더 신경이 쓰이더라. 이 영화가 아시아에 선판매 됐고, 홍콩이나 중국에서도 상영 될지도 몰랐기 때문에 중국어 퀄리티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썼다. 단순히 중국어만 하는 게 아니라 거기다 감정을 실어야하니 힘들었다. 중국어선생님이 거의 하루 종일 붙어있다시피 했다. 레스토랑에서 임달화 형과 만나서 팽팽한 기싸움을 하는 장면은 뉘앙스가 굉장히 중요했는데 악센트나 발음이 이상하면 과감히 다시 찍어서 완성도를 높였다. 속으로 (임)달화 형한테 '다음에는 당신이 한국말을 해보쇼' 그랬다.(웃음)

- 전작 '완득이' 때에 비해 살이 좀 많이 빠진 것 같다. 액션신 때문인가?
▲ '도둑들' 촬영 전 최동훈 감독이 강제로 몸무게를 지정해줬다. 70키로 이하로 빼달라고.(웃음) 영화 속에서 그런 비주얼이 필요했으니까 수긍했고, 체중 감량을 위해 운동을 많이 했다. (전)지현이가 많이 도와줬다. 전지현씨가 운동을 굉장히 잘한다. 홍콩 마카오 피트니스 센터에서 같이 운동을 했는데 이것저것 많이 알려주더라. 지금은 다시 많이 쪘다.

- 전지현과 많이 친해졌겠다
▲ 전지현이 내게 무장해제를 당했다.(웃음) 지현 씨가 저와 함께 운동하면서 이미 제 몸의 중요한 곳 빼고는 다 만져봤다. '이쪽에 힘을 주고 여긴 빼라' 이런 식으로 알려주면서.(웃음) 덕분에 촬영하서 전혀 어색함이 없었다.

- 촬영하는 6개월 동안 다른 배우들과도 정이 많이 들었을 것 같다
▲ 현장에서 내가 김해숙 선배 다음으로 나이가 많았고 최동훈 감독의 네 작품을 함께했던 유일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음으로 양으로 편하게 대하도록 해줘야 했다. 다행이 다 사람들이 좋았다. 전지현 같은 경우는 굉장히 건강하고, 밝고, 강하고, 영리하고, 김혜숙 선배부터 김수현까지 두루두루 친할 정도의 사교성을 가졌다. 현장 분위기 메이커가 전지현이었다.

-'타짜' 이후 김혜수와 다시 한 번 만났다. 게다가 이번엔 연인 사이로 나온다
▲ 김혜수와 커플 연기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어우 다행이다. 혜수라서...'였다. 김혜수는 내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친한 여배우고 따라서 허물도 없다. 선후배, 오빠동생 등 모든 관계가 가능할 만큼 편하다.

- 절친한 사이라서 키스신을 찍을 때 어색하지는 않았나?
▲ 오히려 상대가 김혜수여서 너무 편하고 좋았다. 더 다행이었다. 둘 다 배우고, 직업에 대한 긴장감이 있기 때문에 어색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타짜'가 워낙 좋았고, 이번에 다시 신나게 촬영해 보자 하는 생각으로 재밌게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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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수정과 김혜수와의 연달은 키스신, 소감은?

▲ 임수정이랑은 키스라기 보다는 악마의 기운을 불어넣는 거였다. 김혜수 씨와 한 게 좀 농도가 짙지. 관객들한테는 그렇게 안보일지 몰라도 하는 사람들에겐 그랬다.(웃음)

- 키스신에서 NG가 많이 났나?
▲ 어두운 곳에서 키스신을 찍는다는 게 굉장히 어렵다. 잘못하면 조명으로 상대방 얼굴을 가릴 수도 있고, 또 얼굴이 너무 겹치면 상대 가려버리니까. 게다가 난 모자까지 쓰고 와이어까지 착용한 상태여서 생각만큼 현장분위기가 로맨틱하진 않았다. 힘들었다. 10번 정도 찍었던 것 같다.

-'도둑들'은 한국판 '오션스 일레븐'으로 불린다. 영화를 준비하며 참고한 외국 케이퍼 무비가 있다면?
▲ 이 영화를 준비하면서 최동훈 감독은 웃기게도 케이퍼 무비를 이야기한 게 고전으로 가더라. 험프리 보가트와 잉그리드 버그만이 나오는 '카사블랑카'(1942)를 봤다. 사랑과 배신 사랑과 배신을 그린 '카사블랑카'야 말로 우리 영화의 정서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 영화다. 케이퍼 무비라면 오히려 최동훈 감독의 전작인 '범죄의 재구성'과 '타짜'에서 유사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할리우드 케이버 무비는 우리와 정서적으로 너무 다르다. '오션스 일레븐'은 카지노를 털려고 도시 하나에 지진을 일으키지 않나. 우리로서는 엄두도 안 나는 일이다. 말도 안 되는 첨단장비는 또 어디서 구하고 가능한 건지 공감대가 형성이 안 되니까 우리는 인간적인 면을 중요시 생각했다. '도둑들'은 배우들이 직접 줄을 타고 실제로 금고를 뚫는다. 사람 손으로 만들어내는 액션인 거지.

-최동훈 감독 특유의 속사포대사 스타일, 힘들지는 않았나?
▲ 네 작품을 함께 해서 난 적응이 됐다. 최동훈 감독은 대사 사이에 마가 뜨는 것을 선호하지 않고, 대사와 행동이 동시에 일어나는 걸 좋아한다. 최동훈 감독과 처음 작업했던 배우들은 초반에 잠깐 힘들어 하기도 했는데 또 금방 적응하더라.

-이 영화의 가장 큰 수혜자는 누가 될 것 같나
▲ 이 영화를 통해 전지현이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았다는 내용의 기사를 본적이 있다. 포텐이 터진 거다. 너무너무 기분이 좋다. 이번 영화에서는 전지현이 터졌으니 다음 영화에서는 이정재가 터질 차례가 아닌가 한다. 이정재는 특유의 남성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고 '태양은 없다'에서처럼 폭넓은 연기력도 갖추고 있다. 이정재는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이기 때문에 곧 포텐이 터질 것이다.(웃음)

-역대 한국영화 흥행 파워 1위에 꼽혔는데 소감은?
▲ 생각도 못했는데 어떤 분이 통계까지 내서 인터넷에 올려놨더라. 너무 감사하다. 그렇게 믿어주시는 분들이 있으니 좀 더 좋은 작품으로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다. 앞으로 더욱 좋은 작품으로 관객 분들을 만날 거다.

-송강호와 라이벌로 보는 시선도 있다
▲ 비교 마음껏 하셔도 된다.(웃음) 우리는 죽마고우고 평생을 함께 할 최고의 프렌드다. 우리는 서로 존중하고 존경한다.

-작품을 쉬지 않고 계속 하는 이유는? '추격자' 이후 1년에 한 작품씩은 꼭 해왔다
▲ 일 년에 네 편씩 하는 사람도 있는데 뭘... 그럼 굶어 죽으라는 건가?(웃음) 배우 스스로가 녹슬지 않고 자극을 받는 길은 연기연습을 따로 하는 게 아니라 현장에 부딪혀가며 새로운 감독과 각본을 만나서 연마하는 것이다. 그게 가장 좋은 방법이고 중요한 길이다.

-감독들이 꾸준히 찾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지?
▲ 30대 후반에서 40대 배역들이 들어가 있는 작품들이 계속 꾸준히 나오고 있다. 내 나이대의 배우들이 30대 후반에서 40대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데, 40대 배우들이 은근히 많은 것 같으면서도 적다. 그래서 날 필요로 하는 것 같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다크나이트 라이즈'와 맞붙게 됐다. 걱정이 되진 않나? 
▲ 어우 신난다. 왜냐구? 같이 붙을 수 있으니까. 거미줄도 없고 망토도 없이 전기줄만 타고 붙어 봅시다 어디.(웃음)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월드컵 4강전에 다른 나라보다 한국이 올라가는 게 더 재밌지 않나. 외화와 같이 붙을 한국영화가 잇다는 게 너무 좋다. 우린 국가대표가 되는 거니까. 여러분들도 국가대표가 이겼으면 좋겠죠? 잘 부탁합니다.(웃음)

-흥행은 얼마나 예상하나? 요샌 흥행 공약을 내거는 게 유행이다
▲ '타짜'의 680만 기록을 넘기고 싶다. 공약은 말 한번 잘못했다가 국토대장정 갔다 온 사람도 봤기 때문에 자제하겠다.(웃음)

(OSEN 제공)
※위 기사는 SBS의 제휴기사로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OSEN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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