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신 이준익 감독님이 '항준아, 드디어 너도 흥행이란 걸 하는구나'라고 하시더라. 정말 좋게 보셨다. ('왕의 남자'에서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는 기자들의 반응까지 전하자) '왕의 남자'랑 비교되는 것만으로도 제겐 영광이다. '왕과 사는 남자' 관객과의 행사 사회를 '왕의 남자' 제작실장 출신의 장원석(현 BA엔터테인먼트 대표, '왕사남'의 공동제작자) 대표가 맡았고, 객석에서는 '왕의 남자' 조감독 출신 안태진 감독('올빼미' 감독이자 '시그널2' 연출자)이 질문을 던졌다. 이보다 훈훈한 풍경이 있을까"
"반응이 좋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영화 한 편을 몇 년씩 준비하지 않나. 나를 믿어준 스태프, 투자자에게 미안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 제가 야구를 좋아(장 감독은 소문난 두산 베어스 팬)하지만, 사회인 야구를 안 하는 이유가 에러 하나 하는 순간 팀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리뷰를 보면서 그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저를 보면서 주변에서는 '경거망동하지 말라', '들뜨지 말라'고 하더라.(웃음)"
이날 인터뷰는 앞선 보도에서 논란 아닌 논란이 야기된 그 자리였다. 호랑이 CG 지적에 "연기, 시나리오, 역사 왜곡 논란보다 낫다"라고 반응하고, 연출력에 대한 아쉬움을 언급하자 "그랬으면 내가 벌써 천만(감독)이었겠다"고 받아쳤다는 이유로 태도 논란이 나왔다.
"계유정난을 다룬 사극은 많았다. 관객으로서 이미 좋은 걸 많이 봐서 재생산의 필요성을 못 느꼈다. 그렇다면 그 이후를 삶을 다뤄보자고 생각했다. 단종의 마지막 기록은 거의 없다. 고작 몇 줄이다. 황성구 작가의 원작 시나리오가 있었고 그것을 수정해 나갔다. 이 영화로 실현되지 못한 정의의 뒷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실패한 의(義)에 대한 우리의 태도,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진정한 추모란 무엇인가? 실현되지 못한 정의는 잊혀도 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왕과 사는 남자'에는 단종이 아닌 이홍위라는 열여섯 살 소년이 나온다. 삼촌에게 왕의 자리를 빼앗긴 이 소년은 처음엔 삶의 의욕을 모두 잃은 병약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는 유배지인 영월 땅에서 촌장인 엄흥도와 만나 왕족의 위엄과 기품을 회복한다.
유해진과 박지훈, 두 배우의 열연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조선왕조실록 한 페이지에서 걸어 나온 것 같은 맞춤 캐스팅이다. 장항준 감독은 캐스팅이 영화 성공의 팔 할이었다라는 세간의 평가에 "내 인복이라 볼 수도 있다. 그런데 뒤집어 생각해 봅시다. 박지훈과 유해진, 누가 모았습니까!"라고 말하며 호탕하게 웃었다.
장항준 감독은 '약한 영웅'으로 주목받은 아이돌 가수 출신 배우 박지훈을 사고초려 끝에 캐스팅했다. 캐스팅 초기에는 우려도 있었지만 장항준 감독은 박지훈의 '눈빛'에 확실을 가졌다고 했다. 유해진과는 '라이터를 켜라'로 인연을 맺은 뒤 20년 넘게 친구 사이로 지내온 배우였다. "역사책에서 걸어 나온 것 같지 않나요?"라고 물으며 의심의 여지없는 1순위 캐스팅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장항준 감독은 영화의 중심축이라 할 수 있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코미디를 효과적으로 사용했다. 극초반부터 중반까지 엄흥도를 연기하는 유해진은 줄을 타듯 유려한 코미디 연기를 펼친다. 중반 이후의 드라마와 결이 안 맞는다고 볼 수도 있지만, 후반부의 강력한 감동을 유발하기 위한 캐릭터 간 거리 좁히기 및 유대감 형성은 반드시 필요한 연출이었다.
"밥은 같이 먹는 건 조선시대로서는 상상 불가한 일인데 친구가 됐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쌀밥을 내어주는 신을 만들었다. 당시 흰쌀밥은 권력의 상징이었다. 영월 땅에서는 아무도 못 먹어봤을 거다. 홍위와 흥도는 밥을 같이 먹는 수평적 관계로 이동했다가 나중에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로까지 간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삼족을 멸한다는 경고 속에서도 흥도는 아들의 시신을 거두듯 한 것이다. 또한 외피로 보면 조선 시대의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인 충(忠)을 보여준 거다"
'왕과 사는 남자'가 흠잡을 데 없는 명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러나 역사과 허구의 조합을 통해 잊힌 인물과 존귀해진 가치를 이야기하게끔 하는 영화임은 틀림없다. 무엇보다 따스한 유머와 뜨거운 감동을 적절히 배합한 장항준 감독의 상업적 감각과 연출력은 칭찬받을 만하다.
"개인적으로 받고 싶은 평가요? 음... 흥행했다! 가 아닐까. 그리고 이 작품이 한국 영화가 살아나는 데 일조했다는 말을 듣고 싶다. 우리 영화의 투자배급사가 '보여주기 상자'('쇼박스')인데 '만약에 우리'라는 영화로 2026년의 시작을 성공적으로 열었다. '왕과 사는 남자'가 그 흐름을 이었으면 좋겠다. 더불어 올해가 한국 영화 반등의 해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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