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연예인이 남들 앞에 서는 직업이라고 해서 모두 외향적인 성격을 띠는 것은 아니다. 극도로 낯을 가리며 처음 만난 사람과는 눈도 마주치지 못하는 내향인이 생각보다 연예계에 많다. 배우 성준도 그런 유형 중 하나다.
SBS 금토드라마 '열혈사제2'(극본 박재범, 연출 박보람)의 종영을 맞아 진행한 인터뷰 자리에서 성준은 10여분 동안 기자들의 눈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고, 테이블 바닥만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거듭 아래를 향한 시선에서 내향인의 향이 강하게 느껴졌지만, 생각을 전하는 목소리만큼은 또렷했다.
"예전에는 더 부끄러워했어요. 뭘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긴장해서 생각도 안 났죠. 물론 지금도 부끄럽고 긴장되고 어떻게 말해야 할지 조심스러워요. 그래도 조금 아저씨화 된 건지, 전보다는 나은 거 같아요."
'열혈사제' 시리즈는 열혈 신부 김해일과 맞서는 악역의 존재감이 중요한 작품이다. 시즌1에 배우 고준이 연기한 황철범이 있었다면, 시즌2에서는 성준이 연기한 김홍식과 배우 서현우가 연기한 검사 남두헌이 빌런 포지션을 맡았다. 시즌1이 엄청난 흥행을 거두고 악역 캐릭터마저 시청자의 큰 사랑을 받았던 만큼, 시즌2에 새롭게 합류한 악역들은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다.
"부담감이 진짜 컸어요. 특히 고준 형은 저랑 어릴 때부터 알았고, 저한테 연기를 가르쳐주기도 했던 형이에요. 고준 형도 음문석 형도 시즌1에서 너무 잘했잖아요. 제가 그 형들만큼 할 수 있을까, 그런 부담감이 있었죠. 또 시즌2는 12부작이라 시즌1에 비해 호흡이 짧은데, 그만큼 단기간 내에 임팩트 있게 보여줄 수 있을지, 그런 걱정이 됐어요."
이런 성준의 부담감을 덜어준 건, '열혈사제' 시리즈의 중심인 배우 김남길이었다. 김남길은 성준의 소속사 한솥밥 식구이기도 하다. 김남길은 후배 배우이자 소속사 식구인 성준이 편한 마음으로 '열혈사제2'에 합류할 수 있도록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외형적으로는 감량을 많이 했어요. 처음에 12kg 정도를 뺐고, 나중에 김홍식이 한국에서 변신한 이후에는 3kg을 다시 찌웠죠. 태닝도 했고요. 이미지적으로는 남자의 마초적인 멋을 좋아하고 마피아 문화를 동경하는 캐릭터일 거라 생각해서, 클래식하고 엄청 타이트한 수트를 입었어요. 옷이 너무 타이트해서, 액션신에서 발차기를 하면 바지가 찢어지는 일도 있었죠.(웃음)"
김홍식은 "하나의 실수, 하나의 목숨"을 강조하며, 아끼는 부하라도 실수를 한다면 무자비하게 죽여버리는 악마 같은 인물이다. 성준은 이런 섬뜩한 면모를 지닌 김홍식을 어떻게 이해하고 표현하려 했을까.
"남길이 형은 한국에서 액션을 가장 잘하는 배우일 거예요. 무술감독님과 촬영한다고 생각할 정도로 너무 잘해요. 어떻게 해야 힘이 있어 보이는지, 각도가 예쁜지, 안 되는 동작은 어떻게 바꾸는 게 좋을지, 그런 액션 디렉션을 형이 직접 해주기도 했어요. 형한테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제가 합을 맞춘다는 개념이 아니라, 진짜 잘하는 사람한테 제가 업혀가는 느낌이라 좋았어요."
김홍식은 라오스 출신이라 부하들과 대화할 때 라오스어를 한다. 한국 시청자에게는 기존에 드라마에서 접해보지 못한 낯선 언어다. 성준은 드라마에 등장하는 라오스어 대사들을 실감 나게 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박경선과의 로맨스 장면들이 너무 튈까 봐 걱정되는 마음도 있었어요. 김홍식이 악의 축이고 어떤 장치로서 해야 할 역할이 있을 텐데, 박경선과의 장면들에서 꽁냥꽁냥거리니 제가 이걸 어디까지 경계를 열어야 할지 고민했었죠. 박경선 앞에서 나오는 김홍식의 순수함은, 어린 시절에 엄마에게 받고 싶었던 모성애의 결핍에서 온 거라 생각했어요. 나중에 알고 보면 박경선과 김홍식의 엄마가 똑같이 생겼거든요. 그래서 박경선에게서 엄마 같음을 느낀 김홍식이, 보상받고 싶은 마음에서 순수함을 취한 거라 생각했어요."
김홍식-박경선의 장면들이 더 유쾌할 수 있었던 건, 이젠 '코믹 연기의 달인' 경지에 오른 배우 이하늬의 능청스러운 연기 덕분이었다. 성준은 이하늬에 대해 배우로서도 인간적으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람들이 절 봤을 때, '저 배우 참 매력 있다' 했으면 좋겠어요. 그게 진짜 중요한 포인트인 거 같아요. 배우는 누군가의 선택을 받는 직업이잖아요. 매력을 갖고 있어야, 선택을 하겠죠. 저라는 배우한테 원하는 게 있으니 돈을 주고 쓰는 건데, 그만큼 제가 돈값을 못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을 늘 해요. 물론 제가 즐기는 것도 중요한데, 절 쓰는 이유가 있고 제가 그 역할을 해내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눈도 잘 마주치지 못하는 내성적인 성향이지만, 성준은 그만큼 꾸밈없고 솔직했다. 뭐가 더 있는 척 포장하려 하지 않고, 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담담하게 풀어냈다. 지난 2020년, 결혼과 출산 소식을 전해 주변을 깜짝 놀라게 했던 성준. 그는 가족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도 숨김없이 드러냈다.
"사람들에게 정말 유쾌 상쾌 통쾌한 드라마, 봤을 때 '하하하' 웃었던 드라마로 기억됐으면 해요. 그러면서 부수적으로 '시즌1 빌런 좋았고, 시즌2 빌런도 매력 있었지'라고 여겨주셨으면 좋겠어요."
[사진=길스토리이엔티 제공, '열혈사제2' 스틸컷]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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