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8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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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무 찐리뷰] 실종된 아이 찾아달라 방송 나와 울던 엄마…아동학대 살인범의 끔찍한 두 얼굴

강선애 기자 작성 2024.05.10 11:55 조회 9,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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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무 찐리뷰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역사 속 '그날'의 이야기를, '장트리오' 장현성-장성규-장도연이 들려주는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 본방송을 놓친 분들을 위해, 혹은 방송을 봤지만 다시 그 내용을 곱씹고 싶은 분들을 위해 SBS연예뉴스가 한 방에 정리해 드립니다.

이번에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그날'의 이야기는, 지난 9일 방송된 '서준이가 사라졌다' 편입니다. 이야기 친구로는 그룹 인피니트 멤버 성규, 배우 유선호, 가수 백지영이 출연했습니다.(리뷰는 '꼬꼬무'의 특성에 맞게, 반말 모드로 진행됩니다.)

▲ 서준이가 사라졌다

때는 2008년 2월 6일 저녁 8시, 울산에 있는 한 경찰지구대야. 수요일인데, 당일은 휴일이었어. 5일간 이어지는 긴 설 연휴의 첫날이었거든. 내일이 바로 설날이야. 그때, 지구대 안으로 반쯤 넋이 나간 듯한 표정의 한 여성이 뛰어 들어와.

"저희 아이가 아직 집에 안 들어왔어요! 아까 낮에 놀러 나갔는데.... 7살이에요. 제발 저희 아이 좀 찾아주세요!"

엄마는 얼마나 아이를 찾아다녔는지, 얼굴에 생기 하나 없이 축 처진 느낌이야. 사라진 아이는 바로 이 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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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생, 최서준(가명). 서준이는 이른 점심을 먹고 밖으로 혼자 놀러 나갔대. 평소엔 저녁 먹을 때쯤 집에 들어오는데, 이날은 저녁 8시가 넘어도 아이가 돌아오지 않은 거야. 엄마가 부랴부랴 아이가 갈만한 곳을 찾아 다녔는데도 보이지 않자, 지구대를 찾아왔어.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이 신고는 바로 경찰서로 접수됐어. 보통 이렇게 지구대에서 접수가 되면, 납치나 유괴 가능성이 있는지 심사를 한 후에 강력팀에 배정되는데, 이번엔 일사천리야. 사건 접수와 동시에 강력팀에서 사건을 맡게 됐어. 왜 이렇게 신속하게 처리가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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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 실종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접수 시부터 강력팀에서 사건을 맡게 되었습니다. 서준이 사건이 있기 두 달 전쯤에 안양에서 당시 11살, 9세인 아동이 실종되었습니다."
-김정진, 당시 울산남부경찰서 강력1팀장

서준이가 사라지기 약 40일 전에 두 아이가 실종된 사건이 있었던 거야. 심지어 그날도, 12월 25일 크리스마스 휴일이었어. 어렸을 때부터 친하게 지낸 초등학교 2학년 솔이와 4학년 민지가 점심 때쯤 놀러 나가서 저녁이 되도록 돌아오지 않았어. 동네는 물론 나라 전체가 뒤집혔어. 이런 시기에 서준이마저 사라진 거야.

"지리감 있는 애가 자기 동네에서 실종되는 경우는 잘 없습니다. 어린아이가 집 주변에서 실종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 사건이 단순 미아 사건보다는 다른 사건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습니다."
-김정진, 당시 울산남부경찰서 강력1팀장

이래서 강력팀이 바로 움직인 거야. 지역이 다르긴 하지만, 두 사건에 연관성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 둘 다 휴일에 실종됐고, 집 앞에서 놀다가 사라졌다는 게 공통점이 있다고 본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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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부담스러웠습니다. 그 다시 정확하진 않지만, 기자분들이 한 거의 100명 정도 사무실에 와있던 걸로 기억합니다. 저희들의 수사 상황 하나하나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보이기 때문에 저희들은 서준이를 빨리 찾기 위해서 최대한 노력했습니다."
-김정진, 당시 울산남부경찰서 강력1팀장

형사들이 서준이를 찾으려는 이유는, 온국민이 지켜보고 있어서만은 아니였어. 형사들 역시, 서준이 또래의 아이를 키우는 아빠들이었거든. 아이가 실종된 게 남의 얘기로만 느껴지지 않은 거지.

실종 아동 찾기에 골든타임은 '3시간'이라고 해. 갑자기 잃어버린 아이들 중 대부분은 3시간 안에 발견돼. 그런데 실종 6시간이 지나면, 아이를 찾을 확률이 현저히 떨어진대. 그런데, 지금 서준이가 사라진 지 12시간이 경과했어. 골든타임은 이미 훌쩍 넘었어.

▲ 대대적인 수색과 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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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수사 첫날, 300 여명의 경찰이 투입됐어. 울산에서 일어난 아동 실종 사건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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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가 사라진 동네 지도야. 외동 아들인 서준이는, 부모님과 함께 다세대 주택 1층에 살고 있었어. 평소 서준이는 2층 집에 가서 노는 걸 좋아했어. 외부 계단으로 연결된 서준이네 2층은, 할머니 할아버지댁이었거든. 서준이는 이 집에 하나뿐이었던 귀한 손주였어.

그런데 사라진 당일 서준이는, 2층에 들르지 않았어. 오전 내내 집에서 놀고 있었거든. 아빠는 아침 일찍 일을 하러 나갔고, 엄마랑 점심을 먹고 혼자 밖으로 놀러 나갔어. 평소에도 동네 골목에서 형, 누나들과 어울려 놀았대.

서준이는 집에서 약 50m 거리에 있는 동네 슈퍼에 갔을 가능성이 커. 여기에 오락기가 있어서, 동네 아이들 사이에서 '핫플'이었거든. 서준이가 집을 나설 때 엄마가 동전 몇 개를 줬어. 그러니 이 오락기로 달려갔을 거야.

형사들은 이 슈퍼 주변을 탐문했어. 어제 서준이를 여기서 봤냐고 물으니, 동네 주민들은 서준이를 알긴 하지만, 어제 왔었는지 안 왔었는지 잘 기억이 안 난대. 엄마는 그날 서준이가 뭘 입었는지 똑똑히 기억했어. 녹색빛 패딩에 노란 바지라고. 이런 복장이라면, 사람들의 눈에 띄었을까?

시간이 흐를수록 서준이의 실종이 단순 미아 상태일 가능성은 배제됐어. 어딘가에서 길을 잃었다면, 이미 경찰서나 집으로 인계가 됐을 거야. 이제 남은 가능성은 2가지야. 하나는, 사고 가능성. 산이나 물가에서 놀다가 실족을 했거나, 안타깝지만 뺑소니를 당한 채로 방치되는 경우도 있대. 다른 하나의 가능성은, 납치나 유괴. 경찰들은 어떤 경우라도, 반드시 흔적이나 목격자가 있을 거라 믿고, 좁은 골목, 집집 마당, 창고까지 다 살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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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3개 부대하고 형사과, 여성청소년 수사과, 그리고 특공대, 수색대까지 동원해서 수색을 실시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방범용 CCTV가 설치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서준이가 사라진 장소가 단독 주택 밀집 지역으로, 개인용 CCTV도 거의 없었습니다. 서준이의 행적을 알기 위해서는, 형사들이 일일이 탐문 수사를 해서 행적을 계속 추적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김정진, 당시 울산남부경찰서 강력1팀장

하지만, 아무것도 찾지 못했어. 게다가, 그날 서준이를 봤다는 사람조차 단 한 명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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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3일 경과. 경찰은 수색 범위를 더 넓혔어. 동네 야산을 포함한 옆 동네까지 훑기로 한 거야. 집 주변 야산과 빈집들까지 모두 샅샅이 훑었어. 탐지견까지 동원해서 수색을 이어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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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고 굉장히 인사 잘하고, 조그마해도 사람 보면 볼 때마다 하루에 몇 번 봐도 볼 때마다 인사해요."

-동네 슈퍼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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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여기서 게임할 때 본 거 같은데."

-동네 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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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상하죠… 숨바꼭질 같은 거, 그런 거 하며 놀았어요. (서준이 어떤 아이였어요?) 잘 웃던데, 잘 웃었어요."
-동네 형

평소 친구들하고 숨바꼭질을 잘 하고 놀았다는 서준이. 대체 어디로 꽁꽁 숨어버린 걸까. 찾을 수 있는 곳은 다 찾아봤어. 이제 수색 범위를 더 넓혀야 해. 집에서 약 1km 정도 떨어진, 수변 공원 저수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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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지에 혹시 실족하지 않았나' 이런 생각까지 해서 다이버까지 동원해서 수색을 펼쳤습니다."
-김정진, 당시 울산남부경찰서 강력1팀장

전문 다이버들이 저수지에 들어가서 어두운 물 안을 천천히 살폈어. 그런데 아무것도 못 찾았어.

▲ 방송까지 출연한 가족들

그렇게 5일이 지났지만, 수사는 아무런 진전이 없어. 서준이네는, 초상집이랑 다름 없어. 서준이의 부모는 결국 방송에도 출연해 아들을 찾아달라 호소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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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6일날 아침 일찍 일어나서 밥 같이 먹고 여기서 TV 보고 앉아서 11시 반쯤 돼서 '엄마 나 오락하러 갈 거에요' 그럼 놀다 오라… 유치원에 입학한다고 옷을 다 받아둔 상태거든요. 입학식 한다고 입었는데, 너무 예쁘다고 자기가 막 그랬었는데. 좋아서 그때 막 날뛰고 그랬었는데… 제발 무사 무탈하게 그냥 집에 잘 보내주세요, 진짜. 밥이라도 좀 따뜻하게 먹여주고, 아프지 않게, 다치지 않게 해서…"

-서준이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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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라도 하나 있으면 빨리 좀 들어오면 좋겠고, 뭐 진짜 비슷한 애 봤다 하면, 연락 계속 주시면 감사하겠고. 빨리 귀가했으면 하는 바람이죠. 모든 부모님들이 갖고 있는 마음처럼, 안 다치고 무사히 들어오길 바라는 거죠."
-서준이 아빠

서준이의 사연은 지상파 방송으로 공개됐어. 서준이 부모는 서준이를 찾기 위해, 매일 수색대를 따라다니고, 보이는 사람마다 실종 전단지를 배부했어. 서준이의 실종에, 마을 사람들도, 방송을 본 사람들도, 전단지를 받은 사람들도, 한 마음으로 안타까워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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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죽었는지 살았는지만 알면 더 낫겠는데 그것도 모르니까… 제발 무사하게 제발 돌아와다오. 할머니가 더 예뻐해 줄게. 많이 사랑해 주고 더 예뻐해 줄게…"
-서준이 할머니

올해 초까지 어린이집을 다닌 서준이는, 설연휴가 끝나면 바로 유치원에 다닐 예정이었어. 예쁜 원복을 입을 날만 기다렸는데, 갑자기 사라진 거야.

방송 출연은, 전국적인 제보를 받을 기회야. 그리고 실제로, 경찰서로 몇 통의 제보 전화가 걸려왔어. 그 중에 하나가 꽤 구체적이야.

"그 아이요, 덩치 큰 남자가 모는 검은 봉고차에 실려 가는 걸 봤어요."

당시에는 아이들을 납치해서 속칭 '앵벌이'를 시키는 범죄가 종종 일어났어.

"초등학생을 납치해 2년동안 감금한채 속칭 앵벌이를 시켜 온 4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중학생 장모군(12) 등 13명을 자신들의 대포 차량에 태우고 다니며 사람들이 많은 곳에 내려준 뒤 구걸하도록 해 돈을 빼앗는 등 속칭 앵벌이를 통해 14차례에 걸쳐 80여 만원을 빼앗은 혐의도 받고 있다."
-당시 신문 기사 中

형사들은 당장 제보자를 찾아갔어. 그런데, 허탕이었어. 막상 찾아가니, 잘 모르겠대. 제보마다 다 이런 식이었어. 가족들도 형사들도, 얼마나 허탈했겠어.

그렇게 모두가 지쳐갈 때쯤, 이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돼. 결론부터 말하자면, 서준이는 결국 찾게 돼. 그런데 놀랍게도, 이 사건에는 '범인'이 있어. 앞서 형사들이 만났던 사람들 중에 그 범인이 있어. 아동 관련 사건일수록, 범인은 가까운 곳에 있을 수 있다고 해.

▲ 범인은 가까운 곳에

서준이 사건과 흡사한 사건이 있어. '꼬꼬무'에서도 다뤘던, 이우진 군 유괴사건이야. 1980년도에 일어난 사건인데, 당시 대통령까지 관심을 가진 사건이라 매일같이 뉴스가 쏟아졌어. 그런데 범인은, 100일이 지나도 잡히지 않았어. 우진이네 가족, 동네 이웃들, 친구들, 선생님들까지 방송에 나와서 우진이의 안부를 걱정하며, 제발 무사히 돌아오게 해달라 기도했어. 그런데 그 방송에 나온 사람들 중에, 아이를 유괴한 범인이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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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주영형, 우진이의 체육 선생님이었어. 자기의 제자를 유괴하고 살해한 후에, 태연히 방송에 출연해 우진이를 걱정하고 있었던 거야. 선생님이 범인이란 걸, 상상이라도 했겠어?

그럼, 서준이 실종 사건의 범인은 어떻게 잡았을까? 형사들은 수색이 막막해진 상황에서도 간절한 마음으로 쉬지 않고 탐문에 매달렸어. 어느날, 흩어졌던 형사들이 하나 둘 경찰서로 모였어. 그리고 한 형사가 무심코 이렇게 말해.

"아니 근데, 시장에서 들었는데, 서준이 엄마가 이틀 전에 닭을 사 갔다네요. 백숙 해 먹는다고. 사람들이 애 잃어버리고 무슨 백숙을 먹냐고 막 그러던데…"

물론 굶고 있을 수는 없지. 위층에 시부모님도 있으니, 식사라도 잘 챙겨주려 한 것일 수도 있고. 든든하게 먹고 서준이를 다시 열심히 찾아보자는 의미였을 수도 있고. 그런데, 이상한 건 이 뿐만이 아니였어.

경찰들이 한창 수색 중일 때, 서준이 엄마는 서준이가 곧 다니게 될 유치원에 찾아갔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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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원생이라 생각해서 너무 놀라서 우리 선생님들하고 다 같이 놀라서, 제가 (서준이 엄마에게) 문자를 보냈어요…우리 신학기 용품이 있어요. 가져온 거예요. 이걸 가져오자마자 이미 그 값을 다 냈거든요. 그 값을 돌려달라고 엄마가 온 거예요. 환불해 달라고. 아이를 잃어버린 상황에서…"
-유치원 원장

확인해 보니, 앞서 서준이네 집에서 봤던 서준이의 유치원 원복과 가방이, 다시 유치원에 돌아와 있었어. 한창 경찰이 서준이를 수색 중일 때, 서준이 엄마는 유치원 원복과 원비를 환불받으러 갔어. 마치, 이제 유치원에 올 일은 없다는 듯. 유치원 선생님은 당황했지만 환불해 줬대. 그렇게 엄마가 돌려받은 금액은 50여 만원 정도래.

보통의 엄마라면, 아이가 다시 돌아올거고, 그럼 다시 유치원에 다닐 수 있다는, 희망을 붙들고 있을 거야. 실낱 같은 희망이라도 어떻게든 붙들고 있으려고 애를 쓸 텐데, 서준이 엄마는 좀 이상하지.

하지만 아직 확실한 증거가 있는 건 아니야. 그래서 형사들은 이 사건을 처음부터 다시 천천히 들여다보기로 했어. 이번엔, '부모의 동선'도 포함해서.

▲ 엄마의 진술

서준이가 사라진 2월 6일 당시, 아빠의 동선은 확인됐어. 설 전날이라, 새벅같이 시장 떡집에 가서 하루 종일 일을 했어. 서준이가 사라지던 날, 유일한 목격자는 엄마야. 엄마랑 단 둘이 있다가 사라졌고, 그날 이후 아이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어. 형사들은 아이가 사라진 그날의 상황을 엄마에게 다시 물었어.

그날 상황에 대한 엄마의 증언은 꽤 구체적이고 일관돼. 2월 6일 아침 일찍 일어나 같이 밥을 먹고 TV를 보다가, 11시반쯤 '오락하러 간다'고 나간 서준이가 오후 4시쯤까지 돌아오지 않아 그때부터 찾으려 다녔다는 것. 아이 엄마의 진술은 상당히 구체적이야. 그런데, 바로 그게 문제야. 너무 구체적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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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오락하러 간다고 해서 100원짜리 다섯 개를 주고, 저는 운동하러 수변 공원을 돌고 집에 들어왔었거든요.
-서준이 엄마

"프로파일러가 분석을 하면서, 아이가 오락을 하러 갈 때 통상 부모들은 진술을 하면 '500원을 줬습니다'라고 얘기하는데, '100원짜리 동전 5개를 줬다'고 얘기를 했습니다. 그래서 그 부분이 조금 이상하다고 말씀하신 거 같습니다."
-김정진, 당시 울산남부경찰서 강력1팀장

서준이 엄마의 진술이 지나치게 구체적이란 건, '준비된' 진술일 가능성이 크다는 거야. 형사들은 엄마의 휴대폰 위치 조회를 신청했어. 피해자 가족을 의심한다는 건 굉장히 조심스러운 일이라서, 조사는 은밀히 진행됐어.

그리고, 형사들의 뒤통수가 싸늘해지는 결과가 나왔어. 서준이 엄마는, 아이가 실종된 그날, 이 동네에 없었어. 아예 울산에 없었어. 엄마는 그날 근처 수변 공원에서 운동했다고 했잖아? 모두 거짓말이야. 그날 그 시간에 엄마 휴대폰의 위치는, 울산 집에서 25km 떨어진 경주의 한 외딴 마을에서 잡혔어. 엄마는 그날 왜 거기에 갔을까, 그리고 왜 그 사실을 숨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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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프게 접근하면 안돼. 엄마가 잡아떼면 그만이야. 잠깐 바람 쐬러 멀리 다녀왔다고, 아이를 두고 멀리 다녀온 게 걸려서 그동안 말하지 못한 거라고 둘러대면 어떡해.

"기지국 위치가 달라도 엄마가 진술을 하지 않으면 서준이를 찾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김정진, 당시 울산남부경찰서 강력1팀장

형사들은 좀 더 확실한 증거를 찾아 나섰어. 기지국에 잡힌 곳 주변을 수색하는 동시에, 경주까지 가는 길의 터미널, 버스정류장 CCTV를 모두 찾아봤어. 혹여나 엄마와 서준이가 찍혔을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없어. 엄마도 서준이도, CCTV에 모습을 보이지 않아.

이제 남은 방법은 하나야. 어쩔 수 없어. 서준이 엄마 입을 통해서 진실을 들어야 해. 직접 증거 없이 정황만으로 피해자 가족을 추궁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였어. 형사들은 서준이 엄마한테, 수사가 막막하니 경찰서에 가서 조금만 더 협조해 달라 부탁했어. 다행히 엄마는 아직 자신이 의심받고 있다는 걸 눈치채지 못했어. 여기서부터, 가장 베테랑 수사관이 나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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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잃어버린 엄마의 마음을 다독여주면서 여러가지 얘기를 했습니다. 쭉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경주에 왜 갔냐' 질문을 던졌습니다. 전혀 예측하지 못한 질문을 받으니까 당황하는 것 같았습니다. '경찰이 뭔가 알고 있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는지, '담배를 달라'고 했습니다."
-김정진, 당시 울산남부경찰서 강력1팀장

사실 서준이 엄마는, 서준이를 낳은 생모가 아니야. 생모는 서준이가 두살 때 아빠와 이혼하고 집을 떠났어. 그후 고모네, 할머니네서 자라온 서준이는 5개월 전부터 아빠랑, 새엄마랑 살게 된 거야. 서준이가 사라진 그날, 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걸까.

▲ 사건의 전말

지금부터의 이야기는 모두, 서준이 새엄마 안 씨의 진술에 따른 내용이야. 서준이 실종 신고가 접수되기 하루 전으로 가볼게.

2008년 2월 5일 저녁, 엄마 안 씨가 집에 왔는데 서준이가 안 보이더래. 혹시나 해서 2층 할머니네로 올라갔더니, 서준이가 방에서 혼자 TV를 보고 있었대. 안 씨는 서준이의 뺨을 한 대 때렸어. 왜? 경찰 조사에서 안 씨는 이렇게 말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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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1층 집에 있지 않고, 2층 할머니 방에 있던 데다가 TV에만 몰두하는 모습에 화가 났어요."

그리고 아이를 1층으로 데리고 내려왔어. 저녁을 차려서 먹이는데, 서준이가 밥을 너무 천천히 먹더래. 그렇게 몇 숟가락 먹는 둥 마는 둥 하더니, 갑자기 화장실에 가서 토를 했다는 거야. 아이가 이러면, 보통 부모들은 걱정되는 마음에 뭐라도 하겠지. 그런데 안 씨는 그러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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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씨는 이날 경찰 조사에서 지난 5일 서준 군을 씻기고 밥을 먹였는데, 밥을 너무 천천히 먹는 데다 먹은 밥을 화장실로 가 곧바로 토하자, 화장실 앞에서 플라스틱 빗자루로 서준 군의 등과 허리 부분을 6~7차례 때렸다고 말했다. 안 씨는 폭행을 중단하려 했으나, 서준 군이 맞은 뒤 화장실 앞에 계속 서 있었고, 잘못했다고 용서를 빌지 않는데 격분, 서준 군의 복부를 발로 한차례 찼으며, 옆으로 쓰러지자 주먹으로 복부와 옆구리를 3차례 더 때렸다고 진술했다."
-경찰 진술서 中

밥을 천천히 먹고, 그러다 토를 하고, 용서를 빌지 않았다는 것. 그게 7살 서준이가 가혹한 폭행을 당한 이유야. 서준이는 그 자리에서 의식을 잃었어. 아이가 기절하면, 당연히 병원에 데려가야지. 그런데 새엄마 안 씨는, 이번에도 그러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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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5살 어린이에게 무차별 폭행을 하고 그래서 의식을 잃은 서준이를 방에 눕혀 놨는데 다음날 확인해보니 죽어 있었답니다. 살인할, 죽일 고의는 없었다고, 죽일 생각은 없었다고 얘기하는 겁니다. 처음부터 죽일 생각으로 때린 건 아니다…"
-김정진, 당시 울산남부경찰서 강력1팀장

형사들은 그동안 속은 것에 대한 억울함 보다, 비정한 새엄마에 대한 분노보다, 그토록 찾아 헤맸던 서준이를 만날 수 없어서 슬픈 마음이 더 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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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들은 건강한 서준이를 만나길 바랐습니다. 그래서 긴 설 연휴 기간동안 열심히 수색했는데, 차갑게 돌아오면서… 담당 수사관이 아닌 어른으로서 서준이에게 상당히 미안했습니다."
-김정진, 당시 울산남부경찰서 강력1팀장

서준이는 새엄마의 무자비한 폭행과 방치로 목숨을 잃은 거야. 그래서 그렇게 탐문을 해도 본 사람이 없었고, 저수지까지 샅샅이 다 수색해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은 거지. 형사들은 이건 명백한 살인이라 생각했어. 그래서 곧바로 안 씨를 추궁하기 시작해. 서준이 지금 어딨냐고. 살인사건이 성립하려면, 시신이 있어야해. 서준이를 어디에 숨기고 실종 신고를 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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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가 오락을 하러 나갔다고 했잖아? 집을 나간 건 맞아. 그런데 커다란 종이 박스에 담긴 채. 안 씨는 죽은 아이를, 마당에 있던 종이 상자에 넣었어. 그리고 테이프로 꽁꽁 감은 상자를 들고 집을 나와서 경주로 간 거야. 왜 하필 경주로 간 걸까? 경주는 안 씨의 고향이었어. 지리가 익숙한 곳을 고른거야.

그런데 울산 집에서 경주까지는 20km가 넘어. 어떻게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고, 큰 상자까지 들고 경주까지 갔을까? 안 씨는, 콜밴을 불렀어. 심지어, 콜밴 기사한테 종이상자를 차에 실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어. 콜밴 기사는 그 안에 아이의 시신이 있을 거라 상상도 못했지.

그렇게 차로 30여 분 떨어진, 경주의 한 외딴 마을에 도착해. 경주까지 가는 모든 터미널, 역 CCTV에 안 씨와 서준이가 보이지 않은 이유야. 경주에 도착한 후에 안 씨가 어떻게 했는지는, 당시의 현장검증 영상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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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씨는 논 가장자리에 있는 폐드럼통을 발견하고는, 거기에 상자를 밀어 넣어. 그리고 주유소로 향했어. 휘발유 1.3리터를 사서 다시 돌아왔어. 그리고 라이터로 불을 붙였어. 안 씨는 그렇게 서준이를 두 번 죽인 거야.

안 씨는 그 끔찍한 일을 벌인 후에, 아이를 찾는 척 동네를 돌아다니고, 걱정스러운 척 가족들 앞에서 연기를 했어. 그리고 저녁 8시쯤 지구대에 가서 실종 신고를 한 거야.

그럼 안 씨는 왜, 아이를 찾아달라고 TV에 출연까지 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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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뻔하게도 방송에 나왔잖아요? 본인이 이렇게 방송 출연을 해서 '이 상황들을 극복하겠다'고 하는 건 일반적인 경우가 아닙니다. 잠적을 하거나, 당연히 인터뷰도 요청이 들어온다면 '내가 지금 그럴 상황이 아니다' 이렇게 회피를 하겠죠. 굉장히 자기 자신을 좀 과신하고, '내가 이거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지나치게 자기애가 높은 나르시시스트. 심지어는 동정심까지 유발해서 방송에서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심리가 있습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

한동안 모두를 속였던 안 씨의 연기는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빈틈을 보이기 시작했어. 슬픈 엄마는 연기할 수 있었지만, 아이를 사랑한 엄마는 될 수 없었거든. 사랑하는 아이를 잃어버린 엄마였다면, 백숙 재료를 사러 가지도, 아이의 유치원 물품을 환불하지도 않았을 거야. 안 씨는 그걸 몰랐던 거야.

▲ 아이의 S.O.S를 보지 못한 어른들

사건의 범인과 전모가 밝혀진 후, 서준이가 살던 동네는 발칵 뒤집혔어. 아이를 찾고 있을 땐 설 연휴였잖아? 주민들은 그땐 차마 하지 못했던, 안타까운 목격담을 그제야 꺼내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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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배달 가면 한 두번씩 보는데, 흉터에 반창고도 붙이고 있고, 멍든 데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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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면 애가 맨발로도 쫓겨나고, 문 열어달라고 밖에서 울고 막 그런다 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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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이렇게 열어 놓으면, 어디서 애가 그렇게 울어요. 남자애가 우는 소리가 들렸거든요 항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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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5일 날 한 5시경에 내가 애를 봤을 때, 여기 서있는 모습이 흉이 이렇게 빨갛게 져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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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국이, 여기에 손가락 자국까지 선명할 정도로 이렇게 나 있고. 맞은 거에 대해서는 누가 그랬다는 말을 안 하니까, 저도 몰랐죠. 그렇게 까지는…"

새엄마와 같이 살기 시작하며 서준이의 얼굴과 몸에는 상처가 늘어났어. 그걸 본 사람이 한 둘이 아니었던 거야. 보다 못한 어린이집 선생님이 한 번은 서준이 집으로 찾아갔대. 서준이 상처가 낫지 않으니, 병원 갈 상황이 안 되면 본인들이 서준이를 병원에 데려가겠다고 했어. 그러자 안 씨는 이렇게 말했어.

"누구 마음대로 애를 병원에 데려가요?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까 간섭하지 마세요."

서준이 아빠도 엄마와 그리 다르지 않았어. 서준이를 때리거나 심하게 혼낸 사실이, 나중에 경찰 조사에서 밝혀졌어. 안타까운 건, 누가 그랬냐고 물어도 서준이는 끝까지 말을 안했대.

요즘은 아동학대 신고가 1년에 약 4만 5천 건 정도가 돼. 그런데 서준이 사건이 발생한 2008년에는 7천여 건이었어. 당시에 아동학대가 적었다는 게 아니라, 부모의 체벌이 학대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부족했다는 거야. 그렇게 몇몇 어른들은 서준이의 상황을 짐작했지만, 남의 집 개인사라는 벽 때문에 신고를 하거나 선뜻 나서지 못한 거야.

▲ 유일한 증거

만 5세 아동을 폭행해 숨지게 하고, 그 사체를 잔인하게 훼손하고 유기했어. 하지만 검거가 된 후에도 안 씨의 입장은 한결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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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해서 폭행을 많이 한 게 아니고 그냥 평소처럼 혼내는 것처럼 했는데… 평소에 그렇게 많이 미워했던 건 아니었습니다."
-새엄마 안 씨

아동학대 부모들은 공통적인 말을 해. "아이를 사랑해서 조금 과하게 훈육한 것뿐이다"라고. 그런데 과거에는 이런 말이 통했어. 아동학대 사망 사건은 가해자 진술 외에는 다른 목격자나 증거가 없는 경우가 많아. 그러니까 대부분의 진술이, '내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다', '그날만 실수했다' 이런 아동학대 부모의 말이 재판에서 인정되기도 했어. 그럼 형벌은 죗값에 비해 가볍게 내려지겠지.

서준이 사건도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안 씨의 폭행이 의도적이었고 지속적이었고 그 정도가 매우 심했다는 걸 증명해야 해. 다행히 동네 주민들의 목격자 증언은 있어. 그런데 물증이 필요해. 가장 중요한 증거는, 시신이야. 부검을 통해 밝혀지는 사인이 매우 중요해. 참담했던 순간은, 고스란히 아이의 몸에 남는 법이거든. 그런데 서준이 시신은 태웠잖아

"저희들이 현장 검증 전에 서준이를 최초로 찾으러 갔을 때는 황량한 논 옆에 있는 폐드럼통에 심하게 불타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김정진, 당시 울산남부경찰서 강력1팀장

사인도 알아내기 힘들고, 멍 자국이나 상처 자국을 확인할 길도 없어. 아마도 엄마 안 씨는 그걸 은폐하려고 한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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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하늘이 영 무심하진 않았어. 현장에서 서준이는, 꼭 웅크린 채 발견된 거야. 시신이, 다 타지 않았어. 어느 정도 형체가 남아있었던 거야. 마치, 이대로 사라질 수 없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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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사체가 전소가 되어서 부검할 수 없었다면 직접적인 사인을 찾기가 힘들었을 겁니다. 서준이가 저희한테 할 말이 많이 남았던 것 같습니다."
-김정진, 당시 울산남부경찰서 강력1팀장

곧바로 부검이 진행됐어. 형체가 남아있긴 했지만, 사체는 많이 훼손된 상태라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어. 그리고 이런 부검 결과가 나왔어.

"최 군의 주검 부검 결과, 최 군의 내장이 심하게 훼손됐으며, 내장 파열에 의한 출혈로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신문 기사 中

서준이의 횡경막, 간, 위장, 폐 일부분까지 심하게 파열된 게 밝혀졌어. 복부에 강한 외부 충격을 여러 번 반복적으로 받았을 거라는 추정이 가능해진 거야. 애초에 엄마 안 씨가 진술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한 물리력이 가해졌다는 거지. 서준이는 고작 만 5살이었어. 불에 타다 만 그 작은 몸에, 하마터면 가려질 뻔한 진실이 숨어있던 거야.

이 부검 결과는, 재판에 어떤 결과를 미쳤을까? 판결문 내용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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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에 대한 부검 결과에 따르면 만 5세에 불과한 어린이에 대한 구타행위로서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그 정도가 심하고 잔혹하다. 과연 피고인이 평소 피고인을 친엄마로 알고 따르던 피해자에 대하여 최소한의 애정이라도 가지고 있었는지, 인간과 생명의 존엄에 대한 최소한의 의식은 가지고 있었는지 강한 의심이 든다. 하지만 피해자에 대한 사죄와 반성의 의사를 계속 표시하고 있는 점, 피고인의 남편이 피고인에 대한 선처를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하여, 상해치사죄의 법정형 상한인 징역 15년으로 형을 정한다."

"만 5살 어린이에 대해서 무차별 폭행을 하고 사인이 '횡경막 손상'으로 사망할 정도 같으면, 살인의 고의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살인죄'로 조사를 했지만 결론적으로 법원에서 '상해치사'가 인정되면서,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김정진, 당시 울산남부경찰서 강력1팀장

서준이 아빠는 형사들의 마음과 달랐던 거 같아. 친아들을 살해하고 사체까지 훼손한 안 씨의 선처를 탄원했어. 그 마음을 알 수는 없지.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해. 아빠 엄마 두 사람 모두, 서준이가 얼마나 아프고 괴로운 나날을 보냈는지, 전혀 몰랐을 거야. 학대를 받는 아이들은 그 사실을 잘 얘기하지 못한대. 세상에서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이 가해자니까. 그래서 결국 아이가 느끼는 슬픔과 고통은, 아이 안에 고스란히 쌓인대.

▲ 서준이 그림에 담긴 메시지

서준이가 사망하기 전 두 달동안 어린이집에서 그린 그림들이 있어. 그림은 '마음의 거울'이라고 하지? 어릴수록 더 그렇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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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에서 서준이는 뭘 말하고 싶었던 걸까. 엄마 아빠는 항상 화가 나 있는 모습인걸까. 이 그림을 본 아동심리학 박사는 이런 분석을 했어.

"서준 군의 그림을 분석한 박 교수는, 자신은 웃는 입과 웃는 눈, 아버지는 화난 입과 화난 눈, 어머니는 화난 눈과 웃는 입으로 가족의 얼굴을 표현했다며, 이는 서준이가 평소에 맑고 밝았으며, 서준이가 어머니 그림을 그린 것은 '계모 안 씨를 가족의 구성원으로 인정한 것을 의미한다'며 그러나 '웃는 입에 화가 난 표정'으로 독특하게 얼굴을 표현한 것은, 안 씨의 이중성과 공격적인 모습을 그대로 나타낸 듯 하다."

우리가 서준이의 사연을 알기에, 이런 해석이 나왔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 그래서 아이가 남긴 그림 두 장이 더 있어. 이걸 '꼬꼬무'에서 분석을 의뢰했어. 아무런 배경 정보 없이, 만 5살 남자 아이가 그렸다는 사실만 전달했어. 그런데, 전문가들의 분석은 완전 소름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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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의 두번째 그림이야. 전문가들은 이 그림을 어떻게 분석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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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부에는 커다란 구름이 두 개 있고, 비가 그래도 제법 오는 거 같아요. 그 비는 아이에게 쏠려 있고, 비는 스트레스를 의미합니다. 오른쪽에 집을 빨간색으로 그렸는데, 일반 창문이 있고 출입문이 있고 지붕이 있고 이런 걸 그렸을 텐데, 집 내부를 그렸어요. 그래서 그 상황이, 집 내부에 어떤 혹시 불쾌한 상황이 있지 않았을까. 왜냐하면, 아이의 눈이 텅 빈, 공허한 눈이거든요. 그리고 손과 발이 없습니다. 그건 환경에 대한 무력감, 발이 없다는 건 '내가 스스로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뭔가가 없다' 결국 이 아이에게는 갈등과 스트레스 상황이 뭔가 있는데, 그게 집과 연관된 게 아닐까…"

-조영숙, 아동 미술 심리 치료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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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보면 집을 분리해서 그렸어요. 2층을 그리고 1층에서부터 계단을 올라오지만, 거기서 딱 끊기는 건, 아마 고립감을 느끼지 않을까, 집에서. 2층 위에 전등이 하나 있어요. 그림에서 전등이란 건, 상징적으로 사랑을 의미하기도 하거든요. 사랑에 대한 결핍 때문에 보상 기재로 그릴 수 있을 거 같아요."

-송인진, 아동 미술 심리 치료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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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그림을 볼게. 전문가들은 이 그림을 가장 문제적인 그림으로 꼽았어.

"보통 그림에서 수평적으로 그리는 게 건강한 그림이에요. 근데 위에서 그린 사람은 가해자, 위의 사람으로부터 스트레스를 받는다든지, 그것으로 인해서 조금 더 어려움을 갖고 있는…"

-조영숙, 아동 미술 심리 치료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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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는 여자이지 않을까 싶어요. 위아래를 다르게 표현한 게, 이 아이의 입장에서는, 손에 무언가 쥐어지고 있는데. 이 쥐어진 게, 그림에서 손의 연장은 힘의 연장이라고 해요. 힘을 확장시킨 거. 이 대상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이 대상이 이 가족을 통제하는 누군가가 여성이 있지 않을까. 근데 마치 이 아이가 총을 쏘는 쪽에서는 이걸 막는 듯한 그런 느낌. 이 아이의 욕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란색을 쏴서 이 사람 가슴까지 가게 하거든요. 가정폭력 가정에서 아이가 피해를 당하고 있고 거기에 다 노출된 아이지 않을까…"
-송인진, 아동 미술 심리 치료 전문가

서준이의 상황을 짐작할 만한 표현들이 그림 곳곳에 나와 있는 거 같지. 한 전문가는 서준이의 그림을 보고 딱 떠오르는 그림이 있다며 이걸 보여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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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은, 한 외국 논문에 실린 어떤 아이가 그린 그림인데, 이 아이 역시 서준이처럼 지속적인 학대를 받았어. 시기도 나라도 다른 아이들인데, 학대 받은 두 아이의 표현이 닮아 있어.

서준이의 그림들을 본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무력감과 분노라는 감정을 읽어냈어. 이 작은 아이의 메시지를 우리가 미리 알아차리지 못한 거야.

하루에도 백번은 엄마아빠를 불러댈 20개월 무렵의 서준이는, 부모의 이혼으로 더 이상 엄마를 부를 수 없게 됐어. 그리고 3년 후, 다시 '엄마'라고 부를 수 있게 된 서준이는 몇 달동안 학대만 당하다가 세상을 떠났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이름인 '엄마'가, 서준이에게는 어떤 존재였을까?

서준이 사건은 16년 전에 있었던 사건이야. 당시 TV에 나온 그 엄마가 범인이었다는 것만 이슈가 됐어. 판결이 어땠는지, 서준이가 어디에 뿌려졌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어. 요즘은 아동학대 관련 단체도 생기고 SNS도 활발하니까, 가해자 처벌 요구나 피해 아동에 대한 추모도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지. 하지만 16년 전엔, 그러지 못했어. 이제라도 서준이를 추모해 주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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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야기를 들은 '오늘' 당신의 생각은?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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