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8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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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무 찐리뷰]보험금 때문에 남편 둘 죽이고, 딸까지 노린 매정한 엄마

강선애 기자 작성 2024.04.26 12:17 조회 5,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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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무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역사 속 '그날'의 이야기를, '장트리오' 장현성-장성규-장도연이 들려주는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 본방송을 놓친 분들을 위해, 혹은 방송을 봤지만 다시 그 내용을 곱씹고 싶은 분들을 위해 SBS연예뉴스가 한 방에 정리해 드립니다.

이번에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그날'의 이야기는, 지난 25일 방송된 '비밀의 가루-포천 농약 연쇄살인사건' 편입니다. 이야기 친구로는 그룹 몬스타엑스 아이엠, 개그맨 김용명, 배우 공승연이 출연했습니다.(리뷰는 '꼬꼬무'의 특성에 맞게, 반말 모드로 진행됩니다.)

▲ 파묘

때는 2014년 12월, 아주 스산한 겨울, 공동묘지야. 건장한 장정 여럿이 모닥불에 손을 녹이고 있어.

"이거 2년밖에 안 됐다는데, 왜 다시 파는 거예요?"

"뭘 꼭 찾아야 된다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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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삽자루를 들고 땅을 파기 시작해. 누군가의 묘를 파는, '파묘'야. 한 삽, 두 삽, 한참을 파 내려가자, 삽 끝에 뭐가 걸려. 관이야. 하얀 관보로 덮인 관이야. 조심조심 관보를 걷어내고 뚜껑을 열자, 한 구의 시신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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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은 아직 완전히 부패되지 않았어. 이런걸 '육탈이 되지 않았다' 라고 표현하는데, 작업자들이 꺼려하는 상황이래. 불길하다는 미신이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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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망자를 다시 세상 밖으로 꺼낸 걸까? 그리고 이 시신은 누구일까?

▲ 그 여자 주변에서 사람들이 죽는다

시간을 3년 7개월 전으로 돌려 2011년 5월, 어버이날을 며칠 앞둔 때야. 한 여자가 어느 집 앞을 서성이고 있어. 여자의 이름은 노진아(가명)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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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어머니~ 계세요? 저 왔어요~"

시댁에 온 거 같은데 선뜻 들어가지도 못하고 밖에서 주저주저해. 이 노진아 씨는, 이혼을 했거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종 왕래하며 지내는 사이야. 마침 어버이날이기도 하고, 간만에 찾아온 거야. 근데 집 안에선 아무런 기척이 없어. 여자는 익숙하게 문 근처를 더듬더듬하더니 열쇠를 꺼내 들었어. 전 남편이 늘 숨겨두던 곳이 있거든. 그렇게 집 안에 들어간 진아 씨는 집 안을 한 바퀴 둘러보고는, 선물로 들고 온 음료수병을 냉장고에 넣어 뒀어. 평소에 남편이 좋아하던 음료수야. 그리고 잠시 기다리다가, 가족들이 오지 않자 조용히 집을 나왔어.

그런데 며칠 후,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져. 전 남편이 사망했다는 거야. 진아 씨는 급히 장례식장으로 달려갔어. 전 남편의 누나가 오열하며 진아 씨를 맞이해. 보니까 시어머니는 거의 실신해 있어. 아들을 잃은 충격 때문인지 하혈까지 하셨대.

진아 씨의 전 남편은, 안타깝게도 극단적인 선택을 했대. 집 안에서 농약이 든 음료수병이 발견됐어. 아무래도 빚 때문인 거 같아. 진아 씨와 이혼한 것도 돈 때문이었는데, 상황이 나아지지 않은 거야. 진아 씨는 정성을 다해 전 남편의 장례를 치렀어.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어.

그로부터 열 달쯤 지난 후, 한 결혼식장. 한 걸음 한 걸음 수줍게 입장하는 신부는, 다름 아닌 진아 씨야. 새로운 사랑과 재혼을 하게 된 거야. 진아 씨의 두 번째 결혼 생활은 너무 좋았어. 진아 씨의 취미는 각종 레저스포츠였어. 남편이 래프팅 강사였어. 취미가 맞고 관심사가 같으니까 말도 잘 통하고, 남편 눈에선 꿀이 뚝뚝 떨어져. 금세 두 사람 사이에 아들도 태어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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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진아 씨는 흔쾌히 시집살이도 하겠다고 했어. 하지만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영 성에 안 차. 아들은 초혼이었는데, 진아 씨는 재혼에 다 큰 아들, 딸까지 있었거든. 그래도 남편은 늘 듬직하게 늘 진아 씨의 편이 되어 줬어.

그런데 어느 날, 남편이 갑자기 쓰러졌어. 가슴을 부여잡고 고통스러워 하더니, 곧 죽을 것처럼 숨이 가빠. 다행히 응급실에 실려 가서 위험한 고비를 넘겼어. 그런데 의사들도 원인을 모르겠대. 폐에 문제가 있는 것 같긴 한데, 검사를 해봐도 이유를 알 수 없다는 거야. 며칠 치료를 받으니까 상태가 나아지긴 했어. 그런데, 한 달쯤 지났을까. 같은 증상이 또 나타나. 이번엔 좀 더 오래 치료를 받았어. 그렇게 세 번째 입원을 한 남편은 결국 세상을 떠났어. 직접적인 사인은 특발성 기질화 폐렴.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폐렴이야.

여기까지 혹시, 수상한 느낌 없어? 한 여자가 두 번 결혼을 했어. 그런데 남편이 둘 다 사망했어. 한 명은 극단적 선택, 한 명은 폐질환이야. 두 죽음에 공통점은 없어. 그런데, SIU의 생각은 달랐어. SIU라고 들어봤어? Special Investigation Unit(스페셜 인베스티게이션 유닛). 우리말로 하면, '특별조사단'이야. 이 사람들은, 보험사기를 잡는 민간 조사단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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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U의 하 차장님이 한 서류를 유심히 보고 있어. 진아 씨의 남편, 래프팅 강사 이 씨의 사망보험금 청구 서류야. 남편의 나이는 43세. 운동을 하는 젊은 남자가 급사했어. 그것도 폐질환으로. 이것만으로 보험살인을 의심하긴 어려워. 근데 보험 계약일이 2013년 4월, 사망일은 2013년 8월. 가입한 지 4개월 만에 사망했어. 좀 수상하지? 그럼 누굴 먼저 의심해야 할까? 보험금 수익자지.

수익자는 아들이야. 아들은 만 1살이야. 그럼 보험금 수령은 누가 할까? 미성년인 아들을 대리해서 엄마가 하게 되는 거야. 그게 바로 노진아 씨야.

이 서류를 딱 보고 하 차장은 촉이 왔어. 곧장 노 씨의 자료를 다 열어봤어. 그랬더니, 전에 노 씨가 수령한 보험금이 또 있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전 남편의 사망 보험금이야. 이혼을 한 사이인데, 왜 노 씨가 탔을까? 전 남편과 노 씨 사이에 아들 하나, 딸 하나가 있었는데, 둘 다 미성년자였거든. 그래서 엄마인 노진아 씨한테 간 거야.

첫 번째 남편의 사망 보험금이 4억 4천만원. 두 번째 남편의 사망 보험금은 5억 2천만 원. 2년 사이 10억 원에 가까운 보험금을 받은 거야. 하지만, 정황상 이상할 뿐이야. 기막힌 우연으로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긴 해.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하던 그때. 보험사로 이런 문의가 왔어. "얼마 전에 남동생이 죽었는데, 혹시 보험금이 수령됐나요?"라며 두 번째 남편의 누나가 보험금이 어떻게 됐나 확인하고 싶다고 연락을 한거야. 그런데 누나가 이런 말을 꺼내.

"제가 정신이 없어서 확인을 못 했어요. 엄마 돌아가시고 바로 동생도 그렇게 되고 해서."

알고 보니 노 씨의 시어머니와 남편이 연달아 사망했어. 시어머니는 2013년 1월에, 그리고 남편은 2013년 8월에. 시어머니의 사인은 폐렴이었어. 남편이 사망한 경위와 유사해.

정리하면, 노진아 씨 주변에서 총 세 사람이 사망했어. 전 남편, 현 남편, 그리고 현 남편의 어머니까지.

▲ 내사의 시작

하 차장은 다급히 전화를 걸었어. 이런 사건을 맡아 줄 적임자를 알고 있었거든. 전화를 받은 사람은, 경기청 이종훈 형사. 팀에선 아주 끈질기기로 유명해. 이종훈 형사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느낌이 딱 왔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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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돈이 한 사람한테 다 쏠리거든요. 딱 그 케이스예요. 한 사람한테 돈이 쏠리고 그리고 연이어서 사망을 하고. 그래서 아 이건 의심점이 있다. 저희 표현으로 냄새가 나니까. 한 번 이건 사건화를 해보고 싶다."
-이종훈 경위, 당시 경기북부경찰서 소속

이 형사는 노 씨의 자료를 살펴보기 시작해. 쭉 훑어보는데, 남편이 사망하고 노 씨가 보험회사에 전화를 한 기록이 있어. 그런데 그 시점이 좀 묘해. 보통은 사망 후 해야하는 행정 절차가 많아서 며칠이 지나서야 보험회사에 연락을 하잖아? 근데 노 씨는 남편이 죽고 3시간 만에 보험회사에 전화했어. 게다가 묘한 게 또 있어. 보험금을 총 10억 원 가까이 가져갔는데, 그걸 전부 현금으로 받아 갔다는 거야. 커다란 캐리어에 넣어서. 분명 냄새가 나. 하지만 바로 사건을 맡기엔 망설여졌어. 지금은 수사 단계가 아니라, 내사 단계야.

수사와 내사, 뭐가 다른지 알아? 수사는 범죄가 이미 확인된 거야. 범죄 사실을 정확히 밝혀서 처벌하는 게 목적이야. 근데 내사는? 정황만 있는 사건에 대해 조사를 해서, 범죄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해야 해. 이건 강제성도 없고 시간도 오래 걸려. 게다가 보험 살인은, 범죄 혐의가 확인되더라도 해결하기가 어려워. 왜? 보험 살인은, 사건을 인지하는 시점이 너무 늦거든. 사건 현장도 증거도 다 사라진 후야. 심증만 있는 사건인 거지. 조사하다가 아무것도 못 찾으면, 애를 썼던 형사도 타격을 받는대.

이 형사는 한참 고민을 해야 했어. 그리고 팀장에게 보고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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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해보겠다 보고를 하니까 '의심스러운데 입증을 할 수 있겠냐'라고 되물어봐서 '입증을 하기 위해서 한번 시작해 보겠다. 만약에 이게 보험사기가 맞다면, 연쇄 살인입니다' 어느 형사도 마찬가지지만, 연쇄살인이라고 의심이 되면 한번 해보고 싶다는 직업에 대한 사명감이죠. 그래서 천천히 내사를 하기 시작했죠."
-이종훈, 담당 형사

▲ 독을 찾아라

조사를 시작하는데, 뭐부터 알아봐야 할까?

"일단 수단, (살해) 도구를 먼저 찾는 게 제일 중요한 건데 어떤 방법 어떤 수단으로 살해를 했을까, 그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왜냐하면, 공통점이 없으니까."
-이종훈, 담당 형사

첫 번째 남편은 경제적인 이유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두 번째 남편은 원인불명의 폐 질환. 시어머니 역시 폐 질환이긴 한데, 연세가 있으시니까 병사라도 이상한 건 아니야. 서류 상엔 모두 아무 문제가 없어.

이 형사는 처음 제보한 노 씨의 시누이를 만났어. 그리고 '어머니나 동생이 사망하기 전에 뭐 이상한 점이 없었는지' 물었어. 시누이는 평소에 엄마가 자양강장제를 자주 먹었는데, 어느 날 '딸각' 뚜껑을 땄는데 이미 열려 있었던 일을 기억해 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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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양강장제를) 땄는데 딸깍거리지 않는다, 그리고 엄마가 그 자양강장제를 마셨답니다. 이거는 자양강장제에 뭔가 섞지 않았을까…"
-이종훈, 담당 형사

이 형사는 독살의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증거가 있을까? 병사로 처리된 시어머니는 부검도 안했어. 집 안이라도 뒤져보고 싶지만, 이 정도 상황으로는 영장도 안 나오지. 그래서 이 형사는 하루 종일 '기초 독성 연구' 책만 보고 있어. 무슨 독을 썼는지라도 밝혀내 보려는 거야.

"친한 과학수사대 요원이 독극물 책을 하나 줘요. 독극물 자료로 된 책을 줘서 그 책을 정독했습니다."
-이종훈, 담당 형사

혹시 알고 있는 독극물, 뭐가 있어? 사극에 나오는 사약? 한약재 중에 '부자'라고, 이게 독성이 강해서 사약에 많이 쓰였어. 그리고 임금님 밥상에 은수저를 올렸다고 하지? 은수저 색이 검게 변하면 그건 '비소'를 쓴 거야. 그리고 이런 것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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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무 이름은 협죽도. 예쁜 화초 같잖아. 근데 살인적인 독성을 갖고 있대. 산에서 젓가락이 없으면 나무 부러뜨려 쓰기도 하잖아? 만약 협죽도를 꺾어서 젓가락으로 썼다? 살아서는 산을 못 내려올 수도 있어.

이렇게 독의 종류가 많은데, 이 형사는 폐를 망가뜨리는 독에 주목했어. 남편과 시어머니의 사인이 폐렴이었으니까. 그런데 찾기가 쉽지 않아.

"잘 아는 법의관한테도 자문을 구해보고 과학수사대 요원들한테도 자문을 구해봤는데, 답이 없습니다. 너무 많으니까. 폐와 연관성을 찾질 못하겠더라고요."

독극물만 파고 있으니까, 동료들 사이에선 슬슬 말이 나와. 할 만큼 했으니 손 떼라고 난리야. 하지만 이럴수록 이 형사는 독이 더 바짝 올라.

한편 그 시각, 노 씨는 뭘 하고 있었을까? 노 씨의 취미는 레저. 여름엔 레프팅, 겨울엔 스키였어. 두 살 된 아들은 옆집 언니한테 맡겨두고, 노 씨는 스키장을 휘젓고 다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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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죽었으니까 그 슬픈 걸 잊기 위해서 스키를 타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스키동호회 회원

노 씨는 스키 동호회에서 쿨한 언니로 통해. 스키 실력은 완전 강사급이었대. 신나게 스키를 타고 나면, 하루의 피로는 쇼핑으로 풀어. 번쩍이는 귀금속에 화려한 옷까지, 매일 수백만 원씩 쓰는 VVIP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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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거. 꽃반지 같은 거 사갔어요. 그냥 몇천만 원어치는 사 갔어요."

▲ 파라콰트 연쇄 살인사건

노 씨가 이러는 동안, 이 형사의 일과는 두 달째 똑같아.

"3~4개월 동안 출근만 하면 이제 그 생각만 합니다. 과연 어떤 식으로 살해했을까."

낮엔 다른 사건 해결하고 밤이면 독극물을 찾고 있어. 그날도 인터넷에 온갖 독극물을 검색하는데, 이 형사의 눈에 '농약중독연구소'가 눈에 띄었어.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농약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곳이 있는 거야. 날이 밝고, 곧장 전화를 걸었어. 그리고 "제가 수사하다가 영 안 풀리는 게 있어서요"라고 말했어. 전화를 받은 사람은, 농약전문연구소 소장 홍세용 교수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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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그 당시만 해도 농약환자 진료경험은 굉장히 많았어요. 그래서 제가 독극물학 논문이 100여 편이 돼요. 국제학술지가. 거의 제가 평생 동안 만 명 이상의 급성 환자를 봤는데, 그렇기 때문에 제가 진료기록을 본다면, 혹시 이것이 독극물인가, 독극물이라면 어떤 종류인가를 얘기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흔쾌히 오시라고 그랬어요."
-홍세용 교수, 당시 농약전문연구소 소장

이 분, 보통 분이 아니었어. 30년 넘도록 독극물을 연구한, 세계적인 독성한 권위자야. 이 형사는 홍 교수를 만나러 곧장 천안으로 향했어. 그리고 인사를 건네자마자 이것부터 꺼냈어. 서류 한 보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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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압수한 의무기록을 사본화해 가지고 두 뭉치 싸서 갔는데, 홍 교수님이 놀래요. 뭐 이렇게 많이 갖고 왔냐고."
-이종훈, 담당 형사

서류가 많으니 보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지? 이 형사는 다음에 다시 올 테니, 서류를 보고 연락 달라고 했어. 그런데 홍 교수가 가지 말고 기다리래. 그러더니 서류를 보는 건지 마는 건지, 페이지를 훅훅 넘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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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많지만, 나는 어디를 봐야 하는지 알고. 한 페이지 보는데 몇 초만 보면, 이렇게 넘기면 되니까. 그래서 몇 시간 내에 대충 그것을 봤는데, 독극물일 가능성이 있더라고요."
-홍세용 교수, 당시 농약전문연구소 소장

홍 교수는 '파라콰트' 때문인 거 같다고 말했어. 파라콰트 들어봤어? 그럼 그라목손은? 그라목손은, 한때 농촌에서 흔히 쓰이던 제초제인데, 음독 사고가 많아 2012년에 판매가 중지됐어. 일명 '죽음의 농약'이라고 불려. 극단적인 선택을 할 때 많이 쓰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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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마셨다 하면, 열에 열 명은 바로 후회한대. 너무 고통스러우니까. 한 번에 사망하는 게 아니라 천천히, 길게는 며칠 동안 지옥을 경험하다가 죽는대. 그 그라목손의 주성분이 바로 파라콰트야.

"파라콰트가 악명이 높았던 이유는 해독제가 없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너무 치명적이었기 때문에. 어느 선 이상 먹으면 거의 100% 죽는 거예요."
-홍세용 교수, 당시 농약전문연구소 소장

이 파라콰트가 얼마나 악질이냐면, 이게 파라콰트 중독 환자의 폐 CT 모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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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하얗게 변하는 폐. 그게 섬유화라고, 폐가 굳어지는 거야. 폐가 굳으면 숨을 못 쉬게 되는 거지. 그리고 폐 곳곳에 보이는 희끗한 반점들. 그게 폐에 생긴 염증인데, 파라콰트 중독 환자는 이 염증이 폐의 가장자리에 생긴대. 이 독특한 폐 모양이, 파라콰트 중독의 결정적 증거라는 거야. 홍 교수님은 이런 파라콰트 중독 환자만 만 명을 넘게 봐 왔어. 별명도 '파라콰트맨'이야. 그래서 노 씨 남편과 시어머니의 폐 CT 사진만으로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어.

"학회에 가면 제 별명을 '파라콰트 맨' 이라 불러요. 저는 젊은 시절의 의사로서의 삶을 파라콰트하고 싸우면서 보냈다고 해도 돼요."
-홍세용 교수, 당시 농약전문연구소 소장

드디어 살인에 쓰인 독을 찾았어. 홍 교수의 답을 들은 이 형사의 마음은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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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손에 힘이 꽉 들어갔습니다. 잡았다!"
-이종훈, 담당 형사

그런데, 홍 교수도 이해가 안 되는 지점이 있었어. 노 씨 남편이 같은 증상으로 세 번의 입원을 했다고 했잖아? 이게 말이 안 된다는 거야. 파라콰트를 마시면 둘 중 하나래. 사망하거나, 운 좋게 살아남거나. 그런데 같은 증상으로 계속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다? 그 독을 반복적으로 먹였다는 거야.

"치사량이면 죽을 텐데, 치사량 이하의 약이 반복적으로 들어가는 조건이라고 하면 앞뒤가 딱 맞는 거죠."
-홍세용 교수, 당시 농약전문연구소 소장

이상한 점은 또 있어. 파라콰트를 몰래 먹이기가 쉽지 않대. 아주 고약한 냄새 때문에. 게다가 색깔도 푸르스름해. 영화 보면, 외계인 피 색깔로 나오는 그런 색이래. 원래는 무색무취였는데, 실수로 먹을까 봐 냄새와 색을 첨가한 거래. 이런 냄새가 나는데, 모르고 먹을 수가 있을까?

"어떤 방법이 있는지. 예를 들어서 식빵에 바르던지. 아니면 접시에 발라서 음식물과 섞어서 준 건지. 아니면 액체로 방울로 떨어트려서 살해할 수 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없더라고요."
-이종훈, 담당 형사

사건이 점점 미궁으로 빠지려던 그때. 이 형사는 SIU 하 차장의 전화를 받았어. 노 씨에 관한 소식을 전해줬는데, 머리가 쭈뼛 섰대. 노 씨가, 또 보험금을 청구했다는 거야. 누구의 보험금이었을까?

꼬꼬무

"'딸이 병원에 입원했다' 그 얘기를 들었습니다. 의무자료를 보는 순간, 폐 질환. 또 그쪽으로 나오는 겁니다. 폐 섬유화 증상이 있어서… 자기 딸까지 이럴 정도의 여자면 돈에 눈이 멀었구나. 그리고 빨리 검거하지 않으면, 이 딸은 100% 죽는다, 이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이종훈, 담당 형사

이대로 가만히 두면 큰일 나. 하지만 아직도 확실한 물증이 없어. 독살을 밝힐 확실한 증거는 부검이야. 하지만 피해자는 모두 사망했고, 이미 화장했어. 딱 한 명만 빼고. 시어머니는 화장을 하지 않고 매장했어. 매장된 시신이, 남아있는 유일한 단서야. 이제 저 지하 깊은 곳에서 진실을 끌어올릴 차례야.

▲ 드러난 진실

홍 교수가 먼저 나서. 간절한 마음으로 소견서를 썼어. 부검도 영장이 있어야 할 수 있거든.

꼬꼬무

"지금도 잊지 않는 게, 상소문을 쓰듯이 '제발 나를 믿어달라' 안 그러면 아들 딸 다 죽습니다…"
-홍세용 교수, 당시 농약전문연구소 소장

다행히 영장이 발부됐어. 그런데 조건이 붙었어. 유족의 허락을 받아오래. 역시나 유족들은 결사반대야. 돌아가신 어머니를 두 번 죽일 수 없다는 거야.

"유족 설득이 제일 힘들었습니다. 유족 입장에서도 올케가 의심이 되는데, 의심된다고 해서 과연 내 어머니의 무덤까지 파야 하나..."
-이종훈, 담당 형사

이 형사는 끈질기게 설득했어. 대대적인 가족 회의 끝에, 힘들게 유족들이 허락을 해줬어. 그렇게 마침내, 파묘를 진행한 거야. 그렇게 시어머니의 시신이 사망한 지 22개월 만에 세상 밖으로 나오게 돼.

꼬꼬무

그런데 매장한 지 2년이나 지났는데. 뭐가 나올까?

꼬꼬무

"이 환자의 경우는 매장한 지 딱 2년이 채 안 되는 시점이더라고. 그 시점에 파면, 폐에서 검출이 돼요. 왜 검출이 되냐면, 폐와의 친화력이 20~30배 높아서 폐에 가서 쌓여요. 그런데 쌓여서 계속 있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떨어져 나와서 소변으로 다 나가요. 이게 수용성이기 때문에. 그런데 급사를 하면, 떨어져 나올 시간이 없는 거야. 근데 그 할머니가 일주일 이내에 죽었어요. 그래서 폐에 많이 쌓여있는데 떨어지지는 않은 시점에서 매장이 됐고, 2년이 지났다 그러면. 내가 틀림없이 나온다…"
-홍세용 교수, 당시 농약전문연구소 소장

부검을 하면 분명히 나온다는 거야. 하지만 이 형사는 고민이 돼.

꼬꼬무

"홍 교수님은 무조건 나온다 하시는데. 근데 만약에 안 나오면 어떡하지? 별의별 생각을 많이 했죠. 유족들의 원망을 어떻게 감당할 건가. 이거에 대한 고민이 굉장히 심했습니다. 증거는 이거 하나밖에 없는데."
-이종훈, 담당 형사

시신은 바로 국과수로 옮겨졌어. 사건을 맡은 부검의는 지금까지도 이 사건을 잊지 못한대.

꼬꼬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어느 나라도, 이미 장례해서 마무리된 걸 다시 파묘를 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부담이고요. 이 건은 어쨌든 타살의 가능성이 있는, 배제할 수 없어서 조사가 필요한 상황에서 결국 발굴까지 해 온 상황인데. 부패가 되면 상당 부분 사인을 딱 찍을 수 없는 경우들이 있거든요. 그러면 정말 괴롭잖아요. 어쨌든 이 상황까지 왔는데. 처음에 되게 더 긴장이 됐던 것 같아요."
-박소현 법의관, 당시 부검의

박소현 법의관은 파묘한 시신을 부검하는 건 처음이었대. 이 긴장한 부검의한테 이 형사는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잘 부탁드린다"고 했어. 그렇게 부검이 시작됐어.

"사실 조직이 많이 상해있어요. 부패가 되면. 우리가 보는 해부학 그림에서 보는 예쁜 장기의 모습이 아니라, 많이 망가져서 흐물흐물해서 되게 힘들거든요."
-박소현 법의관, 당시 부검의

시신이 부패하며 장기가 많이 물러졌고, 그만큼 증거도 사라졌다는 거야. 아주 조금 남은 혈액과 장기 조직을 떼어서 분석을 할 수 밖에 없었어. 정확한 사인이 나올지 어떨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야. 결과는 한두 달 뒤에나 나와.

이 형사는 가만히 앉아 기다릴 수만은 없어서, 노 씨의 주변 사람들을 조사하기 시작해. 그리고, 한 사람을 참고인으로 올리게 됐어. 보험사기 사건에서 반드시 의심해 봐야 하는 사람. 바로 노 씨의 보험설계사. 알고 봤더니, 전 남편과 현 남편, 모두 같은 보험설계사한테 보험을 가입했어.

이 형사는 곧장 설계사한테 전화를 걸어 참고인 조사를 하고 싶다고 말했어. 근데 바쁘다며 피하는 느낌이야. 그래서 이 형사는 직접 설계사를 찾아갔어. 그랬더니, 고객의 딸을 병원에 데려다줘야 한다며 바쁘대. 알고 보니 그 고객의 딸이, 노 씨의 딸이었어. 느낌이 쎄한 이 형사는 보험설계사의 차를 따라갔어. 그러면서 차 안에서 다급히 홍 교수한테 전화를 걸었어.

홍 교수한테 "지금 노 씨의 딸이 병원에 또 입원을 한다"고 알리니, 소변을 확보하라는 말이 돌아왔어. 소변에서 파라콰트 성분이 나올 거라고. 절대 놓쳐서는 안 돼. 시간이 지나면 성분이 안 나올 수 있거든.

꼬꼬무

"소변을 확보하면 바로 파라콰트 중독 여부를 확인할 수 있으니까. 소변을 압수하는 게 굉장히 시급했었어요. 병원 측에 환자에 대한 의무자료하고 소변, 특히 소변 그것 좀 보관해 달라, 영장 가지고 오겠다…"
-이종훈, 담당 형사

그리고 곧장 서류를 작성해서 검사에게 보냈어. 밤을 꼴딱 새서 기다리다 영장을 받았어. 그렇게 딸의 소변을 확보했어. 여기서 파라콰트 성분이 나온다면, 빼도 박도 못하는 결정적인 증거가 돼.

기록을 보니, 딸도 벌써 세 번째 입원이야. 근데 병원에 올 사람이 안 와. 바로 엄마 노 씨. 대체 얼마나 바쁘기에 딸을 대신 입원시켜달라고 했을까? 어디서 뭘 하느라 병원에 오지 않는 걸까? 알고 보니, 노 씨는 오늘도 스키장이야. 시즌이 끝나기 전에 막바지 슬로프를 즐기고 있어.

두 달 후, 마침내 부검 결과가 나왔어.

꼬꼬무

"파라콰트 중독으로 생각됨"

시신의 뼈와 혈액에서 파라콰트가 검출된 거야. 그리고 딸의 소변에서도 파라콰트가 나왔어. 완전 범죄를 뒤집을 수 있을 만한 완벽한 증거지.

"사람들이 오해를 해요. 모든 농약이 부검하면 환자한테서 나오는 줄 아는데, 그렇지 않아요. 파라콰트만 그럴 수 있어요. 여러 가지가 맞아떨어진 거예요."

-홍세영 교수, 당시 농약중독연구소 소장

꼬꼬무

"부검 감정 결과를 받는 순간 웃어버렸습니다. 잡았다…"
-이종훈, 당시 담당 형사

▲ 연쇄살인범 검거 작전

이제 범인을 잡아야지. 2015년 2월 27일 이른 새벽. 검거팀이 노 씨의 집을 에워쌌어. 이 형사는 현관문 바로 뒤에 서있고, 팀장님이 전화를 걸어.

꼬꼬무

"78*** 차주시죠? 제가 차를 좀 박은 것 같은데, 어쩌죠?"

잠시 후에 문이 열리고, 노 씨가 모습을 드러냈어.

꼬꼬무

형사들을 보고, 슬그머니 문을 닫아. 바로 그때, 이 형사가 문을 탁 잡았어. 그리고 노 씨는 그 자리에서 바로 체포됐어. 별다른 저항은 없었어. 혐의도 순순히 인정했어.

"문 열자마자 '왜 죽였어?' 강하게 추궁을 하고. '당신 때문에 한 생명이 죽었는데 죄책감도 없어?' 윽박을 지르니까, '미안하다. 죽이려고 한 게 아니었다'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해요."
-이종훈, 담당 형사

노 씨를 체포한 직후 바로 형사들은 집안을 수색했어. 주방부터 샅샅이 뒤졌어. 그리고, 그라목손 원액을 찾았어.

꼬꼬무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게 발견돼. 형사들은 그 때서야 깨달았어. 이 그라목손을 어떻게 먹였는지.

주방 구석에서 발견한 의문의 반찬통. 집 밖에서도 발견한 반찬통. 이 반찬통 안에 들어있는 게 뭘까.

꼬꼬무

노 씨는 자기만의 레시피로 특제 농약 조미료를 만들었어. 먼저 쌀가루에 그라목손을 조금 넣고 반죽을 해. 그리고 살살 펴서 햇빛에 말려. 냄새를 뺄 수 있거든. 다 마르면 곱게 빻아 가루로 만들었어. 그걸 음식을 만들 때 조금씩 넣은 거야.

꼬꼬무

노 씨는 이 특제 조미료를 김치찌개에 유독 많이 넣었대. 현장에서 농약 조미료가 담긴 반찬통이 세 개나 나왔어. 어떤 건 바짝 마르고, 어떤 건 아직도 축축해. 그럼 농약 조미료를 공장처럼, 계속 만들고 있었던 거야.

"이건 진화를 했다고 볼 수밖에 없어요. 수법이 진화됐다. (처음엔) 방울로 떨어뜨렸는데, 가루로 만들어서 냄새를 빼서 조미료 식으로 첨가를 하면, 더 의심을 안 받을 수 있지 않나. 이런 식으로 수법이 진화됐다고 볼 수밖에 없어요."
-이종훈, 담당 형사

▲ 진화한 범행 수법

노 씨의 수법은 점점 진화했어. 첫 번째 남편, 농약이 든 음료수를 마시고 사망했다고 했지? 노 씨가 냉장고에 넣어둔 음료수였어. 그 음료수의 색깔은 초록색. 그라목손의 색깔과 비슷한 걸 선택했어. 첫 번째 남편은 술김에 이 음료수를 벌컥벌컥 마시고, 하루만에 사망했어.

두 번째로 사망한 시어머니. 자양강장제를 마셨다고 했지? 농약이 든 자양강장제를 마셨는데, 너무 써서 바로 뱉었대. 하지만 며칠 앓다가 돌아가셨어. 그 후로 가루를 만들기 시작한 거야. 양을 조절할 수 있도록. 그리고 조금씩 조금씩, 조미료 넣듯 그 가루를 음식에 넣은 거야. 천천히 죽어야 의심받지 않을 테니까.

꼬꼬무

그래서 재혼한 남편은, 입원, 치료, 퇴원을 반복하다가 세 번째 범행에 사망해. 그런데 이것도 빠르다고 생각했나 봐. 딸에게는 더 조금씩 먹였어. 그래서 딸은 세 번째 입원에서도 퇴원했어. 노 씨는 가족들의 목숨줄을 쥐고, 페이스 조절을 해온 거야.

증거가 나왔고, 살해 방법도 알아냈어. 이제 다 끝난 걸까? 아니. 노 씨가 혐의를 인정하긴 했지만, 딱 한 건만 인정했어. 재혼한 두 번째 남편만 살해했대. 아무리 추궁해도 버텨. 그러더니 갑자기 자세를 딱 고쳐 잡아. 그리고 아주 충격적인 이야기를 꺼내. 자기 혼자한 일이 아니라, 공범이 있다는 거야.

노 씨의 통화 기록에도 자주 등장하던 이웃집 언니들이 있었어. 노 씨 주장은 이랬어.

"언니들이, 죽지 않을 정도만 다치게 하면, 보험금 탈 수 있다고 했어요. 시골 가서 농약 구해다가 조금씩 먹여보라고…"

범행을 처음 제안한 것도, 중간에 팁을 준 것도 그 언니들이래. 일이 성공한 다음엔, 보험금으로 골드바를 사서 나눠 가졌대. 곧장 공범에 대한 조사가 진행돼. 그런데, 공범은, 애초에 없었어. 모두 노 씨의 거짓말이었어. 골드바도 모두 지어낸 이야기야.

살인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노 씨가 거짓말로 수사에 혼선을 주면서, 두 번째 남편을 제외하고는 범행을 부인하고 있어. 그때, 누군가 노 씨를 만나고 싶다며 찾아왔어. 바로, 딸이야.

꼬꼬무

"그 당시에 딸을 저희가 다른 사무실에서 조사하고 있었거든요. 조사가 다 끝나자마자 자기 엄마 좀 보게 해달라고. 그래서 딸을 면담 시켜줬죠. 딸이 엄마를 보자마자 하는 말이 '엄마가 정말 나 죽이려고 했어?'…"
-이종훈, 담당 형사

노 씨는 고개를 푹 숙인 채로,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했대. 딸과의 짧은 만남 뒤에, 그제야 노 씨는 모든 걸 자백했어.

▲ 가족을 죽인 이유

총 세 건의 살인이야. 첫 번째 남편, 두 번째 남편, 그리고 두 번째 남편의 시어머니. 남편 둘은 보험금을 노리고 살해했어. 그럼 시어머니는? 홧김에 그랬대. 자기가 재혼이라고 구박받는 게 속상했다는 거야. 그리고 두 건의 살인 미수도 자백했어. 한 명은 딸이고, 다른 한 명은 첫 번째 시어머니였어.

장례식장에서 하혈까지 했던 그 시어머니. 그게 농약이 든 음료를 입에 대서 그런 거였어. 남편을 노리고 음료수를 놓고 온 건데, 같이 사는 시어머니가 마실 수도 있다고 생각했대. 그걸 알면서도, 범행을 계획했던 거야.

노 씨는 돈에 대한 집착이 아주 강했어. 가난이 싫어서, 사업하는 남편과 결혼도 일찍 했대. 근데 그 남편이 사업을 하다가 큰 빚을 지게 되고, 그래서 처음에 위장 이혼을 했던 거야. 재산을 노 씨 명의로 돌린 다음에, 다 처분하고 남편에게 돌려주기로 한 거지. 그런데, 노 씨의 마음이 바뀐 거야. 처음엔 문서를 위조하려 했지만, 바로 발각돼. 그래서 찾은 해결책이, 없애야겠다는 거. 돈을 안 돌려줘도 되고, 보험금도 탈 수 있으니. 그렇게 첫 번째 범행을 저질렀어.

그 후 돈이 떨어지자, 범행을 반복했어. 노 씨는 심지어, 두 번째 남편이 사망하고 나서 시누이를 상대로 위자료 청구 소송을 냈어. 죽인 건 본인이면서. 만약 이때 노 씨가 잡히지 않았다면, 희생자는 더 늘었을 거야.

체포되지 않았다면, 딸도 죽이려고 했냐고 묻자 노 씨는 그렇다고 대답했어. 아들한테도 보험이 있던데, 아들도 범행 대상이었느냐 묻자, 그것도 역시 그렇다고 대답했어. 군에 입대해 있던 아들까지, 예비 범행대상이었던 거야.

법원은 "치밀한 계획하에 범행을 저질렀고 수법이 비정하고 잔혹하다"며 노 씨에게 무기징역형을 선고했어.

근데 이때 양형 요소가 있었대. 탄원서를 낸 사람이 있었거든. 바로, 딸이었어. 파라콰트 중독으로 한 달간의 치료를 받은 딸이 법원에 탄원서를 낸 거야. 돈 때문에 자신을 죽이려고 한 엄마를 위해.

과거엔 소매치기, 노상강도가 많았는데 요즘은 사기 범죄가 늘었어. 돈이 뭐길래, 지인들과 가족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르게 됐을까? 가족의 목숨과 인생을 빼앗고 얻은 건 뭐야? 돈, 스키용품, 보석, 이런 것들이 다야. 과연 그런 것들이 가족보다 소중한 걸까?

꼬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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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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