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뮤지컬 배우 정선아(39)의 지난 20개월은 변화무쌍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소중한 딸 세연을 얻고 난 뒤 정선아는 '엄마'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초보 엄마로서 적응하면서 동시에 정선아는 배우로서 중요한 미션에 도전했다.
2022년 12월 개막한 뮤지컬 '이프/덴' 초연의 주인공 엘리자베스 역으로 출산 후 복귀를 하는 것이었다. 체형, 체력, 목소리 등 갖가지 변화가 생기는 임신과 출산 이후, 정선아는 단 몇 달 만에 이전의 최선의 기량으로 무대에 오르고 싶다는 열정이 가득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오히려 정선아는 '엄마'가 되기 전보다 더욱 풍성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작품을 관객들이 이렇게 좋아할지 몰랐다."고 정선아는 말했다. 호평은 수상으로도 이어졌다. 정선아는 '이프/덴'으로 제8회 한국 뮤지컬 어워즈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저뿐만 아니라 가족들이 다 울었어요. 남편은...울지 않았던 것 같네요.(웃음) '정선아 옛날 같지 않네'하면 너무 상처받을 것 같았기에 이렇게 일찍 복귀를 하는 게 맞는지, 이렇게 어려운 작품으로 돌아오는 게 맞는지 고민하며 정말 힘들게 연습했고 공연했어요."
정선아는 도와준 두 사람을 꼽았다. 바로 정선아가 공연에 집중할 수 있게 손녀의 육아를 도와준 친정 엄마와 80kg까지 불어난 체중을 단기간 내에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 함께 남산을 걸으며 운동을 해준 매니저였다. 정선아는 두 사람에게 가슴 깊은 사랑을 전했다.
정선아는 뮤지컬 '드라큘라' 10주년 기념공연 무대에 오르고 있다. 10년 전 초연을 함께 했던 인연을 올해도 이어가고 있는 것.
그는 "10년 전 시행착오를 많이 했던 작품이라서 애착이 간다. 그때는 이해가지 않았던 미나의 감정이 지금 이해가 되는 것도 생겼다. 예전에는 그냥 부르던 노래도 지금은 푹 빠져서 부르고 있다. '드라큘라'는 나의 숨은 판타지를 충족시켜 주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정선아는 동료배우이자 '드라큘라'에 함께 출연 중이 김준수가 운영하는 소속사에 활동의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정선아에게 있어 김준수는 "죽마고우 같은 동생"이었다. 상을 받았을 때 김준수는 본인이 더욱 기뻐했을 만큼 정선아를 가장 응원해 주는 사람 중 한 명이다.
"김준수 배우와 함께 무대에 서면 참 믿음이 간다. 안정감을 느낀다. '믿고 보는 배우'라고 하지 않나. 그만큼 믿고 서는 파트너다. 무대에 설 땐 내가 많이 기댄다."
정선아는 자신과 닮은 극 중 배역을 묻는 질문에 단연 '위키드'의 글린다 역을 꼽았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하던 정선아는 이제는 조금 달라졌다고 입을 뗐다.
"한 때는 '내가 글린다야'라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죠. 워낙 블링블링한 걸 좋아하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아이다' 같기도 하고요. '이프/덴'의 엘리자베스 같기도 하고요. 예전에 비하면 좀 더 평범해졌다고 할까요. 연극을 비롯한 다양한 작품의 배역을 만나고 싶어요."
정선아는 이날 취재진에게 손수 준비해 온 떡을 돌렸다. "상 받은 기념인가."라고 묻는 질문에 정선아는 방끗 웃기만 했다. 정선아는 출산 이후 그토록 사랑하는 무대로 돌아올 수 있게 응원해 준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에 대해서 여러 차례 표현했다.
"돌아보면 고마운 것들이 많아요. 이 일은 나 혼자 잘한다고 잘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동료들이 있어야 하고 스태프들이 있어야 하고 관객들도 있어야 하잖아요. 예전에는 내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게 중요했다면, 이제는 그렇지 않아요. 선배님들이 길을 잘 가주고 계시기 때문에 저도 그 뒤를 따라서 열심히 뮤지컬계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어요."
사진제공=오디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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