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9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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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수다] 김준수가 동방신기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한 이유

강경윤 기자 작성 2023.12.15 11:35 수정 2023.12.15 12:12 조회 2,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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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수

[SBS연예뉴스 |강경윤 기자] 아티스트가 한 분야에서만 정상을 차지하기도 어려운 일이다. 그런 면에서 김준수는 남들은 쉬이 얻기 힘든 기록을 남겼다. 동방신기로 데뷔해 한일 가요계를 평정했던 아이돌 가수 시절을 넘어 김준수는 뮤지컬에 도전해 정상급 배우로 성장했다.

100m 거리밖에서 봐도 김준수임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새빨간 헤어스타일을 한 김준수와 만나서 뮤지컬 '드라큘라'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동방신기 시절의 이야기에 대해 나눴다. 올해로 데뷔 20년 차가 된 김준수와는 인터뷰 예정시간인 1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이야깃거리가 많았다.

지난 6일 막을 올린 뮤지컬 '드라큘라'에서 김준수는 2014년 초연부터 올해까지 5번 드라큘라 역을 맡았다. 올해 조금 다른 면이 있다면 김준수의 '사큘' 트레이드 마크이기도 했던 '빨간 머리'와는 안녕을 고해야 하는 시간이라는 것이었다.

김준수

"제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빨간 머리 드라큘라였지만 사실 무지하게 힘들었어요. 최소 일주일에 한 번씩 염색을 해야 했고 조금만 땀이 나도 빨간 물이 줄줄 나고요. 모자를 안 쓰면 돌아다닐 수가 없었어요. 엘리베이터에 타면 제 머리를 보고아이들이 많이 놀라거든요. 이불 빨래도 많이 해야 했고, 일상생활에 영향을 많이 미쳐서. '애초에 안 했어야 했다'란 생각도 많이 들었어요."

빨간 헤어스타일을 감상할 줄만 했지, 그런 고충은 생각도 못해봤다. 생각만 해도 중(重)노동이었겠다 싶다. "이제는 유종의 미를 거두는 마음으로 빨간 머리와의 이별을 공표하는 자리이기도 하다."며 새삼 진지한 모습으로 빨간 머리와의 작별을 고했다.

'드라큘라'는 400년 간 긴 시간 동안 한 여인을 사랑한 드라큘라 백작의 이야기다. 김준수는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드라큘라의 고뇌와 한 여인을 향한 피 끓는 사랑을 온몸으로 표현해야 할 몫을 기대받는다. 김준수는 내리 5연에 출연하며 극에 자신의 감성과 아이디어를 녹여냈다.

김준수

"이번 시즌에 강조하고 싶은 건요. 그동안은 인간이 아닌 걸 표현하고 싶어서 걸음걸이, 제스처, 서툰 표현법, 끓어 오르는 감정, 윽박지르는 모습 그런 것에 집중을 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드라큘라임을 숨기고 인간인 것처럼 행동할 때 좀 더 다정하고 상냥한 면에 집중하고 있어요."

배우가 한 작품을 10년 동안 소화하다 보면 익숙해질 만도 할 텐데 김준수에게 드라큘라라는 작품은 늘 새롭게 표현하고 해석하고 싶은 도전적인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2010년 '모차르트!'를 시작으로 그가 밟아온 끊이지 않았던 필모그래피, 팬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응원, 성취한 커리어 등을 생각하면 김준수가 고민하는 것의 근원이 궁금해졌다.

김준수는 2010년 뮤지컬 '모차르트!'에 대해서 '동아줄'이라고 표현했고, 지금 그에게 있어 뮤지컬은 여전히 '동아줄'이라고 대답했다. '썩은 동아줄이라도 잡고 본다'라는 표현의 동아줄을 말한 것이 맞다면, 김준수는 여전히 아티스트로서의 존재감과 미래에 대해 여전히 가장 무겁게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뮤지컬을 시작할 때 이렇게 될 줄 알고 시작한 건 아니에요. 제가 그때 나갈 수 있는 음악 프로그램이 있었다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 나갔다면 뮤지컬을 했을까요. 대답을 못하겠네요. 뮤지컬 제안이 들어왔을 때 두번정도 거절은 했지만 '황금별' 넘버의 노랫말을 너무 부르고 싶어서 뮤지컬을 시작했는데 그 덕에 사랑을 받았고, 동방신기 팬들도 만날 수 있었고. 또 위로를 받았죠."

김준수는 뮤지컬을 너무나 사랑한다고 고백했다. 그의 확고한 말에는 좌고우면의 틈은 보이지 않았다. "뮤지컬 배우라고 불릴 때 약간 민망했던 적도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좋더라고요. 가수로는 5~6년인데, 뮤지컬로는 이제 13년의 시간을 더 한 거예요. 그때도 동아줄이고, 지금도 동아줄이고요. 달라진 게 없어요. 뮤지컬이 너무 좋고요. 관객으로도 뮤지컬을 보는 게 좋아요."

김준수

김준수에게 "되돌아가고 싶은 시절이 없나."라는 질문이 날아들었다. 간접적으로나마 동방신기 시절부터의 김준수의 여정을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 질문을 듣고 괜히 겸연쩍어졌음을 뒤늦게 고백한다. 행여 '동방신기'라는 말이 김준수에게 나오기 불편할 말은 아닐지 지레 걱정했다. 하지만 김준수는 약간의 고민을 하고는 동방신기 시절을 꼽았다.

"동방신기 때요. 사실 그때는 너무 힘들었는데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가고 싶어요. 그 시절을 만끽하지 못했거든요. 지금 유튜브도 있고, K팝이 세계화가 됐잖아요. 이 시스템이 그대로라면 돌아가고 싶어요. 그 시기에 동방신기는 이룰 수 있는 걸 다 이뤘다고 생각했는데, 만약 이 시스템 그대로 동방신기가 활동하면 어땠을지, 우리 가수들이 글로벌 스타들이 되는 이 시점에."

김준수의 꽤나 진솔함이 묻어난 대답 덕에 인터뷰 동안 나온 질문들도 인상적일 정도로 솔직했다. 가수에서 뮤지컬 배우로, 이제는 배우들이 속한 회사의 대표로서의 김준수의 바람은 무엇일까.

"그렇게 큰 미래를 그리며 어디까지 어떻게 가겠다는 목표는 없어요. 미끄러질 때의 실망감이 얼마나 큰 지도 알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상처를 주지 않는 스타일로 바뀐 것 같아요. 결과론 적이지만, 그렇게 미래를 보지 않고 당장의 것에 몰두하면서 좋은 결과를 얻을 때도 있었거든요. 지금처럼 회사에선 배우분들과 오손도손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지내고 싶어요. 그리고 흘러가되 안주하지 않고 탈 없이 배우와 가수로서 잘 해내고 싶다는 생각을 놓지 않고요."

사진제공=오디컴퍼니

ky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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