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3일(목)

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우영우' 신드롬 이후… 박은빈은 어떻게 완벽한 '디바'가 됐나

강선애 기자 작성 2023.12.11 10:12 수정 2023.12.11 10:14 조회 3,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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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빈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배우 박은빈에게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는 말 그대로 '인생 작품'이다.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변호사 우영우라는 타이틀 롤을 맡아 압도적으로 연기해 낸 박은빈은 '우영우 신드롬'의 거센 열풍을 이끌었다. 이 작품으로 그는 제59회 백상예술대상에서 TV부문 '대상'을 수상했고, 미국 에미상과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 등 해외 시상식에 노미네이트 되는 등 다섯 살 때 아역배우로 데뷔한 이래 배우로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시간을 보냈다.

상상도 못 했던 빛나는 영광 뒤에 남는 건 '다음'에 대한 걱정이다. '우영우'의 대성공은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앞으로 뭘 하든 그 '우영우'와의 비교를 피할 수 없다는 건 마치 독이 든 성배를 마신 것과 같다.

"작년은 제가 살아온 인생에 있어서 가장 스펙터클한 한 해가 아니었나 싶어요. 많이 주목해 주신 만큼 그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겠지만, 그걸 스스로 짊어지기보단 오히려 비워내고 가벼워지고 싶었어요."

부담 대신 비워내고자 했다는 박은빈의 그 '다음'은 또 다른 도전이었다. 그가 새롭게 도전한 분야는 생각지도 못한 '노래'였다. 박은빈은 tvN 드라마 '무인도의 디바'를 차기작으로 정하고, 가창력 좋은 가수로 성장하는 주인공 서목하 캐릭터를 연기했다.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배우가 가수 캐릭터를 연기하는 경우는 종종 있다. 그럼 역할을 수월하게 그려내기 위해 원래 노래 실력이 좋은 뮤지컬 배우나 가수 출신 배우를 캐스팅하기도 하고, 노래 장면은 대역의 힘을 빌리기도 한다. 박은빈이 연기로 인정받기는 했으나, '무인도의 디바' 전까지 그의 노래 실력에 대해서는 대중에게 크게 알려진 바가 없었다. 그래서 그가 노래를 월등히 잘해야 하는 디바 캐릭터를, '우영우' 다음으로 굳이 선택했다는 점은 의아하게 다가왔다. 알고 보니 박은빈이 엄청난 노래 실력을 감추고 있었던 걸까, 궁금하기도 했다.

'무인도의 디바'는 가수 윤란주(김효진 분)의 열혈 팬이자 가수를 꿈꾸던 10대 서목하(박은빈 분)가 무인도에 고립됐다가 15년 만에 구조된 후, 진짜 디바로 성장해 나가는 따뜻한 과정을 그린 드라마다. 서목하를 비롯한 인물들의 좌절과 성장, 그 속에서 피어나는 로맨스와 가족애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이 드라마는 한 편의 '뮤직드라마'이기도 하다. 서목하가 대중의 사랑을 받는 디바가 되기까지, 극 전개와 분위기에 걸맞은 다양한 노래들이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무인도의 디바'의 첫 1, 2회가 공개된 후, 시청자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극 중 서목하가 윤란주를 대신해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서 실제로 박은빈이 부른 노래 '썸데이(Someday)'가 처음 나오는데, 쭉쭉 뻗는 고음과 성량, 풍부한 감성까지 더해진 그의 노래는 웬만한 가수보다도 실력이 나았다. 이래서 박은빈이 '무인도의 디바'를 선택했구나, 단번에 납득이 가는 노래였다.

'무인도의 디바'에서 서목하가 가수가 되기까지 부르는 노래는 무려 11곡인데, 박은빈은 이 모든 걸 직접 불렀다. 11곡이면 웬만한 가수의 '정규 앨범'에 담기는 곡 수에 버금간다. 그래서 그 11곡이 모두 담긴 '무인도의 디바' OST 합본 앨범은 '가수 박은빈'의 앨범이라 불러도 무방하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바이올린을 직접 연주하고, '연모'에서 남장여자 왕 캐릭터, '우영우'에서 자폐스팩트럼 장애를 가진 변호사를 연기하더니, '무인도의 디바'에서는 완벽히 가수가 되어 돌아왔다. 아무리 연기하기 힘든 캐릭터라도 한계 없는 소화력을 보여줬던 박은빈은 이번 가수 캐릭터 도전도 대중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무인도의 디바'는 지난 3일 종영했다. 첫 회 3%대의 다소 낮은 시청률로 시작했던 이 작품은, 꾸준히 시청률이 오르더니 최종 12회는 최고 시청률 9%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우영우' 만큼의 파급력은 아니지만, 박은빈의 연기와 캐릭터 소화력에 대해서는 호평이 쏟아졌다. 무엇보다, 노래하는 박은빈을 앞으로도 계속 보고 싶다는 팬들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무모해 보였던 박은빈의 가수 도전은, 이번에도 보기 좋게 성공했다.

박은빈

▲ '우영우' 다음, '무인도의 디바'를 선택한 이유

박은빈은 '무인도의 디바'의 서목하 캐릭터에서 좋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 거란 기대로, 이 작품을 '우영우' 다음으로 선택했다. 서목하는 15년 동안 홀로 무인도에 고립돼 있었지만 긍정적이고 의연한 성격으로 버텨내고, 다시 세상에 나온 후 소중한 것들을 놓치지 않으며 끝내 꿈을 이뤄내는 캐릭터다.

"목하한테 힘을 얻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 이 작품을 선택했어요. 박은빈이 할 수 없었던 것들, 어려워하는 것들을 목하라면 좋은 에너지로 타파해 줄 수 있겠다 싶은 마음이었어요. 목하가 15년간 무인도에 고립하며 얻은 지혜들을 저도 얻고 싶었고, 목하는 어떤 시간을 보내 지금에 이르렀는지, 과연 디바가 될 수 있을지, 된다면 어떤 디바가 될지, 그런 궁금증 때문에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됐어요."

박은빈은 '우영우' 때 받았던 만큼의 신드롬적 인기를 다시 얻기 쉽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앞으로의 작품을 고르는 데 있어 '우영우'와 비교하지 않고, 소신 있게 자신만의 선택을 하고 싶어 했다.

"'우영우'만큼 흥행이 될까라는 생각은 '무인도의 디바'를 결정할 때도 안 했고 앞으로도 하진 않을 거예요. 그냥 제가 하고 싶었던 것들, 제가 그 당시에 흥미가 가는 것들 중 최선을 찾아보려 하는 거죠. 그런 마음에 충실하게,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던 게 이 '무인도의 디바'였어요. 2022년의 박은빈이 가졌던 '2023년은 목하가 채워줬으면 좋겠다' 하는 목표 하나만큼은, 정말 제대로 꽉 채워서 마무리하는 것 같아 만족하고 있어요."

박은빈은 서목하가 이제는 대중에 잊힌 과거의 디바 윤란주를 응원하며 했던 따뜻한 말들을 좋아했다. 또 15년이 지나도 윤란주나 정기호(채종협 분)에게 변함없는 사랑을 주는 서목하의 단단한 마음에도 큰 위로를 받았다. 박은빈은 그런 관계성에서 대가 없이 진심으로 응원을 보내는 팬들의 사랑을 떠올렸다.

"목하가 란주한테 했던 말들, '하면 된다'라는 마음으로 힘을 주는 말들이 저 개인적으로 많이 와닿았어요. 그래서 목하를 연기하며 저도 힘을 얻었죠. 또 마지막 회에 란주가 목하에 대해 표현했던 내레이션도 제게 위로가 됐어요. '나 아닌 누군가를 온전히 응원하는 건 정말 어려워. 아무 대가 없이 질투 없이 남의 행복을 진심으로 기뻐해 주는 건 더 어렵고. 그게 목하 네가 대단한 이유야'라는 대사예요. 이게 목하가 대단한 이유를 설명해주기도 하고, 실제로 그런 사람들인 팬들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알려주는 것 같았어요. 팬과 스타의 사랑의 세레나데 같다는 느낌도 받았죠. 목하가 란주를 사랑하는 만큼의 우상이 제게 실제 있지는 않았지만, 반대로 그런 사랑을 제가 팬분들한테 느끼고 있어요. 그래서 이 작품을 하며 저의 팬분들 생각이 많이 났죠. 팬들이 보내주는 그런 숭고한 마음, 제가 느끼고 배운 그 마음들을 목하를 통해 잘 표현하고 싶었어요."

박은빈

▲ 노래하는 박은빈, 어떻게 탄생했나

'무인도의 디바' 제작발표회 당시 박은빈은 "100% 제 목소리로 들려드리는 게 시청자분들에게 목하의 감정을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아 가수 데뷔에 준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오랜 시간 노래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그 설명을 듣고서도, 박은빈이 극 전개에 꼭 필요한 노래 한두 곡을 공들여 준비하고, 노래보다는 인물의 성장기와 로맨스에 더 신경 썼을 줄만 알았다. 그때는 몰랐다. 박은빈이 11곡이나 되는 노래를 소화하고, 그 한 곡 한 곡을 가수 뺨치게 불러낼 줄은.

"사실 이 드라마는 '음악드라마'였어요. 처음에 '음악드라마'라고 소개하면 진입장벽이 생길 거 같아서 좀 감췄죠.(웃음) 매 회 제가 부른 OST가 나올 걸 아무도 예측 못 하셨을 거예요. 저희 작품이 노래가 중요하고 제 역할이 노래를 잘하는 역할이라는 걸 알고, 이를 통해 제 목소리를 들려드리겠다고 결심한 순간부터, 제 노래가 시청자분들의 몰입을 깨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어요. 소박한 듯 보이지만, 매우 큰 결심이었죠."

시청자가 '무인도의 디바'를 보며 '노래 잘하는 서목하'로 몰입할 수 있게끔 하기 위해, 박은빈에게는 피나는 연습의 과정이 뒤따랐다. 물론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많이 힘들었죠. 그래도 다행히 제가 뭔가 이런 걸 배울 때 스스로 자기효능감을 가지고 있는 게 '습득력이 좀 빠르다'는 거예요. 어떻게 해야 가장 빠른 길로 갈 수 있을지 알고, 빠르게 습득하는 편이죠. 하지만 음악이란 건, 단기간에 좋아지기가 참 어렵더라고요. '다시 돌아가도 이 이상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최선을 다했어요. 절 도와주신 음악팀도 최선을 다했고요."

박은빈은 지난 1월 중순부터 하루 3시간씩 약 6개월 동안 레슨을 받았다. 노래 발성, 기타 연주 등을 차근차근 배워 나갔고, 7월 말부터는 녹음실에서 작곡가들과 함께 노래를 녹음하며 빠르게 실력을 쌓았다. 녹음은 짧으면 4시간, 길게는 10시간씩 진행하며 곡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애썼다. 그런 특훈 속에서 '디바 서목하'가 탄생할 수 있었다. 노력과 공들인 시간이, 실제 가수에 버금간다.

"가수는 재능이 있는 사람이 발을 들이는 영역이잖아요. 전 연기자라서 연기의 영역으로 잘 해내야 하다 보니, 어려웠어요. 실제 가수들도 이런 대단한 노력을 해서 데뷔했겠구나, 많이 느꼈어요. 고단한 과정이었지만, 하기로 했으니 제 결정에 책임을 다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했어요."

박은빈

▲ 거듭된 도전? 그저 피로감 주지 않으려 노력했을 뿐

'스토브리그',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연모',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번 '무인도의 디바'까지, 최근 몇 년간 박은빈이 주연으로 활약한 작품들은 모두 성공했는데, 하나같이 연기하기 어렵고 많은 준비가 필요한 캐릭터들을 소화했다. 박은빈이 이런 힘든 도전에 끌리는 이유는 뭘까.

"도전을 하고 싶어서 하는 건 아니에요. '도전의 아이콘'이 되고 싶은 생각도 전혀 없고요. 근래에 도전한 것들의 결과론적인 것 때문에 '열심히 노력했구나' 알아봐 주셔서 감사하긴 한데, 저의 노력들을 꼭 알아주지 않아도 돼요. 배우로서 제가 지향하는 바는 '피로감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지 않다'는 거예요. 전 배우로서 맡은 바 소임을 잘하고 싶을 뿐이고, 시청자분들은 그렇게 완성된 작품을 재밌게 소비해 주시면 저에게 가장 자연스럽고 괜찮은 보상이 되는 거 같아요. 전 도전에 취미가 있는 게 아니고, 안정적인 걸 좋아해요. 개인적으로 제가 하기에 불가능해 보이는 것에 도전하지 않았고 '해볼 만하다', '할 수 있을 거 같다' 생각하는 것에만 출사표를 던져 왔던 거예요. 제 선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구별해서 하는 거죠."

다섯 살에 데뷔한 박은빈은 연기 경력 27년의 베테랑 배우다. 그 오랜 세월 축적된 경험과 생각은 그를 또래보다 더 어른스럽게 만들었다. '무인도의 디바'가 나름 호성적을 거뒀지만, '우영우'의 대성공과 과도하게 비교당하는 부담스러운 시선에 박은빈은 이런 혜안을 갖고 있었다.

"제가 오래 산 건 아니지만, 그간의 일들을 겪으면서 보니 과도한 부담감은 저한테 독이 됐으면 됐지, 결코 나아지는 길로 이끌지는 않더라고요. 저의 책임감을 고취시키는 정도의 부담감은 갖되, 그 이상은 제가 못 버텨내요. 그렇게 제가 채울 수 없는 부분들은 남을 믿으면서 채우는 거 같아요. '우영우'라는 비교군이 생긴다는 건, 그만큼 '인생작'으로 평가해 주시는 거니 기뻐요. 하지만 제 인생은 앞으로 계속 나아갈 거잖아요? 제가 생각하는 옳은 방향으로 가다 보면, 또 새로운 인생작품을 언젠가 또 이룰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 생각을 이번에 목하를 하며 배웠어요."

박은빈은 인생을 연기를 통해 배우고 있다. 그동안 만났던 수많은 캐릭터들의 성장을 연기하며, 자신도 돌아보고 같이 성장하는 과정들을 수없이 거쳐왔다. 배우라는 직업이 여러 인생을 경험할 수 있고 그로 인해 자신도 성장할 수 있어 매력적이라는 이야기는 인터뷰를 하다 보면 배우들에게서 흔히 듣는 말이다. 그런데 박은빈처럼 진정성이 느껴진 대답은 처음이었다. 박은빈은 다섯 살 때부터 정말 그렇게 살아왔고, 최근까지도 연기한 캐릭터들처럼 계속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니까. 그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배우로서 다섯 살 때부터 공백 없이 해왔다는 자부심이 있는데, 지난 27년 동안 매번 다른 작품과 다른 캐릭터들을 만나면서 성장하고 그렇게 완성되어 가는 게 제 인생 같아요. 이번 목하를 만났을 때도 그렇고, 수많은 작품들을 만나면서 계속해서 제가 채워지는 느낌이에요. 앞으로도 많은 작품과 역할을 만나며, 저의 어떤 부분을 채울 수 있을지 기대감을 갖고 있어요. 그렇게 새로운 즐거움을 발견하며, 절 채워나가고 싶어요. 인간 군상이 얼마나 다양해요. 아직 제가 못 보여드린 모습들이 너무 많으니, 그걸 찾아나갈 생각이에요. 배우로서 스스로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타성에 젖지 않도록, 저도 재미있고 흥미로운 모습들을 찾아 나가고 싶어요."

박은빈

[사진제공=나무엑터스, tvN]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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