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3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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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무 찐리뷰]예수처럼 십자가에 못 박힌 변사체…이 엽기적 죽음이 '단독 자살'인 이유

강선애 기자 작성 2023.06.23 11:10 수정 2023.06.23 11:36 조회 15,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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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무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역사 속 '그날'의 이야기를, '장트리오' 장현성-장성규-장도연이 들려주는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 본방송을 놓친 분들을 위해, 혹은 방송을 봤지만 다시 그 내용을 곱씹고 싶은 분들을 위해 SBS연예뉴스가 한 방에 정리해 드립니다.

이번에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그날'의 이야기는, 지난 22일 방송된 '산골짜기 미스터리 십자가' 편입니다. 이야기 친구로는 그룹 더보이즈 멤버 현재, 배우 오나라, 정만식이 출연했습니다.(리뷰는 '꼬꼬무'의 특성에 맞게, 반말 모드로 진행됩니다.)

▲ 둔덕산 꼭대기에서 철사에 묶인 시체가 나왔다

때는 2011년 5월, 경상북도 문경. 지방의 한 유력 일간지에서 일하는 고도현 기자는 그 날이 바로 어제 일처럼 너무 생생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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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문경 경찰 출입을 2002년부터 하고 있었거든요. 아는 지인한테 전화가 왔어요. 굉장히 충격적이었죠."
-고도현, 매일신문 기자

고 기자는 지인에게 '둔덕산 산꼭대기에서 철사로 꽁꽁 묶인 시체가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둔덕산은 문경에서도 외진 곳에 있는 산이야. 그런 곳에서 철사로 묶인 시체라니. 고 기자는 이걸 100% 살인사건이라 생각하고 바로 문경경찰서에 전화를 걸어 확인했어. 근데 형사의 반응이 좀 묘해.

"'살인사건이 났는데 그 시신을 꽁꽁 묶어 놨다는 이런 얘기가 들리는데 어떻게 된 거냐?' 이러니까. 통상적으로 물어보면 (형사가) 알려주거든요. 근데 이 사건은 이상하게 저한테 부탁을 오히려 하더라고요. '하루만 시간을 달라'고. 말이 쉽게 안 나오고 '여러가지 가능성을 두고 수사하고 있다' 그러더라고요."
-고도현 기자

보통은 피해자 성별이나 나이, 대략적인 사건 내용을 얘기해주는데, 이상하게 이번엔 형사가 말만 뱅뱅 돌리고 오히려 '하루만 시간을 달라'고 사정을 해. 대체 무슨 사건이길래 이러나 궁금했지만, 고 기자는 기다렸어. 그런데 다음날, 날이 저물었는데도 아무 소식이 없어. 참다 못한 고 기자는 바로 경찰서로 달려갔어.

경찰서 분위기는 평소랑 달랐어. 형사들이 분주해 보이고, 가만 보니 여기 문경경찰서 경찰들만 있는게 아니라 경북경찰청에서도 형사들이 급파됐어. 무슨 대형 사건이길래 이 난리가 났을까. 고 기자는 친한 형사한테 다가가 뭔지 말해 달라고 부탁했어. 잠시 난감한 표정을 짓던 형사는 고 기자를 구석으로 끌고갔고, 사진 한 장을 보여줬어. 그 사진을 본 고 기자는 갑자기 목 뒤에 한기가 쫙, 머리가 쭈뼛 서는 느낌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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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시신 발견된 사진이란 느낌이 안 들고, 영화의 한 장면을 이 사건에 참고하라고 보여주는 줄 알았죠. 근데 이게 현장 사진이라는 거예요.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좀 희귀하고 해괴한 사건이다…"
-고도현 기자

고 기자가 접한 이 해괴한 사건. 지금부터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 왜'의 '육하원칙'으로 이 사건을 설명해줄게.

▲ 마치 예수처럼, 십자가에 못 박힌 시신

첫번째 '언제'. 시신이 발견된 날짜는 2011년 5월 1일이야. 하지만 사망 일시는 알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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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어디서'. 이 사건은 이 '어디서'가 굉장히 중요해. 시신이 발견된 곳은 해발 980m의 높고 가파르기로 유명한 둔덕산인데, 둔덕산에서도 아주 특별한 장소야. 산속에 위치한 특이한 암석 지형. 주민들은 이 고개를, '고모치' '고모재'라고 불러. 여기가 예전엔 돌광산이고 채석장이었대. 근데 채석장은 90년대 말에 문을 닫았고, 그 후로 10년 넘게 인적이 끊긴 곳이야. 이 폐채석장에서 변사체가 발견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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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무엇을'. 채석장 산꼭대기에는 큰 십자가가 있었어. 그리고 시신은 중년 남성으로, 발견 당시 속옷 하나만 걸친 채 십자가에 매달려 있었어. 마치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의 마지막 모습과 흡사했어. 현장에서 대못이 발견됐고, 시신의 양손과 양발에 진짜 못이 박혀 있었어. 오른쪽 배에는 흉기에 찔려 피를 흘린 흔적도 있어. 이 처참한 시신이, 채석장 한 가운데에 있었던 거야. 마치 전시라도 해놓은 듯이.

누가 이런 짓을 저지른 걸까? 경찰 입장에서도 이건 전대미문 사건이야. 문경경찰서는 경찰청 강력계, 과학수사대도 총출동했어. 당시 경찰 말고 이 사건 현장을 가까이에서 살펴본 분 사람, 검안의로 참석했던 이상일 원장의 이야기를 들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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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의 원인을 일차적으로 의사를 통해서 밝힌 후에 장례를 치르게 하는 그런 절차를 법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십자가 사건은 아직도 뚜렷이 기억하고, 앞으로도 없을 사건이었습니다."
-이상일, 당시 검안의

당시 이상일 원장은 경찰에게 긴급 호출을 받고 채석장으로 올라갔어. 채석장으로 올라가는 길부터가 생고생이었대. 이틀내내 큰 비가 와서 길은 엉망이고 도로까지 유실됐어. 결국, 한시간을 등산한 후에야 채석장에 도착했어. 그렇게 도착한 현장에서 이 원장은특이한 인상을 받았대. 마치 '잘 짜여진 화려한 각본 같다'는 것. 화려하고 정교하게 꾸며진 느낌이었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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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흰색 SUV 차량. 시신이 발견됐을 때부터 근처에 주차돼 있던 이 차량 안에서는 이불, 삽, 망치가 발견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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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조금 더 올라가니, 텐트가 덩그러니 놓여있어. 이 텐트 안에서는 전동드릴, 톱, 15cm 대못들이 발견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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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텐트에서 약 50m 거리에 십자가가 있었어. 근데, 십자가가 한 개가 아니야. 시신이 있던 가운데 십자가를 포함해 총 3개였어.

시신이 있던 가운데 십자가는 높이 187cm에 가로는 180cm, 땅 속으로는 30cm 정도 박혀 있었어. 그리고 십자가 앞으로는 피묻은 칼, 드릴, 각종 공구들이 흩어져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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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는 특이한 증거품들이 있었어. 청테이프로 감아놓은 줄. 외국어로 쓰인 글귀. 가시나무를 둥그렇게 말아 왕관처럼 만든 면류관. 이 면류관은 시신 머리에 씌어 있었어. 그리고 마지막 증거품, 용도를 알 수 없는 거울이 매달려 있었어.

성경에 예수의 죽음을 설명한 대로였어. 로마 병사들이 예수를 채찍으로 때리고, 예수의 머리에 '유대인의 왕'을 조롱하기 위해 씌웠다는 가시 면류관. 골고다 언덕에서 예수를 십자가 위에 눕히고 손과 발에 큰 못을 박은 후 십자가를 세웠다는 그 성경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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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나온 외국어 문구는 '예수스 나자레누스 렉스 유다이오룸(나자렛 예수, 유대의 왕)'이라고, 예수를 조롱하려 십자가에 써 붙인 문구야. 그리고 시신의 복부에서 발견된 흉기에 찔린 자상은, 예수를 십자가에 매단 후에 병사들이 창으로 배를 찔렀다는 이야기와 일치해. 성경에 묘사된 예수의 죽음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거야. 도대체 누가 왜 이런 일을 저지른 걸까?

수십 수백건의 변사사건을 다룬 이 원장도 이런 기괴한 현장은 처음이야. 의문점은 한둘이 아닌데, 먼저 사망의 원인부터 파악했어. 이 원장이 시신에 가까이 다가가 보는데, 뭔가를 발견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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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에는 못이 박혀 있고, 양손은 십자가에 걸려있고. 못으로 박은 걸로는 그게 사인으로 이야기를 못하고. 오른쪽에 있는 간 쪽에 있는 상처가 과다출혈로 인해서 사망을 했을 것인가. 목에는 줄이 감겨 있고 땡볕에서 감행했다면, 서서히 목이 내려가면서 목이 졸려서 질식했을 것이라고. 제가 그 당시에 조심스럽게 추측했습니다."
-이상일, 당시 검안의

처음에는 복부 자상 때문에 과다출혈 아닌가 의심했어. 그런데, 목에 있는 노끈을 발견한 거야. 그게 남자의 기도를 압박하고 있었어. 이 원장은 십자가에 매달린 후에 목이 졸려 사망한 게 아닐까 추측했어. 사망한 후에 십자가에 묶인 게 아니라, 산 채로 십자가에 묶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거야. 검안 후에 시신은 국과수로 넘겨졌고, 경찰은 현장에 남아있는 단서들을 추적했어.

▲ 변사자의 정체와 수상한 목격자

네번째 '누구'. 현장에 있던 흰색 차량을 조회해 봤더니, 경남 창원에 사는 김 씨 소유야. 김 씨 가족에게 연락했더니, 가족들도 김 씨와 몇 주 전에 연락이 끊겼대. 확인 결과, 차주인 김 씨가 바로 그 변사자였어. 창원에서 일하던 58세의 택시 기사야. 아내와 10년 전에 이혼했지만 자녀들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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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에게 김 씨가 문경에 연고가 있냐고 물으니, 창원에 쭉 살아서 문경에는 연고가 없대. 김 씨가 왜 문경에서 사망했는지 가족들도 영문을 몰라. 2011년 당시 택시기사 김 씨의 지인들을 만나 봤어.

"이 사람, 법 없이도 살 사람같이 그렇게 느껴지던데."
"사람이 상당히 인상도 좋고 예의도 바르고."
"대담한 성격이 아니에요. 좀 여리고 온순한 사람이에요."
-김 씨 택시 회사 동료들

동료들은 김 씨가 믿는 종교가 없어 보였다고 했어. 혹여 종교가 있다면, 불교일 거라 생각했어. 김 씨가 동료에게 선물한 음악에 불교 음악도 담겨 있었거든. 그런 김 씨가 십자가와 무슨 관련인지 모르겠다는 거야. 김 씨의 죽은은 파면 팔수록 의문 투성이야.

그럼 이 사건의 목격자, 최초 신고자는 누구일까? 문경 십자가 사건이 역대급 미스터리가 된 건, 목격된 상황도 어딘가 묘한 느낌이기 때문이야. 시신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세 명의 남자야. 부자(父子) 관계인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또 다른 남자 주 씨야. 이 세 사람은 이날 처음 만난 사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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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직업은 양봉업자야. 이 양봉부자는 이 지역 주민이 아니야. 당시 전국적으로 꿀벌 전염병이 돌면서 양봉장이 초토화 되는 바람에, 어디 안전하게 벌칠 곳 없을까 찾던 부자는 전북 무주, 장수를 거쳐, 경북 문경까지 오게 됐어. 양봉부자는 그 중에서도 둔덕산을 점 찍었고, 이 마을에서 양봉하는 사람을 수소문했어. 동네에 벌 치시는 사람이 있으면, 상도의상 허락도 받고 조언도 구해야 하니까. 그렇게 찾아간 사람이 바로 주 씨야. 주 씨도 양봉업자였거든.

양봉부자는 주 씨에게 근처에서 양봉할 만한 곳이 있는지 물었어. 양봉부자의 부탁을 받고 주 씨가 떠올린 곳이 바로, 이 둔덕산 채석장이었어. 주 씨가 한 번 가보자며 부자를 이끌었고, 그래서 세 사람이 같이 그 채석장을 가게 된 거야.

둔덕산 비포장 길을 달려 올라가다 보니 찻길이 끝났어. 거기가 바로 흰색 SUV가 발견된 부근이야. 양봉부자 중 아버지는 차에 남고, 아들과 주 씨는 채석장 쪽으로 걸어 올라 갔어. 그러다 저 멀리, 기이한 뭔가를 발견한 거야. 아들이 처음 봤을 땐 십자가에 마네킹을 달아놨다고 생각했어. 조금씩 다가가는데, 뭔가 이상해. 그때 주 씨가 말했어. "저거 사람 아니냐"고.

"마네킹이구나 이렇게 생각을 한 거죠. 근데 주 씨는 조금 의심을 하더라고. '사람 아니냐 나는 사람 같다' 저는 '누가 사람을 갖다 저렇게 하냐. 말도 안 되는 소리 아니냐. 마네킹이다 마네킹' 했어요. 근데 주 씨는 아닌 거 같다고 그래서, 그러면 가보자고. 그래서 점점 더 들어갈수록 '마네킹하고 사람이 저렇게 똑같나?' 근데 가까이 가보니까 진짜 사람이니까…"
-최초 목격자, 양봉부자 아들

십자가 시신도 충격인데, 옆에 있는 텐트에서 누가 확 튀어나올 것은 두려움에 혼비백산 하고 거기서 뛰어나왔어. 112에 전화를 걸려고 했는데 휴대폰마저 안 터져. 너무 겁이 나서 온몸이 떨리고, 한시라도 빨리 거기서 내려가고 싶어. 세 사람은 곧장 마을 아래로 내려가 파출소에 가서 신고했어. 그때가 저녁 7시경이었어. 양봉부자는 간단한 조사를 받고 문경을 떠났어. 앙봉부자는 너무 무서워서 뒤도 돌아보기 싫었대. 채석장으로 경찰들을 안내한 건 주 씨야. 그런데 수사가 진행되며 좀 특이한 상황들이 일어나기 시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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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한 인터넷 카페에 이 사건이 상세하게 기록된 글이 올라왔어. 작성자 이름은 '시해선'. 바로 목격자 주 씨의 닉네임이야. 주 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에 직접 쓴 거야. 목격자가 사진도 찍고, 직접 글을 올리고, 남의 죽음의 감상평을 쓴다는 게, 일반적이지는 않지. 주 씨는 사건 당일부터 며칠에 걸쳐, 자신의 목격담과 시신 사진을 공개적으로 인터넷에 올리기 시작했어. 양봉부자는 떠올리는 것조차 공포였다는데, 주 씨는 십자가 시신을 꽤 유심히 관찰한 거 같아.

'아 그대는 왜 이러한 모습인가? 다 부패하고 타락한 이 세상의 모든 죄를 다시 한 번 짊어지고 싶었는가? 2000년 전, 그리스도였던 예수의 죽음의 고통을 몸소 체험해 보고 싶었는가?'
-주 씨가 인터넷에 올린 글 中

게다가, 또 묘한 사실이 확인됐어. 경찰이 변사자 신분을 확인하려 차량 조회할 때, 목격자 주 씨도 파출소에 있었거든? 그런데, 경찰과 유가족의 통화 내용을 듣고 있던 주 씨가 이런 말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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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택시기사라고 하셨나요? 그 사람, 내가 아는 사람 같은데."

그날 우연히 발견한 시신이, 자기가 아는 사람 같다는 거야. 주 씨의 설명은 이래.

"택시기사에 창원 사람이라고 하니까. 나를 만나러 왔던 김OO 홈 회원이 떠올랐다. 그곳에서 컴퓨터를 열어서 회원 등록을 검색하는 사이에 사진이 전송된 것을 보니까 그 사람이 맞았다. 2008년 가을쯤인가 한번 방문하겠다고 전화가 와서. 왔기에 며칠 계실 것인가 물었다. 몇시간 있다가 갈 것이라고 해서, 거실에 앉아 다과를 하며 대화를 나누었다."
-주 씨가 인터넷에 올린 글 中

사망한 김 씨가 공교롭게도, 주 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의 회원이었다는 거야. 2008년 4월에 가입하고, 주 씨를 만나러 이 동네에 온 적이 있대. 김 씨는 문경에 연고가 없던 게 아니었던 거야. 그럼 두 사람, 도대체 무슨 사이일까? 그리고 목격자 주 씨는 이 사건과 무슨 관련이 있는 걸까?

▲ 죽기 전 김 씨의 행적들

경찰은 십자가를 만든 나무를 판 목재소를 찾았어. 시신이 발견되기 17일 전, 경남 김해에 있는 한 목재소에서 수상한 목재를 산 남자가 있었어.

"직접 자르신다고 말씀을 하시면서 그냥 가져가시려고 하시더라고요. 단단한 나무가 있고 조금 덜 단단한 나무가 있다고 말씀드렸거든요. (그 나무는) 나무에 못을 안 박아본 분들도 충분히 박을 수 있는 나무입니다."
-당시 목재상 주인

확인 결과, 범행에 쓰인 목재와 일치해. 특별히 못이 잘 박히는 나무를 골랐다는 남자. 다행히 목재소 직원은 그 남자의 얼굴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어. 직원이 기억하는 얼굴은 바로, 이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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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한 김 씨였어.

사건 발생 8일 후. 경찰은 십자가 시신 사건을 숨진 김 씨의 단독 자살로 잠정 결론을 내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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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사 사건을 자살, 자살 방조, 타살 등 변사 현장 상황분석과 과학적인 기법으로 수사를 현재까지 하고 왔으나 현재까지 타살 가능성은 희박하고 자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되며, 자살 관여자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는 그런 상황입니다."
-김용태, 당시 문경경찰서 수사과장

이 사건은 김 씨가 본인 스스로 십자가에 못 박혔다는 거야. 경찰은 무슨 근거로 자살이라 판단했을까? 사망 전 김 씨의 행적을 살펴볼게.

4월 초 김 씨는 창원에서 운영하던 개인택시를 팔고, 혼자 살고 있던 집도 정리했대. 그리고 한 자동차 매장에 나타나 '짐이 많이 들어가는 차'를 사고 싶다고 했어. 그게 바로 사건 현장에 있던 흰색 SUV야. 그렇게 김 씨는 2500만원을 주고 새 차를 계약했어.

보통 새 차를 사면, 공장에서 집 앞으로 탁송을 해주잖아? 근데 김 씨는 그 차를 다른 사람이 운전하면 안되고, 꼭 자기가 첫번째로 운전대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어. 그래서 차를 가지러 직접 공장으로 갔대. 김 씨는 친동생과 같이 경기도 평택 출고장까지 직접 찾아갔어. 거기서도 좀 이상한 행동을 했어. 차량이 딱 나오니까 동생한테 수건을 내밀더니, 그걸 운전석에 깔아달라고 부탁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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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영문을 몰랐지만 그 수건을 운전석에 깔아줬고, 김 씨는 그제서야 운전석에 올랐대. 김 씨의 이런 행동들은 뭔가 자기만의 의식처럼 보였어.

김 씨가 차량을 구매한 후, 4월 8일. 이번엔 텐트를 하나 구매했어. 그리고 그 다음날인 9일에 문경으로 온 거야. 5일간 여관에 투숙하며 여기저기 뭔가를 사러 다닌 게 확인됐어. 목재상에서 나무를 구입한 게 4월 13일이야. CCTV에 잡힌 김 씨는 내내 혼자였어. 그리고 4월 14일, 김 씨는 슈퍼에서 약 일주일치 식품을 구입하고, 통신사 대리점을 방문해서 자기 명의로 된 휴대폰을 해지했어. 그리고 마지막으로 들린 곳이 우체국이야. 김씨는 우체국에서 예금계좌를 해지하고 전액 인출했어. 900만원은 형제 앞으로 송금하고, 자투리로 남은 8만원과 주머니에 있는 모든 동전까지 탈탈 털어 불우이웃 돕기 성금함에 넣었대. 그게 CCTV에 찍힌, 김 씨의 마지막 모습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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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봐도, 신변을 정리하는 사람처럼 보이지. 그리고 경찰이 가장 결정적으로 본건 이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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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와 필요한 부품까지 적어놓은, 십자가 설계도. 그리고 못을 박을 순서와 시간까지 적은 실행 계획서. 이 메모를 경찰이 유족들에게 보여줬더니, 아버지 글씨가 맞는 거 같대. 국과수 필적 감정에서도 김 씨의 필체로 확인됐어. 경찰은 김 씨 혼자 사전 준비를 하고 이 계획서대로 십자가 죽음을 결행했다고 봤어.

▲ 혼자 십자가에 못 박히는 게 가능한가

혼자서 십자가에 못 박혀 죽는게 가능할까? 양 손에 각각 못을 어떻게 박아? 사람들은 이 엽기적인 사건이 자살이라는 경찰의 발표를 믿지 않았어.

"어느 정도 공감이 되어야 하는데. 이제 말이 안 된다고 판단됐기 때문에 '경찰이 자살로 결론지으려 한다' 그런 방향으로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기자들도."
-고도현 기자, 매일신문

경찰도 아주 곤혹스러워. 그래서 국과수와 함께 사상 초유의 실험을 하게 돼. 김 씨가 '어떻게' 죽었는 지를 보여 주겠다는 거야. 스스로 십자가에 못 박히는 게 가능한지.

국과수가 시연한 바에 의하면, 김 씨는 먼저 오른발에 못을 박고 왼발에 못을 박았어. 손이 자유로우니 두 발에 못을 박는 건 가능했어. 그럼 손은 어떻게 자기가 못을 박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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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이 사건을 이상하게 바라보시는 게, 손을 어떻게 자기가 못으로 박을 수 있느냐 그 부분이잖아요. 이 분은 사실 손에 박은 못의 형태나 상황을 보면, 못을 미리 박아 놓고 손에 구멍을 뚫고 손을 끼운 것으로 저희가 판단하고 있는데…"
-김민정 법의관, 국립과학수사연구원(당시 2011년 인터뷰)

국과수는 혼자서도 가능하다는 걸 증명했어. 현장에서 발견된 증거품들이 핵심 열쇠였어. 먼저 노끈. 허리와 목에 노끈 매듭을 보니, 모두 앞쪽을 향해 있어. 김 씨가 십자가에 몸을 기댄 후 스스로 묶었다는 거야. 두번째, 드릴과 못. 양 발을 못으로 박은 후, 손에 박힌 못을 보면 못에 못머리가 없어. 십자가에 못머리 없는 못을 미리 박아두고, 드릴로 손에 구멍을 낸 후 끼워 넣었다는 거지. 그리고 세번째 거울. 거울이 비추는 방향이, 죽은 남자 쪽을 향하고 있어. 이 복잡한 과정을 모두 혼자 하다 보니, 자신의 눈이 되어줄 거울이 필요했다는 거야. 몸을 고정한 뒤 거울을 보고 복부를 찌르고, 출혈이 계속되면서 몸이 처져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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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실험에서도 명쾌하게 설명되니 않는 '어떻게'가 있어. 바로 고통. 사람이 이 통증을 어떻게 견디냐는 거지. 그럼 혹시 술이나 약물에 취해 있었나? 부검에서는 알코올, 약물이 검출되지 않았어.

또 하나의 의문점. 김 씨는 이 복잡한 과정을 어떻게 생각해 냈을까? 이번에 '꼬꼬무'가 취재하다가, 놀라운 사실을 하나 발견했어. 십자가에 못 박히는 사람들이, 해외에는 사례가 좀 있었어. 필리핀에는 관련 행사까지 있었어.

필리핀 앙헬레스 지역에서 여는 채찍 순례자 행진은, 부활절을 맞아 예수의 고난을 체험하며 죄를 씻는다는 의미의 행사야. 참가자들은 자기 몸을 도구로 때려 피를 철철 흘려. 참회의 마음으로 예수의 죽음을 체험하는 참여자들. 실제로 손, 발에 못을 박고 한동안 십자가에 매달려 있기도 해. 행사가 끝나면 참가자는 바로 병원으로 이송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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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예수 역할을 합니다. 제가 가운데 있고 나머지는 옆에 있습니다. 손 중간에 못을 박습니다. 발은 끝 부분에 박습니다. 정말 아픕니다. 못이 박힌 후 두 손이 마비되고 발과 손 둘 다 못 박히기 때문에 발도 아팠습니다. 회복하는데 한달이 걸립니다."
-올렌도 발란틴, 십자가 행사 7년째 참가

필리핀은 가톨릭 국가야. 부활절 주간에 일부 지역에서 이런 행사를 해. 사실 종교계에선 논란이 많아. 예수 그리스도와 십자가의 의미를 가학적으로 잘못 해석하는 거라고. 십자가형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사례비를 받긴 한대. 근데 큰 금액은 아니야. 본인의 일주일치 일당 정도라고 해.

그런데 필리핀 부활절 행사와, 문경 사건. 이 둘 사이에는 흥미로운 공통점이 하나 있어. 문경 사건에서 본 것 중에, 필리핀 십자가형과 비슷한 게 있어. 바로 십자가에 양팔을 고정하는 방식과, 하얀 천이야. 필리핀의 이 행사는 국내 방송에서 소개된 적이 있어. 그 방송 날짜는 2008년 3월 25일. 문경 사건이 벌어지기 3년 전이야. 혹시 김 씨는 이 방송을 보고 모방한 건 아닐까?

▲ 알고보면 소름 돋는 치밀함

육하원칙 중 마지막 남은 질문, '왜'. 김 씨는 왜 십자가에 못 박혔을까?

필리핀 사람들은 신앙심, 회개하는 마음, 신에 대한 믿음과 참회, 그리고 가족의 행복을 위해 이런 십자가형을 진행해. 근데 김 씨는 왜?

지인들은 김 씨가 종교가 없거나, 있으면 불교 쪽일 거라고 했잖아? 그런데 알고보니, 그게 아니었어. 가족들의 증언에 따르면, 김 씨는 종교에 굉장히 심취해 있었어. 서로 떨어져 산 이유도, 종교 때문이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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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특정 종교에 빠지는 건데 예수를 믿는다고 하더라고. 집안 제사도 안 지내러 오고 뭐 전화번호를 전혀 모르니까."
-김 씨 가족, 2011년 당시 인터뷰 중

김 씨는 형제들한테 '부활, 영생, 유체 이탈, 재림 예수' 같은 말들을 자주 했대. 김 씨가 어느 교회를 다녔는지 아는 사람이 없어. 혼자 주로 성경 공부를 많이 하고, 천국 이야기를 많이 하고 그랬대.

문경 십자가 사건은 성경의 기록과 비슷하다고 했지? 근데 더 깊게 들어가면, 소름 돋는게 한 두개가 아냐. 첫번째는 날짜야. 김 씨의 정확한 사망 날짜는 알 수 없어. 하지만 김 씨가 산으로 들어간 게 4월 14일 이후이고, 시신 발견이 5월 1일이니까 그 사이 죽었을 거야. 이 시기에는 부활절이 있어. 2011년의 부활절은, 4월 24일이었어.

그리고 현장에 십자가가 3개 있었잖아? 성경을 보면, 예수가 못 박힐 때 양쪽에 두 명의 강도가 함께 십자가형을 받았어. 그리고, 새 차를 뽑고 동생에게 운전석에 수건을 깔아 달라고 했던 행동. 그 행동의 의미를 찾은 분이 있어.

꼬꼬무

"예수님이 예루살렘에서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기 전에 그곳을 찾아가시 거든요. 말하자면 본인을 죽이고자 하는 적대적인 사람들이 몰려있는 곳으로 가시는 거죠. 그러면서 그 가는 중 길가에 매여있는 나귀를 타십니다. 아무도 탄 적이 없었던. 우리야 교통수단이 자동차지만, 이 당시의 교통수단은 나귀니까."
-탁지일, 부산장신대학교 신학과 교수

수건도 성경을 참고한 거야. 제자들이 겉옷을 깔아준 걸 그대로 재현하려고, 동생에게 시킨 거지.

"그것을 예수께 끌고 와서 자기들의 겉옷을 나귀 새끼 위에 걸쳐 놓고 예수를 태우니"
-누가복음 19장 35절

김씨는 스스로를 예수라고 생각했던 걸까? 자신이 예수라고 생각하고 이 모든 걸 기획했다면, 이 화려하고 치밀한 각본의 끝은 뭘까? 정말 '부활'일까. 성경에는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막혀 죽은 후 3일째 되는 날 부활했다고 나오잖아? 성경에는 예수의 부활을 목격한 사람들이 있었어. 채석장도 골고다 언덕과 비슷한 곳을 찾았고. 이 모든 걸 치밀하게 준비했다면, 자신의 부활을 확인해줄 사람은, 계획에 없었을까?

이 쯤에서 떠오르는 사람들, 채석장의 목격자들. 놀랍게도 채석장의 목격자들도, 예수의 부활을 목격한 사람들처럼, 3명이야. 이건 우연이라 치면, 우리가 주목할 사람은 사망한 김 씨와 아는 사이였던 주 씨. 양봉부자를 채석장으로 안내하고 현장 사진을 직접 찍었던 그 주 씨. 알고보니 주 씨가 김 씨를 만난 그 인터넷 카페는 종교와 관련된 곳이었어. 주 씨 역시 깊은 신앙심을 가진 사람이야.

▲ 목격자 주 씨의 정체

문경 사건은 당시 많은 종교계에서 관심을 받았어. 한 기독교 언론사에서 주 씨에 대해 취재했는데,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주 씨를 직접 취재한 기자의 이야기를 들어볼게.

꼬꼬무

"저희끼린 그래요. '정상적 교회와 정상적 신앙 안에서 벌어진 일이 아닐 거다' 취재해보자. 그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썼던 이름이 '시해선'이에요. 그 이름을 딱 봤을 때 제가 떠오른 사람이 있었어요. 만민중앙교회에 1999년도에 대거 이탈한 사건이 있었어요. 신도들이 이 목사를 교주로 믿고 따르다가 탈퇴를 하고 세운 교회 이름이 뭐였냐면 '시해선' 교회였어요."
-정윤석, 기독교 포털 뉴스 대표 기자

사실, 주 씨는 전직 목사였어.

"만민중앙교회 출신 교역자가 첫 목격자라고 해서, 솔직히 저의 개인적인 심정으론 '목격자에서 그칠까? 혹시 그 십자가 사건과 직접적 관계된 건 없을까?' 이런 개인적인 궁금함들은 좀 있었습니다."
-정윤석, 기독교 포털 뉴스 대표 기자

정 기자는, 주 씨와 나눈 인터뷰와 카페 글들을 분석해 봤는데, 주 씨와 숨진 김씨의 신앙에 공통점이 있다고 했어.

꼬꼬무

"특이했던 내용들이 정통 기독교에서 가르치지 않은 내용들이 다수 나왔다는 거거든요. 환생을 이야기한다는 것, 사람이 신앙적 높은 단계에 이르면, 그리스도가 된다, 나아가서 사람이 하나님이 된다. 용어와 단어는 기독교적 용어를 사용하지만, 그 내면에 흐르고 있는 건 기독교 사상이 아니었다는 게, 그 사이트의 특징이었습니다. 김 씨의 사건을 이야기하면서, 그 사람의 고행을 굉장히 종교적으로 미화한 사건으로 해석을 했어요."
-정윤석, 기독교 포털 뉴스 대표 기자

일반적인 기독교에서는 김 씨의 죽음을 잘못된 믿음으로 인한 극단적 선택으로 봤는데. 주 씨는 오히려 김 씨를 대단하게 생각하는 거 같았대.

"예수의 십자가의 죽음을 그대로 재현해 놨구나. 정말 이럴 수가 있는가 정말 똑같이 해놨구나…"
-목격자 주 씨, 2011년 당시 인터뷰

필리핀 행사가 국내 방송에 소개된 게 2008년 3월 25일이야. 근데 사망한 김 씨가 주 씨의 카페에 가입한 게 그로부터 20일 후. 그리고 그해 가을에, 김 씨는 주 씨를 만나러 이 문경까지 온 거야. 주 씨는 그 만남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어.

"그 사람이 내게 찾아왔을 때, 자기가 예수가 아닌가라는 말을 했다. 그래서 나는 그 사람이 내 글을 읽고 잘못 오해했을 수도 있어서, 그리스도의 의식으로 사는 누구는 될 수 있어도, 자신이 예수는 될 수 없다고 말했었다. 벌 관리를 하고 같이 내려와서 자기가 몰고 온 영업용 택시로 돌아간 것이 다이다. 그 이후 그 회원과의 연락이나 더 이상의 왕래는 없었다."
-주 씨의 인터넷 카페 글 中

자기가 재림 예수가 아닐까 했었다는 김 씨. 주 씨는 그런 김 씨에게 좋게 얘기해서 돌려보냈대. 그 이후 교류가 없었다는 두 사람. 그러다 3년 후, 정말 우연히, 십자가에 못 박힌 김씨를 발견하게 된 거라는 거야. 우연치고는 참 찝찝한 상황이지.

물론 주 씨의 말이 일리는 있어. 벌 칠 곳을 알려달라 한 사람들은 양봉 부자야. 이 부자가 아니었다면, 주 씨는 이날 그 채석장에 갈 일이 없었지. 그런데, 반전이 하나 있어. 이건 카페에 올라와 있는 글이야.

카페 회원: 혹시 사망한 그 분과 대화하면서 채석장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셨나요?
주 씨: 이곳은 설악산의 봉우리들처럼 멋있는 곳입니다. 아카시아를 많이 심어서 벌을 치기 좋은 밀원이 생긴 셈이었지요. 벌을 키우는 봉장이 바로 광산 들어가는 진입로에 있어서 김씨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제게 들은 말을 염두에 두고 답사를 했을 것입니다.

김 씨에게 이 채석장을 소개해 준건 주 씨 본인이야. 주 씨는 김 씨가 자기 이야기를 듣고 그 자리를 선택했을 수 있다고 인정 했어. 하지만 거기까지야. 자기도 김 씨의 죽음이 이해가 안 된대.

이런 사실들이 드러나니, 경찰도 주 씨를 주목했어. 만약 김 씨의 계획을 알고 돕거나 방조했다면, 처벌 받아야 할 범죄야. 경찰은 당시 1년치 통화내역을 살펴봤어. 문제의 인터넷 카페와 김 씨 주변인들까지 열심히 조사했어. 그런데, 3년전 만남 이후, 두 사람이 교류한 정황은 나오지 않았어. 사건 현장도 마찬가지야. 지문, 족적, 머리카락, DNA 확인 결과, 숨진 김 씨의 것만 나왔어. 결국 경찰의 결론은, '주씨나 타인이 이 사건에 개입했다는 증거는 없다'였어.

▲ 12년 만에 만난 목격자 주 씨

육하원칙으로 다시 정리하자면, '2011년 4월, 김씨는 문경 채석장에서 십자가에 못 박힌 채 죽었다. 그는 자신을 재림 예수라고 생각했고 십자가의 죽음은 혼자서도 충분히 가능했다'라고 설명돼. 경찰은 이렇게 육하원칙을 다 설명했어. 김 씨의 죽음이 혼자서도 가능하다는 게 과학적, 객관적으로 증명됐어. 경찰 발표도, 국과수 분석도 다 이해가 가. 머리로는 다 이해가 가는데, 이렇게 찝찝할 수 있을까. 김 씨는 왜 이런 죽음을 선택한 걸까?

숨진 김씨에게는 가슴 아픈 개인사가 있었어. 오래전 건강이 안 좋을 때, 아들이 간 이식 수술을 해줬대. 그런데 그 아들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는 거야. 그 후로 김씨는 가족들과 더 멀어졌고, 혼자서 지내왔어.

이번에 '꼬꼬무' 제작진은 12년 만에 목격자 주 씨를 만났어. 취재차 문경에 내려갔다가 혹시 몰라서 들려봤더니, 마침 집에 있었어. 주 씨는 정식 인터뷰는 거절했는데, 대화에는 응해줬어. 주 씨와 제작진이 나눈 대화 내용을 정리했어.

Q. 처음 시신을 발견했을 때 어떠셨나요?
"같이 간 분과 마네킹처럼 서있는 것을 보고, 저 역시 속으로 벌벌 떨었습니다. 굉장히 음습하고 으스스해서 굉장히 벌벌 떨면서 갔던 상황입니다."
Q. 그날 채석장은 왜 가신 건가요?
"저도 신기합니다. 지역 주민들도 잘 안가는 곳이고 사륜차가 아니면 가지 못하는 곳인데 양봉하는 부자가 사륜차를 끌고 왔고 그런 것이 전부 맞아 떨어져서 가게 됐습니다."

김 씨한테 채석장을 소개해준 건 이번에도 인정했어. 하지만 거기서 그런 일이 벌어질 줄 몰랐다는 거야. 현장도 우연히 가게 됐고. 사진을 왜 찍었는지, 카페에 왜 글을 올렸는 지도 물었어. 하지만 명쾌한 답변을 받지 못했어. 이 사건은 주 씨 자신한테도 많은 질문과 숙제를 남겼고, 지금도 그 문제를 탐구하고 있대.

그래서 좀 더 직접적으로 물어봤어. 김 씨의 죽음에 영향을 끼친 건 아니냐고. 그러자 주 씨는 이렇게 답했어.

꼬꼬무

"제가 목사에다가 (김 씨가) 우리 카페 회원이었다고 했다가 일이 이렇게 된 겁니다. 제가 그 사람에게 신앙적으로 사상적으로 어떤 행동을 하도록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조용히 제 글을 읽었겠죠. 그러다 자기와 공감되는 어떤 무엇이 있다고 생각하고 또 만났을 때 그 분의 생각에 제가 호응을 안해줬기 때문에, 대화는 거기에서 끝났습니다. 전 그 분에 대해 원망하거나 비난하지 않습니다. 그 분의 신앙은 그 분의 것으로 존중되어야 하고 내가 판단할 수 있는 건 전혀 아닙니다."

주 씨는 그동안 꽤 곤란한 시선을 견디며 살아왔대. 사람들이 도무지 자기 말을 믿지 않으니까. 우연이 겹쳐서 의심을 낳은 거 뿐이래. 주 씨는 자신의 결백함을 믿을지 말지는 사람들 각자의 몫이라고 했어.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남겼어. "숨진 김 씨와 전생에 인연이 있었을 것 같다"고.

꼬꼬무

'그날' 이야기를 들은 '오늘' 당신의 생각은?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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