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방송 드라마

[스브수다] "별 일 없는 무탈한 하루가 감사해요"…김우빈의 행복론

강선애 기자 작성 2023.05.30 10:25 수정 2023.05.30 10:39 조회 1,647
기사 인쇄하기
김우빈 - 넷플릭스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1위요? 거짓말 같아요. 깜짝 놀랐어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택배기사'가 지난 12일 공개된 후 3일 만에 글로벌 TOP 10 비영어 TV 부문 1위에 올랐다는 소식에, 배우 김우빈은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택배기사'의 호성적은 김우빈에게 배우로서 남다른 평가의 잣대가 된다. 비인두암 투병 후 약 4년 만에 돌아와 영화 '외계+인',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를 선보였지만, 두 작품 모두 톱스타들이 대거 출연하는 멀티캐스팅 작품이었기에 김우빈만의 흥행력을 점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택배기사'는 오랜만에 김우빈이 원탑 주연으로 나선 작품이라, 이 작품의 흥행은 김우빈이 여전히 대중에게 사랑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성적이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택배기사'는 극심한 대기 오염으로 산소호흡기 없이는 살 수 없는 미래의 한반도, 전설의 택배기사 5-8과 난민 사월이 새로운 세상을 지배하는 천명그룹에 맞서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김우빈은 극 중 막강한 전투 실력을 가진 택배기사로 낮에는 생존을 위한 산소와 생필품을 전달하고, 밤에는 세상의 질서를 바꾸려는 블랙나이트로 변해 천명그룹의 비밀을 파고드는 인물 '5-8' 역을 맡아 활약했다.

김우빈 - 넷플릭스

김우빈은 '택배기사'를 통해 영화 '마스터'로 인연을 맺은 조의석 감독과 재회했다.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현실과 맞아떨어지는 대본도 매력적이었지만, 과거 좋은 기억이 있는 조 감독과 다시 호흡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이 작품을 선택했다.

"'마스터'를 같이 즐겁게 했던 조의석 감독님이 제의해 주셔서 반가웠어요. 감독님과 다시 함께할 기회가 생겨 좋았죠. 또 '택배기사' 대본을 처음 읽었던 당시가 다들 마스크를 쓰고 힘들어했던 시기라, '어쩌면 이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니 접근이 어렵지 않았어요. 특히, 5-8의 생각과 이야기들이 궁금했어요."

5-8은 이상적인 남성미를 극대화시킨 캐릭터였는데, 김우빈 본연의 모습과 어우러져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블랙톤의 택배기사 의상을 완벽히 소화하는 탄탄한 피지컬, 산소마스크로 얼굴을 가려도 돋보이는 비주얼, 적수를 찾을 수 없는 최고의 전투 실력, 쿨한 성격에 소외된 계층을 도와 새로운 세상을 위해 앞장서는 정의감까지. "5-8에게 좋은 건 다 때려 넣고 싶었다"던 조의석 감독의 바람대로 5-8은 존재 자체가 완벽한 캐릭터였다.

김우빈은 지나치게 멋있는 5-8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표현하기 위해, 캐릭터의 전사를 세밀하게 구축하고 그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이유를 찾으려 했다. 드라마에선 설명되지 않는 5-8의 어릴 적 환경부터 차근차근 그려보고, 5-8이라는 숫자가 아닌 '김정도'라는 캐릭터 이름도 직접 지었다. 그렇게 캐릭터를 이해하려 했다.

"5-8이 가장 멋있는 부분은 그의 '생각'인 거 같아요. 더 많은 사람들이 같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꾸고, 자기 몸을 바쳐 도전한다는 거 자체가 멋있는 사람이죠. 연기할 때 멋있게 보이는 건 스태프들이 만들어주는 거라 생각해요. 제가 의도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요. 전 5-8이 왜 이렇게 움직이고 행동하는 지만 집중하려 했어요."

김우빈 - 넷플릭스

5-8의 생각과 감정에 집중하려 한 김우빈의 연기는 섬세한 눈빛 변화에서 나타났다. 산소마스크로 얼굴의 절반을 가리고 있어 감정 표현은 눈으로 하는 게 전부였는데, 김우빈의 눈빛만 봐도 5-8이 느끼는 절망, 분노 등의 감정들이 고스란히 전달됐다.

"특별 연기를 하며 눈에 더 신경 쓰거나 그러진 않았어요. 다만 내가 진짜 느끼고 믿는다면, 그 감정이 눈으로도 표현될 거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마스크를 쓰고 있지만, 그가 느끼는 감정대로 느끼려 하고 그 상황을 바라보려 했어요."

'전투력 만렙' 캐릭터답게, '택배기사'에서는 5-8의 화려한 액션을 수차례 볼 수 있다. "액션은 연습이 답"이라고 생각한다는 김우빈은 무술팀이 짜준 액션합을 최대한 열심히 숙지하고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것에 집중했다. 연습도 체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법인데, 투병 이력이 있는 김우빈에게 무리는 아니었을까.

"저도 걱정을 했어요. 이전 같았으면, 그런 생각조차 안 했을 텐데, 제가 복귀하고 나서 '택배기사' 전까지 1년 반을 거의 작품만 했거든요. '우리들의 블루스' 촬영이 끝나자마자 '택배기사'에 합류한 거라 무리가 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제가 생각보다 체력이 좋더라고요. 병원에서도 '예전보다 몸이 더 좋아졌다'고 말해줄 정도였어요. 그래도 조심하며 촬영을 진행했고, 많은 분들이 도와줬어요. 스태프들은 제가 덜 힘들도록 스케줄을 짜줬고, 무술팀 형들도 배려를 많이 해줬어요."

김우빈 - 넷플릭스

사막화가 된 미래의 한반도가 배경인 만큼, '택배기사'의 배경은 대다수 CG로 완성됐다. SF 영화인 '외계+인' 촬영을 끝낸 지 얼마 안 됐기에, 김우빈은 나름 CG 연기에 익숙한 배우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블루스크린 앞에서 상상만으로 연기를 해낸다는 건 여전히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제가 무려 13개월 동안 '외계+인'을 촬영하면서 하늘을 날고 빔을 쏘고 온갖 것을 다 연기했어요. 그래서 '택배기사'에 들어가며 자신감이 있었죠. '난 이제 어떤 연기도 블루스크린 앞에서 다 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어요.(웃음) 그런데 해봤어도 어렵긴 어렵더라고요. 물론 처음보단 수월했지만, 눈으로 직접 보면서 연기하는 거와 상상하는 건 차이가 있죠.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촬영하며 '이렇게 구현될 거다' 충분히 설명을 듣고 진행했는데, 완성본을 보니 제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진짜처럼 나온 게 많아 놀라웠어요. CG가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잖아요. 그 수많은 컷을 다 일일이 작업했을 CG 팀의 그 고생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 커요."

특히 '택배기사'를 본 시청자라면 깜짝 놀랐을 김우빈의 흡연 장면. 그것도 모두 CG였다.

"제가 불과 며칠 전에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나가서 건강 이야기를 했는데, '택배기사'에서 담배를 엄청 피우니까 걱정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전 블루스크린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척 연기했을 뿐이에요. 담배연기나 그 모든 것이 CG였어요. 그걸 진짜처럼 느끼셨다면, 감사하죠. 그만큼 CG 팀이 잘 구현해 주신 거고요."

김우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는 쟁쟁한 대선배들 사이에서 막내 노릇을 했던 김우빈인데, '택배기사' 촬영장은 그보다 어린 동생들이 많았다. 특히 5-8과 함께 하는 블랙나이트 멤버들을 연기한 배우들은 대부분 신인급이었다. 김우빈은 최근 개인 SNS에 산소마스크에 가려졌던 이 배우들의 얼굴과 이름, SNS 계정을 일일이 소개하는 글을 올려 화제를 모았다. 김우빈이란 사람이 얼마나 배려심 깊고 따뜻한지, 잘 드러난 에피소드다.

"블랙나이트 멤버들과 같이 촬영한 게 많은데, 10명 중에 4명은 이미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었어요. 그들이 얼마나 빛나는 배우들인지, 얼마나 많은 재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인지 저는 잘 알고 있어요. 그런데 분량이 적어서 많은 분들이 기억을 못 하실 수 있으니까. 그리고 분명히 '택배기사'를 보면서 '저 멋있는 친구들은 누굴까'하는 궁금증을 갖고 검색해 보는 분들도 있을 거라 믿었어요. 그래서 잘 찾을 수 있도록, 제가 조금의 힌트를 드렸을 뿐이에요."

큰 병마를 극복한 경험 때문일까. 김우빈은 인터뷰 내내 '감사', '행복', '사랑'이란 단어를 많이 사용했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왠지 모를 긍정 에너지가 전달되고 상대방의 영혼마저 맑아지는 느낌이다. 김우빈은 '택배기사'의 시청자들도 행복과 사랑을 느끼길 희망했다.

"극 중 5-8은 난민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버림받은 세상에 대한 분노가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더 사랑받고 잘 살길 바라는 인물이에요. 저 역시도 사람들이 '우리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다'는 걸 잊지 않고 더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사는 사람이죠. 이 드라마를 본 시청자들이, 우리는 사랑받을 자격이 있고 행복할 의무가 있다는 걸 잊지 말고, 하루하루 더 행복하게, 더 많은 분들과 사랑하면서 지냈으면 좋겠어요. 그런 마음으로 이 작품에 참여했어요."

김우빈 - 넷플릭스

김우빈의 행복은 소소한 것에서 시작한다. 연예계 데뷔 이후 매일 쓰고 있다는 '감사일기'에는 '오늘 햇살이 좋았던 것', '세끼를 다 챙겨 먹은 것' 이런 소소한 것들에 감사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감사일기는 데뷔 이후부터 쓰게 됐어요. 전 이 일을 시작하며, 제가 가진 능력보다 더 큰 일들을 저한테 맡겨 주셨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거기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잊고 싶지 않아 적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계속 쓰고 있어요. 지금은 휴대폰 앱에 적는데, 예전에는 거창한 것들, 드라마 캐스팅이나 광고 계약 같은 큼직한 걸 썼다면, 요즘에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놓치는 것들을 적으려 해요. 예를 들어, '오늘 아침에 햇살이 너무 좋더라' 같은 거요. 전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이라, 해가 쨍쨍하면 컨디션이 좋아요. 그래서 햇살이 좋으면 감사하죠. 또 '하루 세끼 다 챙겨 먹었다'라는 것도 주로 쓰고요. 마음이 딱히 불편한 게 없었던 거, 그런 걸 찾으려 해요."

별일 없이 무탈한 하루를 보내는 것도, 그에게는 일기에 남길 감사한 일이다.

"(3년 투병생활을 하는 동안에는) 감사일기에 '무탈한 하루'를 주로 썼어요. 어느 순간부터 별일 없음이 참 감사한 일이더라고요. 별일 없던 하루하루가 좋았어요. 그걸 바라기도 했고요. 제 주변도 별일 없이, 잘, 무난하게, 지냈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김우빈 - 넷플릭스

투병을 끝내고 돌아온 김우빈은 "내가 사랑하는 일"인 연기를 원 없이 하고 있다. '외계+인', '우리들의 블루스', '택배기사'까지, 좋은 작품이 타이밍 맞게 계속 들어와 지난 2년간 쉬지 않고 달렸다. 물론 체력 관리도, 건강 체크도 잊지 않고 병행했다. 투병 이후 그가 연기를 대하는 마음가짐에는 '감사함'이 더 묵직하게 자리 잡았다.

"아무래도 감사한 마음이 더 커진 것 같아요.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축복이지만, 저도 사람인지라 예전에는 힘들면 혼자 투정도 부리고 그랬어요. 물론 지금도 힘들면 '아 힘들다' 하긴 하지만, 자꾸만 더 감사한 것들이 생각나요. 현장에 존재하는 거,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한 일이라는 걸 잊지 않으려 해요. 그런 게 익숙해지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어요."

'택배기사' 촬영 이후에는 휴식기를 가지며 차기작을 검토하고 있는 김우빈.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을 묻자 그는 "싸움을 못 하는 역할"이라고 대답했다. 전설의 택배기사 5-8 이전에도 수많은 '싸움짱' 캐릭터를 연기했던 그에게서 나온 귀여운 대답이 웃음을 자아냈다.

"전 늘 말해요. 싸움을 잘하지 못한다고요. 학교짱 캐릭터를 여섯 번인가 했어요. 항상 무리 중에 우두머리나, 싸움을 제일 잘하는 역할들을 저한테 맡겨 주세요. 아무래도 제 겉모습 이미지도 있고, 그런 역할을 했을 때 사랑받은 작품들이 많아서 더 제안을 주시는 거 같은데. 전 싸움 못하는 역할을 할 준비가 되어 있어요. 경찰이나 의사, 변호사 같은 전문직 캐릭터를 한 번도 안 해본 거 같은데, 저도 잘할 수 있다는 걸 꼭 보여드리고 싶어요. 제 마음은 항상 열려 있습니다.(웃음)"

[사진=넷플릭스 제공, 김우빈 인스타그램 캡처]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광고 영역
광고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