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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는 새로운 시선 '지선씨네마인드2' 종영…장도연 "인생 공부에 도움"

강선애 기자 작성 2023.05.22 10:26 조회 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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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선씨네마인드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영화를 보는 새로운 시선을 제공한 '지선씨네마인드2'가 막을 내렸다.

지난 21일 방송된 SBS '지선씨네마인드2'는 마지막 상영작으로 영화 '케빈에 대하여'를 배우 유지태와 함께 감상했다.

'케빈에 대하여'는 동급생들을 활로 쏴 잔인하게 살해한 케빈(에즈라 밀러 분)과 그의 엄마 에바(틸다 스윈튼 분)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사건 이후, 하루아침에 살인자의 엄마가 된 에바는 수많은 사람이 퍼붓는 비난을 감내하며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를 되짚어 본다. 이날 박지선 교수는 "케빈이 살인자가 된 게 전적으로 엄마, 에바의 책임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다며 감상 포인트를 전했다.

먼저, 어린 시절부터 유독 엄마 에바와 대립하는 케빈의 행동에 집중했다. 갈등이 깊어지자 결국 화를 참지 못한 에바 때문에 케빈이 팔을 다치는 일이 발생한다. 이후 케빈은 팔의 깁스를 의도적으로 만지며 에바의 죄책감을 이용해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데, 이러한 케빈의 행동을 본 박지선 교수는 케빈이 에바를 '조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케빈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만으론 엄마의 사랑을 받을 수 없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이며, 엄마를 '조종'해서 관심을 유도하려는 케빈의 숨겨진 진심을 짚어냈다.

에바의 남편이자 케빈의 아빠인 '프랭클린'에 대해서도 새로운 시선으로 접근했다. 에바와 달리 케빈과 잘 지내며 '좋은 아빠'로 비춰지는 프랭클린의 이면엔 '에바를 무시하는 태도'가 담겨있다는 것. 박지선 교수의 예리한 지적에 유지태 역시 남편으로서 프랭클린의 태도를 아쉬워하며 동감했다. 케빈을 출산한 후, 힘들어하는 아내를 보지 않고 아기만 신경 쓰는 프랭클린을 보고 유지태는 "(출산 직후는) 만감이 교차하는 시기"라 남편이 잘 봐야 하는 시기라며 프랭클린도 에바를 좀 더 헤아리고 살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케빈이 자랄수록, 아이에게 휘둘리며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는 에바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무려 의사 3명이 한데 모이기도 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이 영화에 과몰입, '에바에 대하여' 심도 있는 협진을 진행했다. 영화 속 모든 장면을 꼼꼼히 살핀 의사들은 에바가 출산 후 '산후 우울증'을 겪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태에서, 기존에 강박적 성향을 갖고 있던 에바에게 육아라는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되는 일은 불안과 좌절감을 증폭시켰을 거라는 것. 에바의 상황이 객관적으로도 굉장히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해 출연자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한편 박지선 교수는 지난 2007년 미국에서 발생했던 '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 조승희를 언급하면서 케빈과 비교 분석하기도 했다. 영화에서 케빈은 동급생들을 대량 학살하고 자신의 아빠와 동생까지 잔혹하게 살해했음에도, 자신의 범행을 다룬 다큐멘터리에 출연해 '사람들은 나 같은 놈들을 본다'며 당당한 모습을 보인다. 이를 본 박지선 교수는 "저게 '자의식 과잉'"이라며 이는 "사람들이 내가 하는 일에 관심을 가질 거라는 상상, 망상"에 사로잡힌 것일 뿐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이러한 케빈의 태도는 조승희가 방송사에 자신의 범행과 관련된 선언문을 낭독한 영상을 보낸 일과도 비슷하다고 설명, 자신의 존재에 대해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태도의 기저엔 '열등감'이 있다고 가차 없이 꼬집었다.

성인 교도소 이감을 앞둔 케빈을 에바가 안아주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했는데, 박지선 교수는 완전히 새로운 관점의 해석을 제시했다. 두 사람의 포옹을 '화해'라는 따뜻한 의미로 볼 수도 있지만, 케빈이 성인이 됨으로써 에바가 책임감을 내려놓고 '완벽한 해방'으로 나아간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고 말해 출연자들의 놀라움을 샀다.

'지선씨네마인드2'에서 '케빈에 대하여'를 다룬다고 했을 때 모두가 가장 궁금해했던 그 질문, '케빈은 사이코패스인가?'에 대해 박지선 교수가 드디어 답했다.

먼저 사이코패스는 18세 이후에 진단할 수 있기 때문에, 영화상에서 16세 미만으로 등장한 케빈의 모습만으론 진단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케빈이 사이코패스여도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박지선 교수는 단호히 말했다. 케빈이 끔찍한 살인자가 된 원인은 굉장히 복합적인 분석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많은 사람이 케빈이 사이코패스, 즉 '원래 다른 사람'이라고 규정짓고 더는 생각하지 않으려 하는 점을 아쉬워했다. 이어 원제인 "케빈에 대하여(WE NEED TO TALK ABOUT KEVIN)"을 언급하며 "범죄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는 복합적인 부분을 우리가 함께 따질 필요가 있다는 걸 강조"하는 것 같다며 경각심을 남겼다.

'살인의 추억'을 시작으로 '케빈에 대하여'까지 총 8편의 영화 상영을 끝으로 종영을 맞은 '지선씨네마인드2'는 시즌1보다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여줬다. 더욱 날카로워진 박지선 교수의 분석과 함께 배두나, 유지태, 주호민 등 매 편마다 등장한 다양한 분야 내 게스트의 시선이 어우러진 풍부한 내용으로 시청자의 기대를 충족시켰다.

시즌1에 이어 '지선씨네마인드2'의 든든한 기둥 역할을 한 MC 장도연은 "인생 공부에 도움이 됐다"며 프로그램에 애정을 표했고, 박지선 교수는 "다양한 시선의 힘을 통해서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 수 있는지 배우게 된 시간"이었다며 종영 소감을 전했다.

"다음 시즌도 하게 될 것 같다"며 '시즌3'에 대한 여지를 남긴 장도연의 마지막 인사처럼, '지선씨네마인드' 새로운 시즌은 또 어떤 영화와 흥미로운 해석으로 돌아올지 기대가 모인다.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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