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연예뉴스 ㅣ 강경윤 기자] 한국 언더그라운드의 힙합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래퍼 허클베리피(본명 박상혁)가 앨범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7월 음주운전으로 선행차량과 접촉사고를 일으킨 지 약 10개월 만이다.
EP앨범의 제목은 <A Few Monthes Later>. 그 안에는 '자숙의 정석', green boots', 220714', 'Continue?' 등 4곡이 담겼다. 모두 자신의 음주운전과 관련한 내용이다. 허클베리피는 "나에 대한 비판과 지탄이 지워지지 않고 남겨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앨범을 냈다고 밝혔다.
허클베리피는 힙합신에서 월등한 실력과 동시에 남다른 소신을 밝히는 강건한 모습으로 주목을 받았다.
오디션 프로그램 Mnet '쇼미더머니'이 힙합 신을 뒤흔들 때에도 허클베리피는 '미디어의 개입으로 변절되어 가는 힙합 신에서 의미있는 행동을 하겠다'며 제작진의 계속된 러브콜에도 언더신에 남겠다며 출연을 거절을 했다는 일화는 매우 유명했다.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당일 허클베리피가 언론에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직접 SNS에 자신의 음주 사실을 알린 것도 그의 성격의 단면이기도 하다. 하지만 평소 그런 소신을 보여왔던 아티스트이기에 허클베리피의 음주운전 소식은 팬들에게는 더 큰 배신감과 실망감을 안겼다.
허클베리피는 '자숙의 정석'이라는 곡에서 "몇 개월짜리 K-자숙쇼/반성하고 있으니 이번 한 번은 봐주쇼/비굴하기 짝이 없는 반성문과 자술서/잘 건드려 보자, 수사관님의 감수성/나쁘지 않은 반응이군, 안도의 한숨 쉬어/짱구를 굴리는 중, 뭐였더라? 다음 순서/이쯤에서 한 번 더 강조해야지, I'm so sorry/음악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참 말은 쉬워"라는 공격적인 가삿말을 담았다.
그는 힙합 플랫폼 '힙합엘이'의 인터뷰에서 '자숙의 정석'을 쓴 이유에 대해 밝혔다.
허클베리피는 "'자숙의 정석'이 진심이면 이런 트랙을 만들진 않았을 것"이라면서 "이 곡이 많은 리스너들에게 엄청나게 역겹게 들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댓글창이 욕으로 도배가 되고, 사람들이 시간이 흘러도 내가 했던 잘못이 희석되지 않은 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잠재적 살인자야'라는 댓글이 평생 따라다녀도 된다는 마음으로 썼다."고 말했다.
또 'Continue?'에서 허클베리피는 "안봐도 훤히 보여/이미 씹창난 댓글창/불명예스러운 방식으로 떼낸 계급장/더이상 신뢰가 안가는 내이름 세 글자/무명의 자세로 다시 채우는 메모장/ 기어가오지 말고 계속 납자 엎드리래/허나 한번 더 뻔뻔하게 낯짝을 들이대/ 내가 할 수 있는 건 음악 적업뿐이기에/혁피라는 단어보다 관두라는 말이 내겐 더 발작 버튼이네/뭔 놈의 혀가 이리도 길어" 등 자조적인 가사를 썼다.
한마디로 이번 앨범은 허클베리피의 '반성문' 같은 것이었다. 그가 이 앨범을 낸 가장 결정적 이유는 자신에게 실망하고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한 것이었다.
허클베리피는 "'너를 동경해서 뮤지션을 꿈꿨고, 내 일상을 영향을 받은 사람이었는데 어떻게 이런 실망감을 줄 수 있냐'는 디엠을 받을 때마다 가슴이 너무 아팠다. 10개월 동안 자숙하고 나와서 내가 성인이 된 것처럼 말하고, 마치 다 된 것처럼 결론 짓는 건 아니란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허클베리피는 '바른 이미지'로 인해 팬들에게 더 큰 실망감을 줬다는 것에 대해서도 인정했다. 그는 "척은 아니었지만 착한 역할을 했던 사람이 이렇게 나쁜놈, 나쁜 짓을 했고 그래서 실망한 것들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번 기회를 통해 나처럼 잘못을 한 사람이 더욱 대중에게 잊혀지지 않고 공론화가 되고 갑론을박이 되어 많이 지탄을 받고 끊임 없이 욕을 먹는다면 누군가는 나를 보고 타산지석을 삼지 않을지"라고 생각을 밝혔다.
허클베리피는 피노다니의 멤버로, 'Rap Badr Hari', 'Goood Night', '분신', 'Everest', '박상혁' 등을 발표해 사랑받았다. 또 그가 2013년부터 개최한 단독 공연 '분신'은 언더그라운드 힙합신 최대의 공연으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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