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8일(목)

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 배우 문가영의 사랑스러운 '애어른' 매력

강선애 기자 작성 2023.03.06 16:36 수정 2023.03.06 17:06 조회 2,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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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가영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배우 문가영은 주변에서 '애어른' 같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10살 어린 나이에 아역배우로 데뷔해 어느덧 연기 경력이 16년이 넘었다. 어릴 때부터 어른들 사이에서 사회를 경험해서인지 철이 일찍 들었다. 사색하는 걸 좋아하고, 참고 버티는 것에 익숙하다. 그가 꺼내놓는 이야기들에는 인생을 오래 경험한 사람의 말처럼 깊이감이 있다.

이런 '애어른' 같은 성격 때문일까. 문가영은 20대 중반의 비교적 어린 나이인데도 정통 멜로 작품이 잘 어울린다. 잔잔하고 서정적인 분위기의 작품에서 사랑에 아파하는 인물의 감정을 절제된 연기로 표현하는 걸 잘한다. '여신강림' 같은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하는 밝은 작품도 어울리는데, 정통 멜로 감성의 작품도 소화 가능하니, 나이에 비해 연기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은 배우다.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사랑의 이해'는 문가영의 멜로 감성이 돋보였던 작품이다. 문가영은 이 작품에서 여주인공 안수영 역을 맡았다. 극 중 안수영은 가정에서, 직장에서 받은 상처가 크지만 단단한 내면으로 극복해 나가려 하고, 엇갈리는 사랑에 아파하고 갈등하지만 조금씩 주체적으로 관계를 재정비하려 노력하는 인물이다. 감정의 진폭이 크지 않아 표현하기 어려웠던 이 안수영이란 캐릭터를, 문가영은 섬세한 눈빛과 표정, 말투로 연기해내며 차가움 속에 따스함이 있는 멜로 감성까지 더했다.

'사랑의 이해'는 안수영과 하상수(유연석 분)가 각각 정종현(정가람 분), 박미경(금새록 분)과 사귀면서도 서로에게 끌리는 마음을 멈추지 못하는, 네 남녀의 엇갈린 사랑을 이야기한 멜로 드라마다. 각기 다른 이해(利害)를 가진 이들이 서로를 만나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이해(理解) 하는 과정이 현실적으로 그려지며 '과몰입'을 부르는 드라마로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았다.

사랑 앞에서 안수영의 선택이 때로는 답답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곰곰이 곱씹어 보면, 안수영이 왜 그럴 수 밖에 없었는가, 공감은 못해도 이해는 됐다. 그건 오롯이 문가영의 힘이었다. 문가영이 그려낸 안수영은 아름다웠지만 처연했다. 그래서 상처를 보듬어 주고 싶게 만들었다.

'사랑의 이해'의 안수영은 문가영이라 가능했고, 문가영이기에 설득력을 갖출 수 있었다.

문가영

▲ '사랑의 이해'는 지극히 '상수의 사랑이야기'

'사랑의 이해'의 배경은 은행으로, 등장인물들은 한 은행에서 일하는 직장 동료들이다. 안수영은 '영포점 여신'이라 불리며 그 은행에서 미모가 뛰어나다고 소문난 은행원이다. 또 고졸 출신에 공채로 입사한 게 아니란 이유로 직장 내에서 은근 차별을 당하지만, 은행원으로서 실력은 인정받는 인물이다. 문가영은 미모와 실력을 갖춘 은행원 캐릭터 준비를 어떻게 했을까.

"사전에 돈 세는 걸 따로 연습했어요. 유튜브를 보면 자세히 나와있더라고요. 은행원 분들이 돈 세는 방법이 우리와 다른데, 생각보다 어려웠어요. 그래서 집에서 그걸 따로 연습했죠. 또 제가 드라마팀에 감동했던 포인트가 있는데, 대본리딩 현장에 갔을 때 대본 맨 앞장에 각 캐릭터별 은행원 업무일지를 만들어 주셨어요. 그 직급의 직원은 몇 시에 어떤 업무를 하는지를, 은행 용어들과 함께 정리해준 포트폴리오였어요. 그게 도움이 많이 됐고, 배우로서 감동적이기도 했어요. 은행원은 제가 연기하면서 맡아본 첫 전문 직업이라, 나름 의미가 있어요. 드라마 촬영이 끝나고 은행에 갈 일이 있어서 갔는데, 예전과 생각이 좀 달라지더라고요. 저 자리는 부지점장 자리겠구나, 저기는 팀장님 자리겠구나, 하면서 익숙한 느낌으로 둘러보고 그랬어요. 고객이 많으면 괜히 '너무 바쁘시겠다' 그런 생각도 하고요.(웃음)"

문가영은 '영포점 여신'이라 불리는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서 특별히 외모에 더 신경을 쓰지는 않았다. 오히려 메이크업을 덜어내고, 재정적으로 풍족하지 않은 평범한 20대 여성 직장인이 입을 만한 의상을 선택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 사소한 차이가 캐릭터 표현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미지적으로 눈에 띄게 바뀐 건, 앞머리를 내렸다는 정도예요. 앞머리를 만들었던 건 '질투의 화신' 이후 오랜만이거든요. 안수영이 메이크업을 거의 안하는 캐릭터라, 메이크업도 많이 안했어요. 수영이 캐릭터를 표현하는데 도움이 됐던 건, 저희 스타일리스트 분들이 수영이 나이와 가진 돈에 걸맞게 그렇게 비싸지 않은 의상들을 선택했다는 거예요. 시청자 분들이 드라마를 보다가 '수영이 옷 예쁘다' 해서 찾아봤을 때, 망설이지 않고 구매할 수 있을 법한 금액대의 옷들로 스타일링을 했어요. 그런 면들이 사소하지만, 캐릭터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해요."

문가영

안수영은 감정 표현을 많이 하지도 않고, 대사가 많은 캐릭터도 아니었다. 표현을 안하니, 가끔은 답답해 보이기도 했다. 문가영은 억누르고 절제하는 연기가 어려웠지만, '사랑의 이해'는 하상수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전개하기 때문에 안수영의 서사를 구체적으로 그려낼 필요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절제하는 연기 어려웠죠. 표현하는 것보다 참는게 더 어려워요. 감정을 내색 안하려고 할수록, 그게 더 북받쳐 몸에 힘이 많이 들어가게 되더라고요. 수영이의 모습을 많이 못 보여주는 것에 대해선 처음부터 예견한 부분이에요. 대본이 많이 나와있는 상태였는데, 작가님이 '사랑의 이해'는 지극히 '상수의 사랑이야기'라고 말해 주셨어요. 그래서 1부의 시작도, 상수의 시점에서 수영이를 바라보는 이야기가 그려졌죠. 우리가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질 때, 그 사람에 대해 다 알고 이해하진 않잖아요? 내가 아는 누군가의 연애사를 보는 듯한 느낌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수영이의 부가적인 설명이나 서사를 많이 보여주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이건 상수의 사랑이야기니까."

▲ 하나도 환상이 없는 현실적인 멜로드라마

직장 동료인 안수영과 하상수는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고 설레는 '썸을' 탄다. 하지만 하상수는 안수영과의 저녁식사 약속 장소 앞에서 망설이다가 돌아서고, 이런 하상수의 모습을 멀리서 지켜 본 안수영은 자신의 별볼일 없는 배경 때문에 하상수가 망설였다고 생각해 크게 상처받는다. 이후 안수영은 자신에게 적극적인 연하남 정종현의 마음을 받아들여 교제를 시작하지만, 하상수를 향한 마음을 거두지 못해 깊은 고민에 빠진다. 좋아하는 남자를 두고 다른 남자와 교제하는 안수영의 선택, 문가영은 이렇게 받아들였다.

"수영이는 과거부터 상수를 좋아해 왔고, 극 초반에도 상수한테 의미를 둬요. 하지만 어느 한 타이밍에 그게 어그러지죠. 종현이는 수영이가 필요한 순간에 같이 있어준 사람이에요. 그럼 호감도가 불쑥 생겨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게 또 사랑이 아니라고는 말 못하지 않을까요? 시간이 지나 돌이켜 보면, 그때가 사랑이었던 거 같다고 느끼기도 하잖아요. 제가 연기하며 신경쓴 게 있다면, 종현과 상수 사이에서 밸런스 조절을 잘 해야 했어요. 수영이는 감정을 감추고 남이 눈치채지 못하게 하는 인물인데, 자기 감정에 대해서도 잘 몰라요. 그러니 종현이를 사랑하냐, 상수를 사랑하냐, 그걸 흐릿하게 해야만 했어요. 쉽지는 않았죠. 그래서 많은 분들이 보시면서 답답해하신 것도 알아요. 두 남자 중 한 쪽에 비중을 확 쏠리게 표현하지 않고 밸런스를 맞추는 대신, 각각을 대할 때의 느낌에만 확연히 차이가 나게끔 하고자 했죠."

문가영은 하상수를 만날 땐 '설렘'을, 정종현에게선 '편안함'을 표현하고자 했다. 바탕이 되는 감정이 다르다보니, 각 배역과 연기를 할 때 태도도 달라졌다.

"연기를 하면서 알게 된 게, 상수와 있을 땐 눈을 보면서 연기가 안 나오더라고요. 상수와 얘기할 땐 땅을 많이 보고, 내 감정이 그게 아닌데 다른 말을 하기도 하고, 시선이 분산됐어요. 설렘과 편안함에서 주는 차이 같아요. 종현이는 남동생의 이미지로 편안한 느낌이라, 그가 얘기하면 눈을 오랫동안 쳐다보게 됐어요. 제가 100% 의도한 건 아닌데, 그 사람한테서 느끼는 감정에 따라서 몸의 방향성이 달라지더라고요. 안수영이 제 안에 조금씩 쌓이면서, 태도도 그렇게 자연스럽게 달라졌어요."

문가영

정종현과 사귀면서도 하상수를 끊어내지 못하고 계속 신경쓰는 안수영의 마음. 애청자들 사이에서는 '안수영은 정종현을 사랑하는 게 맞냐. 연민 아니냐', '결국 바람 피우는 거 아니냐'라며 부정적인 의견도 나왔다. 문가영은 안수영이 정종현도 사랑했던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사랑과 연민을 굳이 이분법으로 나눠야 하나 싶어요. 사랑 안에 연민이 들어가 있기도 하고, 사랑이란 형태가 연민으로 변질되기도 하잖아요. 왜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전 종현이와의 관계도 사랑이라 생각해요. 그 당시 수영이에겐 위로가 필요한 순간에 나타난 대상이 운명이라 생각해 만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근데 마음이 정리가 안 된 사람이 계속 눈 앞에 보이다보니 혼란을 겪는 건데, 수영이한테는 매 순간이 진심이고 매 순간이 사랑이었을 거예요. 달라지는 게 있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사랑이 변질되어 가는 거죠."

결국 이 드라마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말하지 못한 인물들이 서로 어긋나고 아파하다가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문가영은 솔직하지 못한 그 지점이, 이 드라마가 현실적인 이유라고 말했다.

"이 작품은 하나도 환상이 없는 멜로드라마라고 말하고 싶어요. 정말 현실적이라 그렇죠. 그 솔직함이란 게 절 대입해 생각해봐도 그래요. 누굴 만나면 솔직할 때도 있지만, 하고 싶은 말을 거짓으로 할 때도 있잖아요. 너무나 사소한 선택인데 그것들이 겹겹이 쌓여서 엇갈려가는 모습들, 그러다 가끔은 타이밍이 맞기도 하고요. 10부 안수영과 하상수의 키스신처럼요. 그런 엇갈림이 쌓일 수록, 나중에 타임이 딱 맞았을 때 기쁨이 배가 되고 다시 설레기도 하죠. '사랑의 이해' 속 선택과 대사들은, 지극히 현실적이라 생각해요."

문가영은 예쁜 멜로 분위기를 함께 만든 유연석과 호흡이 좋았다고 말한다. 12세 띠동갑 차이지만,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좋은 파트너 덕에 시너지가 나왔다.

"연석오빠가 중심을 잘 잡아줬어요. 띠동갑 나이차가 나긴 하지만, 제가 어릴 때부터 선배들과 작품을 많이 하다 보니 그런 환경들이 더 익숙해요. 오빠가 멜로 장인답게 촉촉한 눈으로 수영이를 봐준 것도, 수영이를 예쁘게 그려준 것에 큰 요소가 된 거 같아요. 오빠랑은 현장에서 많은 감정적인 리허설을 하지 않고도, 대사를 하면 알아서 분위기가 조성됐어요. 신기하리만큼 잘 맞았죠. 유독 저희 스태프들, 배우분들 모두 환경과 분위기가 다 좋았어요."

문가영

▲ 사랑, 여전히 이해할 수 없고 어려워

차분하고 똑 부러지게, 자기 할 말을 조곤조곤 전하는 문가영에게서 안수영이 겹쳐 보였다. 문가영은 안수영과 외모 뿐만 아니라 내적인 부분에서도 크게 비슷하게 느껴졌다.

"제가 수영이와 비슷한 부분은, 잘 참고 내색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한다는 점. 또 수영이처럼 일에 있어서도 '못하겠다' 이런 말 하는 걸 굉장히 싫어해요. 본인 스스로한테 엄격하다는 것도 수영이랑 닮았어요. 그러면서도 닮지 않은 게 있다면, 수영이와 같은 선택은 못해요. 수영이처럼 눈 앞에 있는걸 내려놓는 용기는 제게 없는 거 같아요."

문가영은 '사랑의 이해'를 하고 나니, 더 사랑을 이해할 수 없게 됐다고 했다. 그에게서 사랑관, 연애관에 대해 들어봤다.

"이번 작품을 끝내고 나니, '사랑은 제일 이해할 수 없고 어려운 것'이란 걸 더 깨닫게 됐어요. 수영이처럼 사랑이 어려운 이유는 내가 나를 잘 몰라서가 아닐까요? 내가 나에 대해 잘 알게 되는 순간, 사랑 뿐만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도 조금은 수월해지지 않을까 싶어요. 수영이가 은행을 그만두고 상수를 떠나 4년이란 시간 동안 자신을 알아가고 치유의 시간을 보낸 후에 밝아진 것처럼, 사랑이란 건 자신을 가꾸고 들여다보고 공부하다 보면 조금은 쉬워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전 연애를 많이 해본 건 아니지만, 나름 제 안에선 소중한 기회들이 많았어요. 전 어떤 경험에 대해 많이 연구하는 편이에요. 지나온 감정에 대해 다시 곱씹어 보고, 글 쓰는 것도 좋아해 글로 정리도 해보고 그래요. 연애 경험과 횟수보다, 지나왔던 시간들을 정리하고 곱씹어 보면서 어떤 결과에 도달하고 날 알아가고자 해요. 그런 순환을 반복하다 보면, 제 안에서 정리가 잘 되는 거 같아요."

'사랑의 이해'는 3%대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는 아니었지만, 평범한 등장인물로 쌓는 뻔하지 않은 관계성과 전개가 '과몰입'을 하게 만드는 작품으로 화제성이 높았다. 입소문을 타고 시청자의 사랑을 받은 '사랑의 이해'는 OTT 넷플릭스 순위도 상위권이었다. 문가영은 의미가 좋아 선택한 작품이 결과까지 좋아 감사한 마음이다.

"'사랑의 이해'가 대중성이 있는 작품은 아니었지만, 전 작품의 의미가 좋으니까, 이런 작품이 제 필모그래피에 꼭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임했어요. 그 결과는 시청자분들의 판단으로 나오는 건데,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시고 제가 생각했던 것 이상의 반응들을 주셔서 감사하죠. 좋은 작품을 고르면 그걸 알아봐 주시는 분들,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생긴다는 확신을 들게 해 준 작품이에요. 그러니 앞으로도 흥행과 시청률을 신경 쓰지 않고, 내 판단하에 좋은 작품을 찾아서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지금까지 꾸준히 해왔던 방식대로요."

문가영

▲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는 소소한 행복

로맨틱 코미디나 멜로 작품 위주로 출연하고 있는 문가영. 일부러 그런 장르만 고르는 건 아니다. 작품성을 보고 선택한 건데, 공교롭게도 계속 비슷한 장르가 이어지고 있다. 문가영은 작품의 장르는 언제나 열려있다고 설명한다.

"멜로를 계속 하려고 계획한 건 아니에요. 작품성으로 선택하고, 그 당시 만났던 대본에 내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거나 마음에 가는 캐릭터가 있으면 선택하는데, 그게 공교롭게도 로코나 멜로가 된 것 뿐이에요. 어릴 적엔 오히려 액션이나 사극 같은 특정 장르에 출연했는데, 시간이 지나며 많이 변했어요. 그 시기에 제가 고민하거나 얘기하고 싶은 걸, 캐릭터의 입을 빌어 전할 수 있겠다 싶은 거랑 잘 맞아 떨어질 때 선택하게 돼요. 앞으로도 장르적으로 단정짓지는 않을 거예요. 같은 장르를 해도 다르게 하는 건 제 숙제이기도 하고요."

'사랑의 이해'에서 안수영은 '내일의 행복'이란 드로잉 카페를 운영하며 하루하루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살아간다. 문가영에게 '내일의 행복'은 어떤 것일까.

"제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사는 거요. 예전에 어른들이 '어떻게 살면서 너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아'라고 하셨어요. 어릴 때부터 현장에 나가 어른 분들과 작업을 많이 해서 그런지, 그 말이 저한테 하는 말이 아니더라도 '안하고 싶은 것도 하면서 살아야 하는구나'란 생각을 하게 됐죠. 요즘엔 좀 바뀌었어요. 내가 하고 싶은 것만 골라 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전에는 거절하는 것도 힘들어 하고, 남들이 부탁하면 성격상 해줘야 제 마음이 편했는데, 요즘엔 절 중심적으로 생각하고 선택하려 해요. 그래서 저의 내일의 행복은, '오늘 내가 하고 싶은 일 3~4가지는 하자' 예요. 하기 싫은 거 한번 하고, 하고 싶은 거 세가지를 했다면, 그럼 행복한 거죠. 제가 하고 싶은 것들은 사소한 거예요. 먹고 싶은 걸 먹거나, 배달료 생각하지 않고 주문을 하거나, 서점에 가고 싶다면 간다거나,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난다거나 그런 것들이요."

문가영이 그동안 자신보다 남을 더 생각했던 건, '애어른' 같은 성격 때문이기도 하다. 타인을 배려하고 나이보다 성숙한 생각을 하다 보니, 어릴 적부터 '철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어왔다. 문가영은 이제라도 제 나이에 맞게,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삶을 즐기고 싶다.

"어릴 땐 '철들었다'는 말이 칭찬인 줄 알았어요. 그 땐 빨리 어른이 되고 싶기도 했거든요. 어느 순간 그 철들었다는 말이 칭찬으로 안 들리더라고요. 일을 하면서 억누르고 참으려고 하는게 익숙해졌어요. 조금은 다른 또래들처럼, 순간적인 감정에 훅 좋아도 해보고, 그렇게 즐기며 지내고 싶어요."

그래서 '인간 문가영'의 올해 목표는 간단명료하다. '나의 행복을 사소하게라도 즐기자'다. 그거면 충분하다.

"작년에 '사랑의 이해'를 만난 것처럼, 올해에도 28살의 문가영이 딱 꽂히는 좋은 작품을 만난다면 하는게 목표예요. 또 '인간 문가영'으로서는 나의 행복을 사소하게라도 즐기는 순간이 많았으면 해요. 차기작을 안 정해서 오랜만에 쉬게 됐는데, 시간적인 여유가 생겼으니 그 시간을 잘 보내며 소소한 행복을 즐기고 싶어요."

[사진제공=키이스트]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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