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 문유강 "연기는 도전의 연속, 노력 끝엔 얻는 게 있어"

김지혜 기자 작성 2022.11.29 17:28 수정 2022.12.04 01:04 조회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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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유강

[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배우 문유강을 처음 본 건 연극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2019)이었다. 총체극을 표방한 이 연극에서 문유강은 극의 바탕이 된 소설 도리안 그레이처럼 조각상 같은 외모로 시선을 끌었고, 무대를 꽉 채운 매력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중앙대학교 연극학과 4학년 재학 중 연극 '어나더 컨트리'(2019) 오디션에 합격하며 연극을 시작한 그에게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두 번째 연극이었다. 첫 번째 작품으로 '대학로 아이돌'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면, 두 번째 작품으로는 연기의 외연 확장을 이뤄냈다.

재능과 매력을 갖춘 배우의 방송가 진출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여느 배우들의 시작처럼 조,단역부터 시작해 경력을 쌓는 여정을 이어나가고 있다. 드라마 데뷔작 '이태원 클라쓰'를 시작으로 '미씽:그들이 있었다', '설강화', '꽃 피면 달 생각하고', 'O'PENing - 오피스에서 뭐하Share?', '멘탈코치 제갈길' 등의 작품을 통해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고 있다.

문유강

문유강은 최근 종영한 드라마 '멘탈코치 제갈길'을 3년의 방송 활동에서 가장 특별한 작품으로 꼽았다.

"이번 드라마는 제가 위로를 많이 받으면서 찍은 작품이에요. 무결이를 준비하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힘들 때도 있었지만 마음으로 같이 아파하면서 몰입했고, 공감했던 것 같아요. 그의 회복과 성장 이야기가 제게도 큰 힘이 됐어요. 드라마가 주는 메시지도 좋았고, 동료와 선배 배우들과 팀 워크도 어느 작품보다 좋았어요. 무엇보다 촬영 기간 내내 다들 한 마음으로 치열하게 촬영했어요. 오랫동안 기억될 작품입니다"

'멘탈코치 제갈길'은 멘탈코치가 되어 돌아온 전 국가대표 선수가 선수들을 치유하며 불의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이 작품에서 문유강은 대한민국 간판스타지만 입스(YIPS:운동에서 경기를 잘하던 선수가 갑자기 움직임을 조절하지 못하고 어처구니없이 실수하고 마는 증상)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영 선수 이무결로 분했다.

수영 스타 역할인 만큼 수영을 필수적으로 익혀야 했다. 종전까지 생존수영을 하는 정도였다면 이번에는 역할을 위해 전문적으로 배웠다. 수영 선생님께 기본자세나 영법을 배우는 것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심리적인 자문도 많이 구했다고.

문유강

운동선수는 몸과 정신의 완벽한 조련을 통해 최상의 결과를 낸다. 그런 사람에게 입스란 선수 생명을 끝낼 수밖에 없는 치명적인 외상이다. 이는 몸을 쓰는 것에 대한 공포를 넘어 정신까지 갉아먹은 치명적인 내상이 되기도 한다.

"대본만 봐도 동질감이 느껴졌어요. 무결이에게 연민의 감정을 느끼기도 하고 그의 심리 상태에 공감이나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었어요. 작가님이 글을 너무 잘 써주셨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저는 배우로서 인물의 감정을 연기로 표현해야 하니까 어떤 지점에서 그런 증상이 발현될까를 알고 싶더라고요. 우선 운동선수의 불안 장애를 다룬 다큐를 많이 봤어요. 수영선수의 입스 영상을 보고 싶었지만 구할 수 없으니 다른 선수의 입스 영상이나 관련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은 영상도 많이 보고 공부했어요"

육체와 정신을 잘 단련해야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점에서 배우 역시 운동선수와 일견 닮은 구석이 있다. 문유강은 이무결을 연기하면서 멘탈이 흔들렸던 과거를 떠올렸다고 했다.

문유강

"대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연극 무대에서 주연을 맡았어요. '테레즈 라캥'이라는 작품이었는데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저를 갉아먹었던 시간이었어요. 한 발자국 나아가는 게 이렇게 힘들구나를 처음 느꼈던 것 같아요. 평소 남들보다 일찍 나가고, 늦게 들어오는 패턴을 유지하며 누구보다 열심히 한다고 생각했는데 제 연기가 너무 마음에 들지 않는 거예요. 원하는 만큼의 성취감을 얻지 못한 채로 무대에 올랐어요. 그때 무대가 무섭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던 것 같아요. 그런 경험이 이번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문유강의 라이프 사이클은 배우가 되기 위한 준비과정처럼 여겨진다. 그도 그럴 것이 진로를 정하고, 한 단계 한 단계씩 도약해나갔다. 초등학교 때부터 배우의 꿈을 꿨다는 문유강은 '감히 니가?'라는 시선을 받기 싫어 고등학교 때까지 "좋은 아버지 되기"를 장래희망란에 적었다고 했다.

"중학교 때 몸무게가 100kg가 넘는 거구였어요. 뚱뚱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하기 부끄러웠어요. 중3 때 키(184cm)가 다 컸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작심하고 25kg의 체중을 감량해서 75kg까지 만들었어요.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연극반에 들었고, 그때 비로소 장래희망이 배우라고 말할 수 있었어요."

문유강

배우의 피가 흐르는 집안 분위기도 한 몫했을까. 그는 배우 하정우의 5촌 조카다. 그의 부모님 역시 아들의 꿈을 적극 지원하며 응원하고 있다.

"(하정우) 삼촌은 성격상 제게 각 잡고 뭔가를 가르치시거나 조언하시지 않아요. 다만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한 마디씩 해주세요. 배우로서의 자세나 마음가짐을 얘기하셨던 기억이 나네요. 또한 연기를 할 때에 있어 어떤 환경이 이상적인가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시기도 하셨고요. 실제로 말해주시는 것도 있지만 저도 다른 신인 배우처럼 삼촌이 하신 인터뷰나 강연 영상을 찾아보곤 해요. 작품을 하면서 남긴 경험담들이 제게도 큰 자양분이 되는 것 같아요"

삼촌의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을 묻자 '추격자'와 '멋진 하루'를 꼽으며 "'추격자'의 파급력은 대단했잖아요. 어린 나이였지만 그때의 분위기가 생생히 기억이 나요"라고 말했다.

문유강은 대학교에서 발음과 발성 등의 기본기를 탄탄하게 다졌고, 데뷔도 연극으로 했기 때문에 연기에 있어서 안정감을 보인다. 현재는 오디션을 보는 신인의 위치긴 하지만 문유강은 그 과정을 즐긴다는 패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문유강

"오디션이라고 해서 떨리거나 어렵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재밌어요. 특히 현장에서 대본을 주는 오디션이 제일 재밌는 것 같아요. 대사를 절었다고 해서 자괴감이 들거나 그러지도 않아요.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떨어지면 내 것(역할)이 아니었구나 생각해요."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가에 대한 질문에는 "연기를 계속해서 사랑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시청자들과 관객에게 좋은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고, 현장에서는 좋은 동료가 되고 싶기도 해요"라는 소박한 바람을 밝혔다.

2023년의 목표를 묻는 질문에는 "올해는 3편의 작품으로 시청자들과 만났는데 내년에는 더 바쁜 한 해가 됐으면 해요. '멘탈코치 제갈길' 끝나고 두 달 정도 쉬었는데 3주 차부터 위기가 오더라고요. 저는 쉬는 게 더 힘든 것 같아요. 내년에는 더 열심히 일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기를 하면서 유독 악역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스릴러나 로맨틱 코미디에도 관심이 많아요. 특히 멜로! 그런데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 데뷔해서도 한 번도 제게 멜로 캐릭터는 제안해주시지 않더라고요. 배역을 주시면 잘할 수 있는데..."라고 웃어 보였다.

문유강

연기에 대한 열정과 배우에 대한 자부심을 인터뷰 내내 보여줬던 그에게 '연기의 매력'을 물었다.

"연기는 하면 할수록 재밌어지는 부분이 다른 것 같아요. 좋은 현장을 만나면 현장에 가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무결이 같은 좋은 캐릭터를 만나면 이 인물을 시청자들에게 잘 전달하고 싶다는 욕심에 신나는 것 같아요. 연기는 늘 도전의 연속 같아요. 뭔가 계속할 게 생기고 이루고 싶은 게 생기니까요. 매력적인 작품과 캐릭터를 만나 또 한 번 잘 표현해보고 싶습니다."

ebada@sbs.co.kr

<사진= 백승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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