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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무 찐리뷰] 강에 떠오른 엄마, 집에서 백골로 발견된 딸…아들은 어디에?

강선애 기자 작성 2022.11.04 12:01 수정 2022.11.04 12:06 조회 6,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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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무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역사 속 '그날'의 이야기를, '장트리오' 장현성-장성규-장도연이 들려주는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 본방송을 놓친 분들을 위해, 혹은 방송을 봤지만 다시 그 내용을 곱씹고 싶은 분들을 위해 SBS연예뉴스가 한 방에 정리해 드립니다.

이번에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그날'의 이야기는, 지난 3일 방송된 '아무도 모른다-물음표 가족의 마지막 외출' 편입니다. 이야기 친구로는 조정식 아나운서, 배우 송창의, 그룹 브레이브걸스 멤버 민영이 출연했습니다.(리뷰는 '꼬꼬무'의 특성에 맞게, 반말 모드로 진행됩니다.)

▲ 강에 떠오른 시신, 집에서 발견된 백골

때는 2016년 9월 20일 대구. 낚시꾼 이 씨가 아침부터 낙동강에 있는 고령교 부근에 자리를 잡았어. 여기는 강가에 수풀이 무성해서 숨어있는 잉어가 많은 낚시 최적의 장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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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는 혼자 자리를 잡고 앉아 미끼를 던졌어. 어느덧 시간은 한시간, 두시간 지났고, 어느덧 오후 3시쯤이 됐어. 근데 그 때, 이 씨는 강 위에 뭔가 개구리 모양으로 떠 있는 걸 발견했어. 최근 며칠 비가 계속 내렸기에, 부유물이 떠있는 건가 생각했어. 그런데 바람이 휘잉 불어오는데, 코를 찌르는 악취가 풍겼어. 그 물체가 물살을 타고 점점 가까워지는데, 냄새가 참을 수 없이 심해져. 악취를 풍기며 물 위에 떠 있는 건, 사람이었어. 낚시를 하러 갔다가 시신을 발견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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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의 신고를 받고 경찰서, 소방서에서 곧장 출동했어. 엎드린 채 물에 잠겨있던 시신을 조심스럽게 건졌더니, 부패가 많이 진행된 상태라 얼굴을 알아볼 수 없어. 옷차림을 보니 여성이야. 여성의 목에는 작은 가방이 하나 걸려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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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가방에서는 현금 160만 5천원이 나왔어. 5만원권 32장, 1천원권 5장으로. 돈이 그대로 있는 걸 보면, 돈을 노린 범죄는 아닐 가능성이 커. 또 가방 앞 주머니에선 휴대폰과 열쇠 하나가 나왔어. 휴대폰의 명의를 확인해 시신의 신원은 바로 밝혀졌어. 52살의 여성 최 씨야. 사는 곳은 대구의 한 아파트. 경찰은 곧장 최 씨의 집을 찾아갔어.

현관문 앞에 서서 벨을 눌러도, 문을 두드려도 집에서는 인기척이 없었어. 경찰은 최 씨 가방에서 발견된 열쇠로 문을 열어봤어. 다행이 열쇠는 집 열쇠가 맞았어. 그렇게 문을 열고 경찰은 최 씨의 집으로 들어갔어. 집은 그냥 평범해 보였는데, 이상하게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지 않았어. 오랫동안 비어있던 집처럼, 한기만이 가득했어.

안방도, 작은 방도, 모두 비어있었어. 그런데 그때, 형사 한 명이 베란다에서 이 쪽으로 와보라고 소리쳤어. 베란다 통로에는 온갖 짐들이 쌓여있었고, 안쪽 끝에 붙박이장이 하나 있었어. 경찰은 짐을 치우며 안쪽으로 들어갔어. 그런데 붙박이장이 좀 이상했어. 붙박이장 문 틈이 박스 테이프로 다 막혀있는 거야. 그것도 다섯 겹으로 겹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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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테이프를 떼어내고 붙박이장 문을 열었어. 그 안에는 커다란 종이 상자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어. 그 순간, 역한 냄새가 코를 찔렀어. 사건 현장에서 종종 맡는 냄새, 절대 익숙해지지 않는 그 냄새였어. 바로 '시취', 시신이 부패될 때 나는 냄새야. 경찰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상자를 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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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를 열어보니 제일 먼저 보이는 건 테이프로 봉해 놓은 비닐이었어. 비닐을 뜯으니 이번엔 이불이 나왔어. 이불을 젖혀보니 또 뭔가가 싸여있어. 자세히 보니 패딩이야. 그리고 그 안에, 예상대로 시신이 있었어. 그런데 이 시신의 상태가 충격적이야. 패딩을 입고 있는데, 안에는 뼈만 남아있어. 살점이 거의 없는 백골인 거야. 백골이 될 때까지 이 붙박이장 안에 오래 있었던 시신. 낙동강에서는 시신이 떠오르고, 집에선 백골이 발견됐어. 이건 단순 변사 사건이 아니야.

▲ 유서를 남기고 사라진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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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아파트 단지가 난리가 났어. 최 씨의 집 앞에 폴리스 라인이 쳐지고, 과학 수사대가 현장감식을 시작했어. 상자 안의 유골을 조심스럽게 빼내서 뼛조각을 맞췄어. 시신은 패딩, 이불, 비닐로 완전 밀봉돼 있었어. 그렇게 되면, 온도와 습도가 일정하게 유지가 되어 시신의 부패가 엄청 빠르게 진행된대. 그래서 사망 시점을 특정하기가 어려워. 다만 패딩을 입었으니, 겨울에 사망했을 가능성이 커. 그런데 그게 언제적 겨울인지 알 수가 없어.

일단 유골의 크기를 봤을 때, 시신은 20대 성인으로 추정됐어. 그리고 골반의 모양이 둥근 걸로 봐서 여성이야. 사망원인은 자살인지 타살인지 병사인지 불명확해. 다만, 누군가 붙박이장 안에 은닉한 건 명백한 사실이야. 왜 숨긴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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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식반은 유골을 수습하며 사인을 밝히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목에 있는 '목뿔뼈'를 찾았어. 이 뼈는 혀 바로 밑에 있어서 '설골'이라고도 불려. 이 뼈는 인대와 근육으로만 연결돼서 혼자 떨어져 있고, 엄청 가늘기 때문에 목이 졸리거나 압력이 가해지면 쉽게 부러진대. 그래서 이 설골 상태로 사망 원인을 추정할 수 있어. 백골에서 설골을 발견했는데, 뼈가 두 조각으로 부러져 있었어. 만약 외부의 힘이 가해져 부러진 거라면, 누군가에게 살해 당했을 수도 있는 거야.

그럼 이 백골의 정체는 누굴까. 이 집은 강가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최 씨의 집이야. 최 씨에 대해 알아봤더니, 이 집에서 6년째 거주 중이야. 8년 전에 이혼하고 딸 하나, 아들 하나를 키우고 있었어. 이웃들에게 최 씨 가족에 대해 물었어. 그랬더니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쏟아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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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쯤 됐을 거예요. 그 집 큰 딸이 안 돌아다니더라고."
"누나가 안보인다. 겨울까지 보였는데 지금 안 보인다."
"그 이후부터 못 봤으니까, 그때 이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죠."
-최 씨 이웃들 증언

최 씨의 큰 딸이 동네에서 안 보인지 오래됐고, 마지막으로 목격된 게 겨울이라는 거야. 게다가 당시 큰딸의 나이는 26세. 집에서 발견된 백골과 모든 정황이 일치해. 경찰은 백골로 발견된 시신은 최 씨의 큰 딸이라는 결론을 내렸어. 세 식구 중에 엄마는 강에서 시신으로, 딸은 집에서 백골로 발견됐어. 그럼 아들은? 흔적도 없이 감쪽같이 사라진 상태야.

아들의 이름은 오영진(가명), 나이는 11살 초등학교 4학년이야. 누나와 15살 차이가 나는 늦둥이야. 경찰은 영진이의 흔적을 찾아 집안 구석구석을 뒤졌어. 그러다 깜짝 놀랄만한 걸 발견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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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 내가 죽거든 십자수, 종이접기 책을 종이접기를 좋아하거나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세요."

식탁 위에 연필로 쓴 유서가 있었던 거야. 딱 봐도 아이 글씨체야. 이 아이는 이 유서를 남겨두고 어디로 사라진 걸까. 유서를 썼다면, 더 늦기 전에 영진이를 찾아야해.

▲ 영진이를 찾아라

경찰은 아파트 CCTV부터 돌려봤어. 엄마 최 씨가 시신으로 발견된 9월 20일부터 하루씩 앞으로 돌려보다가, 9월 15일 추석 당일 오후 5시 7분에 영진이와 엄마가 외출하는 모습을 발견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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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이는 엄마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에서 내렸어. 잠시 영진이가 엄마를 돌아봤다가, 먼저 아파트를 나가. 뒤이어 엄마가 나가는 모습이 CCTV에 찍혔어. 이상한 건, 그 다음이야.

아파트 단지 출입구에서 찍힌 CCTV를 보면, 영진이가 먼저 나가고 엄마 최 씨가 그 뒤를 따라가. 근데 이웃들은, 이 부분이 이상하대. 평소 이 둘은 항상 손을 잡고 다녔대. 근데 이 날은, 서로 거리를 두고 아파트를 나섰어. 그리고 그 뒤로 두 사람은 돌아오지 않았어.

아파트를 나선 두 사람은 어디로 간 걸까. 둘의 행방을 계속 추적했어. CCTV를 다 뒤져봤는데, 모자는 아파트 앞 사거리에서 갑자기 사라졌어. 경찰은 혹시 택시를 타고 간 게 아닐까 추측했고, 대구 지역의 택시 회사를 수소문했어. 그러다 엄마와 아들을 태웠다는 택시 기사를 찾았고, 이들이 시외버스터미널 근처에서 내렸다는 걸 알아냈어. 집에서 20km 떨어진 지점이야.

경찰은 터미널 인근의 CCTV를 싹 다 확인했어. 끈질긴 추적 끝에, 두 사람이 다시 CCTV에서 발견됐어. 터미널 건너편 버스 정류장의 맞은편 건물 옥상에 있던 CCTV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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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를 통해, 최 씨와 영진이가 터미널 건너편 정거장에서 시내버스를 탄 게 확인됐어. 택시를 타고 멀리 시외버스터미널까지 와서 시내버스를 탄다, 좀 이상한 동선이지? 그래도 두 사람의 동선을 확인해 봐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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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6시 1분, 엄마와 영진이는 시내버스를 탔어. 버스는 팔달교 쪽으로 좌회전을 해. 6시 4분, 세번째 정거장에 도착했을 때 두 사람은 버스에서 내렸어. 그리고 다리 방향으로 걸어가기 시작해. 한 정거장 정도를 걷다가 오후 6시 15분, 갑자기 또 다시 버스를 탔어. 두 사람이 탄 버스는 팔달교 다리를 건넜어. 조금 더 가다가 모자는 버스에서 내렸어. 그리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 시작해. 방금 건넌 다리 쪽으로. 다리에 들어서기 직전에 엄마와 영진이가 찍힌 CCTV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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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를 보면, 중간에 영진이가 잠깐 멈칫하는 게 보여. 두 사람은 손을 잡지 않고 나란히 걸었어. 이 CCTV가 두 사람의 마지막 모습이야. 9월 15일 오후 6시 36분, 여기서 영진이와 엄마의 행적은 끊겼어.

모자가 사라진 곳은 팔달교. 최 씨는 팔달교에서 30km 정도 떨어진 고령교에서 시신으로 발견됐어. 영진이가 어디 있는지는 아직 몰라. 어딘가에 살아 있을 수도 있어. 경찰은 집 주변은 물론, 아동 보호시설을 탐문했어. 근데 영진이는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어. 결국 경찰은 목격자가 나오길 희망하며 공개수사를 결정했어.

▲ 사진 한 장 없던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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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영진이를 목격하면 연락을 달라고, 공개 수사를 위해 만들어진 전단이 좀 이상해. 영진이의 얼굴을 확인할 수가 없어. 전부 CCTV에 찍힌 모습들 뿐이야. 경찰은 왜 이런 전단을 만든 걸까?

알고보니, 영진이의 사진이 하나도 없었대. 아무리 집을 뒤져도 아이 사진이 한 장도 발견되지 않았어. 보통 아이를 키우는 집이라면 아이의 성장 과정을 사진으로 많이 남길 텐데. 사진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경찰은 CCTV 속 영진이의 모습을 전단지에 사용한 거야. 도대체 11살 영진이는 어떤 삶을 산 걸까? 이상한 건 사진 뿐만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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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이가 살던 집의 가스 검침표를 보면, 이웃집 사용량과 비교해 10분의 1 가량으로 가스를 적게 썼어. 가스공사에 문의해봤더니, 이 정도면 한겨울에도 가스보일러를 한 번도 안 켠 거래. 사람이 살던 집이 맞는지 의심될 지경이야.

이웃들에 문의해 보니, 영진이 가족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없었어. 심지어 이웃과 대화를 해본 적도 없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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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이 이웃하고 교류가 없었어요."
"이사를 와서 '새로 이사 오셨나 봐요' 하니까 힐끔 보는데, 그 아줌마 눈초리나 얼굴색이 차갑고 무서워요."
"이웃이나 사람들 볼 때 눈을 안 마주치려고 하고, 사람들 눈치를 봤어요."
"아줌마가 교류가 없어요. 자기가 먼저 나오다가 제가 나오는 소리에 자기는 그냥 문 닫고 들어가 버려요."
-이웃들 증언

최 씨 가방에서 발견된 휴대폰은 통화기록이 거의 없었어. 친구, 친척, 심지어 친정 식구들과도 거의 연락하지 않았어. 8년 전에 이혼한 후 외부와 철저히 단절된 생활을 한 거야. 이웃 사람들 얘기로는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처럼 보였대. 이 대단지 아파트에서, 영진이네만 섬처럼 고립돼 살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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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웃들이 기억하는게 하나 있어. 엄마가 항상 영진이의 손을 잡고 다녔다고. 엄마가 아들한테는 지극정성이었대. 그런데 그 정도가 좀 심해. 영진이는 초등학교 4학년의 나이인데 학교를 안 다녔어.

"3년 전에 1학년 때 입학식 날 데리고 왔다가, 어머니가 '내가 가르칠 거다' 하면서 바로 집에 데려가서 3년 반동안 학교 안 나왔습니다."
-영진이가 입학했던 학교 관계자

엄마 최 씨는 학습지 교사였대. 학교에 보내는 대신 직접 영진이를 가르치며 홈스쿨링을 한 거지. 영진이는 가끔 누나와 같이 다니기도 했는데 어느 순간 누나도 보이지 않았대. 그 뒤로 영진이는 엄마와 둘이 지냈어.

이웃들은 그냥 지나치지 않고, '저 집 엄마가 애를 학교에 안 보내는 것 같다'며 경찰서와 아동보호기관에 신고했어. 아동보호기관에서 영진이네를 찾아가 진짜로 홈스쿨링을 하고 있는지 학대는 없는지 알아봤어. 조사 결과, 아동학대는 '혐의없음'. 학업 테스트를 해보니, 영진이는 또래 수준의 학업성취도가 나왔어. 실제로 엄마가 홈스쿨링으로 가르친거야. 그리고 심리검사에서도 별다른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어.

"(영진이에게) 누가 세상에서 제일 좋으냐고 물으니까 '엄마가 제일 좋다', '엄마하고 같이 있는 게 제일 행복하다' 했다고..."
-영진이가 입학했던 학교 관계자

학대를 의심할 만한 정황은 없었어. 근데 '취학 의무의 유예' 때문에 4학년이 될 때까지 학교에 보내지 않는 건,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어. 그래서 최 씨는 아이를 학교에 보내기로 약속했어. 새 학기가 시작되고, 영진이는 4학년으로 학교에 들어가게 됐어. 엄마가 사 준 새 옷과 파란색 운동화를 신고, 첫 등교를 했어. 영진이의 학교 생활은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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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일 금요일 첫 등교날, 영진이는 오전 수업 중에 목이 아프다며 조퇴를 했어. 주말이 지나고 5일 월요일 두번째 등교날, 또 조퇴를 했어. 다리에 피부 발진이 심했대. 다음날은 엄마와 같이 등교했어. 그런데 또 조퇴. 이 날은 발진이 심해 병원에 가야한대. 그 다음날은 결석. 그 다음날도 결석. 9일에는 등교했어. 그런데 또 조퇴. 피부 발진이 심하다며, 추석 연휴가 끝나고 학교에 보내겠다고 했대. 그러면서 아이를 데리고 돌아갔어. 그리고 15일, 모두가 가족을 만나러 가는 추석에 두 사람은 마지막 외출을 한 거야.

영진이가 등교한 날은 딱 4일이야. 그 마저도 매번 조퇴를 했어. 친구를 사귀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지. 학교에도 영진이의 사진은 없었어. 그런데 영진이의 유일한 흔적을 하나 발견했어. 9월 5일에 학교에서 조퇴하는 영진이의 모습이 CCTV에 찍혔어. 이 아이가 세상에 남긴 단 한 장의 사진이야. 고개를 숙이고 있지만, 다행이 얼굴은 잘 보여. 경찰은 이 사진을 넣어 수배전단을 다시 만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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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각, 국과수에서는 집에서 발견된 백골의 부검 결과가 나왔어. 사망원인과 시기를 추정할 수 없고, 골절 등 외상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결과였어. 타살 가능성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야. 설골이 부러졌던 것도 정밀분석 결과, 유골이 건조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뼈마디가 분리된 거라는 결론이 나왔어. 타살로 볼 수 있는 증거가 없었어.

다만 붙박이 장에서 발견된 테이프에서 엄마 최 씨의 지문이 나왔어. 딸의 사인은 밝히지 못했지만, 시신을 숨긴 사람은 엄마라는 게 밝혀진 거지. 그럼 왜 최 씨는 딸의 시신을 베란다에 숨긴 걸까?

이 물음표의 답을 알고 있는 사람은 영진이 한 명 뿐이야. 영진이가 실종된 지 일주일이 지났는데 아직도 찾지 못했어. 강에 빠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경찰은 낙동강을 수색하기 시작했어. 추석 연휴 내내 폭우가 내려 수색하기에는 최악의 조건이었지만, 강 위에는 수색보트, 강가에는 수색견들이 영진이를 찾아 나섰어. 수중 음파 탐지기, 잠수부, 헬기까지, 동원된 경찰 인원만 600여명이었어. 모두가 영진이를 애타게 찾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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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이학에 담긴 아이의 마음

그렇게 시간이 흘러 실종 13일째. 마침내 영진이의 소식이 들려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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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됐던 초등학생이 오늘 오전 낙동간변에서 시신으로 발견됐습니다. 낙동강변에서 어린이 시신이 발견된 건 오늘 오전 11시 40분쯤. 119 구조대원들이 대구 낙동강 사문진교 하류 2km 지점에서 10살 전후로 보이는 어린이 시신을 발견했습니다. 밝은색 상의와 모자 등 시신의 착의 상태는 실종 당시 마지막 CCTV에 잡힌 11살 오영진 군의 모습과 같습니다…"
-당시 뉴스 보도 中

모두의 바람과 달리 영진이는 시신으로 발견됐어. 엄마가 발견된 곳에서 12km 정도 떨어진 곳에서. 영진이도 부패가 너무 심해서 얼굴을 알아볼 수 없었대. 그런데 한쪽 발에 이걸 신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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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운동화, 알아 보겠어? 영진이가 첫 등교를 앞두고 새로 샀던 그 파란색 운동화야.

경찰은 사망원인이라도 알아내기 위해 목격자를 찾았지만 찾지 못했어. 그리고 경찰은 엄마와 아이가 강에 같이 투신한 걸로 결론을 내렸어. 미리 유서를 작성한 점, CCTV에 아무 저항없이 엄마와 걸어갔던 점, 시신에 외상이 없는 점. 이런 정황을 토대로 결론을 내린 거야.

그런데 수사 과정에서 인상적인 점이 하나 있어. 엄마와 영진이가 집을 나와서 한참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잖아. CCTV엔 그들의 흔적이 잡혔어. 그런데 이들을 목격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마치 투명인간처럼. 존재했지만, 존재하지 않았던 두 사람. CCTV만이 이들의 모습을 담고 있었던 거야.

2016년 12월. 경찰은 수사를 마치고 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어. 엄마의 혐의는 두 가지야. 하나는 딸의 사체 은닉, 또 하나는 영진이에 대한 승낙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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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낙살인'은 피해자의 동의를 받고 살해하는 걸 말해. 정황상, 삶을 포기한 최 씨가 영진이를 데리고 간 걸로 보여. 집에서 발견된 유서의 필체를 감정한 결과, 유서는 영진이가 직접 쓴 걸로 확인됐어. 고작 11살 아이가 쓴 유서. 자신의 종이접기 책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어 달라는 그 유서. 그걸 쓰고 엄마를 따라 집을 나선 거야. 버스에서 택시에서, 영진이는 얼마나 무서웠을까. 아이의 마음을 감히 헤아릴 수가 없어. '승낙살인'이라는데, 과연 영진이의 동의를 받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무도 없는 아파트에서 영진이가 남긴 흔적은 또 하나 발견됐어. 냉장고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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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안에 종이학 수백마리가 가득 들어 있었어. 왜 종이학이 냉장고 안에 들어 있었을까? 어쩌면, 아이의 시선에서, 자기한테 가장 소중한 이 종이학이 상하지 않게 오래 보관되길 바란 건 아닐까?

검찰은 두 달간의 사건 검토 끝에,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렸어. 이렇게 일가족 변사 사건은 물음표를 남긴 채 마침표를 찍었어.

부모에게 자식의 생명을 거둘 권리는 없어. 종이학 천마리를 접으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하잖아? 영진이는 종이학을 접으며 어떤 소원을 빌었을까. 엄마가 전부인 영진이였을 테니, 엄마와 행복하게 살게 해달라고 빌지는 않았을까.

'사각지대'란 말 알지? 여기서 '사각'은 죽을 사(死) 구석 각(角)을 한자로 쓴대. 뉴스에 종종 나오는 이런 사각지대에 있는 가족의 비극 이야기, 여기에는 공통점이 있어. 바로 '고립'과 '단절'이야.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혹시 우리 주위에도 시선이 닿지 않는 그늘진 곳에서 조용한 비명을 지르는 누군가가 있지는 않은지, 우리도 더 둘러보고, 최소한의 사회 안전망이 갖춰져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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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야기를 들은 '오늘' 당신의 생각은?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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