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 착해 보이기만 했던 남지현이 변했다

강선애 기자 작성 2022.10.13 12:40 수정 2022.10.13 12:52 조회 5,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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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지현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남지현은 선한 이미지가 강한 배우다. 어린 나이에 아역배우로 연기에 발을 내딛은 후 줄곧 착하고 정의로운 주인공 역할을 맡다 보니, 자연스럽게 남지현에게도 선한 이미지가 씌워졌다. 거기에 왠지 신뢰가 가고 다부져 보이는 외모, 연기와 학업을 성실하게 병행해 자신이 공부하고 싶은 학과에 진학하는 모습까지 보였던 터라, 남지현에게 '일탈'은 거리가 멀어 보인다.

이런 남지현의 모범적인 이미지가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작은 아씨들'을 통해 조금은 깨졌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주인공 세 자매 중 정의로운 일에 거침없이 뛰어드는 열혈 기자인 둘째 오인경 역을 소화했는데, 오인경은 그동안 남지현이 보여준 선하기만 한 캐릭터들과 조금은 결이 달랐다.

주변을 생각하지 않고 불의에 일단 들이박고 보는, 자기주장 확실한 오인경의 초반 저돌적인 성격은 모두에게 공감받을 만한 건 아니었다. 또 그런 정의감이 술을 먹어야만 진정이 되는 알코올 중독 위에서 솟아난다는 점은 더욱 이해하기 어려웠다. 오인경은 그동안 남지현이 맡았던 선하고 사랑스러웠던 캐릭터들과 다르게 호불호가 갈릴 만 했다. 술을 구강청결제인 척 입 안에 머금고 있다가 대수롭지 않게 삼켜버리는 연기만으로도, 남지현의 기존 이미지에서는 감히 상상도 못 했던 일이다. 남지현이 술이라니, 게다가 알코올 중독자라니.

그래서 남지현에게 이번 작품은 하나의 도전이었다. 다행히 남지현은 지난 18년간 다져온 탄탄한 연기 내공을 바탕으로 시청자에게 오인경을 설득시켰고, 도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제 오인경을 해봤으니 그보다 더 센 역할, 악역을 하면 어떨까 하는 궁금증이 스스로에게 생겼다. 남지현은 말한다.

"이때쯤 제가 진짜 나쁜 역할을 한다면, 진짜 재밌게 보실 수 있지 않을까요?"(웃음)

남지현

남지현은 '작은 아씨들'의 대본을 읽으면서부터 자신이 연기할 오인경 캐릭터에 호불호가 갈릴 걸 알았다. 그런데 그런 면이 오히려 남지현을 끌어당겼다.

"인경이 캐릭터 자체가 제가 전에 맡았던 캐릭터들과는 결이 달랐어요. 전에는 모두의 응원과 사랑을 받으면서 극을 끌고 가는 캐릭터였는데, 인경인 그런 류가 아니라 작품이 공개되면 호불호가 갈릴 걸 어느 정도 예상했어요. 그런데 그런 캐릭터를 한 번 해보고 싶었어요."

미리 예상했기에, 드라마 초반 시청자가 오인경 캐릭터에 불만을 표현해도 남지현은 전혀 당황하지도, 속상해하지도 않았다. 다만 걱정했던 건, 오인경이 사건 해결 전면에 나서는 극 후반부 전개에서도 시청자가 답답함을 느끼면 어쩌나 하는 것이었다.

"인경이가 욕먹는 것에는 전혀 실망하지 않았어요. 저도 그럴만한 캐릭터라고 생각했으니까요. 또 저희 드라마가 6~7부까진 빌드업만 해서,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주인공이 계속 당하기만 하는 것이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고 봤어요. 제가 걱정된 건, 인경이가 후반부에 앞에 나서서 여러가지 일들을 해결해 나가는데, 시청자가 그마저도 못 받아들이면 어떡하나, 하는 거였어요. 그건 작품에 피해가 가는 거니까요. 다행히 후반부 6회 동안 극 중 사건들이 풀리는 이야기를 시청자가 잘 받아들였고, 더 사이다를 느끼지 않았나 싶어요."

오인경은 방송국 사회부 기자다. 남지현은 기자 캐릭터 준비를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드라마 자문해 주신 사회부 기자님이 계셨어요. 촬영 전에 그분을 몇 번 만나 리포팅 수업을 받았는데, 말하는 법이랑 발성 같은 게 따로 있더라고요. 그런 것들을 최대한 비슷하게 따라 하려고 최선을 다했어요. 촬영을 시작한 이후에는, 기자님 일정과 제 촬영 스케줄 때문에 직접 만나기는 어려웠는데, 대신 녹음 파일을 주고받으며 준비를 이어갔어요. 감사하게도 촬영장에 직접 오셔서 마이크 잡는 법, 카메라 앞에 어떻게 서는지 등도 잡아 주셨고요. 인경이가 방송 리포팅을 하는 장면이 드라마에 많이 나오진 않지만, 그래도 인경이한텐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해서 준비를 많이 했어요."

남지현

남지현이 오인경을 연기하며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전달력'이다. 오인경이 직업이 기자인 데다, '작은 아씨들'에 나오는 온갖 사건들을 파헤치는 캐릭터라 사건을 입으로 설명하는 장면이 유독 많았다. 그러다 보니 대사 전달에 더욱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정보를 전달하는 대사가 많았어요. 인경이는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먼저 앞에서 쫓아가는 인물이었어요. 그래서 사건 후의 리액션보다는, 사건을 파헤치고 그렇게 파악한 정보를 바탕으로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고 행동했어요. 그러다 보니 누군가에게 현재 상황이 어떤지 얘기하는 장면이 많았어요. 어떻게 하면 대사 전달이 잘 될까, 그걸 가장 신경 쓰며 고민했던 거 같아요."

정의를 좇는 오인경과 실제의 남지현은 어느 정도 맞닿아 있다. 그 비슷한 지점을 남지현은 오히려 모르고 있다가, 친구가 일깨워줬다.

"저와 오인경의 싱크로율을 아예 생각도 안 하고 있었어요. 왜냐하면, 인경이는 그 자체로 캐릭터가 뚜렷하고 현실에 있을 거 같은 느낌이라, 그냥 이 사람만을 보고 연기했거든요. 제가 인경이가 한 대사 중 '전 느리지만 확실하게 일을 하는 타입이거든요'라는 걸 좋아하는데, 그 대사를 보고 '얘가 인생 살아가는 태도가 나랑 비슷할 수 있겠다'는 생각은 했어요. 그러다 제 대학교 친구가 드라마 잘 보고 있다고 연락을 줬는데, '인경이는 그냥 너'라고 하더라고요.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일을 어떻게든 짚고 넘어가는 게, 저와 비슷하대요. 그 말에 조금 놀랐어요."

남지현은 '작은 아씨들' 배우들과의 호흡을 묻는 질문에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세 자매 중 첫째 오인주 역 김고은, 셋째 오인혜 역 박지후는 물론이거니와, 대립각을 세운 박재상 역 엄기준, 고모할머니 오혜석 역 김미숙, 로맨스 연기를 펼친 하종호 역 강훈까지, 모든 배우들과의 호흡에 큰 만족감을 보였다.

"다들 연기를 너무 잘하시는 분들이라 촬영이 너무 재밌었어요. 세 자매가 모이는 신이 생각보다 많이 없어 아쉬워요. 같이 더 찍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어요. 오히려 박재상과 오인경이 붙는 신들이 많았어요. 엄기준 선배님이 워낙 악역 연기의 마스터급이라, 인경이가 가장 적대적으로 박재상에게 맞서는 캐릭터이다 보니 대적하는 연기가 부담스럽지 않냐 하던데, 전 너무 재밌었어요. 그리고 실제로 엄기준 선배님은 박재상과 비슷한 점이 하나도 없어요.(웃음)"

남지현

자매들의 끈끈한 관계성을 이해하는 데는 남지현의 실제 가족관계가 도움이 됐다. 남지현은 실제로 위에 언니 하나가 있어서, 오인경이 오인주(김고은 분)를 대하는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전 언니랑 사이가 정말 좋아요. 어렸을 때부터 언니와 싸운 적이 없어요. 언니와 성격이 너무 다른데도 사이좋게 잘 지내요. 그래서 드라마 속 자매의 관계성을 너무 자연스럽고 수월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어요. 인주랑 인경이는 티격태격하면서도 중요한 순간에 서로를 가장 먼저 생각하는 현실 자매죠. 막내 인혜(박지후 분)는 조금 다르다고 생각해요. 두 언니와 나이차도 많이 나고, 인주-인경이한테 인혜는 거의 자식이에요. 언니들은 자신들이 겪은 부모의 부족감, 가난의 아픔을 막내가 겪지 않게 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전 그 관계성이 이해가 잘 됐어요. 결국은 셋 다 가족을 너무 사랑해서 나오는 행동들이니까요. 제일 어렵고 위기의 상황에서는 결국 가족에게 돌아가는 모습들이 너무 이해가 잘 됐어요."

'작은 아씨들' 속 오인경과 하종호의 러브라인은 전체적으로 어두운 극에서 유일한 '핑크빛' 분위기였다. 위험한 사건을 함께 파헤쳐 나가며 친구이자 동지, 결국엔 커플로 완성되는 이들의 천천히 단단해지는 사랑은 잔잔한 설렘을 안겼다. 남지현은 넌지시 짝사랑을 표현하는 종호 캐릭터를 다정하고 매력적으로 연기해 낸 강훈을 칭찬했다.

"강훈 배우가 종호 역할에 잘 어울렸어요. 전 종호가 어려운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인경이한테 마음 표현을 거침없이 하지만 부담스럽지 않아야 하고, 충분히 다정하지만 그게 느끼하면 안 되고,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은 연기라 생각했거든요. 근데 강훈 배우와 초반 미팅할 때 대본을 읽어보는데, 종호 느낌이랑 너무 잘 맞는 거예요. 또 강훈 배우가 키도 크고 하얀 강아지 같은 느낌이라 종호랑 외적인 부분도 잘 어울렸어요. 인경이가 종호에 대한 마음이 계속 변화하는 인물인데, 강훈 배우가 종호를 잘해주니 저도 연기하기 편했어요."

2004년 아홉 살에 데뷔해 어느덧 18년 차 배우가 됐다. 인생의 대부분을 연기와 함께 했는데, 남지현은 지금 더 연기에 대한 의욕이 크다고 한다.

"예전에는 작품을 1년, 1년 반에 하나씩 했어요. 학업이랑 병행을 해야 해서, 작품 할 땐 작품을 하고 끝나면 학교에 돌아가고 그런 패턴을 반복했어요. 제가 작품을 많이 했다고는 생각을 못했는데, 그렇게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지났고 그만큼 작품이 쌓였더라고요. 그런데 2년 전에 대학교를 졸업했어요. 그러면서 처음으로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됐는데, 그게 너무 재밌고 에너지를 넘치게 해요. 그래서 지금은 더 의욕도 크고, 이것저것 다양한 장르에 호기심이 많아요. 다양한 역할도 해보고 싶고요."

남지현

남지현이 말한 '다양한 역할'에는 악역도 포함된다. 그동안 악역을 해본 적이 없는 만큼, 더욱 욕심이 난다. 남들은 갖고 싶어도 갖지 못하는 선한 이미지가 행여나 깨질까 하는 부담감은 아예 없다. 윤리적으로 작은 결점이 있었던 오인경을 넘어, 그보다 더 세고 악한 캐릭터를 해봐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악역이라고 해서 부담이 된다거나 망설여지는 마음은 없어요.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거 같아, 오히려 해보고 싶어요. 악역 제안이 잘 들어오지는 않는데, 인경이를 보여드렸으니 좀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요? 인경이가 술을 마시고 그로 인해 징계를 받는, 그런 도덕적인 결점을 가진 역할을 제가 연기하는 것에 놀라고 새롭게 받아들이시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그런 반응들을 보며 '이때쯤 내가 진짜 나쁜 역할을 한다면 진짜 재밌게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남지현은 '작은 아씨들'을 하는 "매일매일이 도전이자, 심난한 하루하루였다"고 말했다. 그가 얼마나 이 작품과 오인경 캐릭터에 고민을 많이 했는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제 어려운 숙제를 마쳤으니, 남지현에게는 큰 뿌듯함이 남았다.

"올해 계획 중 제일 큰 건, '작은 아씨들'을 잘 끝내자는 거였어요. 준비 기간부터 촬영, 방송까지 '작은 아씨들'과 거의 1년을 함께 했더라고요. 1년을 알차고 소중하게 보낸 거 같아서 뿌듯해요. 이달 말에 팬미팅을 여는데, 그거까지 잘 끝내면 '2022년 잘 보냈다' 생각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이제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이 행복함 그대로 끝까지 보내지 않을까 해요."

[사진=매니지먼트숲 제공]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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