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 강기영 "연기에 갈증 나던 시기, '우영우'를 만났다"

강선애 기자 작성 2022.09.06 17:43 수정 2022.09.07 10:59 조회 837
기사 인쇄하기
강기영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감초 캐릭터를 연기하는 건 생각보다 까다롭다. 주로 코믹적인 역할인 만큼, 대본에 쓰인 대사를 맛깔나게 소화하는 것은 당연하고 그 위에 센스있는 애드리브 연기를 더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렇다고 너무 홀로 튀어서도 안된다. 극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 주인공의 서사를 든든히 뒷받침 해야 한다.

강기영은 그 감초 연기를 참 잘하는 배우다.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 '김비서가 왜 그럴까', 영화 '너의 결혼식', '엑시트', '가장 보통의 연애' 등에서 인상적인 씬스틸러로 활약했다. 강기영의 연기를 떠올리면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번져 나온다. 그만큼 강기영은 유쾌하고, 분명 매력적인 배우다.

최근 종영한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에서 강기영이 연기한 정명석 캐릭터는 그동안 그가 보여준 감초 캐릭터의 매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정명석은 그저 실없이 웃기기만 한 캐릭터가 아니었다. 로펌 한바다의 시니어 변호사이자 주인공 우영우(박은빈 분)의 직속 선배로서, 든든한 길잡이 역할을 하며 "나도 저런 멘토가 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갖게 했다.

냉정하게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지만 그 속에서 따스함이 느껴지고, 꾸짖는 것 같지만 그 뒤에 깔린 걱정과 배려가 전해져 뭉클하게 하는, 그런 이상적인 멘토. 현실에 존재하지 않을 것만 같은 정명석 캐릭터에는 '유니콘 멘토', 우영우의 '서브아빠' 등의 애칭이 붙었다. 강기영이 정명석을 충분히 매력적으로 연기해냈기에 붙을 수 있었던 별명들이다.

강기영은 코믹 감초 연기를 잘 소화하는 배우이고, 스스로도 그런 자신의 장점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너무 한 쪽에 치우친 연기에 조금씩 갈증을 느끼고 있던 차였다. 바로 그 때, '우영우'와 정명석을 만났다.

'우영우'를 통해 우리는 확실히 알았다. 웃겨 보이기만 했던 강기영도,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걸. 그도 맡는 캐릭터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 보일 수 있는, '배우'라는 걸.

강기영

Q. 드라마 '우영우'를 성공적으로 마쳤어요. 소감이 어떤가요?
강기영: 드라마가 너무 잘 돼서, 관심과 사랑을 주셔서 정말 감사하죠. 믿기지가 않아요. 이렇게 이슈가 된 작품에서 좋은 역할을 할 수 있었다는 게 기뻐요. 감독님과 작가님, 그리고 배우들에 대한 믿음은 있었는데, 이게 신드롬이라 불릴 정도로 흥행할 지는 몰랐어요.

Q. 드라마 방영 초반부터 시청자 반응이 터져서, 촬영장 분위기도 좋았겠어요.
강기영: 다들 너무 좋아하면서도 얼떨떨해 했어요. 시청률이 점점 올라가는 걸 보고, 제가 권민우 역할을 한 주종혁이란 친구한테 "너한테 이런 작품이 너무 빨리 왔다. 난 14년만에 온 거 같은데"라며 배가 아프다고 장난치고 그랬어요.(웃음)

Q. 스스로의 연기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요?

제 연기가 좋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제 눈에는 아쉬운 점만 보이거든요. 사실 전 '우영우'를 본방송으로 볼 때 정명석의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딴 데를 봤어요. 정명석을 좀 더 시니어 변호사 같은 느낌으로 보여줄 수 있었는데, 초반에는 긴장을 많이 해서 그런지 제 눈에도 연기가 어색해 보이더라고요. 법정이란 공간에 촬영 스태프까지 50~60명의 사람이 있는데, 그 중압감 때문인지 연기할 때 긴장감이 있었어요. 저 스스로는 어색했는데, 그래도 이야기를 따라간 대중들은 절 명석이로 오롯이 봐주며 좋아해주신 거 같아 감사해요. 거기서 자신감을 얻었어요.

강기영

Q. 정명석 캐릭터를 초반에 연기할 때는 부침이 있었나 보네요. 어떻게 해결해 나갔나요?
처음엔 정명석이 멋있어 보여야 한다는 느낌에 갇혀 있었어요. 그래서 시니어 변호사의 껍데기, 외적인 모습만 표현하려 했던 거 같아요. 잘못 생각했죠. 그걸 내려놓으니 캐릭터들과의 관계성이 보이더라고요. 변호사 정명석이 왜 이렇게 열심히 일을 하는지 찾게 됐어요. 그리고 다른 인물들과의 관계성, 예를 들어 신입 변호사들과의 리액션에서 명석이가 더 노련해 보이면 그게 시니어 변호사 같은 모습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그렇게 다른 인물들과 케미를 맞춰 가면서 명석이가 점점 살아났던 거 같아요.

Q. 우영우와 신입 변호사들의 든든한 선배로 중심을 잡던 정명석은 위암 3기 판정을 받으며 큰 변화를 겪어요. 그런 전개는 어떻게 받아들였나요?
강기영: 명석이에게 위암 판정은, 더 소중한 게 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되는 사건이에요. 명석이에게 인생의 중심은 일이었어요. 가정에서 오는 행복감보단, 승소했을 때의 성취감이 인생의 원동력이었을 거에요. 그래서 누구보다 열심히 일을 하다가 과부하가 걸려 그게 병으로 온 거 같아요. 사람이 실패를 해봐야 깨닫는 것처럼, 명석이는 병을 얻으면서 놓쳤던 부분들에 대해 깨닫고 진짜 행복이 뭔지를 찾게 되죠. 강기영으로서는 이런 정명석의 워커홀릭적인 모습에 공감하진 못해요. 전 배우 강기영도 중요하지만, 일상 강기영도 중요한 사람이거든요.

Q. 정명석의 위암 3기 판정이 너무 갑작스러운 전개라는 지적이 있었어요.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우영우가 아무리 공감능력이 떨어진다고 해도, 정명석에게 위암으로 죽을 확률을 반복적으로 언급하는 건 과하다는 비판도 있었고요.

강기영: 드라마적인 스토리로 봐주시면 좋겠어요. 일만 바라보고 살다가 정작 주요한 걸 놓치는 명석이를 위암 3기로 표현한 건, 그런 실패를 하며 성장하는 명석이를 그리기 위해 필요한 장치이지 않았나 생각해요. 또 우영우와 정명석의 관계는, 드라마로 짧게 그려진 것보다 더 오랜 시간 위에 단단하게 쌓여있다고 봤어요. 한 사건을 3, 4개월씩 진행하니, 실제라면 두 사람이 함께 호흡을 맞춘 기간은 더 오래됐을 거에요. 그럼 정명석은 분명 우영우를 파악했을 거고, 그런 우영우의 표현이 악의적인 게 아니란 걸 아주 잘 알고 있어 불편해하지 않았을 거 같아요. 다만, 실제로 그런 아픔을 겪고 계신 분들이 봤을 땐 불편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강기영

Q. 정명석 같은 참어른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 마치 '유니콘' 같다는 팬들의 목소리가 있었어요. 그래서 '유니콘 멘토', 우영우의 또 다른 아빠 같아서 '서브 아빠'라는 별명이 있었죠.
강기영: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별명들이었어요. 원래 너무 허구의 인물을 연기하는 느낌이 들면 연기할 때 힘이 안 생겨요. 전 대한민국 구석구석 어딘가에는 명석이 같은 참멘토가 있을 거란 희망으로 연기를 했어요. 저도 명석이처럼 좋은 영향을 주고, 또 받는 사람이고 싶어요. 지금도 전 좋은 선배들을 통해 올바른 배우가 될 수 있도록 영향을 받고 있어요. 저도 후배들에게 그런 선배가 되고 싶고요.

Q. 정명석 같은 멘토, 선배가 강기영 배우에게도 있었나요?
강기영: 제가 매체 연기로 오기 전에 무대 공연을 할 때, 늘 긴장을 했어요. 너무 긴장을 많이 해서 배우로서 연극을 즐겨본 적이 없었죠. 그 때 공연을 같이 했던 배우 박훈 선배가 제게 "기영이 잘하고 있어. 딕션도 좋고 전달력 도 좋아"라며 툭툭 치고 지나갔는데, 지금까지도 그 순간이 기억이 나요. 그 칭찬이 제게 엄청난 힘이 됐어요.

Q. 변호사 역할이다 보니 법률 용어가 많은 대사를 익히는 게 쉽지 않았을 거 같아요.

강기영: 용어가 물론 어려웠죠. 대사량도 많아서, 예전 드라마 한 편에서 했던 대사보다 한 신의 대사가 더 많았던 적도 있어요. 그런데 그걸 힘들다고 말할 수는 없었어요. 옆에 우영우를 연기하는 박은빈 씨가 있었으니까요. 그 방대한 대사를 외워 연기하는 은빈 씨를 보며 감탄했어요. 제가 감히 힘들다고 찡찡거릴 수가 없었죠.

강기영

Q. 박은빈 배우 칭찬을 안할 수가 없죠.
강기영: 정말 박은빈 씨는 기본기가 좋고, 저보다 어리지만 닮고 싶은 배우였어요. 태도도 너무 좋았고요. 법정에 들어가는 순간, 모두가 은빈 씨와 우영우를 응원하게 되요. 그 대사를 소화하고, 어려워함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극복하니까. '방구뽕' 역으로 특별출연했던 구교환 형은 "'우영우'는 우영우 사관학교 같다"고 하더라고요. 법정에서 할 게 너무 많은데 그걸 너무 잘 해냈어요. 또 그것만 잘하는 것도 아니고, 일상적으로 주고 받는 재밌는 요소들도 너무 잘했어요. 은빈 씨와 연기하면서 저도 같이 즐겁고 흥이 났어요. 제가 조정석 형과 같이 티키타카 연기를 하면 뭐가 나올지 몰라 너무 재미있어 하는데, 그런 느낌을 은빈 씨한테서도 받았어요.

Q. 정명석, 우영우, 그리고 주종혁(권민우 역) 하윤경(최수연 역) 강태오(이준호 역)까지, '한바다즈' 배우들 간의 호흡이 너무 좋았어요.
강기영: 저보다 한참 어린 배우들인데 너무 잘하더라고요. 그 친구들을 보니까 옛날 생각이 났어요. '난 저 나이 때 저렇게 못 했는데' 그런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애들이 너무 재밌어요. 하윤경 배우는 제가 '여자 강기영'이라 할 정도로 재밌어요. 장난을 치면 다 받아쳐요. 주종혁도 극 중에선 '권모술수'라 욕을 먹지만 실제론 너무 착한 아이예요. 잘 울어서 울보예요.(웃음) 연기를 잘했으니 욕도 먹을 수 있는 거죠. 저희는 카메라가 꺼져도 말을 멈추지 않았어요. 너무 떠드니 음향감독님이 마이크를 꺼버리더라고요.(웃음)

Q. 정명석 캐릭터는 그동안 강기영 배우가 해 왔던 연기에서 조금 더 성장한 느낌이었어요. 마냥 재미만 있는 게 아니라, 그 안에 고민도 서사도 있는 캐릭터였죠.

강기영: 그동안 재밌고 유쾌한 역할들을 많이 했는데, 그런 연기의 아이디어가 저한테 나오는 거라 '대중들이 나한테 더 안 궁금해 하면 어떡하지' 그런 고민을 했어요. '강기영은 재밌는 역할을 많이 하는 배우'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정명석이 그걸 좀 깨준 거 같아요. '강기영이란 배우가 다른 스펙트럼의 연기도 할 수 있구나' 그런 궁금증도 자아낸 거 같고요. 연기에 갈증이 나던 시기에 정명석을 만났어요. 이걸 계기로 좀 더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강기영

Q. 다른 결의 캐릭터를 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나봐요.
강기영: 경험 부족에서 오는 걱정이 있었어요. 다양한 걸 해봐야 익숙해지고 할 텐데, 그런 기회들이 제게는 잘 오지 않았죠. 제가 잘하는 역할 쪽으로만 너무 쏠리니까, 다른 거에 대한 갈증이 있었어요. 예전에 '당신이 잠든 사이에'에서 악역을 했었어요. 제가 웃겨야 한다는 사명감이 좀 있는데, 그걸 내려놓고 어떻게 하면 섬뜩하고 냉혈한처럼 보일지, 다른 연기적 고민을 하는 작업이 재밌더라고요. 좋은 기회가 있으면, 다양한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Q. '우영우' 전작이 2019년 드라마 '열여덟의 순간'이에요. 3년만에 드라마로 돌아온 이유가 있나요?
강기영: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를 한 후 영화 쪽에서 섭외가 들어와서 열심히 해보려 했는데, 마침 코로나가 터져서 찍은 게 개봉이 안됐어요. 그래서 아마 제가 쉰다고 생각하셨을 거예요. 물론, 쉬는 과정도 있긴 했어요. 이왕 쉬는 김에 기존에 안했던 역할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려 보자, 하는 마음도 있었고요. 그러다 만난 게 정명석이었어요. 오래 쉬는 거 같아 기다리며 조바심이 났는데, 정명석으로 그걸 보상 받는 느낌이에요.

Q. 보통 작품을 끝내면 캐릭터를 훌훌 잘 털어내는 편인가요? 아니면 여운이 길어 떨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인가요?
강기영: 원래는 훌훌 잘 터는 편이에요. 하지만 명석이는 오래 갈 거 같아요. 그게 드라마가 잘 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명석이의 서사에 공감하려 했고 깊이 고민했기에, 그만큼 여운이 오래 가지 않을까 해요. 전에는 캐릭터와 감정을 교류한다기 보단, 신을 재밌게 살리는 기능적인 역할을 주로 했어요. 이번엔 제가 맡은 캐릭터와 감정을 주고 받는 게 배우로서 너무 짜릿했어요. 물론 지금까지 했던 것도 다 연기이고 열심히 해왔다고 자부해요. 그런데 정명석은 '내가 이렇게까지 집중할 수 있구나'를 새로 느낀, 묘한 경험이었어요.

Q. 그럼 '우영우'와 정명석은, 강기영 배우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까요?
강기영: 배우가 다양한 작품에서 좋은 역할을 하고 싶어하는게 당연한데, '우영우' 1, 2부를 본 다음날 아침에 마음이 울컥했어요. 제가 연기를 조금 더 폭 넓게 할 수 있게 만들어준 작품 같아요. 배우로서 다양한 걸 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 드라마 같아 고마워요.

[사진제공=나무엑터스]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광고영역
광고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