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곽시양, 무겁지도 무섭지도 않다…'시양타운'을 꿈꾸는 따도남

강선애 기자 작성 2021.11.03 17:48 수정 2021.11.04 10:38 조회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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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시양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배우 곽시양을 1년 만에 다시 만났다. SBS 드라마 '앨리스'의 종영 인터뷰에서 만나고 딱 1년이 지나 SBS 월화드라마 '홍천기'의 종영 인터뷰로 또 마주했다. 그때는 대면이었고, 이번엔 화상이라는 점이 달랐지만, 곽시양의 인터뷰 태도는 동일했다.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가득했고, 임하는 마음은 진중했다. 어떤 질문이든 차분하면서도 똑 부러지는 대답에서, 그간 얼마나 자신의 연기를 고민해 왔고 최선을 다했는지가 느껴졌다.

곽시양 자체는 변한 게 없는데, 그가 '홍천기'를 통해 보여준 배우로서 변신은 기존과 너무 달라 놀라웠다. 그가 맡은 주향대군은 '죽음의 신' 마왕의 힘을 빌려 왕권을 차지하려는 악인으로, 판타지 사극인 '홍천기'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캐릭터였다. 영화 '관상'에서 배우 이정재가 연기하기도 했던 조선시대 수양대군을 모티브로 한 주향대군을 소화하며, 곽시양은 강한 카리스마와 묵직한 분위기로 극을 압도했다. 완벽한 사극 발성을 바탕으로 힘을 주기도 빼기도 하는 호흡의 변주, 눈의 핏줄마저 조절한 듯한 그의 메소드 연기는 '홍천기' 속 빌런, 주향대군의 매력을 극대화했다.

주향대군으로 완벽히 거듭난 곽시양을 보며 많은 시청자들이 "내가 알던 곽시양이 맞냐"며 감탄했다. 앞선 작품들에서도 안정적인 연기력을 선보였던 그인데, 이번 작품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존재감과 압도적인 연기력으로 '인생 캐릭터'라는 칭찬이 쏟아졌다.

곽시양

▲ 주향대군이 곽시양이 맞냐며, 기존 모습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연기를 잘한다는 칭찬이 이어졌는데요. 칭찬받은 소감이 어떤가요?

- 예상치도 못하게, 많은 시청자 분들과 관계자 분들께서 드라마를 보고 좋게 말씀해주시더라고요. 감사했죠. 배우로서 열심히 했을 뿐인데, 너무 부끄러워요. 매 작품마다 열심히 준비하고 촬영 들어가서도 감정선을 놓지 않으려 노력했는데, 이번엔 유독 '인생캐릭터'라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많아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진짜 주향대군이 저라고 생각 못하는 분도 있더라고요. '그게 정말 너였어?'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기도 했어요. 기분이 묘했죠. 그만큼 내가 몰입감 있게 연기했구나, 열심히 준비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구나, 보람을 느끼고 있어요.

▲ 사극에서 메인 악역은 처음이라 부담이 컸겠어요. 주향대군이 아무리 가상의 인물이라지만, 모티브인 수양대군이 대중에게 이정재 배우로 각인된 이미지가 커서 그에 따른 고민도 있었겠어요.

- 부담감이 진짜 많았죠. 주향대군이 영화 '관상'에서 이정재 선배님이 했던 수양대군을 모티브로 삼고 있어서, 비교대상이 될 거란 생각도 했고, 비웃음 거리가 되면 안 된다는 생각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준비를 굉장히 많이 했어요.

▲ 구체적으로 어떻게 준비를 했나요?

- 굉장히 열심히 준비했어요. 감독님, 작가님, 주연 배우들과 촬영 들어가기 전부터 리딩을 많이 했는데 그 점이 도움이 된 거 같아요. 각자 의견도 많이 냈고요. 그런 노력들이 좋은 결과물로 나오지 않았나 싶어요. 개인적으로는 주향대군을 연기하기 위해, 많은 회의를 거쳐 얼굴 상처의 위치, 의상, 분장 등 외적인 부분을 잡아갔어요. 빌런으로서 어떻게 해야 더 카리스마와 묵직함을 보여줄 수 있을지를 신경 썼죠. 내적으로는, 이정재 선배님의 수양대군 연기를 많이 참고했어요. 상황별 목소리의 떨림, 눈빛, 행동 등을 세세하게 나누어 보면서 어떻게 하면 내 걸로 만들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많이 던졌어요. 어떤 장면은 100번 넘게 보기도 했어요.

곽시양

▲ 주향대군 캐릭터에 끌렸던 이유, 내가 이 배역을 연기해야겠다고 결심한 과정이 궁금해요.

- '홍천기' 대본을 받고 주향대군의 카리스마와 묵직함에 끌렸어요. 그게 이 배역을 연기해야겠다고 결심한 이유 중 제일 컸죠. 감독님과 처음 미팅할 때 "주향대군 말고 하고 싶은 다른 캐릭터가 있냐"고 물으셨는데, 전 단호하게 "없다"고 했어요. 전 처음부터 주향에 끌렸고, 주향을 하기 위해 감독님을 만나러 왔다고 대답했죠. 그랬더니 감독님이 호탕하게 웃으시며 흡족해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주향을 할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웃음)

▲ 주향대군의 마지막은 열린 결말로 그려졌어요. '홍천기' 최종화에서 왕좌를 노리는 주향대군이 동생 양명대군(공명 분)과 무력으로 충돌하는 장면이 짧은 에필로그로 펼쳐졌는데요. 엔딩 서사가 에필로그로만 그려져 아쉬웠을 거 같아요.

- 아쉽긴 했는데, 전 만족해요. 그 에필로그가 드라마의 종지부를 찍는, 굉장히 임팩트가 큰 장면이라 여겼어요. 개인적으로 두 가지를 생각했어요. 주향대군이 왕권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않고 '난 왕이다' 하는 생각이 멋있게 나왔다고 봤고, 한편으로는 주향대군이 그냥 죽어서 모든 사람들이 평화로웠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했어요. 그리고 감사했던 게, 마지막에 양명과 대립하는 장면에서 주향이 곤룡포를 입는데, 그건 제 의견이 반영된 것이었어요. 원래는 양명처럼 전투복을 입어야 했는데, 제가 그 순간엔 주향이 왕이라 생각해 감독님, 의상팀에 곤룡포 아이디어를 냈어요. 그게 반영돼 곤룡포를 입었는데, 제 의견을 받아들여 주셔서 감사하게 촬영할 수 있었어요.

▲ 그 에필로그 장면이 실제로 '홍천기'에서도 마지막 촬영이었죠? 감회가 남달랐겠어요.

- 너무 공허했어요. 홀가분하고 시원한 것도 있지만, 제가 1년을 준비하고 달려온 이 주향대군이란 캐릭터를 끝내니, 할 게 없더라고요. 그래서 많이 공허하단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지만 바로 다음 작품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 금방 정신을 차리려 했어요.

곽시양

▲ 함께 연기한 김유정(홍천기 역), 안효섭(하람 역), 공명(양명대군 역)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요? 특히 안효섭 배우와는 같은 소속사 출신에, 배우그룹 '원오원'으로 활동한 이력도 있잖아요.

유정 배우와 호흡을 맞추고 같이 현장에 있으면 저절로 제가 '아빠 미소'를 짓게 되더라고요. 유정 씨가 촬영장에 오면 분위기가 바뀌어요. 밝아지죠. 처음엔 유정 씨가 차갑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실제론 굉장히 호탕하게 웃고 주변 사람들을 배려있게 잘 챙겨요. 정말 멋있는 친구라 생각했어요.

공명 배우와 호흡을 맞출 땐, 서로에게 거리낌이 없었어요. 친형 같고 친동생 같았죠. 같이 촬영할 땐 연기에 대한 열정으로, 어떻게 하면 더 장면이 재미있을지, 어떻게 하면 좀 더 설득력이 있을지, 많은 대화를 나누고 리허설도 많이 했어요. 그만큼 저한테 자극이 되는 친구였어요.

효섭 씨는 같은 소속사였고, 같이 오래 살기도 해서 워낙 친한 사이예요. 처음엔 너무 친해서 문제가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오히려 친한 게 장점이 되더라고요. 연기 호흡을 주고받는 게 더 편했고,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는 리액션이 있었어요. 친한 사이라는 게 연기하는 데 큰 이점으로 다가오지 않았나 싶어요.

▲ '바람의 화원', '뿌리깊은 나무', '별에서 온 그대' 등 많은 히트작을 배출한 장태유 감독이 '홍천기'를 연출했는데요. 장태유 감독은 어떤 분이던가요?

- 정말 디테일하세요. 호소하는 목소리, 야욕을 드러내며 포효하는 목소리, 이런 목소리의 떨림 하나하나까지 세세하게 보고 디렉팅 해주세요. 초반에 주향 캐릭터를 잡을 때, "대군이니 목소리를 더 긁어서 내면 어떨까요" 했더니 감독님께서 "그것도 너무 좋지만, 그게 곽시양이란 배우가 한 번이라도 그 목소리에 실수를 한다면 시청자는 감정이 깨질 거다. 너의 목소리로 하는 게 어떠냐"라고 조언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다행이라 생각했어요.(웃음) 감독님 덕에 주향대군이란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나올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너무 감사하죠.

곽시양

▲ 아무래도 '마왕'이라는 판타지를 그리는 만큼,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을 거 같은데요. 주향이 마왕을 간절히 바라는 마음을, 어떤 식으로 이해하고 표현하고자 했는지요?

- 공감하기 어려웠던 건 사실이에요. 눈에 보이지 않고 제가 믿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기 때문에, 곽시양으로서는 어렵고 부담이었죠. 마왕 봉인식 장면을 촬영하며, 감독님이 "마왕이 손을 뻗는다", "목을 조른다"하며 말로 디렉팅 해주셨는데, 그렇게 상상하며 연기하는 게 처음엔 어색하고 부끄러웠어요. 고민하며 촬영을 진행했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많은 배우들, 보조출연자 분들께서 너무 열심히 촬영에 임해주고 있더라고요. 그 많은 분들이 노력하는 걸 보며 저도 '이걸 부끄러워할 게 아니라 당연하고 실제적인 걸로 느껴야 한다'고 생각하며 촬영했어요. 주향이 마왕을 간절히 바라는 마음은, 왕권에 대한 야망이라 여겼어요. '마왕을 얻어야 내가 왕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마왕을 바라는 거라 생각하면, 마왕의 존재나 판타지적 설정이 어렵게 다가오진 않았던 거 같아요.

▲ '홍천기'가 여러 가지로 곽시양 배우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었는데요. 연기적 도전에 대한 갈증이 있었던 건가요?

- 사극을 오랜만에 촬영했는데, 주향에 큰 매력을 느꼈던 건 목표가 딱 하나였기 때문이었어요. '난 왕이 되어야 한다' 이 목표만 보는 주향이 저한텐 굉장히 큰 매력으로 다가와서 이 캐릭터에만 몰두했던 거 같아요. 새로운 도전에 대해 큰 메리트를 느꼈고, 그만큼 연기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었던 캐릭터가 아니었나 생각해요.

▲ 스스로 주향대군 연기를 자평한다면, 100점 만점에 몇 점 정도 주고 싶으세요?

- 전 항상 100% 만족하는 작품이 없어요. 그래도 제가 열심히 노력했고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신 만큼, 주향대군에게 90점은 주고 싶어요.

곽시양

▲ 작년 '앨리스'의 유민혁도 그랬는데, 주향대군도 한 번 웃지 않고 16부 내내 무겁기만 한 캐릭터였어요. 그런 무거운 캐릭터를 계속 맡는 이유가 있을까요? 밝은 캐릭터를 하고 싶은 마음은요?

- 여러 가지 캐릭터를 해보고 싶어요. 곽시양이 어디까지 찌질해질 수 있는지, 어디까지 망가질 수 있는지, 극한으로 몰고 갈 수 있는 코믹 캐릭터도 하고 싶어요. 요즘 코믹에 대한 욕심이 커요. 다른 작품들을 보면서도, '이 장면 재미있다', '이런 건 이렇게 하면 재미있겠다' 라고 메모도 하고 그래요. 딱히 무겁고 무서운 역할만 고집하는 건 아니에요. 밝고 재미있는 캐릭터도 너무 하고 싶어요.

▲ '홍천기' 촬영이 끝나고 시간이 좀 흘렀는데요, 최근 근황이 궁금해요.

- '홍천기' 촬영이 끝나고 바로 JTBC 새 드라마 '아이돌:The Coup' 촬영에 들어갔어요. 휴식 없이 촬영하고 있는데, 여유가 있었다면 '홍천기'를 준비했던 것처럼 감독님, 작가님, 다른 배우들과 리딩을 많이 했을 텐데 그러지 못해 좀 아쉬워요. 그래도 최선을 다해, 열심히 재미있게 촬영하고 있어요.

▲ 그럼 요즘 하고 있는 고민거리가 있다면, 차기작과 관련해서겠어요.

- 아무래도 그렇죠. '홍천기'로 감사하게도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았는데, 다음 작품이랑 비교될까 봐 걱정이 돼요. 작품끼리의 비교가 아니라, "곽시양이 '홍천기'에서 주향대군은 참 잘했는데, 현대극에서 는 좀 못하네" 이런 비교대상이 될까 봐요. 그게 요즘 하는 가장 큰 걱정이에요. 새로운 역할을 조심스럽게, 저한테 채찍질하며 준비하고 있어요.

곽시양

▲ 바로 차기작에 들어갔을 만큼, 쉼 없이 연기활동을 이어가고 있어요. 이런 꾸준한 활동의 원동력은 뭔가요?

- 제가 연기한지 벌써 8년차가 됐어요. 참 시간이 빠르죠. 그 시간 동안 부지런히 연기 활동을 해 온 원동력이 뭘까 생각해 보면, '주변 사람들' 같아요. 저희 가족, 그리고 회사 식구들이요. 전부터 같이 일하던 분들과 최근에 새로운 출발을 했는데, 그게 또 저한테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다 같이 잘해서 잘 커가면 좋겠어요. 연기적으로는, 제가 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너무 많다는 게 또 쉬지 않고 연기하는 원동력이 되는 거 같아요. 계속 여러 장르, 여러 캐릭터에 도전하며 오랫동안, 원로배우가 되어서도 연기하고 싶어요.

▲ 주변 사람들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셨는데, 예전 인터뷰 때도 자신의 최종 목표는 좋아하는 사람들과 모여 사는 '시양타운'을 짓는 거라 했어요. 그 목표는 여전히 변함없나요?

- 네. 전혀 변함없어요. 제가 돈을 벌어야 하는 이유가 이 '시양타운'을 짓기 위해서예요. '시양타운'을 짓고,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한테 그 집을 하나씩 나눠주고 같이 살고 싶어요. 제가 물욕이 별로 없어요. 제가 잘 되거나 돈을 벌었다면, 그건 제가 잘해서가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그분들과 함께 모여 살며, 노후를 재미있게 보내고 싶은 마음이 커요.

[사진=드로잉엔터테인먼트 제공, '홍천기' 스틸컷]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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