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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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Y] 안예은, 리듬 위를 노니는 소설가

강경윤 기자 작성 2021.09.16 17:00 수정 2021.09.16 17:08 조회 1,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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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예은

[SBS 연예뉴스 l 강경윤 기자] 싱어송라이터 안예은은 '장르가 곧 안예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강렬하고 확고한 음악 색에 대한 대중의 호불호는 갈릴지언정, 안예은이 이야기를 음악으로 만들고 표현하는 데 있어서 독보적이며 창의적인 아티스트란 평가에는 이견이 없다.

언제부터였냐고 묻는다면 처음부터 그랬다고 답해야 한다. 안예은은 2016년 방송된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해 그간의 오디션에서 성공했던 이들의 문법을 모두 뒤엎었다. 폭발적인 가창력에 감미로운 가사로 심금을 울리는 대부분의 참가자들과 달리 안예은은 들을수록 끌리는 기묘한 음악으로 준우승을 차지하며 가요계에 데뷔했다.

데뷔 이후에도 안예은은 소리에 이야기를 입힌 판소리처럼, 안예은의 음악은 멜로디 위에 상상력 넘치는 이야기를 입힌 곡들을 발표해왔다. 특히 지난달 안예은이 '능소화'에 이어 두 번째로 내놓은 호러송 '창귀'는 그가 어떤 색의 예술을 추구하며, 그것이 어떻게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지를 가장 뚜렷하게 보여준 곡이다.

호랑이를 잡으려다가 잡아먹힌 청년의 이야기를 3분의 멜로디로 담은 곡인 '창귀'는 안예은이 가수인 동시에 대단한 이야기꾼이라는 걸 보여준 곡이다. 이 곡은 현재(2021년 9월 16일 기준) 조회수 300만에 육박할 정도로 명작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안예은이 직접 가사를 설명한 해설 콘텐츠 역시 조회수 36만회를 넘어서고 있다.

안예은

그에 앞서 공개한 '능소화'는 임금이 두 번 다시 찾지 않아 죽어서 꽃이 된 궁녀들의 애환에 얽힌 설화를 모티브로 한 노래다. 안예은은 구천을 떠도는 혼을 달래는 매개자처럼 한 편의 이야기를 만들어 완성도 있는 음악으로 탄생시켰다.

안예은의 가장 큰 매력은 희귀성이다. 그는 사소한 소재 하나를 번뜩이는 상상력으로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보인다. 그가 발매한 '문어의 꿈'이 초등학생들의 마음을 흔들어 올해 최고의 동요로 손꼽혔던 것 역시 이야기의 힘이었다.

안예은의 음악 세계는 '어렵다'는 편견을 스스로 깨고 있다. 다소 거칠게 느껴지는 보컬과 어두운 멜로디로는 대중가요계에서 주류가 될 수 없다는 예측은 빗나갔다. 안예은의 '문어의 꿈'은 최근 CM송으로도 사랑받으며 전 세대를 아우르는 인기를 끈다. 시간이 흐를수록 안예은의 타협하지 않은 음악 색은 점점 더 존재감을 발휘할 것이다.

안예은

ky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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