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8일(목)

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 1인 2역도 가뿐하게…웃기던 윤박, 배우는 배우더라

강선애 기자 작성 2021.09.05 11:50 수정 2021.09.05 14:00 조회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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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박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그동안 예능에서 보여준 모습 때문에 배우 윤박(34)에게는 순박하고 밝은 청년의 이미지가 있었다. 그런데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너는 나의 봄'에서 선보인 연기는 그런 기존 이미지를 확 깨버렸다. 서늘한 눈빛에 냉소를 머금고 있는 소시오패스 이안 체이스 역할로 힐링 로맨스물에서 스릴러의 긴장감을 선사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극 초반에는 이안 체이스와는 180도 다른 쌍둥이 형제 채준 역으로 한 여자만 바라보는 다정한 순정남의 매력도 그려냈다.

1인 2역을 완벽하게 소화한 윤박에게선 예능에서 웃음을 자아내던 허당기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배우는 맡는 캐릭터에 따라 이렇게 자신을 바꿀 줄 알아야 한다. 예능인이 아닌 배우 윤박은 확실히 프로페셔널했다.

'너는 나의 봄'을 끝낸 윤박을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윤박

▲ 1인 2역, 부담감보다는 설렜던 도전

Q. 1인 2역이라 연기하기 부담스러웠을 거 같아요. 어떤 마음으로 준비했나요?

윤박: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땐 오히려 1인 2역이라 마음에 들었고 도전해보고 싶단 생각이었어요. 부담감보다는 설렜고, 잘 해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죠. 1인 2역 부담감보다는 서현진, 김동욱이란 연기 잘하는 선배들 사이에서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부담이 있었어요. 1인 2역이라곤 하지만, 채준이 초반에 나오고 그다음에 체이스를 찍었어요. 두 인물이 얽히고설키게 나왔다면 힘들었을 텐데, 채준을 털어내고 체이스를 연기해서 동시에 두 가지를 해야 하는 어려움은 덜했어요. 한 드라마에서 두 역할을 다 보여준다는 자체가 제게는 연기생활하면서 하나의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Q. 너무 다른 두 캐릭터였는데요. 각각 설정은 어떻게 했나요?

윤박: 채준은 부드럽게 보이기 위해 머리카락을 내리는 스타일로 해봤고, 좀 더 또렷하게 보이려 컬러렌즈도 껴봤어요. 채준은 수트를 주로 입었고, 체이스는 군중 속에 있는 소시오패스라 옷을 좀 더 캐주얼하게 입으려 했어요. 그런 부분들에 차이를 줬고, 제가 코에 점이 하나 크게 있는데, 이걸 채준 때만 없앨까 하다가 아예 다 가리고 나왔어요. 근데 아무도 제가 점이 없어진 걸 모르더라고요.(웃음)

내적 부분에서 채준은 너무 명확했어요. 강다정(서현진 분)을 좋아하고 그녀를 이해하려 하는 마음을 표현하면 됐는데, 체이스가 의뭉스럽고 미스터리한 인물이라 연기하기에 좀 애매했죠. 처음엔 대본이 다 나온 상태가 아니라, 제가 한 방향으로 치우쳐 연기해버리면 나중에 돌아왔을 때 어려울 거 같았어요. 그래서 어느 쪽으로 가더라도 다시 돌아올 수 있게 여지를 두고 연기했는데, 그 여지를 얼만큼 둬야 하는지 그런 게 힘들었어요. 궁극적으로는 체이스를 나쁜 사람으로도 착한 사람으로도 연기하지 않으려 했어요. 체이스는 본인이 행복해지기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을 한 사람이라 생각해요. 다만 그 방식이 조금 잘못됐던 거죠.

Q. 채준의 유쾌했던 초반 장면을 빼곤, 계속 어둡고 서늘한 체이스를 연기했죠. 그 우울감을 계속 유지하면 배우 본인도 힘들었을 거 같은데요. 어땠나요?

윤박: 그런 건 전혀 없었어요. '이건 내가 집중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하는 신 외에는, 현장에서 동료들과 이런저런 얘기하며 재미있게 시간을 보냈어요. 제가 엄청나게 메소드 연기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촬영할 땐 촬영하고 끝나면 바로 역할에서 빠져나오고 그래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우울하거나 힘들진 않았어요.

Q. '온앤오프' 같은 예능에서의 모습을 보면, 원래 성격은 밝은 거 같은데요. 그런 모습은 초반 채준일 때 연기에 투영됐을까요?

윤박: 어느 정도 그렇죠. 저도 좋아하는 상대방이 생기면 적극적인 편이고, 제 안에 밝은 모습들이 많은 부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게 채준에게 투영됐던 거 같아요. 물론 체이스의 표정이나 그런 것도 제 안에 있는 것들이긴 하지만, 체이스보다 채준한테 제 본모습이 좀 더 나왔다고 생각해요.

윤박

▲ 내 집 마련, 행복한 가정을 꿈꾸는 30대 현실 청년

Q. 함께 연기 호흡을 맞춘 서현진, 김동욱 배우들과 연기 호흡은 어땠나요? 그들에게서 특별히 배운 점이 있다면요?

윤박: 동욱이 형은 단어 하나, 조사 하나까지 신경 쓰면서 연기해요. 그게 조금만 바뀌어도 문장의 의미가 달라지고 그럼 신의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알고, 하나하나를 다 잡아서 신을 완성해 나가는 디테일에 감탄했어요. 현진 누나는 본인의 감정을 충분히 가져가면서도 상대방에게 잘 전달하는 배우였어요. 그러면 저도 생각지 못한 리액션을 하게 되더라고요. 감정을 잘 주고 잘 받는, 교류를 잘하는 배우라 제가 많이 배웠어요. 형이나 누나나 연기할 땐 그렇지만, 사적으로 가면 너무 재미있는 사람들이에요. 일적으로도 사적으로도 감사하고 좋았던 선배님들이죠.

Q. 체이스의 궁극적인 목표가 행복이라면, 실제 윤박의 궁극적 목표는 뭔가요?

윤박: 가정을 꾸리는 거요. 연기는 제가 노력하면 되는데, 가정이란 건 두 사람의 마음이 맞아야 하고 집안과 집안이 만나는 거라 구체적으로 그린다고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원래는 서른 중반쯤에 결혼하는 게 목표였는데, 결혼은 커녕 연애도 못하고 있네요.(웃음) 훗날 엄마와 아빠가 서로를 존중하고, 그 모습을 보고 아이들이 배우는, 그런 가정을 꾸리고 싶어요.

Q. 배우 윤박이 아닌, 인간 윤박으로서 소확행은 무엇인가요? 또 지금 갖고 있는 고민이 있다면요?

윤박: 야구를 좋아하는데, 제가 원하는 색과 디자인으로 글러브를 맞추는 거, 그런 게 소소한 행복 같아요. 그런 커스텀 글러브는 제작까지 두 달 걸리는데, 최근에 주문한 거 하나가 왔어요. 이번에 또 하나 만들려고 디자인하고 색 조합을 하는데, 시간 가는 줄 모르겠더라고요. 촬영 끝나고 혼술 하는 것도 좋아하고요. 고민이 있다면, 집에 대한 거요. 전세가 만료되면 다른 데로 가야 하는데, 값이 올라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르겠고. 요즘엔 집이 고민이에요.

Q. 이번에 연기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자신의 모습이 있나요?

윤박: '연기하다 보니 나도 시청자에게 칭찬 듣는 있는 작품을 만날 때도 있구나', '내게도 그런 모습이 있구나' 하는 걸 느꼈어요.

Q. 그 전에는 그런 걸 느끼지 못했단 말인가요?

윤박: 저 스스로 잘하는 배우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자신감이 많이 결여돼 있었죠. 그래서 예전엔 칭찬도 거절했었어요. 서툴렀죠. 지금은 잘 받아들이는 습관을 들이려 해요. 5년 전보단 4년 전이, 작년보단 올해가 나을 거라 생각하며, 조금씩 잘해나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게 제 꿈 중에 하나예요.

윤박

▲ 조금씩 성장하다가, 언젠가 '믿고 보는' 배우가 될 수 있도록

Q. 어느덧 데뷔 10년 차인데요. 지난 10년을 돌이켜보면 어떤가요?

윤박: 서툴렀고, 속상한 것도 많았고, '난 왜 이거밖에 못하지' 하는 생각도 많이 했었어요. 지나고 나서 보니, 지금 여기까지 올 수 있게 만든 건 과거의 저인 거 같아요. 과거의 10년은 아쉽기도 했지만 고마웠던 시간들이에요. 앞으로의 10년도 중요하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다 보면, 10년 뒤엔 더 나아지지 않을까요?

Q. 연기자로서 지금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요?

윤박: 조금 더 제 얼굴 표정을 컨트롤하고 싶단 마음이 커요. 그게 쉽지 않더라고요. 대사에 따라, 캐릭터 감정에 따라, 제가 표정을 좀 더 컨트롤할 수 있다면 더 좋은 연기로 이어질 수 있을 거 같은데. 그러지 못하고 표정이 나오는 대로 써야 하니, 그게 아쉽더라고요.

Q. 이미 차기작 JTBC 드라마 '기상청 사람들'을 촬영하고 있잖아요. 거기서는 어떤 변신을 기대하면 될까요?

윤박: 10년 동안 사내연애를 하다가 결혼을 앞두고 바람을 피워 파혼하는 역할인데, 이번엔 찌질한 캐릭터로 인사드릴 수 있을 거 같아요. 채준-체이스가 표정의 변화가 덜한 캐릭터였다면, 이번 캐릭터는 못생겨 보일 정도로 표정 변화가 커요. 촬영 초반엔 '너는 나의 봄'에서 보여줬던 이미지가 있으니 여기서도 멋있게 나와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마음 때문에 약간 몸을 사렸어요. 그러다 보니 캐릭터가 맛이 안 사는 거 같아서 지금은 외모고 뭐고 다 미뤄놓고 연기에 대한 본질로만 접근하려 하고 있어요. 아직 많이 안 찍은 상태라, 갈 길이 구만리예요.

Q. 배우로서 대중에게 어떻게 비춰졌으면 좋겠다, 하는 바람이 있나요?

윤박: 윤박이란 배우가 나오면 '믿고 볼 수 있는 작품이네'라는 생각이 들 만큼, 계속 좋은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러려면 참여하는 작품들도 어느 정도 성과가 좋아야 하고, 그 안에서 제가 연기를 잘해야 하겠죠. 그러기 위해선 저 혼자 잘하는 게 아니라 모든 천운이 따라야 하는 거고요. 쉽지는 않겠지만, 제가 그렇게 보일 수 있도록, 거기에 가까워지도록 계속 노력할 거예요.

윤박

[사진=에이치앤드엔터테인먼트 제공]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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