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영화 스크린 현장

[시네마Y] 홍상수X김민희, 더욱 단단해진 '그들의 세계'

김지혜 기자 작성 2021.03.08 16:39 수정 2021.03.08 18:26 조회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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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Que Sera, Sera~ Whatever Will Be, Will Be~" (될 대로 대라, 무엇이든지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되어 있단다.)

지난 5일 폐막한 제71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 각본상을 수상한 홍상수 감독은 1분 55초 분량의 영상을 주최 측에 보냈다. 수상 소감을 타이핑한 문서를 직접 읽었고, 말미엔 오래전 김민희와 산책을 하다가 발견했다는 달팽이 영상을 첨부했다.

달팽이 영상과 함께 김민희가 부르는 '케 세라세라'(Que Sera, Sera)가 흘러나왔다. 힘을 빼고 부르는 노래는 편안하게 들렸고, 달팽이의 느릿느릿한 움직임에는 어떤 규칙 같은 것이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어느 순간 대중으로부터 멀어진 홍상수와 김민희는 이렇게 또 한 번의 낭보를 자축했다.

인트로덕션

홍상수 감독은 '밤과 낮'(2007)을 시작으로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2012), '밤의 해변에서 혼자'(2016), '도망친 여자' (2020)에 이어 다섯 번째로 베를린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고 지난해 감독상 수상에 이어 2년 연속 수상 소식을 전했다.

이쯤 되면 '베를린의 황제'라 불려도 손색없는 총애다. 김민희 역시 2016년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베를린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영화제의 사랑을 확인한 바 있다.

두 사람의 협업에 대한 베를린국제영화제의 신뢰는 상당해 보인다. 무엇보다 이들 작품 세계를 꾸준히 지지하며 그에 따른 합당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는 점에서 자국인 한국보다 더 따뜻한 시선을 엿볼 수 있다.

국내의 경우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가 '불륜 관계'를 시인한 2017년부터 그들의 영화에 대한 평가나 흥행 성적이 예전만 못한 것이 사실이다. 평단만큼은 홍상수의 영화를 인정했지만 언론이나 영화제 등은 홀대를 해왔다.

인트로

그러나 해외는 달랐다. 베를린국제영화제, 칸국제영화제, 로테르담국제영화제 등 유수의 영화제는 홍상수 감독의 작품을 꾸준히 애정해오고 있다. 이들이 국내에서는 칩거에 가까운 행보를 보이면서 해외 일정에는 꼬박 참석해온 것은 그들의 작업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졌기 때문일 것이다.

두 사람은 흔들림 없이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자신들의 부적절한 관계가 국내에 알려진 이후부터 오히려 더 단단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홍상수 감독은 남녀 관계 혹은 사랑이라는 단골 주제를 넘어 최근에는 삶과 죽음의 문제까지 건드리며 확장된 영화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김민희는 사실상 상업영화계와 단절한 채 '홍상수의 뮤즈'로만 활동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고유한 색깔과 깊이를 보여주고 있다. 무르익은 연기력을 보다 다양한 영화에서 볼 수 없다는 것에 못내 아쉬울 정도다.

홍상수 감독의 25번째 장편영화이자 홍상수와 김민희가 8번째로 호흡을 맞춘 '인트로덕션'은 어떤 영화일까. 영화는 세 개의 단락을 통해 청년 영호(신석호)가 각각 아버지, 연인, 어머니를 찾아가는 여정들을 따라간다. 신석호, 박미소, 김영호, 예지원, 기주봉, 서영화, 김민희, 조윤희 등이 출연한다.

인트로덕션

이번 영화의 주인공은 신석호다. 김민희는 조연으로 한발 물러섰다. 대신 프로덕션 매니저로 이름을 올리며 제작 현장을 챙겼다.

베를린국제영화제 심사위원들은 "이야기를 전달하거나 효율적으로 서사를 전개하는 것을 넘어, 이 각본은 행위와 행위 사이 생기는 찰나의 여백을, 순식간에 인간의 삶 속에 숨은 진실이 갑작스레 밝고 분명하게 드러나는 순간들을 만들어 나간다"고 평했다.

미국 잡지 버라이어티는 "'인트로덕션'(Introduction, 소개·입문 등의 의미)은 언뜻 보이는 것처럼 가벼운 영화가 아니다. 제목과는 반대로, 이 영화는 홍상수 영화 세계의 입문용이 아니라 확장판"이라고 평가했다.

'강변호텔', '도망친 여자'로 이어진 홍상수 월드의 확장이 '인트로덕션'에서는 어떤 방향으로 이뤄졌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영화는 올 상반기 개봉될 예정이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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